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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카라스마 쿠미코는 무녀가 아니다 2화 번역

스화리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2.12 21:3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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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사외전 번역 모음 - https://gall.dcinside.com/m/yuyuyu/53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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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사외전 제 3장 카라스마 쿠미코는 무녀가 아니다


제 2화 - 벚나무 한 그루 봄을 등지니 낌새이리라



저 멀리 작은 거리에 가난한 집이 있다.

창문이 하나 열려 있고, 식탁에 앉아 있는 부인이 보인다.

얼굴은 말라비틀어지고 피곤해 보인다.

그녀의 손은 거칠고 바느질 바늘로 인해 상처가 나서 빨갛게 변해 있다.

그녀는 바느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부인은 새틴 가운에 도깨비꽃을 자수하려고 하고 있다.

그 가운은 여왕의 가장 예쁜 시녀가 다음 무도회에 입게 될 것이다.


그 방 구석의 침대에는 어린 아들이 병으로 누워 있다.

열이 나고 오렌지가 먹고 싶다고 한다.

엄마가 줄 수 있는 것은 강물밖에 없어서 아이는 울고 있다.

제비야, 제비야, 작은 제비야.

내 칼자루에서 루비를 꺼내서 저 여인에게 주면 안 되겠니?

두 다리가 이 받침대에 고정되어 있어서 나는 갈 수 없단다.


오스카 와일드 『행복의 왕자』






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 내가 살던 동네에서는 저녁이 되면 드보르작의 '집으로 가는 길'이 흘러나왔다.

어느 지역에나 있을 법한 아이들의 귀가를 재촉하는 음악이다.

그 음악이 울리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남자아이도 여자아이도, 형제끼리 놀던 아이도, 혼자 있던 아이도, 부잣집 아이도, 조금 가난한 집 아이도.

모두들 "내일 또 봐요"라며 웃으며 손을 흔들며 돌아간다.


나는 온몸을 긁고 싶을 정도로, 그것이 싫었다.

'외롭다'거나 '더 놀고 싶다'거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모두가 항상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 너무 싫었다.

그리고 주변 아이들이 모두 사라지면 혼자 놀아도 할 수 있는 것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 나도 떠날 수밖에 없게 된다.


아아, 기분이 나쁘다.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기분 나쁘고, 따라다니는 나 자신도 기분 나쁘다.

구역질이 난다.

어느 날 나는 친하게 지내던 친구 한 명을 꼬드겨서 해가 진 뒤에도 집에 보내지 않고 계속 같이 놀았다.

항상 같은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조금이나마 없애기 위해서였다.

어느덧 밤이 깊어졌고, 나와 그 아이는 웃으며 헤어져 집으로 향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그 아이에게 뺨을 맞았다.

그녀는 어젯밤 늦게 귀가한 후 부모님께 심하게 혼이 났다고 한다.


"쿠미코에게 속아서 그래. 거짓말쟁이. 너무해."


그 아이는 분통을 터뜨리며 나를 욕했다. 나는 나쁜 짓을 했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녀를 속일 생각도 없었고, 부모님이 화를 내도록 만들 생각도 없었다.

나는 그녀를 해칠 생각이 없었다.

나는 그녀에게 열심히 사과했고, 겨우 용서를 받고 화해했다.

하지만 결국 그 후 나와 그 아이의 친구 관계는 오래 가지 못했고, 어느새 우리는 더 이상 함께 놀지 않고 각자 다른 친구들과 놀게 되었다.


나는 나름대로 요령이 좋은 편이라 생각한다.

그 자리의 분위기를 읽는 것도 서툴지는 않았다.

그래서 내 주변에는 항상 사람이 있어서, 외로울 일은 없었다.

하지만, 오래 만났던 사람은 없었다.

생각해보면, 태어나서 지금까지 나에게 진정한 '친구'가 있던 적이 있었을까.



X X X



나라에서 마이크로버스를 타고 출발한 우리의 여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도로가 파손되어 있거나, 버려진 차량으로 인해 길이 막혀있어서, 우회하거나, 되돌아가는 것을, 몇 번이고 반복해야 했다.


나라현 고쇼시에서 시코쿠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효고현의 아카시 해협 대교로 가서, 거기서 아와지시마, 오나루토 대교를 거쳐 도쿠시마로 들어가는 루트가 가장 가깝다.

순조롭게 최단 경로로 간다면, 5시간도 채 걸리지 않지만, 우리가 고쇼시를 떠난 지 이미 반나절이 지나있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우리는 지옥 같은 광경을 보았다.

무너진 건물과 주택, 도로에 흩어져 있는 사람의 시체들, 저 멀리 어두운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불기둥 같은 것―― 어디 공단에서 화재가 난 것일까.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크고 강한 불기둥이었지만.


현실이 무너진 듯한 기괴한 광경을 보며, 버스에 타고 있던 일행들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나와 타카시마 유우나, 요코테 마츠리를 포함해, 버스 안에 있는 사람은 19명.

이 마이크로버스는 20명까지 탈 수 있기 때문에, 거의 만석이다.

연령층은, 위쪽은 칠십은 넘었을 법한 노인부터, 아래쪽은 유치원생 정도의 어린이까지, 다양하다.

부상자도 있다.


지금, 우리는 부서진 역 로터리에 버스를 세우고 있다.

부상자나 노인, 아이들은 계속 앉아 있기 힘들고, 화장실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주 버스를 세우고, 휴식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 사이에, 나는 버스 안에서 유우나의 다친 발의 거즈를 교체하고 있었다.

하얀 괴물과 싸웠을 때 유우나가 입은 상처다.

치료용 거즈와 상처약은, 버스로 이동하는 도중에 들른 가게에서 가져왔다.


"감사합니다, 쿠미코 씨."


"내가 할 수 있는 건 응급처치 정도밖에 없단 말이지. 아까 의사가 다친 데를 보고,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했으니, 괜찮겠지."


동행자 중에는, 직업이 의사라는 서른 중반 정도의 청년이 있다.

그는 지금도 버스 안의 뒷좌석에서, 노부부의 몸 상태에 문제가 없는지 살피고 있다.

동행자에 의료 관계자가 있다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마츠리가 가방에서 시계를 꺼내고는, 시간을 보며 중얼거린다.


"이상해...... 지금쯤이면, 벌써 하늘이 밝아져야 할 시간인데......"


버스 창밖은, 여전히 밤처럼 어둡다.

해가 뜨지 않는 세계.

역시 이 세상은, 무언가 결정적으로 망가져버린 걸지도 모른다.

7월 30일 이전의 상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걸지도 모른다.


"화장실 갔다올게"


타카시마 유우나는 그렇게 말하고, 버스에서 내렸다.

움직임이 가벼운데다, 다리 부상의 영향은 없는 것 같다.


그녀가 떠난 후, 나와 요코테 마츠리만 그 자리에 남았다.

나와 그녀 사이에는 대화가 거의 없다.

고쇼시를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한 번 이야기한 것 외에는, 그녀가 말을 걸어온 적은 없었다.


나도 요코테 마츠리에게 특별히 할 말이 없다.

애초에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공통의 주제도 없으니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요코테 마츠리에게 말을 걸고 싶어졌다.

그녀는 다소 낯을 가리는 타입인 것 같으니, 나처럼 친하지도 않은 상대와 대화하는 것은 어렵겠지.

평소에는 그런 상대에게 굳이 말을 걸지 않았겠지만, 나는 살짝 그녀의 마음을 건드려 보고 싶었다.


"이봐, 요코테 마츠리. 타카시마 유우나는 예전부터, 저런 괴물 같은 녀석과 싸울 수 있는 힘이 있었나?"


"...... 그게...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아니라고 생각해요."


"모른다는 건 무슨 말이지?"


" 저랑 유우나쨩도, 만난 지 얼마 안 됐어요. 어제...... 해가 뜨지 않아서, 어제나 오늘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애매하지만...... 엄청 큰 지진이 일어났을 때, 신사에서 만났어요. 그 지진이 일어나기 조금 전에, 갑자기 그 신사에 가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을 나오니......"


요코테 마츠리가 머뭇거리는 말투로 설명한 내용에 따르면――


전국 각지에서 지진과 폭우 등의 재해가 보고되고, 나라현 내에서도 작은 지진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TV나 라디오를 통해 주민들의 대피 장소가 알려졌고, 요코테 마츠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집 근처에 있는 고등학교가 대피 장소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나라현 내에서는 그다지 큰 재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요코테 마츠리는 피난처를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끌려, 밤에 혼자서 고등학교로 향했다.

무언가에 이끌린 듯한 느낌이었다고 한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끌린 것은 고등학교가 아니라 그 고등학교 바로 근처에 있는 신사였을지도 모른다.


요코테 마츠리가 고등학교에 도착했을 때 큰 지진이 일어나고 하얀 괴물이 나타났다.

괴물은 초등학생 정도의 소녀...... 타카시마 유우나를 쫓고 있었다.

타카시마 유우나와 괴물은 신사 안으로 들어갔고, 요코테 마츠리도 뒤따라 신사 안으로 향했다.

그녀는 신사 안에 봉납되어 있던 낡은 철제 손목보호대를 발견했고, 타카시마 유우나는 그것을 착용하여 괴물을 쓰러뜨렸다.


괴물이 쓰러진 후, 요코테 마츠리의 머릿속에는 이미지 같은 것이 스쳐 지나갔다.

그 괴물들의 거처를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직감적으로 알아챈다.

신사와 가까운 곳에 있는 슈퍼마켓에서, 괴물의 공격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고 직감한다.


"도와주러 가자"


타카시마 유우나는 그렇게 말했고, 요코테 마츠리는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슈퍼마켓에 가기 전에, 유우나쨩의 집에 가봤는데요... 집 안에 유우나쨩의 가족은 없었어요. 이미 피난을 갔는지...... 아니면......"


요코테 마츠리는 말을 잇지 못한다.

최악의 경우, 타카시마 유우나의 가족은 이미 그 괴물에게 살해당했을 가능성도 있겠지.


"네 가족은?"


"..............................비슷한 ......느낌이에요."


라고 그녀는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휴식을 마치고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을 재개했다.

우리 말고는, 달리는 차나 걷는 사람을, 전혀 볼 수가 없었다.


이윽고 고베 시에 들어서니, 아카시 해협 대교가 가까워졌다.

룸미러로, 운전석 뒷좌석을 보니 요코테 마츠리가 스케치북에 무언가를 그리고 있었다.

스케치북과 필기구는, 도중에 들른 가게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녀는 그림을 그린 페이지를 찢어 타카시마 유우나에게 보여준다.

타카시마 유우나는 그 페이지를 유심히 본 후, 험상궂은 표정으로 운전석에 앉은 나에게 건넸다.


나는 버스를 길거리에 세우고, 그 스케치북의 페이지를 보았다.

지도가 그려져 있는데, 고베 아와지나루토 자동차도로 마이코 터널의 중간쯤이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다.


"이 검은 부분이, 그 괴물이 있는 곳인 것 같아요."


라고 타카시마 유우나가 설명한다.

차로 아카시 해협 대교를 건너려면, 마이코 터널은 피해갈 수 없다.


"안 좋은데. 이 길을 못 쓴다면, 아카시 해협 대교에서 시코쿠로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해. 그 괴물은 계속 여기를 점거하고 있는 거냐?"


내 질문에, 요코테 마츠리는 자신 없다는 듯이 대답한다.


"모르겠어요...... 금방 사라질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계속 있을 수도......"


"......그런가......"


내가 생각에 잠겨 있자, 버스 안의 동승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이봐, 왜 정차하고 있는 거야?"


"무슨 문제라도 있나?"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지기 시작했을 때, 검은색 셔츠를 입은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운전석으로 다가왔다.

이 녀석은 슈퍼마켓에서 괴물들의 습격을 받았을 때, 몇몇 주변 사람들에게 바리케이드를 치라고 지시했던 그 남자다.


"왜 계속 서 있는 거야? 빨리 가달라고."


검은 셔츠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아카시 해협 대교로 가는 길에, 그 괴물이 있는 것 같다. 이 루트로는 시코쿠로 못 들어가."


"있는 것 같다니 어떻게 아는 건데?"


"이 애는 괴물이 있는 곳을 감지할 수 있거든."


내가 그렇게 말하자, 검은 셔츠는 요코테 마츠리를 빤히 쳐다본다.


"이봐, 진짜야? 그거, 어떻게 아는 건데?"


"어, 아뇨...... 왠지 모르게요."


요코테 마츠리는 기가 센 검은 셔츠에게 겁을 먹고, 대답하는 목소리도 작아진다.


"아니, 뭐냐고, 왠지 모르게라니! 그럼,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잖아! 이봐! 정말 있는 거냐고! 야!"


검은 셔츠가 짖어댄다.

괜히 큰소리를 내는 것이, 상대를 위협하기 위한 수단이겠지.


하지만, 그의 말에는 일리가 있다.

타카시마 유우나가 괴물을 쓰러뜨릴 수 있다는 것은, 실제로 눈으로 봤기 때문에 믿을 수 있지만, 요코테 마츠리의 괴물의 위치를 파악하는 능력은, 아무도 본 적이 없다.

정말 그런 능력이 있는지는 나도 확신할 수 없다.


"알았다. 그러면, 이대로 가볼까"


"에!?"


요코테 마츠리는 놀란 목소리를 낸다.


"만약 정말로 그 괴물이 있다면, 위험한 거리까지는 접근하지 않을 거다. 멀리서 확인할 뿐이야."




버스로 마이코 터널에 들어가서, 중간에 정차했다.

다른 달리는 차가 없으니, 버스의 방향을 바꿔, 언제든 터널 출구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한다.

나는 운전석에서 일어나, 검은 셔츠 남자에게 말했다.


"요코테 마츠리의 말로는, 이 앞쪽에 예의 괴물이 있다고 한다. 내가 가서 확인할 건데, 당신도 올 거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내가 거짓말을 할 가능성도 있는 거니까."


검은 셔츠는 잠시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물러설 수도 없었던 것이겠지.


"안 그러는 게 좋아요...... 정말 있다니까요......"


요코테 마츠리의 목소리는 나약해서, 우리의 행동을 멈출 힘이 없다.


"저도 갈게요."


타카시마 유우나가 말했다.


"유우쨩, 위험해!"


"하지만 그 괴물이 공격해 오면, 내가 싸워야 해."


"하지만......!"


"그럼, 정해졌군. 나랑 타카시마 유우나랑 이 남자 셋이서 간다."


나는 요코테 마츠리의 제지하는 목소리를 막았다.


셋이서 버스에서 내려, 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간다.

수십 분 정도 걸었을까.

터널은 중간에 천장이 무너져, 지상이 보이게 되어 있었다.


마이코 터널은 주택가 지하를 관통하는 터널인데, 더욱이 지표면에서 매우 가까운 곳에 만들어져 있다.

그 괴물들이 한 짓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 터널 갱도 바로 위의 지반이 파괴된 것이겠지.

스마트폰의 불빛으로 주변을 살펴봐도, 그 괴물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무너진 잔해로 길이 막혀 있어, 어느 쪽이든 이 통로는 지나갈 수 없게 되어 있다.

나는 잔해 더미 위로 올라가 본다.

이 위는 고베 시 다루미 구 마이코다이라는 지역일 것이다.


"어딜 가시는 거예요!"


타카시마 유우나가 나를 부른다.


"지상으로 올라가 보는 거다. 이 근처에 그 괴물은 안 보여. 하지만, 요코테 마츠리의 감지가 맞다고 한다면......"


잔해 더미 덕분에,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져 있다.

터널에서 지상으로 나오면, 이제 아카시 해협 대교는 눈앞에 있다고 해도 되는 곳이다.


근처에 학교와 경찰서가 있다.

타카시마 유우나도 내 뒤를 따라 지상으로 올라오고, 검은 셔츠도 혼자 남겨지는 것이 싫었는지, 우리 뒤를 따라왔다.


"......있구나"


하얀 괴물 몇 마리가, 학교 근처 길거리에 모여 있다.

요코테 마츠리가 괴물의 위치를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우리는 근처에 있는 건물 뒤에 몸을 숨겼다.

괴물들이 있는 곳의 주변은, 피로 검붉게 물들어 있고, 잘려진 팔과 다리 등, 사람의 신체 일부가 널브러져 있다.

경찰 제복을 입은 살점과 권총도 떨어져 있는 걸 보니,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서에서 나온 경찰들의 시신일 지도 모른다.


괴물 중 한 마리가 숨어있는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저 괴물은 인간을 감지하는 기관이라도 가지고 있는 걸까.


" 위험해. 도망간다."


나는 곧바로 타카시마 유우나의 손을 잡아당겨, 지상에서 터널로 돌아간다.

검은 셔츠의 남자도 히이익 한심한 소리를 내며 따라오고 있었다.

괴물 중 한 마리도, 우리를 따라 터널 안으로 내려온다.


소녀의 손을 잡고 있는 나와 검은 셔츠 중에서는, 역시 검은 셔츠가 더 빠르다.

검은 셔츠는 나를 제치고 먼저 도망치려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가 괴물의 먹이가 되어버린다.


"기다려 봐!"


나는 검은 셔츠를 불러 세우려 하지만, 그는 무시하고 가려고 한다.


"부탁이야, 기다려줘!!"


애처롭게 소리를 지르며, 남자를 쫓아가는 나.

무시하고 달려가는 검은 셔츠.


나는 검은 셔츠의 뒤쪽 옷깃을 잡았다.

순간적으로 체중을 실어 검은 셔츠의 자세를 무너지게 하고, 뒤로 넘어뜨린다.

길바닥에 쓰러진 검은 셔츠는 '어?' 라는 표정을 짓는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는, 그런 표정이었다.


곧 있으면 괴물이 쫓아와서, 쓰러진 검은 셔츠를 잡아먹겠지.

바로 일어나서 도망쳐도, 그는 이미 늦었다.


일단, '버림받을 뻔한 내가 다급해서 검은 셔츠를 넘어뜨려버렸다'는 시늉을 한다.

검은 셔츠가 죽어도, 버스에 돌아와서 타카시마 유우나가 자초지종을 말해준다면, 나는 동행자들에게 크게 비난을 받지는 않겠지.

불가항력으로 희생자를 내버렸을 뿐이고, 여자아이를 두고 도망치려 한 그에게도 비난받을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바닥에 쓰러진 검은 셔츠를 나는 곁눈질로 슬쩍 보고, 그냥 지나친다.

잘 가라.


하지만, 남자는 죽지 않았다.

타카시마 유우나가 멈춰 서더니, 내 손을 뿌리치고 쓰러진 검은 셔츠 앞에 섰다.

다가오는 괴물을 상대로, 주먹을 든다.


"우오오오오오오오!!"


타카시마 유우나는 주먹을 뻗는다.

그녀의 주먹을 맞은 괴물의 몸이 무너졌지만, 괴물의 기세를 꺾진 못하고, 소녀는 날아가 버렸다.

타카시마 유우나는 땅바닥에 뒹굴었지만, 금방 일어섰다.

방어 자세를 취하고 있으니 중상은 아니었지만, 소녀의 뺨과 팔에 상처가 나고, 피가 흘렀다.


"아직이야! 으랴아아아아아!"


한 방 더, 혼신의 힘을 담은 소녀의 주먹이 괴물을 때리자, 괴물은 온몸이 무너져 허공에 흩어지듯 사라졌다.


"하아, 하아...... 이제 괜찮아요."


타카시마 유우나는 쓰러져 있는 검은 셔츠에 손을 내밀었다.

검은 셔츠는 당황한 듯 눈을 돌리며, 그녀의 손을 잡지 않고 일어선다.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타카시마 유우나. 쓸데없는 짓을 해주었다.

모처럼 검은 셔츠를 없앨 수 있었는데.


이 남자는 집단의 화합을 방해한다.

우리와 동행해서는 안 된다.

지금 죽이지 않으면 언젠가 큰 해악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까, 여기서 탈락시켜 주려고 생각했는데.


뭐어, 상관 없나.

검은 셔츠 남자가 해악이 되었을 때, 선량한 타카시마 유우나와 요코테 마츠리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봐보고 싶다.




우리는 터널 안의 어두운 길을 되돌아간다.

타카시마 유우나는 걸으면서, 상처의 피를 옷으로 꼼꼼히 닦아내고 있었다.

피를 꺼려하는 요코테 마츠리 때문이겠지.


버스에 도착한 우리는, 동행자들에게 요코테 마츠리가 괴물의 위치를 감지하는 능력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또한, 마이코 터널이 붕괴로 가로막혀서, 아카시 해협 대교까지 갈 수 없다는 것도 이야기한다.


"아카시 해협 대교에서 시코쿠로 들어가는 루트는 포기할 수밖에 없겠지."


내가 말하자, 요코테 마리가 미안해하는 듯한 목소리를 낸다.


"......죄송합니다......"


"마츠리 언니가 사과 안 해도 돼! 그 괴물이 나오는 건 마츠리 언니 때문이 아니니까!"


격려하듯 말하는 타카시마 유우나.


"혼슈에서 시코쿠로 가는 다른 길은 두 가지다. 세토대교냐, 시마나미카이도(海道)냐. 시마나미카이도보다는 세토대교가 더 가까워. 그쪽으로 간다."



우리는 세토대교로 방향을 바꿨다.

도중에, 사람이 없어진 편의점의 주차장에, 다시 버스를 세웠다.

여기서 나랑 요코테 마츠리는, 3시간씩 교대로 선잠을 자기로 했다.

둘이서 합계 6시간이지만 필요한 시간 손실이겠지.


나랑 요코테 마츠리는 어제부터 거의 잠을 못 잤다.

버스로 시코쿠에 향하는 것―― 그 과정에서, 괴물을 물리칠 수 있는 타카시마 유우나는 물론이고, 운전사인 나와 레이더 일을 하는 요코테 마츠리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내가 없으면 버스를 운행할 수 없고, 요코테 마츠리가 없으면 괴물과 조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 둘도 제대로 휴식을 취해서, 충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놔야만 한다.


내가 먼저 선잠을 자기로 했다.

요코테 마츠리에게는, 만약 내가 자는 동안 괴물의 접근을 감지한다면, 바로 깨우라고 말해놨다.

버스 좌석을 비스듬히 눕히고, 나는 눈을 감았다.

연구실에서 선잠을 자야 할 필요가 왕왕 있으니까, 나는 어디서든 잠을 잘 수 있는 몸이 되어 있다.


정확히 세 시간 후, 나는 눈을 떴다.

버스 창밖은 여전히 어둡다.


아무래도 우리 세계는, 태양으로부터 버림받은 것 같다.

버스 안을 둘러보니, 동행자들 대부분이 밖에 나가 있는 것 같다.

바깥 공기를 마시러 가거나, 편의점에서 쇼핑을 하거나 화장실을 갔거나 하겠지.

버스 안에 남아 있는 건, 70대 정도의 노부부, 의사 청년, 유치원생 정도의 머리에 리본을 단 소녀, 그리고 요코테 마츠리뿐이었다.


요코테 마츠리는 스케치북을 펼쳐서, 리본 소녀에게 그림을 그려주고 있었다.

스케치북을 들여다보니, 유머러스한 모습의 털북숭이 생물이 그려져 있다.


"뭐 하는 거야?"


"어!? 아, 그게......"


내가 말을 걸자, 요코테 마츠리는 민망한 듯 고개를 숙였다.

대답한 건 리본 소녀 쪽이었다.


"언니한테 그림책을 그려 달라고 했어."


소녀는 즐겁게 말한다.


"그림책?"


이라고 내가 다시 묻자,


"네...... 저기, 이 아이에게 기분 전환이 될까 싶어서......"


"호오, 그림 잘 그리잖아. 지도를 잘 그리는 것뿐만이 아니었구나"


"......네."


역시 요코테 마츠리는 나와 대화하는 걸 어려워하는 것 같다.

타카시마 유우나나 이 여자아이와 이야기하는 것에 저항이 없는 걸 보면, 연상과 이야기하는 걸 어려워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 내가 이 아이에게 위압감이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인 건가.


"언니는 나중에, 그림책을 그리는 사람이 될 거래!"


리본소녀가 자기 일처럼 자랑스럽게 말한다.


"그런 거냐?" 라며 내가 요코테 마츠리를 바라보니,

그녀는 "그게... 네." 라면서 어색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지 않냐, 요코테 마츠리. 꿈을 갖는 건 좋은 거다. 넌 그림도 잘 그리니, 분명 될 수 있을 거야."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지금은 이런 상황이다만, 안전한 곳으로 피난을 가서, 평범하게 살 수 있게 된다면, 넌 분명 그림책 작가가 될 수 있을 거야. 네가 그린 그림책을 나도 보고 싶은 걸."


그리 말하니, 요코테 마츠리는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수줍은 듯 볼을 붉게 물들였다.


"감사합니다."


"기대하고 있을게. 그건 그렇고, 이번엔 네가 잘 시간이다. 제대로 잘 수 있을 때 자고 있어라. 저 괴물들의 위치를 감지할 수 있는 건, 너뿐이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고 버스 출구 쪽으로 가려고 한다.

요코테 마츠리가 말을 걸어왔다.


"카라스마 씨, 유우쨩 말인데요......"


"타카시마 유우나 얘기야? 무슨 일이지?"


"유우쨩이...... 되도록 그 괴물과 많이 싸우지 않게 하고 싶어요. 어쩔 수 없을 때도 있겠지만......"


"왜지?"


"유우쨩의 몸은 상처투성이에요. 유우쨩은 그 괴물들을 쓰러뜨릴 힘은 있지만...... 그래도, 싸우게 되면 상처를 입습니다. 유우쨩처럼 작은 아이가 상처투성이가 되면서 싸운다니,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확실히 그렇지."


가족이나 친구도 아닌 타인을 위해 목숨을 걸고 괴물과 싸우는 아이라니 보통은 없다.

요코테 마츠리가 걱정하는 것도 당연한가.


"알았어. 나도 되도록 타카시마 유우나가 싸우지 않고 끝낼 수 있도록 조심할게."


"감사합니다."


"그럼, 요코테 마츠리. 이제 얼른 자라. 세 시간 후에 깨워 줄 테니까."


"저기요."


"뭐야? 또 무슨 일 있어?


"카라스마 씨, 저나 유우쨩을 계속 풀네임으로 부르셔서...... 좀 별나시다고 생각했어요. 부르기 어렵지 않나요?"


"별로 의식한 적은 없는데."


나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대는, 풀네임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저는 마츠리라고 부르셔도 돼요."


"......그래. 그럼, 이제부터는 마츠리라고 부르도록 하지. 그러면, 나도 쿠미코라고 불러라."


"네, 알겠습니다."


마츠리는 조금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웃는 얼굴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나는 버스에서 내리고,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연기를 들이마신다.

자고 일어났을 때의 몽롱한 사고가 각성해나간다.


역시 나는, 어느 정도까지라면 사람들과 친해지는 건 능숙하다.

조금 대화를 나눴더니, 마츠리도 조금은 나에게 마음을 열어준 것처럼 되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이상은 되지 않는다.

애초에 나나 마츠리나 타카시마 유우나는, 결코 궁합이 맞지 않을 것이다.

두 사람은 선량한 인간이지만, 나는 선량한 인간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하아! 으랴아아아!"


주차장 끝쪽에서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타카시마 유우나가 무술 연습을 하고 있었다.


"연습이냐, 유우나."


내가 다가가면서 말을 걸자, 그녀는 조금 쇼크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놀라게 할 만한 일은 아무것도 안 했을 텐데.


"유우나라고 했어."


"어?"


"지금까지 타카시마 유우나라고 불렀는데, 방금은 나를 유우나라고 불렀으니까......"


아아, 그런 얘긴가.

요코테 마츠리를 '마츠리'라고 부르기로 해서 그런가, 어쩌다보니 타카시마 유우나도 '유우나'라고 불러버렸다.


"싫었어?"


"아뇨, 괜찮아요! 저도 쿠미코 씨라고 부르고 있으니까요!"


"그러냐."


나는 담배 연기를 들이마신다.


"담배, 너무 많이 피우진 말아주세요."


"그래."


휴대용 재떨이에 담배를 버린다. 나는 흡연자이지만, 니코틴 중독은 아니다.

담배를 피우는 것도, 흰옷을 입는 것과 마찬가지로, 옛날 거칠었던 시절의 잔재에 불과하다.


"쿠미코 씨는 무슨 격투기 같은 걸 하고 계셨던 건가요?"


"그래. 호신술로 익혀놨지. 유우나야말로 격투기를 배웠던 거야?"


"네, 조금요."


"그러냐."


"쿠미코 씨는 대단해요! 쿠미코 씨 말대로 싸웠더니, 그 괴물을 쓰러뜨리는 게 엄청 쉬워졌어요."


"나이를 생각해도 아마 내가 너보다 격투기를 배운 기간이 더 길 거고, 시합이 아닌 실전에서의 경험도 많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다르게 싸우는 법을 알고 있다는 것뿐이야."


어느 정도는, 요령 좋게 살아왔지만, 역시 내 삶의 방식은 적을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격투기는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해 배우기 시작했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실제로 다툼에 휘말려 길거리에서 주먹다짐이나 싸움이 벌어진 적은 여러 번 있었다.


"그러고 보니, 마츠리가 너를 걱정하고 있더라. 많이 싸우게 하고 싶지 않다, 고 말이다. 마츠리 말에는 일리가 있어. 아이가 어른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싸우다는 건, 사회의 일반상식을 생각해도, 그리 좋은 일이라곤 말할 수 없지. 보통은 어른이 아이를 지키는 거다만, 그 반대로 되어 있어."


"하지만, 그 괴물들을 물리칠 수 있는 건 저밖에 없는 것 같아서요. 저도 싸우는 건 무섭지만, 그걸로 다른 사람을 지킬 수 있다면 싸울 거예요."


정말 이 아이는 어린아이인가, 라고 생각한다.


"왜 너는 이렇게 이상한 애가 된 건지 원."


"이상하다니...... 너무해요." 유우나는 조금 풀죽은 채로 "이상한 아이인 걸까, 나는."


"그래, 이상한 애야. 평범한 아이는, 너 같은 행동은 할 수 없거든. 부모랑도 떨어지고, 괴물이 계속 나오는데...... 보통은 울거나 소리를 지르는 정도밖에 못 한다고."


"나는 몸을 움직이는 것밖에 할 수 없으니까"


유우나는 허공에 주먹을 내밀며 말한다.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괴물도 나타나고, 엄청 곤란한 상황이 됐지만, 저는 머리가 안 좋아서 생각을 해봐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까요, 그래서 그냥 몸을 움직이자고 생각했어요."


"저희 집 근처에, 신사가 있거든요. 그곳의 신주님이 말씀하셨어요. '인간은 언젠가는 죽는다. 슬픈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난다. 긴 인생이든 짧은 인생이든, 자신에게 언제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후회하지 않도록 항상 열심히 살거라' 라고요. 그게, 뭐라고 잘 설명할 수는 없는데요, 싸우는 게 제가 열심히 사는 거에요. 전, 쿠미코 씨처럼 차를 운전할 수 없고, 마츠리 언니처럼 괴물이 있는 곳을 알 수 없으니까."


유우나의 정신성은 궤도를 벗어나 있다.


"......유우나. 너, 친구 별로 없지."


"어? 으―음, 글쎄요. 모르겠어요."


"나는 알 수 있어. 너 같은 꼬마한테는 친구가 생길 수가 없지. 나도 친구는 없으니까, 똑같지만 말이다."


"쿠미코 씨는 친구가 없나요?"


"그래."


내가 그렇게 말하자, 유우나는 조금 생각에 잠기더니,


"저는 쿠미코 씨의 친구가 되고 싶어요."


라고 말했다. 나는 살짝 쓴웃음을 짓는다.


"훗, 그러냐. 고맙다. 그럼, 친구라는 증표로 악수하자."


나는 유우나에게 손을 내밀고, 유우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 손을 잡았다.

나는 누군가와의 친구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한 적이 없다.

아마 유우나나 마츠리와의 관계도 오래 이어지지는 않겠지.


하지만, 생각해보면 '며칠 동안 친구와 함께 여행을 한다'라는 건 처음이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까지 타인과 맺어본 적 없는 관계성을, 앞으로 유우나랑, 마츠리와 구축해나간다는 것이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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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미코 씨! 유우쨩!"


버스 안에서 마츠리가 다급히 밖으로 나왔다.


"그 괴물이 다가오고 있는 것 같아! 바로 도망쳐야 해!"


마츠리가 그렇게 말하기 무섭게, 도로 너머에서 하얀 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빨리 버스로 돌아가주세요!!"


주차장이나 편의점에 있는 동행자들을 향해 유우나가 외친다.

다들 서둘러 버스로 돌아간다.

나도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고, 언제든 출발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었다.

한 여성이 버스 쪽으로 뒤늦게 돌아오는 모습이, 앞 유리창 너머로 보였다.


괴물은 그 여성을 목표로 삼았다.

여자는 너무 당황한 탓인지 넘어지고 만다.

괴물이 그녀에게 달려든다.


"하아아아아아앗!!"


유우나가 달려가서, 손목보호대를 찬 주먹으로 괴물을 공격했다.

마츠리에게 싸우지 말라고 들었으면서, 결국 유우나는 싸우고 마는 거다.


유우나는 괴물을 하나를 물리치고, 여자를 데리고 버스 쪽으로 걸어온다.

마츠리는 버스 안에서, 유우나를 모습을 계속 불안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유우쨩!"


버스에서 내려 유우나에게 달려가려는 마츠리에게, 유우나는 당황하며 "마츠리 언니, 오면 안 돼!"라고 외친다.


유우나가 데려 온 여성은, 다리가 심하게 까져 있었다.

피부가 찢어지고, 닦아내도 끊임없이 피가 흘러나온다.


"아......"


마츠리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덜덜 떨기 시작했다.


"아아아, 하앗, 아앗...... 우우우우으......! 죄송해요, 죄송해요! 저 때문에, 저 때문에! 하아, 하앗......!"




운전석에서 가까운 버스 출입구 근처에서, 마츠리가 창백한 채로 움츠리고 있을 때, 나는 버스 안에 있는 몇몇 사람들의 강한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

검은 셔츠 남자와 그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다.

그 안에 담겨있는 감정은 분노, 짜증, 불안, 초조함.


그 검은 셔츠 남자는 버스 안의 동행자들 중에서도, 특히 강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그는 원래부터 버스가 느리게 가는 것에 짜증이 나있던 데다가, 세 번이나 괴물을 조우했다.

게다가 그 중 한 번은, 하마터면 죽을 뻔했던 거다.


그때의 일을 이유로, 검은 셔츠는 나에게 증오를 품고 있겠지.

그때 내가 일부러 죽이려고 했던 걸, 그는 알아챘을까.

뭐, 내 살의를 알았든 몰랐든, 죽임을 당할 뻔했던 건 사실이므로, 나를 원망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가 품고 있는 감정은 조금만 건드려도 폭발할 것처럼 부풀려져 있다.

그런 사람을 보면 자극하고 싶어지는 게 내 나쁜 버릇이다.

그래서 싸움에 휘말리기 쉽다.


하지만 지금은 그만두자.

아직 갈 길이 멀다.


나는 *드보르작의 '집으로 가는 길'을 마음속으로 흥얼거린다.

이 곡은 흑인 영가를 참고해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집으로 가는 길이 흘러나와도, 우리는 더 이상 돌아갈 필요가 없다.

돌아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우리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 걸까.



(용사사외전 제 3장 제 2화 완결)



*드보르작의 Going Home은 우리나라에선 [꿈 속의 고향]이라고 번역 됐는데

일본에서는 家路(집으로 가는 길)이라고 번역 되어 있다고 함






소설 번역하는 사람들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보다가 오타나 읽기 어려운 부분 있으면 댓글로 달아주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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