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그림을 어른들에게 보여주면서 내 그림이 무섭지 않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들은 "상자가 뭐가 무섭다는 거니?" 하고 대답했다.

내 그림은 그냥 상자를 그린 게 아니었다. 그것은 파멸수호병 두 마리를 삼킨 육식 보물상자였다.

그래서 나는 어른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상자의 속을 그렸다.

어른들은 언제나 설명을 해주어야만 한다.

어린 사제가 만난 네 번째 상대는 드루이드였다.

그 사람은 어찌나 바쁜지 어린 사제가 도착했을 때도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당신 밧줄이 타고 있군요." 어린 사제가 말했다.

"동전에다 원기회복을 더하면 둘, 생물학 프로젝트하고 과부꽃 종묘상을 더하면 여섯, 거프에 첨벙첨벙새끼용을 더하면 아홉. 따스한 햇볕이 당신의 얼굴을 비추길. 과성장 둘에 영능을 더하면 열 다섯, 수렁수호자에 육성을 더하면 열 아홉. 대지모신께서도 자랑스러우실 거예요. 휴우! 그러니까 5억 1백 6십 2만 2천 7백 3십 1 방어도가 되는구나."

"뭘 하고 있어요?" 빈 덱 한 무더기와 카드가 가득 차 있는 덱 한 무더기를 앞에 놓고 말없이 앉아 있는 게임꾼을 보고 어린 왕자가 말했다.

"하스스톤을 하고 있지." 침울한 표정으로 게임꾼이 대꾸했다.

"왜 하스스톤을 해요?" 어린 왕자가 그에게 물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야." 게임꾼이 대답했다.

"왜 스트레스를 받는데요?" 측은한 생각이 든 어린 왕자가 물었다.

"마음대로 안 되는 일이 있어." 머리를 숙이며 게임꾼이 대답했다.

"뭐가 마음대로 안 되는 데요?" 그를 돕고 싶은 어린 왕자가 캐물었다.

"하스스톤이 내 마음대로 안돼!" 이렇게 말하고 게임꾼은 침묵을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