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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아다시마] 손편지를 받고 싶은 아다치-2앱에서 작성

EASTpin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0.25 15:53:21
조회 532 추천 27 댓글 15
														



집에 들어가기 전에 근처 문구점에 들려 편지지를 샀다.
작은 가게였기 때문에 조금 미심쩍었지만 다행히 내가 보기에도 예쁜 것이 있었다.
시마무라와 만난 뒤로는 대부분의 지출이 시마무라하고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니, 생각해보니 확실하다.
꽤나 많은 물건을 산 것 같은데도 줄어드는 것 보다 느는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평소의 내 소비생활이 어떤 느낌인지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쌓인 돈은 학생 치곤 상당한 액수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대부분 시마무라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보통 사람은 기본적인 생활에 쓰이는 것 말고는 취미에 돈을 쓰는 법일텐데, 그렇다면 내 취미는 시마무라인 걸까?

"취미 특기 시마무라."

멍하니 한 번 말해봤더니 부끄러워 졌다.
귀에 열이 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취미는 알겠지만 특기는 뭐란 말인가.
곰곰히 생각해 봐도 특기가 시마무라라고는 자신감 있게 말하지 못 할 것 같았다.
...그런 걸 자신감 있게 말하는 사람이 이상한 거겠지만.
하지만 어쨌든 마음 속으로는 '특기 시마무라'를 목표로 하고 싶다.
그게 정확히 어떤 건지는 나중에 생각하도록 하자.
적어도 그 한 걸음으로서 지금 작문을 해야만 한다는 것은 아마 확실하다.
나는 뺨을 착착 두드린 뒤에 책상에 편지지를 두고 앉았다.
분명히 몇 번은 다시 써야 할 테니 편지지는 여러 장 샀다.
그러니 필요한 것은 마음의 준비이다.

"......."

샤프를 집어들었다.
그 뿐이다.
뭐라고 써야 하지?

"우, 우선..."

「시마무라에게.」

"음..."

뭔가 부족한 것 같아서 지우개를 집어 슥슥 지웠다.

"..."

너무 눌러썼는지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버렸다.
쳐음부터 실패작이 된 편지지를 옆으로 치워 버리고 새걸 꺼냈다.
이번엔 너무 꽉 눌러 쓰지 않도록 노력했다.

「정말 좋아하는 시마무ㄹㅡ」

툭, 하고.
샤프심이 부러져 버렸다.
손끝에 지나치게 의식했더니 힘이 이상하게 들어가기라도 한 모양이다.
편지지는 샤프심이 부러진 부분에 지울 수 없는 점이 찍혀진 상태였다.

"..........."

샤프와 망친 편지지를 치워 버리고 볼펜과 새 편지지를 꺼냈다.
이러면 고칠 수 없겠지만 샤프로 쓰는 쪽이 더 많은 종이를 버리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기일전이다.
나는 펜을 집어들어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였다.

「정말 좋아하는 시마무라에게.」

좋아.
성공적으로 첫 문장을 완성했다.
이제 다음 줄을 쓰기 위해 손을 조금 움직였다.

"................으윽."

번졌다.
마르지 않은 잉크를 손으로 약간 문질러 버린 탓이다.
자신이 왼손잡이라는 사실이 이토록 원망스러웠던 적은 없었다.
또 다시 망쳐버린 편지지를 구겨버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방의 어딘가에는 있을 유성볼펜을 찾아서.

-

편지를 몇 번이나 고치느라 그리 자지 못 해 정신이 조금 몽롱한 가운데 점심시간에 시마무라에게 편지를 받았다.
나도 건넸으니 교환했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당장이라도 열어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집까지 왔다.
시마무라가 집에서 읽어볼 생각인 것 같았기에 타이밍을 맞추고 싶었다.
이제 봉투를 개봉 할 일만 남았지만, 그 전에 시마무라에게 연락을 하고 싶어졌다.

「도착했어?」

문자를 보내자 곧바로 답장이 왔다.

「응~ 아다치는?」

「나도. 이제부터 읽어볼 거야.」

그렇게 보낸 뒤에, 답장이 오기 전에 다시 한 번 보냈다.

「전화해도 돼?」

그러자 답장 대신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응. 왜~?]

"응. 아, 같이 읽을까 싶어서."

[편지를?]

"응."

[......]

시마무라는 잠시 대답이 없었다.
불안한 기분이 들기 시작하던 찰나에 시마무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으음~ 나는 아다치의 편지를 집중해서 읽어보고 싶은데.]

"아."

하, 하긴.
시마무라도 나에게 편지를 받고 싶다고 했었으니까, 느긋하게 읽고 싶은 거구나.
귀가 약간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혼자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지, 집중해서 읽을게. 시마무라의 편지."

[하하.. 거창한 건 못 썼지만 말이지.]

거창하지 않아도 돼ー 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시마무라가 다음 말을 하는 것이 더 빨랐다.

[그럼 감상은 서로 내일 들려주자.]

"으, 응."

그 뒤 간단한 인사가 이어지고 통화는 끝났다.
조금 아쉬웠지만 이제부터 시마무라의 편지를 읽는다는 기대감도 차올랐다.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일 얘기할 감상을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는 자세를 바르게 하고 조심스레 편지를 꺼내들었다.

-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전화를 켜두고 편지를 같이 읽자니.
그건 역시 부끄럽다.
배짱이 없는 아다치지만 이런 때에는 용기가 생기곤 한다.
나는 앉아서 아다치의 편지봉투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편지를 받은 것은 점심시간 이었다.
"여, 여기."라며 아다치가 내민 것은 진한 파란색 바탕에 흰 무늬가 들어간 편지봉투였다.
지금까지의 아다치의 컬러 초이스를 생각해 보면 안쪽의 편지지도 같거나 비슷한 무늬겠지.
아마 내가 따로 말하지 않는 이상 아다치가 나에게  주는 것은 대체로 파란색일 것 같았다.
편지를 받고서 나도 바로 내 편지를 건네줬는데, 내가 고른 건 따뜻한 배경색에 작은 동물 무늬가 들어간 모양이었다.
어느 쪽이냐고 하면 여동생 취향인 것 같지만 들렸던 가게에선 그게 제일 귀여워 보였으므로 어쩔 수 없었다.
받아든 아다치가 기뻐보였으니 문제는 없겠지.
받은 편지를 그 자리에서 열어보는 것도 정취가 없으므로 고이 가방에 넣어 뒀는데, 수업시간에 연애편지... 라고 해야 겠지?
아무튼 그걸 몰래 읽을 배짱은 없었으므로 예쁜 파란색 편지봉투가 개봉되는 순간은 방과후로 미뤄졌다.
어제 밤에 책상에 앉아서 꽤나 길게 고민해 본 결과 나는 특별한 건 쓰지 못 했다.
그냥 평범한..
아니 평범하다고 짐작되는 연애편지의 양식이라고 생각한다.
좋아한다.
앞으로도 함께 지내고 싶다고 생각한다.
이 정도의 내용이다.
강렬한 한 방이 없는 건 조금 아쉽지만, 거짓말은 쓰지 않았으므로 양심이 찔리지는 않는다.
사실 쑥스러워서 그 이상의 것은 쓰지도 못 할 것 같다.

"음~"

뭐.
이미 줘 버린 편지에 대해 생각해 봐야 바뀌는 것은 없다.
중요한 것은 당연히 받은 편지 쪽이다.
예쁜 편지봉투를 집어 들었다.
구겨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내용물을 꺼내 들었다.
그리곤 시선을 잠시 돌렸다.
잠시 자기 점검의 시간이다.
아다치가 어떤 내용을 썼을 런지.
그것은 예측 불능이다.
고민끝에 나처럼 안정성을 택했을 지도 모르지만 역시 강한 열이 담겨 있을 것 같았다.
만에 하나,  '너무사랑해사랑해사랑해시마무라결혼해줘해줘사랑해시마무라사랑'
같은 문장이 써있으면 어떡하지?
그런 일은 없을 것 같긴 하지만 가능성이 0이라고 단언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여기서 안 봤다며 넘기는 것은 말도 안 되기 때문에 안 본다는 선택지는 없다.
아니 애초에 나도 아다치의 편지가 궁금하다는 마음이 강하다.
조금 각오를 다지고, 눈을 편지로 돌렸다.

「정말 좋아하는 시마무라에게」

좋아.
폭신폭신하고 좋은 시작이다.
입가가 누그러지는 것이 느껴졌다.
역시 조금 부끄럽지만, 만화를 읽은 경험에서 미루어 보아 여자친구가 준 편지라는 건 다 그런 법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뒤로는 생각보다 평범한 내용들이 쓰여 있었다.
체육관 2층의 얘기부터 수학여행 때의 얘기까지.
아다치 나름대로 노력하고 고민해서 썼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지는 문장들이었다.
그리고 긴 문자열의 마지막에, 의도적으로 꾹꾹 눌러 쓴 듯한 한 줄이 보였다.

「사랑하는, 아다치가.」

마음속에 조금 온기가 번지는 것이 느껴졌다.
방이 더운 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아다치가.
사랑한다는 뜻일까?
사랑받는다는 뜻일까?
전자는 확실하지만 후자는.
내가 아다치를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아마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랑하느냐고 물어보면...
뒤로 스르륵 쓰러져 누웠다.
다리를 조금 파닥이며 움직였다.
가슴에 남은 온기와, 아마 조금 빨라진 고동과ー 약간의 후회가 느껴졌다.

"...다시 써야겠어."

이번엔 나도, 마무리에 잊을 수 없을 문장을 담아서.
'사랑하고 싶은, 시마무라가.'
그래.
좋은 마지막 문장인 것 같다.


--

앞으로도 아다시마 팬픽을 종종 올리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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