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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창작백합 소설 초커(Choker) 7화

버터롤빵(59.3) 2020.05.23 19:08:04
조회 517 추천 16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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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링크




안녕 작가지망생 백붕이 버터롤빵이야.


초커 7화가 나오게 되었어.


항상 꾸준한 사랑 보내주고 내 글을 읽어주서 고마워.


오탈자 지적이나 궁금한 점, 피드백 등은 댓글로 달아주면 작중 스포일러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성실히 답변해줄게.


각설하고 이번화 시작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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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귀여운 소악마, 내 손으로 재밌는 마법을 부릴 수 있지, 하지만 어쩌나? 이번엔 너무 재밌는 일을 벌였네. ]  



 환상적인 재즈 음악가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의 Summer time이 바 내부를 가득 채웠다.


루시 데자이어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귓가에 들려오는 트럼펫의 웅장한 선율을 들으며 한껏 분위기에 취해 있었다.


그녀는 이 작은 재즈 바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바텐더의 실력과 용모가 아주 빼어나서이기도 하지만 주로 선곡되는 재즈 음악을 들으면 고단한 업무로 지친 그녀의 마음을 사르르 녹여주었다. 


루시는 부드럽게 들고 있던 칵테일을 돌리고 흐릿한 조명 위에 자신의 술잔을 비췄다. 


아름다운 분홍빛 액체가 루시의 마음을 흔들어주었다.


 한 모금을 천천히 넘기자 씁쓸한 달콤함이 목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잠시 뒤 누군가가 자신을 찾아 이쪽으로 걸어오는 모습을 보았다.


루시는 긴 의자를 빼어 그녀가 앉도록 도와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여자는 공손히 두 다리를 모았으며 몸을 반 바퀴 돌린 중년 여성에게 고개숙여 인사했다.



 " 안녕하세요. "



 " 못 보던 손님이시군요. 처음 오셨나요? "



 중년의 여성은 루시가 아주 마음에 들어 마지않는 이 바의 유일한 바텐더였다. 


젊은 이들 몇몇이 그녀의 업무를 도와주기도 하지만 맛있는 술을 만드는 능력과 손님을 접대하는 일은 그녀를 따라올 자가 없었다.


그것은 루시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 내 친구야 에리카, 이름은 앤이라고 해. "



 루시는 짐짓 그녀보다 나이가 열다섯 살은 많아 보일 것 같은 여자에게 가벼운 어조로 설명해주었다. 



 " 내 가게에 온 걸 환영해요 앤, 에리카라고 불러줘요. " 



 에리카 카우프만 , 아름다운 백금발 속에 희끗희끗한 흰머리가 피어나기 시작한 중년의 여인은 우아한 태도로 자신의 가게에 처음 온 손님을 맞이했다. 


앤은 너무도 우아한 그녀의 목소리와 손짓에 절로 고개가 다시 숙여졌다.



 " 뭐 마실래? "



 루시가 앤을 보고 물었다.



 " 나는......이런데 잘 안 와서 몰라. " 



 앤은 빼곡히 적혀 있는 메뉴판을 보고 뭘 골라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다. 


평소에 술을 잘 마시는 편도 아니니 뭘 마셔야 할지도 모르는 표정인 앤은 애꿎은 메뉴판의 모서리만 만지작거렸다. 


루시는 예상했다는 듯이 메뉴판의 한쪽 끝을 가리켜 앤에게 보여주었다. 



 " 그럼 무난하게 애플 마티니나 마셔, 에리카 나는 피치클러쉬 한 잔 더 줘. "



 " 그래, 그럴게. " 



 에리카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셰이커를 집어들어 빠르게 앤과 루시가 원하는 칵테일을 만들어 주었다.


젊은 바텐더에 비해서는 다소 화려함이 덜하고 밋밋할 수는 있으나 불필요한 동작을 배제하고 절제된 동작 몇 개만으로 술을 섞어 잔에 내는 모습은 전혀 나무랄 데 없었다.


특히 주조를 마친 뒤 잔을 내려놓고 손가락 다섯 개를 거두는 모습은 에리카를 여러 번 본 루시마저도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에리카는 앤에게는 밝은 초록빛을 띄는 액체에 사과 한 조각을 끼운 것을 내어주었고 루시에게는 밝은 분홍빛이 도는 액체에 체리를 띄운 것을 올려주었다. 


에리카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고개숙여 인사했고 빈 잔을 닦는 업무에 열중했다. 



 " 너도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이런 아수라장을 만들었어? "



 술이 나오자 루시는 앤을 바라보면서 박수를 치는 시늉을 했다. 


앤은 루시의 얼굴을 보더니 무슨 일인지 금방 이해하겠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 그렇게 말하면 내가 시킨 것 같잖아. "



 앤은 오른손을 관자놀이에 대었다. 


한참 머리 아파 보이던 앤은 수심 깊은 표정으로 짧은 한숨을 쉬었다.


앤이 내쉬는 숨결에 애플 마티니의 표면이 조금씩 흔들렸다.



 " 너 지금 완전 스타인 거 알아? 지금 SNS에서는 유리 마트에 나타난 마성의 유혹녀라고 시끌벅적해. " 



 루시는 탁자 위에 올라와있는 휴대폰을 눌러 창을 하나 띄운 뒤 앤에게 보여주었다. 


앤이 고개를 가까이 디밀었다.


그리고 화면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고 부끄러워 얼굴을 채 들지도 못하고 다시 탁자에 얼굴을 파묻었다.


화면에 떠오른 이 5분짜리 영상은 오늘 아침, 릴리 시티의 유리 마트에서 찍힌 것이었다.


영상의 시작은 금발의 여성이 마트에 찾아오는 것부터 시작해서 도중에 검은 머리의 점장을 만나고 마침내 한 명의 여성을 불러내어 껴안는 것까지 찍혀 있었다.


 그랬다.


영상은 바로 오늘 앤과 엘, 그리고 아이비가 만나 이뤄낸 환상적인 상황이었다.


마트 내에 모여 있던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보았고 그들은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마구 SNS에 유포하였다.


마구라고는 해도 아직 널리 퍼지기 전이었지만 무섭게 조회수가 늘어가는 중이었다. 



 " 나 이제 시집 못 가...... " 



 앤은 절망적인 목소리로 하소연했다. 


당장 오늘 하루만 해도 앤은 어마어마한 질문공세에 시달렸고 그걸 루시에게 털어놓는 중간에도 몇 명이나 사건의 전말을 물어올 정도였다. 


루시는 그 모습이 너무나 재밌기만 했다.



 " 댓글이 엄청나. 살 떨리는 삼각관계라느니 나도 저런 사랑 해보고 싶다느니 영화 촬영 아니냐느니..... "



 " 이제 그만해... "



 " 무슨 걱정이야? 댓글도 이렇게 말하는걸. 둘 중 한 명이랑만 결혼하면 되니 시집 걱정은 이제 끊어도 되겠다고. " 



 루시는 어깨춤을 추면서 댓글을 읽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댓글을 읽을 때마다 앤은 점점 머리를 부여잡았다.


귀를 막고 듣지 않고 싶었지만 어찌나 악랄한지 루시의 목소리는 앤의 머리에 쏙쏙들이 박혔다. 


루시는 소리죽여 끅끅대며 웃었다. 


그녀 인생의 작은 행복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순간이었다. 



 " 아 에리카, 스팸구이 한 통 통째로 구워 줘, 그리고 샐러드랑 감자튀김도 넉넉히. "



 " 무슨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어 루? "



 루시가 필요 이상으로 들떠 보이자 중년의 바텐더는 무슨 일인가 싶어 흥미로운 표정으로 보았다.


루시는 망설임없이 에리카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 그럼 물론이지. 내 친구가 드디어 처녀 딱지를 뗐거든. "



 탁자 아래에서 측면으로 둔탁한 소리가 났다. 


날카로운 것이 파고드는 충격과 함께 앤은 허리를 숙였다가 똑바로 폈다.


그리고 루시는 애써 웃는 얼굴로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앤은 벗었던 힐을 다시 발에 안맞도록 고쳐 신고 있었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은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 그것도 하루에 두 번이나. " 



 다시 탁자가 흔들렸다. 


하마터면 두 사람의 술이 엎어질 뻔했다.


루시는 반대편 다리마저 충격을 당해 억지로나마 미소를 지었다.


항상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고 배려하고 마음 약하디 약한 앤이 유일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자신뿐이었다. 


앤은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혹시 루시의 말이 다른 누군가에게 들리지는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서린 표정으로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만약 이곳이 루시와 그녀의 지인이 하는 곳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소리를 질렀겠지만 최후의 이성이 앤을 붙잡아두었다. 


이미 며칠 사이에 앤의 마음은 너무나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 오늘은 두꺼운 바지를 입고 왔지...그렇게 쉽게는 안 까질걸. "



 " 한 번 더 한다?... "



 앤이 매서운 눈초리로 루시를 째려보았다.


루시는 계속 웃는 얼굴이었지만 다리 아래에 스산한 기운이 들어 오금이 저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 아니 그만해...정말 아파. " 



 루시의 파들파들 떨리는 입술은 진심이었다. 



 " 어머, 그런 경사라면 돈을 받을 순 없지. 오늘은 서비스로 해 줄게. "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에리카는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며 기분 좋은 서비스를 선언했다.


그녀는 즉시 몇 명의 직원들에게 안주를 만들라 지시했고 지시를 들은 젊은 직원들은 주방에 들어가 부리나케 안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루시는 그 이야기를 듣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 에리카 최고.....! " 



 벌벌벌 떨리는 루시의 목소리에 점점 거친 숨까지 따라붙었다. 



 " 서비스라니, 안 그러셔도 돼요... "



 앤은 홍조를 애써 감추려고 티슈로 콧잔등을 눌렀다. 



 " 소녀의 티를 벗고 한 명의 숙녀가 되었다는 건 여자로써는 정말 기쁜 일이지요. 부끄러워 하지 않아도 돼요. 그리고 나는 비밀은 꼭 지키니 이 바 안에서 한 말이 바깥으로 새어나가는 일은 없을 거예요. " 



 에리카가 품격있는 자세로 말했다.


앤은 하는 수 없이 마지막으로 톡 하고 루시의 정강이를 건드리는 것으로 그녀를 때리는 것을 그만두었다.


마지막 타격에 잔뜩 쫄은 얼굴로 몸을 움츠렸지만 타격이 예상보다는 강하지는 않자 루시는 마음을 놓고 심호흡을 했다.


두 사람의 격전이 지나갔으니 모두 술을 들이키는 것으로 몸과 마음을 안정시켰다.


아름다운 노래 선율에 몸을 맡기니 한창 아픈 걸 참던 루시도 어느정도 진정되었고 앤 역시도 루시 때문에 화가 났던 일은 잊고 자신이 경험한 일 자체에만 신경을 쓰게 되었다. 


루시는 술을 한번 더 홀짝였고 그녀가 마시자 앤 역시 술을 더더욱 깊게 들이켰다.


한 번에 냉큼냉큼 들어가는 것이 칵테일을 마시는 사람 치고는 한번에 꽤 많은 양을 삼키고 있었다.


몇 모금 마시지 않아 앤의 얼굴은 금방 붉게 변했다. 


잔이 비게 되자 앤은 고스란히 잔을 내려놓았다. 


루시는 에리카에게 눈짓을 보냈고 에리카는 곧 같은 잔을 다시 채워주었다. 


앤은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이고 다시 애플 마티니를 집어들었다. 



 " 많이 변했구나. "



 루시는 술잔을 애플 마티니에 가까이 가져대었다.


루시의 표정이 장난끼 넘치던 표정에서 진지해진 걸 본 앤은 조금 손을 떨면서 술잔을 부딪혔다.



 " 네가 잘 꾸며준 덕분이야. "



 앤은 베시시 미소직고 다시 애플 마티니를 들이켰다. 


두 모금이 입을 타고 들어가고 그녀의 목이 두 번 움직였다. 


다소 급하게 잔이 내려갔다. 



 " 뭔 소리야? 나는 네가 꾸며 달라고 말해서 해준것 뿐이지 내가 직접적으로 뭘 한 적은 없어. 그것도 그 엘이라는 여자가 말해준 거잖아. "



 루시는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었다.


그녀로써는 보기 힘든 모습이지만 사실은 사실이고 인정할 것은 해야 했다. 



 " 그래도 난 루시 네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을 거야. 나 혼자서는 꾸미려고 해도 아무것도 몰랐는걸. " 



 앤은 멍하니 45도 각도 위의 천장을 보았다. 


지금 그녀는 그동안 자기 자신이 변하려고 했었던 노력을 떠올려보는 듯 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특히 평범한 여자에게는 별 것 아닐지도 모르지만 앤 하우스라는 여자가 도전하기에 머리핀을 달거나 귀걸이를 하는 것은 큰 도전이었다.



 " 초커는 다들 좋아하디? "



 루시는 지금도 앤의 목을 당당히 꾸미고 있는 초커를 가리키며 물었다.


오늘 그녀가 찬 것은 벨벳 가죽으로 되어 있는데다가 한가운데가 하트 모양의 장식이 새겨진 초커로써 루시와 앤이 산 3개의 초커 중에 마지막 초커였다. 


앤에게 초커란 이제 거의 삶의 일부가 된 듯 했다.


앤이 보지 못한 귀걸이도 하나쯤 챙겨 뒀는지 자신이 사 준 크리스탈 귀걸이가 아니라 살짝 푸른 빛이 도는 링이었다. 



 " 엘은 어울린다고 말해 줬어. 아이비 언니는 좋은 소리를 낸다고 했고. "



 " 좋은 소리? "



 " 침대 위에서......내...목소리. "



 " 아 그러냐...... "



 루시는 두 사람을 생각하기만 해도 얼굴이 더 붉어지는 앤을 보고 턱을 괴었다.  


사소한 것 하나에도 앤은 사랑을 처음 시작한 사춘기 소녀처럼 몹시 부끄러워했다. 


술의 힘인지 다소 민감한 이야기를 앤 스스로가 꺼냈다.


또한 루시의 정강이가 걷어차이는 일도 없었다.


루시는 천천히 눈치를 보다가 다른 이야기로 화재를 돌렸다. 



 " 버클달린 초커 사길 잘했지? " 



 " 응 뭐...나쁜 선택은 아니었어. 언니는 길이가 더 좋았으면 좋았을 것 같대. "



 앤은 작게 웃으며 긍정했다. 


술기운이 돌자 앤은 미소를 짓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졌다.


달아오른 홍조가 눈에 띌 만큼 확연히 보였고 처음에는 미세하던 그녀의 움직임이 이제는 둔해지고 있었다.


앤은 조용히 검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면서 에리카 앞으로 수줍게 잔을 내밀었다.


에리카는 잠시 앤의 표정을 살펴보다 한 잔을 더 준비해 주었다. 


이번에도 앤은 고맙다는 말과 함께 고개를 낮게 숙였다. 


그녀의 고개가 두 템포 늦게 올라왔다.


앤은 잔을 입에 대고 살짝 옆으로 술을 흘려 입에 넣었다.


이번에도 잔이 깊게 들어갔다가 다시 천천히 내려왔다. 


짧은 탄성이 앤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 그래서 어땠어? "



 " 뭐얼? "



 앤이 루시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비로소 루시는 직감했다.


앤의 몸에는 취기가 이미 일정 수준 이상 올라와 있었다. 


혀가 풀리려는 것은 그렇다치고 조금씩 그녀의 몸이 흔들렸다.


앤은 나름대로 평행을 잡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열기가 올라옴에 따라 그녀의 몸이 더더욱 흐트려졌다.


향수를 딱히 뿌리지 않았는데도 페로몬이 새어나오는 느낌이었다. 


때마침 음악이 바뀌었다. 이번에는 레이 찰스(Ray Charles)의 Hit the Road Jack이 재즈 바를 가득 채웠다.


잔잔한 음색의 여운에 잠기던 이들은 이제는 빠른 템포의 비트와 감미로운 목소리에 점점 빠져들어갔다. 


코러스의 풍부한 선율이 모든 이의 기분을 고양되게 만들었다. 



 " 섹스, 누구랑 하는게 더 좋았어? "



 앤은 다리를 즉시 움츠렸다. 


행여나 발끈한 앤이 또 다리를 걷어차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앤은 몸을 기울이다가 골똘이 생각하는 것처럼 두 손으로 턱을 받치더니 루시를 향해 베시시 웃었다. 


오히려 폭력적이기보다는 과하게 수동적이고 나태했으며 또한 솔직했다. 



 " 둘 다 좋았어... "



 " 정말~? 그럼 질문을 바꿔볼게. 누구 가슴이 더 좋았어? "



 루시는 들뜬 모습으로 두 손을 모았다. 


녹화나 녹음이 가능하다면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녀가 제정신일 때 이것을 들려준다면 이것만큼 재밌는 일도 없었다. 


앤에게 있어서 가슴은 중대 사항이었다. 


복잡한 표정이 된 앤은 생각이 잘 나지 않는지 무의식적으로 술에 손이 갔다.


길게 술을 넘기자 앤은 거의 한 입에 절반 이상이 되는 술을 비웠다. 


그 다음 앤은 심사숙고한 답을 들려주었다. 



 " 아이비 언니 가슴이 더 좋았어... "



 " 그래 그럼 그렇지. 앤 하우스가 큰 가슴을 두고 가긴 어딜 가, 확실히 영상이랑 사진만 봐도 봐도 커 보이긴 하더라 32의 G는 가볍게 넘을 것 같은데. " 



 " 아 근데 엘은 내 가슴 만지는거 좋아해. 그래서 엘도 좋아. 특히 여기 만지면서 여기도 만질 때는... " 



 교태로운 애교와 약간의 교성이 들렸다. 


루시는 이제 소름이 돋았다. 


단순히 흑역사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뭔가 방법이 잘못된 것 같았다.


자신은 들은 적 없는 귀여운 애교에다가 흐트러진 모습이 제곱으로 들어왔다.


이전에 루시는 앤이 너무나 밋밋해 여고생 하나 꼬시지 못할 거라고 말했지만 지금은 다시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 그녀는 30평생 업무에만 집중한 고지식한 영업사원도 홀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앤은 천천히 애플 마티니를 기울여 나머지를 털어내었고 탁자 위로 잔을 정중히 내려놓았다.


그러다 깔끔하게 정돈된 옆의 잔을 조금 건드려 버렸다. 


날카로운 소리가 나자 앤은 화들짝 놀랐는지 서둘러서 잔을 이쁘게 정리하려고 오밀조밀한 손을 움직였다. 


에리카는 자신이 하겠다면서 앤에게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었고 이번에는 용량을 조금 적게 담은 애플 마티니를 내어주었다.


아무래도 계속해서 앤의 취기가 오르는 모습을 그녀도 인식한 모양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앤은 자신의 잔의 내용물이 줄어든지도 모르고 고맙다고 연신 인사를 하면서 애플 마티니 잔을 집었다. 


한번에 너무나 많은 양을 마셔서 그런 것일까, 앤은 애플 마티니의 달콤함에 그녀 자신도 모르게 취해버린 모양이었다. 



 " 만지고 만져지는 입장인 거야? "



 " 응. 여기도 자국 났어. 볼래? "



 앤은 팔을 걷어서 배 아래부터 뒤집어서 상의를 들어올리려고 했다.


가게 안에는 아직 손님들이 많았고 그녀들 또래의 사람들도 있었다.


불현듯 놀란 루시가 그녀의 팔을 붙잡고 배 위까지 보이려던 앤의 팔을 무릎에 딱 붙여 주었다. 



 " 야야...조심해 조심해, 너 SNS에 한번 더 뜨고 싶어!? "



 " 으응? 아니... 이젠 싫어. "



 앤은 다소 늦게 그녀의 말을 이해하고 있었다.


졸리거나 술에 취했거나 할 때 앤은 점점 더 느린 속도로 대화 내용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루시가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는 않았지만 앤은 그 이상 묻지는 않았다. 


지고지순하게 애플 마티니 병을 붙잡고 소중한 신줏단지를 가지고 있는 양 미소지었다. 


루시는 그녀에게 질문하기를 포기했다. 


더 이상 물어봤자 지금 상태에서는 그녀의 치부만 드러나기만 했다.


그래도 앤은 웃고 있었다.


예전처럼 힘들기에, 외롭기 싫어서 짓는 웃음이 아니라 앤은 진짜로 웃고 있었다. 


비록 두 사람을 동시에 생각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어도 앤은 그런 과정마저도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루시로써는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약해보이던 여린 아이가 지금은 새로운 사랑을 키워가고 있었다. 



 " 그래도 행복해 보여서 다행이다. ' 그 일 때처럼 힘들어하지 않을까 했는데 학교다닐떄랑은 다르구나. "


 

 " 그 일? " 



 앤이 루시를 보았다. 


두 사람이 같이 지내온 시간은 매우 길었다. 


둘이서 함께하면서 좋은 일은 셀 수 없이 많았다.


반면에 나쁜 일 역시 셀 수 없을 만큼 많았고 어떻게 보면 두 사람의 관계가 아예 단절될 뿐한 일도 있었다. 


앤과 루시는 그 모든 일을 경험하고 이 자리에 이러한 사이로 만날 수 있었다.


잠깐 과거를 떠올렸던 루시는 별 거 아니라는 투로 기억을 잠시나마 잊었다.


앤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 같았지만 딱히 기억해내어 좋은 일은 아니었다.


최소한 앤에게 다시 말해야 할 필요는 없는 이야기였다. 



 " 아니 뭐...그런 일도 있었지. 지금 넌 즐거운 일만 생각해도 모자라, 그렇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히 말해야겠어. "



 루시는 앤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보았다. 


그리고 탁자 위에 놓아진 포크로 그녀의 가슴을 가리켰다. 



 " 너 그사람들 둘 다 좋아하지. "



 앤은 흐릿한 의식으로나마 그렇다고 고개를 두 번씩, 총 네 번 끄덕였다. 


루시는 진지한 표정으로 앤의 손을 붙잡았다.


그녀 인생에 이를 데 없는 진지함 중 하나였다.


새빨간 붉은 머리가 그녀의 어깨에 나부꼈다. 



 " 그럼 진짜 마음 독하게 먹어야 돼. 동시에 두 사람 사랑하는거 쉬운 일 아니야, 그리고 우리 나이도 언제까지만 어리다고 할 수 있는 나이도 아니고 결혼도 생각해야 해. 결혼도 두사람이랑 할 건 아니잖아. 니가 이대로 결혼 안한다면야 상관없지만...자칫 잘못하면 학교다닐때 ' 그 꼴 ' 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이왕 두 사람이랑 사랑하려면 각오 단단히 해야 해. "



 " 알겠어. "



 앤은 루시의 진심어린 충고에 대답했다.


루시는 앤의 대답이 뭔가 시원치 않았는지 취기에 찬 그녀에게 제대로 전해지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 그래 지금은 알겠지라고 말하겠지, 하지만 진짜 몰라. 침대에서 속삭이는 말들로 세상을 살 수 있었으면 - " 



 " 괜찮아. 꼭 언니를 사랑할 거야, 엘도 사랑할 거야. "



 앤은 루시의 말을 자르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지금까지의 취기가 믿겨지지 않을 만큼 그녀의 마음을 묻는 질문에는 진지하게 응답해 주었다. 


그리고 어떻게든 해내겠다는 기백을 보여 주었다.


예전이라면 믿지 않았겠지만 앤은 스스로가 많은 변화를 보여 주고 있었다.



 " 한잔 더 주세요. " 



 앤은 루시를 내버려 두고 마지막 잔을 비운 뒤 에리카에게 잔을 또 내밀었다.


에리카는 짐짓 염려되는 표정으로 가볍게 잔을 받아들었다. 



 " 오늘은 좋은 날이지만 내일도 좋은 하루가 되기 위해서는 적당히 먹는 게 좋지 않겠어요? " 


 

 " 그럼 마지막 잔으로 할래요. " 



 앤은 귀엽게 윙크를 하면서 딱 1잔만 달라는 제스추어를 보넀다.



 " 에리카 그만 줘. 앤 지금 좀 많이 취했어. "



 " 나 안...취했거드은! "



 루시가 술을 주려는 에리카를 저지하자 앤은 자신이 안 취했다며 주먹을 쥐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그 순간 앤의 몸이 크게 기울었고 앤은 휘청거리면서 탁자에 엉덩이를 걸치게 되었다.


그녀 자신도 모르게 옷이 내려가자 앤은 옷을 끌어올리면서 부끄러운 미소를 지었다.


몇 명의 사람들이 슬쩍 앤을 보고 눈길을 황급히 돌렸다.



 " 일단 앉아 앉아. "



 루시는 앤을 재빨리 다시 원래 자리에 앉히고 심호흡을 했다.


지금부터 루시는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다. 


앤은 루시가 잠시 정신을 판 사이 루시의 술까지 마셔 버렸고 이제는 완전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여자가 되었다.


앤은 자리에 앉아서 자신의 주머니에서 어렵게 휴대폰을 꺼냈다.


그렇지만 미끄러운 손가락이 자꾸만 패턴을 틀리고 정작 앤의 몸도 흔들려서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았다. 



 " 안 풀려... "



 " 내가 해줄게 내가, 뭐할려고? 뭐해주길 원하는데? "



 루시는 앤의 휴대폰을 빼앗고 홀드 버튼을 눌러 해제했다. 9개의 패턴 무늬가 나타나고 루시는 슬쩍 앤에게 물었다. 


앤은 고개를 푹 숙이다 자신이 하려던 말을 이야기해 주었다.  



 " 언니...에게 전화...언니가...걱정해... "



 앤은 언니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연락해야 한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문제는 루시는 그녀가 말하는 언니가 누군지 모르고 그 언니의 번호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답답해진 루시는 앤의 머리칼을 흔들면서 귀에다 대고 바에 방해되지 않을 선에서 소리를 크게크게 내어 물어보았다. 



 " 뭐라고 저장되어있는데 이년아! "



 " 사랑스러운 우리 언니..... "



 앤은 온 몸에 닭살이 오르는 걸 꾹 참고 앤의 손가락으로 패턴을 밀었다.


패턴은 L 자 모양, 안 봐도 뻔했다. 


그런 다음 전화호부에서 앤이 말하는 사람을 검색해서 전화를 걸었다.


루시는 아무래도 앤을 서둘러 집으로 돌려보내야 할 것 같았다.


잠깐 동안의 통화 수신음이 들리고 곧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 여보~ "



 낮고 간드러지는 목소리였다. 루시는 최대한 사심을 배제하고 오해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여행사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투로 무장한 뒤 상대방에게 자신의 용건을 알렸다. 



 " 앤의 핸드폰으로 갑자기 연락드려 죄송합니다. 여기 그 3번지에 있는 재즈바인데요. 저는 앤의 학교 친구 루시 데자이어라고 합니다. 오늘 앤이랑 술을 좀 마셨는데 앤이 많이 취한 것 같아요, 우리 앤의 연인이라 들었는데 실례가 안 된다면 앤을 좀 데려가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앤을 도저히 업고 갈 자신이 없어요. "



 " ......금방 가죠. " 



 상대방은 사무적인 어조로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번호부에 뜨는 이름이 아니었다면 맨 처음에 전화한 사람과 두 번째로 대답한 사람이 같은 사람임을 절대 믿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루시는 앤의 머리를 매만졌다.


그러자 앤은 루시의 가슴을 껴안으면서 고개를 밑으로 숙였다.


단순히 껴안는 것만이 아니라 다소 노골적으로 앤의 한쪽 손은 루시의 가슴을 움켜쥐려 하고 있었다. 


루시는 한 손으로 앤을 밀어보려 했지만 아무 소용도 없자 결국 앤을 내버려 두기로 했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앤에게 가슴을 내준 채로 술잔을 기울였다. 



 " 얼굴은 순진하게 생겼는데 성희롱을 잘 하는 친구네? "



 에리카의 평가였다. 


하지만 루시는 정말 별 거 아니라는 양 에리카의 얼굴을 보았다.



 " 옛날부터 술버릇이 이래. 자기 주량 생각 안하고 미친듯이 마시다가 취하게 되면 꼭 누구 가슴을 껴안더라. 어휴. 다른 사람을 대신해 내가 희생해 주는 거지. " 



 " 상냥하네 루. "



 에리카가 잔을 바꾸어 주며 말했다.


루시는 슬쩍 손을 들고 눈가를 눌렀다가 손을 떼었다. 



 " 질투해 에리카? " 



 " 그런 걸 하기에는 난 너무 나이를 먹었어. "



 에리카는 자조적으로 대답했다. 



 " 우리 에리카만큼 아직도 한창인 사람이 어딨어? "



 루시는 그런 소리 하지 말라는 양 고개를 저었다. 



 " 그런 식으로 내 기분을 띄워줄 생각일랑 하지 마. 어차피 오늘도 나 가게 닫을 때까지 기다릴 셈인 거지? " 



 " 왜 안 돼? "



 " 아냐,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해 루. " 



 에리카는 퍽 쉽게 루시의 부탁을 허락해 주었다. 


루시의 연락이 있고서 15분이 채 지나지 않아 바의 문 앞에서 턱턱거리는 소리가 났다.


바의 문이 열리고 키 큰 미녀가 안으로 들어왔다. 


푸른 눈을 가진 미녀는 주변을 둘러 보면서 열심히 누군가를 찾았다.


다행히 가장 먼저 그녀를 알아본 앤이 의자에서 내려와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 언니다아...! "



 앤은 종종걸음으로 아이비에게 안겼고 까치발을 아주 높게 들어 입술을 맞추려고 했다.


아이비는 가볍게 앤과 키스했고 혀로 그녀의 치아를 톡톡 건드려 준 다음 두 팔로 꼭 껴안았다.


평소에는 전혀 나오지 않을 것 같았던 비음이 앤에게나 아이비에게나 두 사람 모두에게 새어나왔다. 



 " 우리 여보 왜이렇게 많이 마셨을까~? 응? "



 " 에헤헤. 기분 좋아서... "



 " 우리 여보 기분 좋았어? " 



 " 네에. "



 " 여보가 기분 좋았으면 나도 좋아요. " 



 앤은 수줍은 웃음을 지으면서 아이비의 몸에 가까이 기대었다.


아이비는 행여나 앤이 넘어질까 봐 그녀의 애교를 받아준 다음 그녀를 천천히 들쳐멜 준비를 했다.


계속 얼굴을 비비고 싶어하는 앤을 위해 아이비는 손 한 쪽을 빌려주었고 앤은 그곳에 계속해서 천천히 볼을 비볐다.



 " 연락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아이비는 갑자기 사무적인 얼굴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루시는 이 사람의 180도 다른 태도에 깜짝 놀랐지만 사랑이라는 이름의 힘이 주는 것이 무엇인지 아니 그렇게 놀랄 만한 일은 또 아니었다. 



 " 네 잘 좀 부탁드려요, 여기 앤 핸드폰이요. "



 루시는 앤의 휴대폰을 아이비에게 넘겨주었다. 


앤이 거의 아이비에게 기대다시피 하고 있으니 여윳손이 남지 않아 


아이비의 외투 주머니에 넣어두는 것으로 대신했다.


루시는 그 다음 작은 메모지에 그녀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적어 아이비에게 건네었다. 



 " 조만간 찾아뵐 일이 있을 것 같아요. 제 번호는 이거니까 다시 연락 드릴게요. "



 " 뭐 때문이죠? "



 아이비가 번호를 받아들고 물었다. 



 " 앤에 관한 일이에요. 당신이 앤의 연인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게 있어서요, 물론 그 엘이라는 사람도 알아야 하죠. " 



 " 알겠습니다. "



 " 조만간 자리를 만들게요. 꼭 와주길 바래요, 당신이 앤을 사랑한다면. " 



  아이비는 앤의 엉덩이를 힘껏 잡아 올리고 자세를 고쳐서 바를 빠져나갔다. 


이윽고 앤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 루시는 큰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술잔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술잔은 아까 전, 앤이 먹어버린 뒤 깨끗해졌다.


루시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에리카에게 한 잔을 더 주문해야만 했다.


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어딘가 마음이 허전해지면서 시원해진 느낌이었다.



 " 한잔 더 줘 에리카. "



 " 너도 취하는 거 아니야? "



 " 그럼 네 방 안에서 자고 가지 뭐. " 



 " 너나 네 친구나 유유상종이구나. "


 

 " 방 비지? "



 " 오늘은 아침까지 같이 있어 줄게, 하지먄 아침엔 떠나야 해. "



 " 괜찮아. 세 번은 거뜬해. "



 " 젊어서 좋구나. " 



 에리카는 루시에게 한 잔을 올려주었다.


루시는 술을 천천히 들이켰다.


아름답고도 달콤쌉싸름한 이 냉기, 냉기는 곧 열기로 화하고 취기가 오른 루시에게도 앞으로 그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똑똑히 알려주었다.



 " 그나저나 일이라니, 저 친구에게 무슨 일 있었어? "



 에리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에리카는 현명하고 신중하다, 함부로 누가 될 만한 것은 물어보지 않았다.


그러나 루시는 가볍게 술잔을 기울이며 대답했다.



 "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어른이 되다 만 소녀들끼리 싸운 거야. 애들 장난이지. " 



 잔은 깨끗히 비워졌다. 그리고 잔에 그녀의 얼굴이 반사되었다.



 " 그렇지만 그걸 말해야 한다는 거고? "



 " 모든 이들은 알아야 할 권리가 있잖아? 난 그걸 말해주려는 거지..... "



 루시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그녀 역시도 두 사람의 열기에 취한 모양이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다음 화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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