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기...

" 저 부르셨나요...? "

- 네... 그, 다른 게 아니고 처음 봤는데 그쪽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런데... 혹시 괜찮다면...

" 어머, 죄송해요... 저 남자친구 있어요... "

- 아, 죄송합니다...

또 까였다...

대체 이게 몇번째인지 모르겠다

전역하고 오랜만에 피끓는 연애를 좀 해보려 했는데

어째 이렇게 되는 일이 없냐...

날 까고 저기 멀어져가는 여자애가 계속 눈 앞에 아른거렸다

우리 학교에 저렇게 이쁜 애가 있었다니

얼굴을 보니까 어린 것 같은데...

올해 입학한 새내기려나?

그건 그렇고, 한 눈에 반해서 용기 내어 말을 걸었더니 저리 매정하게 거절할 줄이야...

에휴, 역시 예쁜 것들은 얼굴값을 해요!

긴장풀려서 배고픈데 밥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 와악!!! "

- 아이씨, 깜짝이야!!!

" 뭘 그리 놀래? "

- 야! 너 좀 놀래키는 장난 좀 그만하라고 했지?!

" 히히, 오빠가 반응이 재밌는데 어떻게 그만 둬 "

- 어휴, 말을 말자... 너 근데 이 시간에 여긴 웬일이냐, 지금 전공시간 아니야?

" 응, 그랬는데 오늘 교수님 일 생겨서 휴강이지롱 "

- 팔자 좋다... 그때를 마음껏 즐겨라. 학년 올라가면 바쁘다 바빠

" 킥킥, 난 그때 가서도 놀거야.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안놀면 언제 놀아 "

- 너 그러다가 나중에 취업 못하고 굶는다...

" 괜찮아, 오빠가 나 먹여살리면 되니까 "

- 내가 왜 너를 먹여살리냐? 니 미래의 남편에게 말해라 그런 건

" 으앙! 주원 오빠가 나 버렸어! "

- 그래... 버리고 자시고, 난 밥먹으러 간다... 나중에 보자

" 나도 이제 점심 먹으러 갈 거야, 같이 가!!! "

- 너 학식 안 먹잖아

" 히힛, 그냥 갑자기 먹고 싶어졌는 걸? "

- 하여튼 니 변덕은 대체 알다가도 모르겠다 휴우...

" 근데 오빠, 뭐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왜 이렇게 한숨을 쉬어대, 다 늙은 할아비처럼 "

- 그래, 아침에도 그렇고 방금도 그렇고...

" 뭔데 뭔데? 나한테 얘기해봐. 내가 다 들어줄게 "

- 너한테 말해봤자 니가 이해하겠냐? 외로운 남자의 마음을 누가 알리오...

" 외로운... 오빠 설마 여자 문제야?! "

- 그래... 너 오기 전에 진짜 이쁜 여자애 있어서 번호 좀 물어보려 했더니 그대로 차였거든...

" 오빠가 지금 연애할 때야!? "

- 아우씨, 너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냐!

" 몰라, 나 갈 거야! "

- 뭐야, 갑자기... 밥 안먹을 거야?

" 됐어, 기분 안좋아졌어! "

그렇게 원영이는 가버렸다

도대체 이해를 못하겠네

뭔 놈의 기분이 이리저리 휙휙 바뀌는 지 참...

그건 그렇고 아까 그 여자애 진짜 예뻤는데...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뭐 타임머신 같은 거라도 있으면 시간을 돌려서 다시 한 번 고백을...

응? 원영이가 왜 다시 돌아오지?

- 다시 밥먹을 마음이 생긴 거야?

" 몰라! 그것보다 오빠한테 전해줄 말 있어서 온 거니까... "

- 무슨 말?

" 아빠가 오빠 부르더라고. 빨리 올라가봐 "

- 교수님이? 왜?

" 몰라, 나한테 묻지마! "

그러더니 다시 쌩하고 가버렸다

정말 원영이의 기분은 미스테리다...

일단은 교수님이 불렀으니 가봐야겠지

밥은 나중에 먹자...

" 어때요, 저 연기 완전 잘했죠? "

- 그렇게 말하기엔... 보는 내가 다 조마조마하더라

" 치이, 내가 얼마나 마음 졸였는 줄 알아요? 그렇게 우물쭈물 말을 걸어오는 게 얼마나 웃겼는데요 "

- 야, 그래도 저 정도면 진짜 큰 용기를 내서 한 건데...

" 저게요? 알고 보니 완전 이쪽 방면으로는 초짜였네요 히히 "

- 그러면 초짜한테 반한 너는 뭐냐?

" 그건 제가 넘어가 준 거라구요. 뭔가 잘못 생각하고 계시나봐요 "

- 됐다, 됐어... 아슬아슬한 상황 지켜보고 있으려니 진이 다 빠진다. 날씨도 덥고... 너 배 안고프니?

" 완전 고파요 히잉... 우리 뭐 시원한 거라도 마셔요

저번에 아저씨가 사 준 쫀득쫀득한 알갱이 들어있는 그거, 나 그거 마시고 싶어요 "

- 버블티? 그래, 그거 마시자. 근데 시간이 흘러도 여자애들은 다 똑같구나. 난 그거 왜 마시는지 모르겠던데...

" 그건 아저씨 입맛이 너무 올드해서 그런거라구요 "

- 그런것보다야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 최고지

" 우악! 할아버지 귀신이 붙었다! 저리 가, 훠이! "

- 날 노인네 취급하는 건 그만둘래...?

" 히힛, 알았어요. 그만 할게요. 아이구 우리 오빠는 왜 이렇게 멋질까? 얼굴도 잘생겼고 머리도 좋고, 우쭈쭈... "

- 말을 말자... 그리고, 아직 일 안끝났으니까 조심해서 다녀야 되는 거 알지? 빨리 모자도 쓰고 선글라스도 끼고...

" 네, 알겠습니다~! "

조금은 뜨거운 햇빛이 내려 쬐는 초여름의 캠퍼스

여름 방학을 곧 앞둔 학생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푸른 신록이 생명력을 뽐내는 계절 속에

나 역시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젊어진 느낌이었다

저렇게 원영이와 투닥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뭔가 아련한 느낌도 들고 웃음이 나기도 했다

이제는 흘러 간 아름다운 추억

사람들은 과거를 그리워하며 돌아가길 원하지만

역시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둘 때가 제일 아름다운 것 같다

설령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해도 말이다...

다 좋게 끝났지만 아직 하나 남은 일이 있었다

그걸 끝내지 못한다면 내 여행도 끝난 게 아니니까...

그 대답에 보답하기 위해서

난 아직 해야할 일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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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 - Part from you, Meet you first Epilogue

Memory, 2013년 6월 추억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