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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나는 모든 것이다.

MukaiFugaz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1.03 01:01:51
조회 1324 추천 33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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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든 것이다...그리고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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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롭게 갈린 칼을 들고 나는 너의 눈을 응시했다. 칼날은 북쪽에서 불어온 바람처럼 서슬퍼런 기운을 내뿜는다.

그에 반해 나를 바라보는 너의 눈은 용암과도 같았다. 대지의 심장에서 살아 숨쉬며 끓어오르던 붉은 피. 산대장장이의 용광로 속.

네 모든 갑옷은 너의 살가죽마냥 넝마가 되어 해지고, 무기는 어느 이름모를 농노의 날붙이라고 부르기에도 아까운 지경이 되었다.

그럼에도 너는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진정한 전사는 운명을 직접 쳐다볼 수 없다. 신들의 전쟁, 세 번째 암탉이 우는 날이 오리라는 것 이외에는.

전장에서의 칼과 칼, 도끼와 도끼, 방패와 화살이 서로 비껴나가며 연주하는 곡조만이 우리의 미래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혼신을 다해 내뿜는 우리의 단말마가 곧 천상에서의 영광스러운 함성이 됨을 너 또한 알고 있다고 믿는다. 아니, 느껴진다.

나는 칼날을 네 목에 점점 가까이 댄다. 점차 흐릿해지는 눈동자 속에서도 타오르는 불길은 꺼지려 들지를 않는구나. 좋다.

하지만 네가 죽음을 두려워하는게 아닌가 싶은 의구심 또한 든다. 흔들리는 네 눈. 어미에게서 떨어져 길을 잃은 새끼 늑대같군.

최후의 최후까지 검을 휘두르며 함성을 내지르던 너의 존재 자체마저 의구심이 든다. 실망스럽다. 가죽이 되어버린 네 피부를 따라 칼등을 긁는다. 

우리 주위로 눈보라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안심이 되나? 어딘지도 모르는 머나먼 전장에서, 말 많은 거렁뱅이한테 거적떼기와 녹슨 칼을 받고, 승산 따위 없는 싸움에서 적어도 적의 장수라는 놈이 네 존재를 기억해주리라는 사실이? 

나는 너의 가슴에서 칼을 거둔다. 난 너를 기억해주지 않을 것이다. 너도 결국은 저기 널부러진 송장더미들과 다름 없는 취급을 받겠지. 네 눈에서 보았던 불길은 단지 환상이었나? 불의 신의 단순한 변덕이었던 뿐이었을까? 확실한 건, 나에겐 쓸데없는 계집보다는 조금이라도 가치 있는 전리품이 더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 뒤에서 단검 길이로 부러진 톱날이 날아왔다. 너의 눈을 보았다. 산의 심장이 타올랐다.


불의 신은 진정한 전사들에게 장난을 칠 정도로 여유롭지는 않았다.


생채기조차 내지 못하는 칼 따위 아무 쓸모 없다. 쇳소리를 내며 돌진하는 너를 나는 가볍게 들어올려, 관절부를 꺾다시피 해 제압한다. 너는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저항하는 것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나는 너를 바닥에 눕힌 뒤 복부를 가격한다. 침이 튀기고, 눈알이 뒤집힌다. 그렇게 얼마 정도였을까, 나를 흥미롭게 하는 사실들 중 하나는 전사로서의 부름을 받은 자들 중 나만이 계집의 몸을 하고 있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어떤 운명과 어떤 신이 너와 나를 이 곳에 불렀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싸우고, 발악하고, 저항하며, 투쟁함으로서 각자의 의지를 생의 마지막까지 쥐어짜내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네놈의 속임수는 뻔하디 뻔했다. 힘이 강한 먹잇감이 경계를 늦출 때를 기다려, 약점이 보이면 송곳니를 최대한 깊숙히 찔러넣는. 대자연의 사냥꾼이 보면 안주거리도 되지 못할 기초 중의 기초다. 하지만 모든 어미 늑대가 새끼 사냥꾼에게 가르쳐주는 방법이기도 하다. 흥미롭다. 이미 끝났을지도 모르는 전투가 계속될 수록, 너의 눈에서 피어오르는 불길이, 나를 태워 날아가게 하는 것이 느껴진다. 좋다. 나는 전사다. 나는 모든 것이다. 그 모든 것을 네놈에게 쏟아부어 주마. 너에게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영광과 힘, 그리고 삶을 느끼게 해 주리라.


...그게 네놈을 처음 만났을 적 이야기다. 그런 얼굴로 쳐다보지는 마라. 네놈을 버리고 갈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생각하길 바란다. 그리고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음을 계속 상기해주길 바란다. 내가 그 당시에 느꼈던 끊임없이 타오르는 용광로의 불꽃이 조금이라도 꺼질 시, 난 네놈을 낡아빠진 무기처럼 바로 버려버릴 테니. 뭘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보는 건가? 조금 여기 생활에 익숙해졌다고, 다시 예전 생활의 오만함이 돌아온 것 같군. 아니라고? ...하. 말을 말자. 네놈의 상처가 다시 아물면 사냥을 떠나도록 하지. 이제 철이기도 하고. 그 전에, 저 모닥불을 보며, 남쪽에서 온 이방인이자, 나의 운명의 벗이여,한 마디만 하지.






나는 모든 것이다. 그리고 난 네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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