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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카라스마 쿠미코는 무녀가 아니다 3화 번역

스화리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2.14 00:3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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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사외전 번역 모음 - https://gall.dcinside.com/m/yuyuyu/53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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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사외전 제 3장 카라스마 쿠미코는 무녀가 아니다


제 3화 - 세상에 벚꽃이 없었더라면 봄의 마음은 평온했을 터인데



그 후에 제비는 행복한 왕자가 있는 곳으로 날아 돌아가서, 했던 일을 왕자에게 알렸습니다.

'이상하게도'라고 제비는 말했습니다.


"이렇게 추운데, 저는 지금까지도 마음이 따뜻합니다."


"그건, 좋은 일을 해서 그렇단다."


라고 왕자는 말했습니다.

거기서 작은 제비는 뭔가를 생각하기 시작했지만, 이윽고 잠들고 말았습니다.

생각을 하려고 하면 제비는 항상 졸리게 되었습니다.


――――오스카 와일드 『행복의 왕자』






나는 범인(凡人평범한 사람)이다.

키는 반 여자애들 중에서 딱 중간정도.

학업 성적도 중간. 운동신경도 중간.

평범한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나,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다.

특별한 과거도 없고, 특별한 비밀도 없고, 특별한 능력도 없다.


나는 범인이다. 그림으로 그린 것 같은 범인이다.

유우쨩이랑은 다르다. 쿠미코 씨와도 다르다.

그 날, 하얀 괴물이 나타난 날, 나는 소중한 사람을 돕기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괴물이 있는 곳을 감지하는 힘 따윈, 유우쨩의 괴물을 쓰러트리는 힘에 비교하면, 전혀 특별하지 않다.


유우쨩이었다면, 분명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를 구할 수 있었겠지.

쿠미코 씨도 괴물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적절하게 행동할 수 있는 두뇌와 운동신경을 갖고 있으니까,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저 두 사람은 특별하다.

어째서 나는 유우쨩이나 쿠미코 씨처럼 특별하지 않은 걸까?

어째서 나는 특별하지 않은 걸까?

어째서 나는 이렇게 힘이 없는 범인인 걸까.



× × ×



"부모가 괴물에게 살해당했나?"


"네......"


세토대교를 향해 버스를 운전하면서, 나는 유우나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마츠리는 기절하듯 잠들어 있다.

계속 자지 않은데다, 피를 보는 등의 행위로 인해 정신이 소모되었기 때문이겠지.

부상을 입은 여성의 피를 보았을 때 마츠리의 반응은 너무 지나쳐 보였다.


피를 보는 것이 거북한 인간은 드물지 않다.

다니던 대학에서도 이과나 의과대학의 해부실험 같은 걸 도저히 견딜 수 없다 하는 학생이 있었다.

하지만 요코테 마츠리의 피에 대한 반응은 단순한 거북함과는 궤를 달리한다.

내가 유우나에게 그에 관해 묻자, 그녀는 말하기 난처한 듯 눈을 돌렸다.

추궁하듯이 강하게 말하자, 유우나는 어쩔 수 없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마츠리 언니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 하얀 괴물에게 살해당한 것 같아요. 제가 본 건 아니지만...... 제가 처음 만났을 때, 마츠리 언니는 피투성이에 텅 빈 눈동자로...... 눈앞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하얀 괴물에게 살해당했다고......"


저번에, 나는 마츠리에게 유우나와 만났을 때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것과는 이야기가 달랐다.

그 녀석은 자신의 부모가 살해당한 일을 말하지 않았다.


눈 앞에서 벌어진 부모의 죽음.

마츠리의 피에 대한 공포심은, 그것이 원인인가.


"죄송합니다, 슬슬......"


30대쯤 되어 보이는 청년이, 운전석에 와서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의 직업인 의사 답게, 이렇게까지 이동중에도 동행자들의 건강상태를 계속 신경 쓰고 있었다.

버스로의 장시간 이동은, 인간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피폐하게 만드니, 자주 휴식을 취하자고 제안한 것은 이 남자다.


"아아, 그렇지."


나는 의사의 말에 수긍하며, 근처에 보이는 편의점 주차장에 버스를 세웠다.

이쯤 되어서는 거의 30분마다 버스를 세우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저기, 또 세우는 거야?"


운전석 근처에 있던 갈색머리 여자가 불만스러운 목소리가 나를 향했다.

나이는 나랑 같거나 조금 연하이겠지.

나른한 말투와 미간에 새겨진 주름이 현재 상황에 대한 초조함을 나타내고 있었다.


"우리 중엔 노약자나 부상자도 있어요. 될 수 있는 한 휴식을 취하면서 이동해야 합니다."


의사가 상냥하게 타이르듯 갈색머리에게 설명한다.


"근데 말이야, 그럼 시코쿠에 도착할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잖아. 가능하면 빨리 안전한 장소에 도착하고, 버스에서 내려서 쉬게 하는 편이 몸에도 좋지 않아?"


갈색머리가 의사에게 대꾸한다.

그녀의 말도 일리가 있다.

휴식을 틈틈이 넣으며 천천히 나아가는 것과, 휴식을 취하지 않고 빨리 목적지에 가는 것, 어느 쪽이 좋을지는 지금 시점에선 알 수 없다.

모든 일이 끝난 후, 과거를 돌이켜보며 '이게 정답이었네' '저쪽이 나았으려나' 라며 평가할 수는 있겠지만.


"저는 의사로써 판단을......”


"내 판단이다."


의사의 말을 가로막고, 내가 갈색머리에게 말한다.


"이 버스를 운전하는 사람은 나다.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는 내가 결정한다. 불만 있으면, 내려서 혼자 가면 돼"


그렇게 말하자, 갈색머리는 입을 다물고 잠자코 있었다.

애가 타는 시선을 내게 남겨둔 채로.




버스에서 나와, 나는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고세 시에서 출발하고 벌써 3일 이상이 경과하고 있다.


이젠 살아있는 인간을 우리 외에는 볼 수 없게 되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편의점은 유리창이 깨져 있고, 선반도 넘어지거나, 물어 뜯긴 듯이 부서져 있다.

저 하얀 괴물이 침입해서 파괴했을지도 모른다.


멀쩡한 선반을 봐도 상품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음식과 음료는 물론, 휴지 등의 위생용품과 건전지 같은 것들은 거의 없어져 있다.

휴식 때마다 가능한 슈퍼나 편의점에 들러 식료품을 확보하고 있지만, 최근 얼마간은 가게 안에 거의 물건이 남아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졌다.

우리보다 먼저 누군가가 와서 상품을 가져간 거겠지.


그 중에서도, 먹을 것을 구할 수 없게 된 것이 문제다.

나는 계산대 안으로 들어가서, 수도를 쓸 수 있는지 확인해보았다.

물은 나오지 않았다.

먹을 것 부족 이상으로 마실 것이 없는 건 치명적이다.

먹을 것이 없어도 사람은 의외로 버틸 수 있지만, 마실 것이 없으면 인간은 하루도 못 견딘다.


이대로 시코쿠에 도착하는 것이 늦어지면, 식량부족 문제는 분명 일어날 것이다.

편의점 창고에 들어서니, 먼저 온 검은 셔츠 무리들이 남아있었다.

페트병에 든 마실 것들을 비닐봉투에 넣고 있는 중이었다.


"다른 사람 몫도 남겨두라고."


내가 쐐기를 박자, 검은 셔츠가 힐끔 내 쪽을 바라보았다.


"알아. 우리끼리 독차지할 속셈은 없다고. 제대로 버스에 타고 있는 녀석들한테도 나눠줄 거야."


검은 셔츠는 불만스러운 듯 그렇게 말하곤, 다시 페트병 음료를 모으는 작업으로 돌아갔다.


"받아간다."


나는 그렇게 말하곤, 대답조차 듣지 않은 채 비닐봉투에서 멋대로 미네랄워터를 세 개 뽑아 들었다.

그들은 살의 가득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지만, 단지 노려볼 뿐, 별 말이 없었다.


편의점을 나와, 버스 쪽으로 되돌아간다.

휴식시간은 각자 자유롭게 보내도 좋은 것으로 되어있지만, 지난 몇 시간 휴식에 들어가도 버스에서 밖으로 나오는 인간이 줄어든 것 같았다.

피로가 쌓여 모두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어려워졌을지도 모른다.

버스 바로 근처에서 유우나가 멍한 얼굴로 어두울 뿐인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어이, 유우나."


나는 검은 셔츠 무리에게서 빼앗은 페트병 한 개를, 유우나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천하의 너도 피로가 쌓인 거냐?"


"아하하....... 네. 하지만, 뭔가 그것 뿐만 아니라......”


유우나는 살짝 꾸민 듯한 미소를 띄우곤, 무언가를 말하려다 말을 멈추었다.


"무슨 일 있었나?"


"기분 탓일 수도 있는데, 뭔가 이상해요. 버스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나는 운전석에서 움직일 수 없기에, 버스 안의 전체적 동향은 파악할 수 없다.

하지만, 유우나는 가끔 버스 안에서 자리를 이동하고, 다른 동행자와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보다 전체 상황을 더 잘 알지도 모른다.


"버스 휴식시간이 됐는데도, 밖에 나가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그래, 그건 나도 알고 있어. 이동이 길어져서 피곤한 탓이 아닌가?"


"뭔가, 그 뿐만이 아닌 것 같아요. 피곤하다고 할까...... 밖에 나가는 걸 두려워하고 있는 듯한......”


두려워하고 있다......?

만약 유우나의 감이 맞다면, 확실히 '피로 때문에 움직이는 것이 어려우니 밖에 나가지 않는다' 라는 것과는 달라진다.

그 괴물들이 무서우니 밖에 나가지 않는 것은 심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나, 고세 시를 막 나왔을 참엔 밖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물론 내가 눈치채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내가 눈치채지 못하는 곳에서 뭔가가 진행되고 있는 건가.......?




휴식시간을 마치고, 우리는 버스로 돌아왔다.

다시 시코쿠를 향해 버스를 몰기 시작했으나, 또 30분쯤 지나 버스를 멈췄다.

이번 장소는 주유소다. 주유를 위해 자주 시간을 뺏긴다.

차가 멈췄을 때의 반동으로 마츠리가 눈을 떴다.


"여기는......?"


"버스 안이다. 너, 의식을 잃고 쓰러졌었어. 그래도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다. 버스도 아직 효고 현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니까"


"마츠리 언니, 괜찮아? 물 마셔. 쿠미코 씨가 가져다 줬으니까"


유우나가 마츠리에게 페트병의 미네랄워터를 건넨다.


"고마워......”


마츠리는 음료를 받아 들고, 작은 소리로 목을 축이며 물을 마셨다.

얼굴은 아직 창백하다.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지만, 역시 이전에 비해 나가는 수가 줄고 있다.

버스 안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대개 모두가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다.

창밖조차 보려고 하질 않는다.

"마츠리. 일어나자마자 미안한데, 그 괴물들은 이 근처에 있나?"


"아...... 그게, 없다고 생각해요. 아마......"


마츠리가 대답하는 것을 듣고, 나는 유우나에게 말했다.


"그럼 잠시 자 둬라 유우나. 네가 여차할 때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 우린 큰일난다."


"......네, 알겠어요"


유우나는 마츠리를 걱정하고 있지만, 자신의 역할을 자각하고 있다.

유우나는 좌석의 시트를 젖히며, 눈을 감았다.

나는 연료를 보충하기 위해 버스에서 내렸다.


하늘은 여전히 어둡다. 지금은 벌써 고세 시를 나오고 며칠째일까.

내가 주유소에서 연료보충 준비를 하고 있으니, 버스에서 마츠리가 내려왔다.


"버스에서 내려도 괜찮겠어?"


"네...... 아직, 기분은 나쁘지만요."


"기분만의 문제가 아니다. 버스 안에 있는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는 걸 두려워하고 있으니까 말이지."


"그런가요…...?"


"그래. 고세 시를 막 나왔을 즈음엔 그런 증상은 없었는데 말이야. 인간의 멘탈이라는 게 예측이 안 돼. 심리학이나 정식의학이 연구의 일대분야가 되는 것도 어쩔 수 없지. 네가 부모님의 죽음에 대해 거짓말을 한 것도 무슨 심리였는지 모르겠고 말이지."


“......유우쨩한테 들으셨군요."


"그렇지. 유우나는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아 했는데, 내가 억지로 물어봤다. 부모님이 눈앞에서 살해당했다고?"


버스의 연료는 경유나 가솔린인데, 이 버스는 경유 같다.

연료를 보충하며 말을 이었다.


“......네...... 그 하얀 괴물이 나타났을 때...... 대피장소를 확인하러 간다고 말했을 때, 밤이었으니까 아버지와 어머니가 말렸어요. 내일 하라고. 부모님들이 말리는 것도 당연했어요. 대피장소로 지정된 곳은 집 근처 학교였으니까, 장소를 확인하러 갈 필요도 없었고 나라에서는 다른 지역만큼 큰 재해는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새벽에 밖에 나갈 필요가 없었거든요. 평범하게 생각하면 알 수 있었을 텐데, 그 때의 저는...... 어떻게 됐었나 봐요."


나는 버스에 연료보급을 계속 하며, 마츠리의 말을 듣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밖에 나가려고 하는 저에게, 아빠와 엄마는 졌다고, 그럼 우리도 같이 나가자 하셔서...... 셋이서 밖에 나갔어요."


"밤중에 딸이 함부로 밖에 나가려고 하면, 부모도 따라가려고 하겠지. 그 딸은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심리상태가 아니었을 테니까."


마츠리는 고개를 떨구고, 느릿느릿한 어조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셋이서 밖에 나가서...... 학교 근처에 갔을 때...... 지진이 일어나고, 그 괴물이 나타났어요. 괴물이 제 눈앞에서 입을 벌리고...... 아버지는 저와 어머니를 도망치게 하기 위해 우리를 밀치고...... 아버지의 몸은 물어 뜯겨서...... 뼈도 내장도 전부 엉망진창이 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 인간의 몸이 망가질 때는 영화나 만화 같은 화려한 소리는 나지 않더라고요...... 그저 아버지가 비명 같은 소리를 계속 질렀어요. 저와 어머니는 아버지의 입이나 찢어진 배에서 나온 피를 뒤집어쓰고...... 어머니가 저에게 도망치라 말해서, 저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도우려고, 그 괴물한테 가서...... 도울 수 있을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 때부터...... 아버지와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의 일이, 머릿속에서 되살아나요......”


마츠리의 목소리가 떨렸다.


"결국, 저만 살아남았어요...... 아버지랑 어머니는 저를 따라왔을 뿐인데...... 그날 밤, 제가 외출하려고 하지만 않았어도...... 아버지랑 어머니는 돌아가시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저 때문에......”


마츠리가 유우나를 만난 건, 그 이후였겠지.


"그날 밤은 전국 각지에서 괴물이 나오고 있었어. 딱히 너랑 동행하지 않았어도, 너희 부모님이 괴물을 만났을 가능성은 높아."


"......."


"유우나의 손목보호대ㅡㅡ, 저걸 착용했을 때, 유우나는 신체능력도 향상되는 것 같다. 나도 시험삼아 차봤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었어. 저건 유우나 전용이란 말이겠지. 유우나가 사용했으니까, 괴물에게 치명적인 데미지를 줄 수 있었다. 저 손목보호대를 찾아낸 건 너 아니냐, 마츠리?"


"......."


"부모님 덕에 네가 살아남았으니까, 유우나에게 손목보호대를 줄 수 있었다. 유우나가 괴물을 쓰러트리면서 많은 생명을 구하고 있어. 버스 안에 있는 사람이나 고세 시의 슈퍼마켓에 있던 사람들은, 유우나와 네가 목숨을 구해준 거다. 너희 부모님의 희생으로, 많은 사람들이 구원받았다."


"하지만......"


"납득할 수 없다, 인가? 인간은 생명의 무게를 단순히 수적으로 생각할 순 없으니까 말이지."


마츠리는 그대로, 작게 중얼거린다.


“......나만 괴물에게 살해당했으면 좋았을 텐데......"




마츠리는 그 후, 한동안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더니, 이윽고 비틀거리며 버스 안으로 돌아왔다.

버스의 연료보급이 끝났다.

버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한 여성이 초조한 모양새로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녀는 지난번의 휴식 중 괴물을 만났을 때 넘어져서 다리를 다친 여성이다.


"뭐 하고 있어? 다쳤으니까, 너무 움직이지 마."


"하지만, 그게...... 딸이 없어졌어요."


"없어졌다고?"


"네. 제가 다쳐서 쉬고 있는 동안, 딸만 버스 밖으로 나가서...... 아무리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바람에, 걱정돼서 찾고 있는데, 찾을 수가 없어요."


나는 주유소 주변을 둘러보았다.

산으로 들어가기 전, 길에 있는 주유소 주위에는 민가와 숲, 버려진 차가 몇 대 있다.

하지만 민가와 숲이 있으니, 숨을 곳도 얼마든지 있다.


"그 애가 버스를 나간 건 언제쯤이지?"


"2~30분 전쯤 되는 것 같아요. 리본을 달고 있는 5살짜리 꼬마예요. 조금 떨어진 곳까지 가는 바람에, 길을 잃어 돌아올 수 없게 된 걸지도......”


리본의 여자애...... 마츠리 옆에 있던 소녀인가.

어린 소녀라고 해도, 2~30분정도 있으면, 꽤 멀리까지 갈 수 있다.

미아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우선 버스 안으로 돌아가, 나는 일행들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마츠리는 매우 당황했다.

그 여자 아이랑 친했으니까, 당연한 일이다.


"당장 찾아봐요! 만약 그 괴물이 또 온다면......"


마츠리의 목소리엔 초조함이 배어 있었으나, 다른 일행들의 반응은 무디었다.

좌석에서 일어나려 하는 사람도 없었다.


"찾는다고 해도...... 말이지."


"지 애 일이잖아...... 간수도 안 하고 뭐하는 거야."


"쳇......"


스트레스와 증오가 가득 담겨있었다.

차 안의 웅성거리는 소리에 잠들어 있던 유우나가 눈을 떴다.


"......저기, 무슨 일 있었나요?"


"같이 왔던 여자의 아이가 없어졌어. 혼자서 버스 밖에 나갔다가 미아가 된 걸지도 몰라."


마츠리가 설명하자, 유우나는 당황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일이 있었어요!? 빨리 찾아야 해요!"


마츠리와 유우나와 리본 소녀의 어머니는, 버스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그 외의 일행들은 좌석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자는 척 눈을 감고 있거나,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리는 사람도 많다.

다들 피곤하겠지. 하지만, 피폐 이외의 원인도 있는 것 같다.


"나도 찾아야겠다."


나직하게 말한 건, 의사 청년이었다.

그의 표정에도 피로함은 보이지만, 느릿느릿 버스에서 나왔다.

청년의 뒤를 이어 나도 밖으로 나간다.


"당신은 아직 비교적, 판단력이 남아있어 보이는데. 묻고 싶은 게 있다."


나는 의사에게 바짝 다가섰다.


“......뭡니까."


의사는 당황한 듯 나를 바라본다.


"버스 승객들이 점점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어. 피곤해서 움직이는 것이 힘든 것뿐일지도 모르지만, '밖에 나가는 것이 두렵다'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당신이 볼 때는, 어떻지?"


의사는 말을 고르기 위해 잠자코 있더니, 입을 연다.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체력이 없는 노약자 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들도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아 하니까...... 그 괴물을 대면할 때마다 이런 경향이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역시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아 하는 원인은 그 괴물에게 대한 두려움인가.


"알았다. 그 외에 뭔가 차내에서 신경 쓰이는 건 있나?"


"그렇죠...... 먹을 걸 받았습니다."


"먹을 거?"


"네. 좌석 뒤에 앉아있는 검은 셔츠의 남자랑 그 친구들이, 휴게소 가게에서 가져온 음식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 같아요. 그 때는 괜스레 붙임성 있게 행동해서 저번이랑 다른 사람 같았습니다......"


나는 남자들이 하는 행동의 의미를 생각한다.




유우나, 마츠리, 소녀의 어머니, 의사, 내가 30분정도 주위를 돌아다녔지만, 리본의 소녀 ㅡ이름은 루리쨩이라는 것 같다ㅡ 아이는 찾을 수 없었다.

나는 아이를 찾으면서 문득 생각난 것을 마츠리에게 물었다.

"마츠리, 네 힘으로 찾을 수는 없는 거냐?"


"네?"


"괴물이 있는 곳을 알아차리듯이, 그 꼬맹이가 있는 곳을 감지할 순 없나?"


마츠리는 슬픈 듯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젓는다.


"아마, 무리라고 생각해요...... 그 이상한 감 같은 건, 언제 올지 몰라요. 저 자신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게 아니라서...... 게다가, 그 하얀 괴물과 관련된 것들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겠고......"


"그러냐......"


아무래도 직접 찾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소녀를 찾는 동안, 어머니의 다리 부상이 악화되어 그녀는 걷기도 힘들어졌다.

우리는 일단 버스 안으로 돌아왔다.


"죄송합니다, 아직 여자애가 보이질 않아요!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유우나가 버스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머리를 숙인다.


"적당히 좀 해!!"


갈색머리 여자가 목청을 높였다.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셈이야! 이제 출발하라고! 언제 또 그 괴물이 올지 모르는데!!"


그녀의 목소리는 버스 안을 가득 채웠다.

그 목소리의 크기에 반비례하듯, 버스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하다.


"그...... 그럼...... 그 애를 두고 출발하라는 건가요......?”


벌벌 떨며 말하는 마츠리.


"맞아. 어디로 갔는지 모르는 거지? 찾을 방법도 없는 거고? 찾는다 해도 언제까지 찾는데? 몇시간? 아니, 며칠이나 걸릴지도 몰라! 그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어! 우리는 일초라도 빨리 안전한 곳으로 가고 싶다고!!"


버스 좌석에 앉아있는 사람 중, 갈색머리 여자의 말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의 이야기는, 많은 동행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었을 것이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소녀의 어머니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차내의 모두에게 연신 사과했다.

유우나가 도움을 요청하듯 나를 바라본다.

하지만, 내가 뭔가 말하기도 전에 검은 셔츠의 사내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냥, 여기 있는 녀석들 전원의 의견을 들어보면 어때? 그 애를 발견할 때까지 계속 찾을 건지, 그 애는 이제 포기하고 먼저 출발할 건지? 이봐, 어때?"


"잠깐만요!"


유우나가 말리려고 하지만, 갈색머리 여자가 유우나의 말을 무시하고 이야기한다.


"그래! 저기, 다들! 이대로 여자애가 발견될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일어서! 찾을 때까지 며칠이 걸릴지 몰라! 언제 괴물이 나올지 몰라! 그래도 아이가 발견될 때까지 찾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 있어!? 다수의 의견을 알고 싶으니까 찾고 싶은 사람은 일어서 봐!"


버스 안 사람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며 시선을 굴리고 있었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행동하는지 살피며 망설이고 있다.

망설이는 동안에 답은 나오지 않고, 일어나지 못한다.


"이거 봐, 일어나는 사람 없잖아! 찾으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자, 빨리 갑시다! 언제 괴물이 나올지 모르니까! 이봐, 빨리 차 출발시키라고!"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듯 목청을 열며, 갈색머리 여자가 나에게 따져온다.


"더 이상, 시간낭비 하지 말라고. 부상자나 노인도 있잖아! 부상이 악화되거나 노인이 아프면 어떡하려고 그래!"


검은 셔츠도 정론을 뱉는다.

소녀의 어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면서도,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하지만......!"


유우나는 버스 안의 사람들과 나를 몇 번이고 번갈아 본다.


"적당히 좀 해달라고."


"빨리 안전한 곳으로 가줘."


"우리끼리 찾아봤자, 어차피 찾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건 그렇지"


"지쳤어......”


불만이 섞인 목소리가 주변에서 드문드문 들리기 시작했다.


"이제 알았지, 빨리 버스 출발시켜!"


갈색머리의 말이 끝났을 때, 마츠리가 벌벌 떨면서도 확실히 반박했다.


"아......“ 목소리를 떠는 마츠리.


"안 돼요. 그 애를 버리고 갈 순 없어요. 발견될 때까지 찾습니다. 반드시 찾아야 해요. 발견될 때까지......”


힐끗, 검은 셔츠가 마츠리를 보았다.

마츠리는 겁에 질려 몸이 경직되었다.


"야......”


검은 셔츠가 마츠리에게 손을 뻗었을 때, 내가 두 사람 사이에 들어갔다.


"기다려. 아까 너희들이 제안했던 '다수결'은 공정하지가 않아. '괴물이 언제 나올지 모르지만, 꼬마가 발견될 때까지 찾고 싶은 녀석은 일어나라' 라고 말했지? 질문의 내용에 단점만 강조하며, 질문자가 대답을 부정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게다가, '일어나지 않은 사람'은 버스를 출발시키고 싶은 사람 뿐만 아니라, 답을 내리지 못 하고 있는 다수의 사람도 포함되겠지. 예를 들면ㅡㅡ"


나는 버스 내를 둘러보며 말했다.


"'자신이 살고 싶으니 어린애를 못 본 척하고 버스를 출발시킬 놈은 일어나라' 라는 질문이었다면, 그 또한 안 일어나는 쪽이 많지 않았을까?"


"그건......”


검은 셔츠와 갈색머리는 말을 잇지 못한다.


"그리고, 너희들의 가장 큰 착각을 지적해주지. 이 버스 안에서 다수결은 의미가 없어. 타카시마 유우나와 요코테 마츠리와 나의 의견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괴물과 싸워 너희들을 지켜주는 건 유우나, 안전지대에 너희들을 옮기고 있는 건 나와 요코테 마츠리다. 보호받고 있는 너희들이, 우리들에게 뭔가를 강요할 수는 없다는 걸 알아 둬라. 지금, 마츠리랑 유우나가 그 아이를 찾겠다고 말했어. 그렇다면 결론은 정해져 있다."




아이를 찾는 것은 정해졌지만, 적극적으로 그것을 도우려는 사람은 적었다.

그들은 버스 밖으로 나가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았고, 게다가 지쳐 있었다.

아이를 찾는 것에 반대하는 마음도 있었겠지.


아이를 찾는 건 나, 마츠리, 유우나, 소녀의 어머니와 의사 외에는 몇 명 뿐이었다.

주유소 주변을 찾아다니며, 마츠리가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저...... 아까는 감사했습니다. 제가 아이를 찾고 싶다고 했을 때, 제 편이 되어 주셔서......”


"나는 그 아이를 찾든 안 찾든 상관없었지만, 네가 필사적이었으니까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봐도, 못 본 체 하는 게 싫어요......"


"부모님한테 속죄라도 할 생각이냐?"


"........."


"너는 자기 때문에 부모님이 돌아가신 줄 알고 있어. 그래서 돌아가신 부모님 대신 누군가의 목숨을 구하고 싶은 거 아냐?"


“......네...... 하지만...... 그러지 않으면 목숨의 균형을 맞출 수 없잖아요...... 나 때문에 누군가가 죽었으니까, 내가 누군가를 구하지 않으면......”


"바보구나. 너희 부모님은 너 때문에 죽은 것도 아닌 데다가, 목숨에는 균형이고 나발이고 없다. 죽은 만큼 누군가를 구한다니, 그런 수적인 플러스 마이너스로 논할 게 아냐."


"하지만...... 저는, 저를 용서할 수 없어요......”


그렇다면, 이제 마츠리의 마음 문제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나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건 그렇고, 정말 잃어버린 아이를 찾는 게 가능할까.

아이가 행방불명 되었을 때, 꽤 많은 숫자의 수색대를 동원해서 며칠 동안 찾아도 발견되지 않는 경우는 많다.

실종자를 찾는다는 건 그만큼 어렵다.

게다가 언제 또 그 하얀 괴물이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쿠미코 씨......"


마츠리가 의아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다.


"왜 그래?"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마츠리는 입을 다물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뭐 됐다.


"마츠리, 이 주변에는 그 괴물이 없어?"


"네...... 없는 것 같아요"


"가장 가까이 있는 건 어디쯤인지 알 수 있나?"


"그게...... 그거라면 조금 전에 감지한 건데, 저희 루트에서는 꽤 떨어진 장소에......"


"알려줘."


마츠리는 등에 짊어지고 있던 가방에서 스케치북을 꺼내 몇 장 넘긴 뒤, 이전에 그렸던 지도를 보여주었다.

스마트폰으로 지도 어플을 켜서 마츠리가 그린 지도와 비교해본다.

스마트폰은 전파가 터지지 않아 오프라인으로 밖에 지도를 볼 수 없지만, 거리감 등 어느 정도의 정보는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나는 마츠리에게 스케치북을 돌려준다.


"고맙다. 나는 잠깐 여길 벗어날 건데, 신경 쓰진 말아줘. 몇시간 후에는 돌아올 거야."


마츠리에게 일러 두고, 나는 버스 쪽으로 향했다.




나는 쿠미코 씨가 버스로 돌아가는 것을 배웅했다.

쿠미코 씨는 수색을 돕지 않는 것 같다.

뭔가 볼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까 얘기하고 있을 때......

역시 쿠미코 씨는 입꼬리는 웃음을 참는 듯 누그러져 있었다.

잘못 본 것...... 일지도 모르지만.


쿠미코 씨는 분명 나쁜 사람이 아닐 거라 생각하지만,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는 사람이다.

버스 안에서 의견대립이 있었을 때도, 내 편을 들어주는 상냥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검은 셔츠의 남자나 갈색머리 여자를 설득할 때의 말투는 불필요할 정도로 공격적이었다.

쿠미코 씨는 머리가 좋은 사람이기에 좀 더 분쟁을 일으키지 않는 말투로 설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왜 그런 말투로 말한 걸까?

어쩌면...... 쿠미코 씨는...... 아니야, 이상한 추측은 그만두자.

지금은 사라진 여자애를 찾는 게 우선이다.


"루리쨩ㅡ!"


어디를 찾으면 좋을지 짐작조차 가지 않지만, 나는 소리를 지르며 주변을 돌아다녔다.

루리쨩을 찾기 시작한 후로 얼마나 지났을까? 1시간? 아니, 좀더 시간이 지났을 수도 있다.

아이의 걸음이라도 1시간이나 있으면 1km정도는 이동할 수 있겠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멀리 가버린다.


나는 주위를 살핀다. 주변에는 숲도 있고, 주택 등 숨을 장소는 얼마든지 있다.

산속에서 행방불명이 된 어린이를 경찰이나 소방대가 수색하는 모습을 이전에 뉴스에서 본 적이 있다.

수색대가 짜여지고, 경찰견 몇 마리도 동원되고 있었다.

행방불명 된 아이를 찾으려면 그만큼의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다.

겨우 이만큼의 인원으로 루리쨩을 찾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괜찮아, 분명 찾을 수 있어!"


내가 불안해하고 있을 때, 유우쨩이 말을 걸어왔다.

유우쨩의 말에는 항상 위로를 받는다.

나는 평범한 인간이다.

반에서도 눈에 띄지 않는 수수한 인간이고, 모든 게 평균이며, 있든 없든 아무래도 좋은 인간이었다.

지금은 그 괴물이 있는 곳을 감지할 수 있다는 조금의 '특별함'을 얻었지만, 그런 부차적인 힘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있든 없든 아무래도 좋은, 아무 플러스도 아닌 나 때문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마이너스를 돌이키지 않으면 안 된다.

뭔가 플러스로 메꾸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균형이 맞지 않는다.

나는 행방불명 된 소녀를 계속 찾았다.


버스 쪽을 보면 창문을 통해 우리 쪽을 바라보는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지친 듯 탁한 눈을 하고 있다.

저 사람들에게는 폐를 끼치고 있다.

그치만, 그렇지만, 나는 누군가를 돕고 싶어.

눈앞에서 누군가가 죽는 건 싫어.

이제 아무도 죽지 않았으면 해.


얼마나 찾아다녔을까, 너무 걷는 바람에 발바닥이 찌부러질 때쯤, 유우쨩의 목소리가 울렸다.


"찾았어! 마츠리 언니ㅡ, 루리쨩 여기 있어ㅡ!"




소녀는 주유소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숲 속에 주저앉아 있었다.


"이런 곳에 혼자 있으면 안 돼. 돌아가자."


나는 루리쨩의 앞에 쭈그려 앉아 말을 건넸지만, 그녀는 내 쪽을 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돌아간다니…… 어디로?"


루리쨩은 나직하게 말했다.

버스라고 대답하려던 나는 말문이 막혔다.

버스로 돌아간다니 이상하다.

돌아가야 할 곳은 자신의 집이다.

이 아이에게는 출발 지점이었던 나라 현의 집일 것이다.


"할머니는 아파서 움직일 수 없으니까 집에 있는 거야…… 아빠는 회사에 가서 어디에 있는지 몰라…… 집에 가고 싶어…… 어두워지면 집에 가라고 했는데……”


소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녀는 어머니와 함께 나라에서 여기까지 왔다.

친정에는 고령의 가족을 남겨두고 왔겠지.

아버지와는 연락이 되지 않는 상태일 것이다.

그렇게 엄마랑 단 둘이서 여기까지 왔다.

이 애는, 여기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려 했을지도 모른다.

나라에 있는 자기 집까지 걸어서 갈 수 있을 리가 없는데도.


나는 소녀를 끌어안았다.

될 수 있는 한 상냥하게.


"괜찮아. 돌아갈 수 있어. 분명 금방 집에 돌아갈 거야. 지금은 여러가지로 이상해져 있지만, 언젠가 분명 원래대로 돌아갈 거야. 괜찮아. 분명 집에 갈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지금은 일단 가자? 잠깐만 안전한 장소에 가는 거야."


소녀는 작은 목소리로 응, 대답했다.


내가 소녀를 업고, 유우쨩과 함께 주유소까지 돌아왔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그녀를 껴안았다.


"마츠리. 너희들이 찾은 거냐?"


어느샌가 쿠미코 씨가 내 앞에 서 있었다.


"네…… 유우쨩이 찾아줘서."


"그러냐. 나는 아까까지 조금 떨어진 곳을 찾고 있었지만, 어쨌든 그 애를 발견해서 다행이네."


쿠미코 씨는 어머니 품에 안겨 있는 소녀를 보고 있었다.


"마츠리, 저 애는 네가 구한 거다. 네가 쟤를 찾자고 주장하지 않았다면 우리들은 저 애를 두고 출발했겠지. 그러니까, 쟤는 네가 구한 거야. 하지만, 그래서 네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에 대한 후회는 잠깐이라도 가셨어?"


“……아뇨"


"그렇겠지. 세상 일이란 게,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채울 순 없어. 하지만, 네가 있어서 플러스가 있었던 건 확실하다. 한 명의 여자아이가 구원받았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희생하면서까지...... 제가 살아남았던 의미가...... 있었을까요."


"네 덕에 구해진 목숨이 있었던 이상, 의미는 있었어. 나는 그렇게 확신한다."


“......감사합니다......”


쿠미코 씨는 차가운 점이나 이상한 점이 있지만, 역시 상냥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루리쨩…… 그 애는, 자기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했어요."


"그러냐."


"지금은 세상이 이상해졌지만...... 분명...... 언젠가 돌아오겠죠. 지금은 일시적으로 시코쿠로 피난해도...... 분명 집에 돌아갈 수 있을 거에요."


"너는 어때? 너도 원래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저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돌아가시고 돌아갈 곳이 없으니까 집에 가고 싶지는 않아요...... 하지만, 원래 일상이라는 의미라면, 돌아가고 싶어요. 저 괴물이 나오기 전 같은 나날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해요."


“......그러냐......”


쿠미코 씨는, 태양이 뜨지 않아 어둠이 깔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우리는 세토대교를 향해 다시 버스를 몰기 시작했다.

행방불명 된 여자애는 발견해서 다행이라 말하고 싶지만, 그리 모든 것이 원만하게 수습되는 건 아니었다.

여자아이는 도움을 받았지만, 이번 소동으로 수 시간 발이 묶였다.

다들 피로도 쌓여 있어서 그런지 버스 안에서의 공기는 한없이 무겁고, 서로 대화하고 있는 사람도 거의 없다.

버스 안에 있는 사람들이 보내는 시선은, 이전보다 한층 더 매서웠다.

방해라는 듯 우리들을 보는 사람이 한층 불어난 것 같았다.


“......어떻게 했으면 좋았을까......”


뒷좌석의 유우나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루리쨩을 내버려둘 수 없었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에겐 폐를 끼쳐버렸네......”


"신경 쓰지 마라. 좋은 게 좋은 거지. 만사형통이란 건 있을 수 없어. 그것보다, 아까 제대로 못 잤잖아. 조금 더 자고 있어."


나는 버스를 몰며 말했다.


"네......”


대답은 하지만, 유우나는 눈을 감지 않은 채, 계속 자신의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창밖에서 음악이 들리기 시작했다.

드보르작의 '집으로 가는 길'이다.

시계를 보니 오후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세상이 무너져도 귀가를 재촉하는 음악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음악방송을 하는 시설에서, 누군가 살아남아 있는 걸까.

그 때 갑자기 운전석 근처에서 고통스러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하으윽, 하아...... 하아, 하아아......”


목소리의 주인은, 우리와 말다툼을 벌였던 갈색머리 여자였다.


"괜찮으세요?"


마츠리가 걱정하며 여자에게 말을 건다.

갈색머리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눈가에 눈물을 머금으며 혼잣말을 중얼중얼 내뱉었다.


"무서워...... 하늘이...... 무서워......"






이번 번역은 다른 분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거 번역하면서 카쿠미를 다시 싹 봤는데 쿠미코는 진짜ㅋㅋㅋ


이걸로 용사사외전도 마무리 됐고... 이제 정말 남은 건 유유유이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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