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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소전)레즈총수공공재시키칸보고싶다 뒷이야기 보고싶다앱에서 작성

카잘린(175.195) 2021.02.21 20:37:05
조회 3037 추천 44 댓글 10
														

2018년 미완글 어젯밤보다가 잤는데 망상이 떠오르는 거 못 참겠더라
원글: <레즈총수공공재시키칸보고싶다.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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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이 FAL에게 그날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후, 기지의 인형들이라면 모두 미묘한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지휘관이 일반 인형들에게 머리카락 하나라도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은 변함없었지만

똑똑

"36?"

"네 G36입니다 지휘관님. 레이디 그레이 차를 타왔는데 실례가 안 된다면 들어가도 될까요?"

"...들어와"

"지휘관님이 저번 얼그레이 차는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하셔서, 이번엔 시트러스를 가미한 홍차랍니다. 부담없이 즐기실 수 있을 거에요."

G36은 사뿐히 찻잔과 찻주전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향긋한 홍차향에 부디 지휘관이 안정되었으면 한다라는 개인적 소망은 굳이 덧붙이지 않았다. G36은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의기소침한 지휘관을 보면 마음이 편치 못했다.

"고마워. 레이디 그레이라고 했지? 이거는 정말 괜찮다. 향도 내 취향이야"

"후후 지휘관님이 마음에 들어하신다니 저도 기분이 좋네요."

지휘관은 차기 작전을 위해 읽고 있었던 정찰 보고서를 잠시 내려놓고 뜨거운 홍차를 찬찬히 음미했다. G36은 가만히 홍차를 음미하는 지휘관을 지켜보고 진심으로 흡족해하는 표정에 뿌듯함을 느꼈다.

"그리고 이번 분기 전 그리폰&크루거 지부 중에서 유일하게 무사고•무손실 달성하신 것 축하드립니다 지휘관님. 지휘관님의 훌륭한 지휘실력에 감복한 인형이 셀 수 없이 많답니다."

".... 진짜로?"

"넵 지휘관님. 네게브 씨나 톰슨 씨도 감탄했고, 97식도 인싱깊었다고 말했습니다. 단지..."

"단지..?" 지휘관은 97식이 한 말이 떠올라 살짝 움츠러들지 않을 수 없었다.

"단지... 지휘 능력 외적으로, 사람으로서 지휘관님을 알 기회가 적어 아쉽다고도 말했습니다."

"아..."

"마음에 담아두실 필요는 없습니다 지휘관님. 지휘관님이 저희의 안전을 위해 완벽한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데에 온 신경을 기울이고 계신 걸 알고 있으니"

"그, 개별면담이라는 걸 진행해볼까 하는데..? 36은 어떻게 생각해...? 아니면 간담회 같은 형식으로 여러 명 모아서..." 우물쭈물하던 지휘관은 결국 G36의 말을 끊고 자신의 생각을 꺼냈다.

"지휘관님...!" 지휘관의 발언에 감격한 G36은 정신차리고 보니 자신이 지휘관의 손을 붙잡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늘 드디어 관계 발전의 실마리를 엿본 거 같은 기분에 손이 앞장선 모양이었다.

"아아 근시일은 무리고! 좀 더 마음을 준비를 한 다음에... 그러니 벌써부터 들뜨지는 말아줘" G36의 감탄에 놀란 지휘관은 살짝 발을 뺐다. 그래도 인형들과 관계를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 스프링필드와도...

"괜찮습니다 지휘관님. 지휘관이 저희를 위해 결심해 준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 36덕분이야. 36이 없었다면 아마 평생 인형에 대해 오해하고 살았을 것 같아. 사회에서 마주한 그 어떤 인간보다도 순수하고 사려 깊은데... 바쁠텐데 홍차도 타주러 와서 고마워. 찻잔은 다 마시면 내가 치울테니 이만 가봐도 좋아."

"그러면 좋은 하루되시길 바랍니다.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응 그래... 36도 좋은 하루 보내길 바라"


"넵 지휘관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G36은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마침내 지휘관과 인형들 간의 얽히고설킨 관계가 발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 콧노래가 흘러나오지 않는 게 오히려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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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문을 닫고 지휘실을 나가는 길에 Mk48과 몇몇 인형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G36 기분좋아 보이네...?"

"후후 많이 티나나요?"

"...."

"요즘 G36은 정말 지휘실을 많이 들락날락하네?"

"G36은 그 차가운 지휘관이 뭐가 좋다고 그렇게 챙겨??"

"... 본인도 잘 모르고 계시지만 지휘관님은 실로 무척 따듯하신 분이에요. 아직 제대로 우리와 허물없는 교감할 기회가 없었을 뿐입니다. 시간이 된다면 여러분도 아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G36은 근래 지휘관 케어에 치중하느라 지휘부에 돌아다니는 소문을 신경쓰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인형들의 묘한 반응에서 어색한 점을 눈치채지 못했다. 단지 시계가 정각을 가르키기 직전인 것을 보고 남은 업무를 해결하고자 인사말을 꺼냈다

"그러면 이만 업무를 위해 가보겠습니다."

"아아 우리가 바쁜 몸 붙잡고 있었네. 미안. 잘 가고 업무 끝나면 푹 쉬어!"

"넵 여러분들도요"

아까의 미소를 잃지 않은 채, G36은 근무공간으로 이동했다. 그런 G36을 뒤에서 바라보다가 Mk48가 말을 꺼냈다.

"젠장 대체 얼마나 지휘관이 끝내주면 저 G36이 저 반응이지? 그리고 대체 그 지휘관은 왜 G36만 부르는 건데"

"Mk48, 정말 지휘관과 G36이 그렇고 그런 관계일까?"

"우리는 지휘관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어. 근데 스프링필드는 분명히 지휘관의 목을 조르고 있었지. 지휘관의 직접 명령 없이는 절대 가능하지 않아. 그리고 오늘 G36의 표정을 봐. 감정을 주체 못하고 있잖아?그래도 모르겠어?"

"그치...."

"우리 인형을 철저히 무시하면서도, 그런 성벽을 못 참아 마조히스트 명령을 내리는 지휘관이라니... 인간은 참 이율배반적이라니까. 상상만으로도 흥분됐는데 이렇게 확인하니 참기가 너무 힘들네♡ 우후후"


----


G36의 권유로 지휘관은 그동안 감청장치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오늘 오랜만에 감청장치를 이용하고자 했다. 감청장치로 남의 이야기를 엿듣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자신에 대한 소문이 긍정적이라는 G36의 말을 두 귀로 직접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휘관은 감청장치를 통해 관계가 개선되고 있다는 믿음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지휘관은 자신의 공적에 대한 칭찬은 들을 수 없었다. 오히려 인형들의 대화 주제 태반은 스프링필드와 지휘관의 그날 사건, 그리고 지휘관의 변태적 취향에 대한 이야기들 뿐이었다. 진실을 알지 못한 채 자신을 매도하는 이야기들도 견디기 어려웠으나, 진정으로 두려운 것은 지휘관을 잡아먹고 싶다는 인형들의 욕망이었다. 이는 스프링필드가 자신의 목을 조르던 당시 기억과 중첩되서, 지휘관은 숨조차 제대로 내쉬기 힘들었다.

애초에 기대를 했기 때문일까? 지휘관은 인형들이 입에 올렸던 어두운 욕망에 심장이 쿵쿵대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머리 속에서 떠오르는 가능성들에 아찔했다.

사실 G36이 그동안 보여준 모습도 위선이었건 것 아닐까? 앞에서 걱정하는 모습 뒤로는 자신에 대한 비웃음만이 가득한 거 아닐까? 앞과 뒤가 다르고 일생의 목표가 타인의 공적, 내 실적을 등쳐먹는 것인 그 위선자들처럼? 아니야 아니야 36은.... 36만은... 적어도 36은 그러지 않아. 그래서는 안 돼....

"아흑... 분명 36하고 FAL이 입단속했다고 말했는데... 근데 왜 대체 왜 어떻게 다른 인형들이..."

지휘관은 눈물을 흘러나오는 것을 참지 못하고, 그날밤 침대 구석에서 편히 자지도 못한 채 두려움이 자신을 잠식하는 것을 발견했다.


----


"지휘관이 알린다. 당장 G36은 지휘실로 지금 즉시 올 것"

G36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침 일찍 업무 시간 이전이거니와, 지휘관이 자신을 먼저 호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G36 언니 이게 무슨 일이래?" G36C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놀랍다는 목소리였다.

"그러게. 아무튼 지휘관 호출이니까 지금 갔다올게 이따가 봐."

G36은 혹시 밤사이에 지휘관이 오늘당장부터 면담을 진행하기로 작심해서 서두르는 것을 아닐까 기대했다. 한껏 부푼 기대에 G36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G36이 서둘러 지휘실로 이동하는 것을 보는 인형들 중, 개중에는 탐탁치 않은 시선으로 G36을 지켜보았다.

지휘실에 노크하고 들어간 G36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와 마주했다. 지휘관의 안색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점차 호전되고 있었던 지휘관은 온데간데없이 불안에 좀먹힌 나약한 인간 하나만이 있었다.

"지휘관님... 안색이..."

"36... 부탁인데 오늘내내 계속 지휘실에 있지 않을래? 아 그리고 밤엔 내 방에서 같이 자지 않을래..? 잠자리 걱정은 안 해도 돼. 그 내가 간이 침대에서 잘테니 넌 불편할 일 없으니까... 응?"

앞과 뒤가 다르다면, 뒷면을 뒤집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24시간 내내 앞면만 본다면, 진실이 어떠하든 본질이 어떠하든 그 위선적 면모를 볼 필요도 가능성도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G36을 24시간 붙잡아두는 선택이야말로, 실체 없는 소문에 거대한 불꽃을 촉발할 것을 지휘관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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