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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미사코코] 시그널(Signal) #1

ㅇㅇ(175.210) 2019.05.18 01:07:45
조회 805 추천 35 댓글 3
														

시그널 (Signal) 

미사키 x 코코로


#


 여긴 어디지? 


 눈을 떠도 뜬 것 같지 않은 공허한 어둠 속, 문득 불안이 솟아오르고 나는 손을 허우적거리며 주변을 더듬어보지만 아무것도 스치지도 잡히지도 닿지도 않는다. 거기 누구 없어요? 나는 온 몸의 힘을 쥐어짜 목소리를 내보지만 마치 아무말도 하지 않은 것처럼 온 몸만 울릴 뿐 소리가 귀에 닿지 않았다. 


 목…목소리가 안들려…. 어떻게 된거지? 


 가려진 시야와 나오지 않는 목소리, 아무것도 없는 곳에 혼자 남겨졌다는 생각에서 몰려오는 공포감. 등골이 서늘해지고 몸이 수축하며 심장이 거세게 박동하고 눈이 커진다. 


 일단, 일단 나가야 해…. 


 나는 이 공간을 벗어나기 위해 몸을 일으키려 아래라 추정되는 방향으로 손을 짚자 몸이 빙글 회전한다. 몸을 멈추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정된 무언가를 잡으려 하지만 손에도 발에도 여전히 아무것도 닿지 않는다. 


 뭐…. 뭐야, 갑자기 왜 몸이 돌아가는 건데? 주위엔 아무것도 없고, 바닥에도 닿지 않고 마치 공중에 떠있는 것 처럼….


 마치 떠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 그 순간 나의 온 몸에 부유감이 느껴지고, 번쩍 어디선가 강렬한 빛이 터진다. 나는 팔을 들어 눈을 집어삼키려듯이 맹렬하게 침투하는 빛을 가린다. 


 감은 눈에 남은 빛의 잔상때문에 나를 맹렬히 덮쳤던 빛이 사라진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아 빛이 터졌다고 생각되는 방향과 반대의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여기가 맞는건가? 몸을 돌린게 맞는건가? 빛은 사라졌을까? 사라진 방향감각과 부유감에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언제까지고 눈을 꾹 감고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조심스럽게 감은 눈을 떴다. 


 우와,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나는 그런 감탄사를 내뱉었다. 교과서나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수 있었던 아름다운 별들의 향연. 깊은 어둠속에서 자신을 뽐내듯 각자의 반짝임을 내뿜고 있는 빛무리들. 


 나는 지금 우주에 있었다. 


 지구는 어디에 있을까. 빛의 아름다움에 어느새 모르는 곳에 있다는 공포감을 잊은 나는, 지구본을 볼 때면 고국을 먼저 찾고, 국내 전도를 볼 때면 사는 곳을 먼저 찾듯이 드넓은 별들의 지도에서 나의 고향을 찾아 헤매지만 안타깝게도 인간의 시야로는 멀리 떨어진 곳의 별들을 세세하게 구별할 수가 없었다. 


 흠.


 인간은 볼 수 있는 것이 한정된데다가 기억도 하는 생물이다. 몇 분 지나지도 않은 것 같건만, 우주의 신비함도 지구를 찾고자하는 호기심도 과거가 되어 지루해졌다. 그나저나 지구에는 어떻게 돌아가지? 우주선도 없고 이대로 둥둥 떠다니다가 사라져버리려나. 뭐, 우주에 맨 몸으로 있는데 어쩌겠어. 나는 포기가 빠른 인간이다. 나는 온 몸에 힘을 빼고 우주에 몸을 맡겼다. 


 나는 몸을 내맡긴채 위를 바라본다. 우주에 위아래 구분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 기준으로 위에는 토성과 비슷한 고리를 가진 행성이 하나 있었다. 고리에는 엄청 커다란 돌들이 휙휙 공전하고있다던데 맞으면 난 박살나겠지? 엄한 생각에 섬칫해진 나는 몸을 뒤집어 내 기준으로 아래를 바라본다. 


 저건 해왕성이랑 비슷하고 저건 수성이랑 비슷하고 저건…. 


 나의 시야에 여지껏 보았던 별들의 빛 보다 훨씬 크고 아름답게 반짝이는 빛이 보였다. 나는 홀린듯 그 곳을 바라본다. 내 고향으로 따지자면 마치 태양과 같이 따뜻한 빛은 나에게 여기로 오라고 손짓하는 것처럼 부드럽게 일렁이고 있었다. 나는 가로등에 몸을 던지는 불나방처럼 무의식적으로 팔을 휘저으며 그곳으로 헤엄친다. 


 얼마가 걸릴지 무엇이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저 빛을 잡으러 가야만했다. 마치 계시를 받은 것처럼 그런 생각만이 가득 찬 나는 그 외의 것을 버리고 오롯이 저 빛의 신호를 잡기 위해 몸을 움직인다. 


 아까 보았던 해왕성, 수성, 그런 것들을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거대한 돌덩이가 나를 박살내기 위해 스쳤을지도 모른다. 누군가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 몇 억개의 빛을 만났을지도 모른다.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지금 그 어떤 것 보다 포근하고 아름다운 빛 앞에 서있다. 눈을 잡아 뜯어내는 고통도 온 몸이 녹아내리는 고통도 없었지만 그냥 너무 밝아서 나는 눈을 찡그린다. 그런 나를 배려하듯 점점 빛이 사그라든다.    


 빛이 잔잔해졌다. 나는 눈을 끔벅거리며 내 눈에 남은 잔상을 털어낸다. 누구보다 반짝이던 빛이 사라진 곳에는 사람이 있었다. 태양과 같이 아름답고 찬란한 금색의 머릿결. 조그마하지만 공간을 가득 채우는 듯한 그 뒷모습이 너무 익숙해서, 나는 나도 모르게 입을 웅얼거렸다. 


 코코로. 


 소리가 닿지 않는 공간. 단절된 둘 사이건만 마치 나의 목소리를 들은 것처럼 코코로는 우아하게 뒤돌아 나를 바라보았다. 


 코코로. 왜 그런 표정이야? 


 모든 사람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주겠다는 코코로는 그녀의 말을 몸소 실천하는 것처럼 거의 웃는 얼굴이었다. 딱 한 번, 본인은 부정하는 듯 하지만 고민이라는 것이 생겨 얼굴을 찌푸리는 일도 있었지만, 저렇게,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인형같은 표정을 하는 것을 나는 본 적이 없는데.


 숨이 가빠져왔다. 나는 고른 숨을 내쉬기 위해 심호흡하지만 이 우주 속에 공기란 미미한 존재였다.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지긋이 바라보던 코코로는 마치 지면에 발을 딛고 있는 것처럼 걸음을 옮겨 나의 앞에 선다. 그리고 손을 뻗어 구겨져버린 나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매만진다. 부드러운 손길에 조금씩 얼굴이 온화해지고, 마침내 나는 평소와 같이 숨을 내쉴 수 있게 되었다. 


 안정을 되찾은 나는 고마움을 담아 코코로를 바라본다. 무표정했던 코코로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서려져있었다. 나는 그 미소를 따라 웃음짓는다. 

 

 코코로는 대단하네, 이 우주에서도 숨을 쉴 수 있게…. 어, 잠깐만, 아까전의 나는 어떻게 숨을 쉬고 있을 수가…. 


 갑작스레 둥둥 떠다니는 듯 했던 온 몸에 천 근의 쇠구슬을 올려놓은 듯한 압력이 내리누르고 그토록 닿고 싶어했었던 누군가의 손이 나의 팔 다리를 잡고 끝이 보이지 않는 우주 저 깊은 곳으로 잡아당긴다.


 나는 뿌리칠 수 없는 힘에 무자비하게 끌어내려진다. 나는 점점 멀어져가는 코코로를 바라본다. 어느샌가 코코로의 얼굴은 다시 무표정이 되어있었다.


 코코로, 잠깐만…. 코코로….


 "코코로!"

 

 쿵. 단말마와 같은 외침을 내지른 나는 몰려오는 아픔에 신음하며 주위를 둘러본다. 단촐하기 짝이 없는 모양새를 보니 이곳은 내 방이다. 꿈이었나. 나는 아픈 허리를 매만지며 침대에 얼굴을 파묻는다. 


 "도대체 뭐였을까 그건…."

   

#


 "미사키! 좋은 아침!"

 "안녕, 코코로." 

 

 오늘도 활기차고 기운넘치는 코코로에게 적당히 인사를 건넨 미사키는 1교시 수업의 책을 꺼낸다. 물리 Ⅰ. 딱히 잘하지도 못하지도, 아침에 듣던 점심을 먹고 듣던 언제나 수면을 유발하는 과목. 수면 유발이라 칭하긴 해도 대놓고 잘 수 없으니 어쩔 수없이 듣고는 있지만….


 "있잖아, 미사키. 오늘 아침 방송에서 말이야." 


 코코로는 언뜻보면 건성건성하기 짝이 없는 대꾸에 익숙한 듯 의자를 조금 옆으로 당겨 미사키에게 가까이 다가가 앉는다.

 

 "우왓, 너무 가깝잖아." 


 가까이에서 들려오는 큰 목소리에 미사키는 반사적으로 오른쪽 귀를 막고, 코코로를 쳐다본다. 생글생글 반짝반짝, 정말 말그대로 태양과 같이 빛나는 미소를 내뿜고 있는 코로로. 꿈 속에서 보았던 무표정한 얼굴 같은 건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는 사람. 


 생기있는 황금색 눈동자, 예쁘게 올라가 있는 입꼬리, 건조한 눈동자, 굳게 닫힌 입술. 나의 시야에 꿈 속에서의 코코로의 잔상이 흐릿흐릿하게 맺힌다.


 "미사키? 내 얼굴에 뭐가 묻었니?" 

 "아니, 그냥…."


 어차피 꿈일 뿐인데. 


#


 또 여긴가…. 


 처음 꿈을 꾼 이후로 나는 몇 번인가 더 코코로를 만났다. 꿈에서 깨어났을 때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둘의 만남 때문에 꿈이 꿈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이 이질적이고 신비로운 주위의 풍경과 웃지 않는 코코로의 모습은 이것이 꿈이라는 사실을 내게 자각시켰다. 


 "반가워, 코코로"  


 나는 여전히 소리가 울리지 않는 별들이 빛나는 우주 안에서 나의 앞에 서있는 코코로에게 인사를 건넨다. 꿈 속에서 코코로는 거의 표정이 없었고, 나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당연 말도 걸지 않았다. 그런 코코로는 내게 너무 낯설어서 나는 먼저 코코로에게, 우주에서 걷는 법따위 모르니까 다소 허우적거리며 다가갔지만, 힘들게 한 발자국 가까워지면 코코로는 내게서 두 발자국 멀어졌다. 


 나는 내 꿈인데 왜 코코로만 우주에서 저렇게 편안히 걸어다니는 것인지, 왜 코코로는 나를 피하는 것인지 불만을 담아 코코로를 바라보았고, 곧 눈이 크게 떠졌다. 


 코코로는 이 공간에서 만난 이후 두 번째로 내게 웃는 모습을 보였다. 내가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나. 얼굴에 열이 몰린다. 묘하게 자존심이 상한 나는 이족보행이 가능한 것을 보이기 위해 허리를 곧추세우고 코코로가 걸어다녔던 모습을 상상하며 발을 움직인다. 


 아래는 끝 없는 우주의 빈 공간이었지만 마치 바닥이 있는 것처럼 발꿈치를 대고 발 앞부분을 내리고 팔을 올렸다가 내렸다가, 몇 번 반복하니 미쉘 옷을 처음 입었을 때처럼 뻣뻣했던 움직임이 자연스러워졌다. 나는 씨익 웃으면서 코코로를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걸음이 가능해진 것은 가능해진 것일 뿐, 코코로는 여전히 살풋 미소를 지은 채 나에게서 멀어져갔다. 내가 걸음을 멈추면 멈추고, 가만히 서있으면 내 주변을 빙빙 맴도는 것이 잡아달라는 것 같긴 한데…. 지금 나랑 술래잡기하고 놀자는 건가. 


 별로 목표란 것은 없이 살지만 하나가 생기면 꽤 힘을 쏟는 그러니까 승부욕이 잠재되어있는 나는 술래로서 코코로를 잡기 위해 눈에 불을 키고 쫒아다니며 발버둥쳤지만 몇 번의 꿈 동안 나는 코코로를 잡지 못했다. 

 

 너는 현실에서도 꿈에서도 나를 힘들게 하는구나. 


 걸어도 뛰어도 줄어들지 않는, 닿지 않는 거리에 나는 결국 코코로를 잡는 것을 포기했다. 코코로가 내 주변을 빙글빙글 지구와 도는 달처럼 맴돌아도 못 본척 눈을 감았다. 지구와 달은 점점 멀어진다던데. 설령 가까워진다고 해도 달은 산산히 부서지고 지구는 불덩이가 되어 불꽃을 내뿜고.


 그러니까 코코로도 멀어지는거고 난 잡지 않아도 되는게 아닐까? 정말 이상하기 짝이 없는 논리다. 나는 몰려오는 피로감에 온 몸에 힘을 빼고 편안한 자세를 취한다. 꿈 속에서도 잠이 들 수가 있나. 꿈에서 잠이 들면 어디로 가는 걸까. 


 계속 눈을 감고 코코로를 모른척하니, 나의 주변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나는 좀 더 코코로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가 나에게 그림자가 드리웠을 때 눈을 뜨고 내 앞에 그녀를 꽉 껴안았다. 


 "잡았다." 


 나는 씨익 승리의 표정을 짓는다. 잡아주길 원하는 그녀니까 내가 잡지 않으면 조바심을 내며 다가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었다. 솔직히 될 줄은 몰랐지만서도. 나는 코코로를 바라본다. 코코로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만족감이 피어오른다. 


 나는 코코로의 따뜻한 온도를 느끼면서 코코로를 보던 눈동자을 돌려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는다. 이제 너를 잡았으니까, 이곳과는 작별이겠지. 문득 수면 유발 과목에서 배웠던 것들이 떠오른다. 우주는 한 점에서 폭발이 일어나 만들어졌으며, 팽창하고 있고 우리가 보는 밤하늘의 빛들은 몇십억광년 떨어진 곳에서 날아온 별의 과거다. 이렇게 가까이 맞닿아 있는 코코로도 몇 초전의 과거. 


 코코로, 너는 반짝반짝한 별들의 과거 속에서 무엇을 보고 있었니?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는 내 입술에 말랑말랑하고 따뜻한 무엇인가가 닿았다. 나는 그것이 어떤 감각인지, 어디서 오는 느낌인지, 잠시 깨닫지 못했다. 


 "..."

 

 세 번째. 나는 무표정한 코코로가 이 우주에서 만들어낸 세 번째 표정을 보았다. 첫 번째는 희미한 웃음을 짓는 코코로, 두 번째는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짓는 코코로. 평소라면 그녀가 짓는 표정들에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을 텐데, 이 우주속에서의 그녀는 너무도 낯선 존재였으니까 하나 둘, 기억에 새기고. 


 세번째로, 나를 향해 야릇한 미소를, 휘어지는 눈가를, 아이처럼 빛나던 눈이 어른의 그것처럼. 나는 나의 입가를 매만지다가 곧 이 감각의 정체를 깨닫고, 코코로의 몸을 밀치고, 뒷걸음치며, 온 몸에 열이, 믿기지 않는 이 장면에 눈이 크게. 


 세상이 진동한다. 나는 또 알 수없는 힘에 의해 끌려간다. 


 코코로는 여전히 웃고있다.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이 글은 f(x)의 시그널을 듣다가 이건 완전 미사코코다 하는 생각이 들어 쓰게됐슴니다...ㄱ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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