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곳을 그렇게까지 해서…
이 “총원 옥쇄하라!”라는 이야기는 90%가 사실입니다.
다만, 이야기에서 참모는 유탄에 맞아 죽는 것으로 그렸지만, 실제로 참모는 적절한 때에 요령 좋게 도망쳤습니다.
이야기 속에선 모두가 죽었지만, 실제로는 80명 정도 살아남았습니다.
애초에 같은 섬에서 “우리는 나중에 죽을 테니 너희가 먼저 죽어라”라고 말해본들 쉽게 죽을 수는 없는 법입니다.
“옥쇄”라는 건, 어디에서든 그렇겠지만, 반드시 생존자가 있습니다.
뭐, 펠렐리우 섬* 같은 곳에선 생존자가 극히 적었는데, 이게 모범이 되어버려, 라바울에선 펠렐리우의 뒤를 이으라는 소리가 자주 나왔습니다.
그야 펠렐리우 섬 같은 섬에서 전원 한꺼번에 죽을 수만 있다면야, 옥쇄는 성공합니다.
라바울의 경우, 후방에 10만 명의 병력이, 멀쩡히 편하게 잘 있는데도, 그 전방부대 500명의 병사(실제로는 3, 400명)에게 가서 죽으라고 명령해봐야, 도저히 병사들 전체가 이해하고 동의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군대에서 병사는 양말 같은 소모품과 같은 취급을 받아 지나가는 “고양이”보다도 취급이 나을 게 없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죽음”을 앞에 두면, 알게 됩니다. 역시 인간이라고. “한 치의 벌레에게도 닷 푼의 혼이 있다(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말이 있어, 부대 전체의 암묵적 동의 없는 말뿐인 명령만으로, 옥쇄는 성립할 수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27살의 신임 대대장은 훌륭한 개인이었을지 모르나, 500명에 가까운 인간의 의지를 통솔하기에는 너무나 치기 어렸습니다.
그걸 지휘했던 것은 대대장이라기보다는, 지령을 내린 “참모”였습니다. 라바울 10만 장병에게 “그곳에서 죽어라”라고 했던 것이 사단장의 방침이었으니, 그 본보기로 삼고자 옥쇄를 시킬 생각이었을 겁니다.
장교, 부사관, 말, 다음이 병사라는 순위에서 볼 수 있듯이 병사는 “인간”이 아닌 말 이하의 생물 취급을 받았는데, 저는, 옥쇄로부터 살아남은 것은 비겁한 행동이 아닌, “인간”으로서 마지막까지 저항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는 마지막에 전원 사망으로 끝을 냈지만, 원래는 마지막 남은 한 명이 옆 진지의 연대장에 보고하는 것으로 끝내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길어지게 될 것 같아, 모두 옥쇄에서 죽는 것으로 마무리했는데, 실제로 옆 진지를 지키고 있던 혼성(混成) 3연대장은 이 옥쇄를 전해 듣고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런 곳을 대체 왜, 그렇게까지 해서 지켜야 했나?”
저는 그것을 듣고는, “후핫”하는 허탈한 한숨 같은 것이 나올 뿐이었습니다. 그런 곳을 그렇게까지 해서……, 이 얼마나 허탈한 말인지, 죽은 자(전사자)는 말이 없습니다. 이 전기물을 쓰는 동안 내 안에선 도무지 오갈 길 없는 분노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 전사자의 혼이 그리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991년 8월
미즈키 시게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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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펠렐리우 섬 전투 : 약 10,900명의 일본군이 옥쇄 공격하여 10,695명 전사, 202명의 포로를 남긴 전투
1991년판 총원 옥쇄하라에 실린 이후로 모든 판본에 실린 미즈키 시게루의 후기 수필.
그 후 해외에 출판될때도 전부 번역되었던 명문인데, 이번 AK정발에는 실리지 않았기에, 이렇게나마 올림.
어떻게 이걸 안 실어줄 수가 있지...
다른 갤에서 퍼왔는데 출판사에서 번역 안해준 작가의 말이라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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