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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FF] 슈퍼스타 장원영 -16(1)

순풍만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6.01 23:05:27
조회 278 추천 1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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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와 함께 마지막까지 한 장의 사진을 남기려는 민주와 태검이, 그리고 그것을 찍어주는 원영이를 바라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했던 나의 인생은 그 기본적인 궤에 있어서는 여전히 바뀐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무대에 있는 예쁘장한 아이돌을 좋아하고, 그래서 멀리서나마 그들을 쫓아다니면서 거기서 뻗어져 나오는 에너지와 화려함에 마치 나 자신이 동화된 듯 취해버리는 것.


물론 저기에 서 있는 민주와 나는 사귀는 사이로 묶여있다고는 하지만, 영문모를 거리감을 느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민주는 즐거운 표정으로 내쪽으로 달려왔고 이내 내 손을 잡고 다시 잔디밭쪽으로 잡아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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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도 찍어요.”


“이제 우리 수업 가야 할 것 같은데?”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민주는 사진 찍느라 신나서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스스로를 반성하듯 머리를 콩 하고 박으면서 미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뭐 괜찮아. 모처럼 이렇게 꾸몄는데 멋지고 예쁜사진만 찍어도 모자르지 나같은 불순물이 흘러들어가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으니까. 그렇게 다시 수업을 향해 가려는 데 원영이가 또 민주에게 말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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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는 이 정도로 됐지만 우리 홍보영상도 촬여해야 하지 않아요?”


“맞아. 그건 또 언제 찍지? 지금 메이크업 한 김에 찍을까?”


민주는 아무래도 오늘 모든 것을 끝마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듯 하지만 원영이는 고개를 저었다.


“홍보영상이라는 건 사진과는 또 다른 준비가 필요하잖아요? 멘트라던가, 아니면 자기소개할 장기라던가 하는 거요. 조금 더 연구해서 주말에 같이 찍어보는 건 어때요?”


“그럴까? 그럼 토요일에 모여서....”


“아! 그런데 어쩌죠? 저 토요일에 드라마 촬영이 있어서 거의 하루종일 시간 뺏겨야 되거든요. 그런데 저는 언제든지 준비되어 있으니까 일단 태검오빠랑 토요일에 모여서 회의 하면서 멘트나 영상 콘티 짠 다음에 일요일에 찍는 건 어때요?”


“그럴까? 오빠 그럼 우리 토요일에 셋이 모여서 같이 회의해요.”


“.........”


그런데 왜 또 일이 이렇게 꼬이는지 모르겠구만. 하필이면 그 토요일에 원영이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스케쥴이 있고, 절대로 말 할 수는 없지만 그 스케쥴이라는 게 바로 원영이의 드라마 촬영장까지 운전기사를 해 주는 거란 말이지?


“아... 나도 사실 토요일에 할 일이 있어. 할아버지 생신이라서 시골에 가야 할 것 같은데?”


물론 그 할아버지가 아직도 이승에 존재하다면 말이지. 그러자 민주는 어쩔 줄 몰라하면서 발을 동동 굴렀고, 그녀의 신앙이나 마찬가지인 원영이가 뭐가 문제냐면서 해답을 내려준다.


“어차피 언니랑 태검오빠는 바로 옆동네 사니까 모여서 회의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잖아요? 그 왜 작년에 했던 오디션 프로그램 홍보영상에서 힌트 얻어서 잘 찾아보세요. 그리고 일요일에 다같이 찍은 다음 업로드 하는 걸로 하면요?”


“그, 그럴까? 오빠 일요일에는 서울 오는 거죠?”


“토요일 밤에 올거야. 일요일엔 나도 나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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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렇게 해야겠다. 태검아? 토요일에 모여서 콘티 짜 보자. 아후.. 근데 나 혼자서 할 수 있을지 걱정이네?”


민주는 나 없이 홀로 콘티를 짜야 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지만, 태검이는 원영이 앞에서 자신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는지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민주를 다독였다.


“둘이서 열심히 짜보자. 티모형이나 원영이 보기 부끄럽지 않게.”


“그래 민주야. 잘 할 수 있을 거야.”


나 역시 민주의 용기를 북돋아 주었고 결국 그렇게 하기로 마무리하고는 수업으로 돌아가는 우리들. 원영이는 또 샵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고, 민주와 태검이는 그녀와 함께 앞서 나가면서 꺄르르 웃어대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나는 유리와 함께 그들의 뒤를 따랐다.



수업이 모두 끝난 시각, 나는 민주와 함께 강의실을 빠져나왔고, 마침 똑같이 수업이 끝난 1학년들과 복도에서 마주쳤다. 다들 민주더러 예쁘다고 칭찬하면서 사진 한방 찍자고 하는 통에 또 옆으로 밀려나버린 나. 그렇게 폭풍이 지나가고 나서 원영이와 태검이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언니 같이 갈 거죠? 태검오빠 가는 길에 고양이 먹이 산다는데 언니도 같이 들리는 건 어때요?”


또 같이 가는 건가? 사실 민주와 사귀고 나서도 같이 하교한 건 딱 한 번 뿐이다. 나머지는 이놈들과 수업이 늘 같이 끝나서인지 항상 민주를 뺏기기 일쑤였고. 그런데 민주는 오늘만큼은 고개를 저으면서 갑자기 내 손을 잡았다.


“나 오늘 오빠랑 약속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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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요? 그럼 어쩔 수 없죠 뭐. 우리끼리 가요 태검오빠.”


“으응...”


태검이는 민주에게서 고양이 먹이에 대한 조언을 구하지 못한 게 아쉬웠는지 시무룩한 표정으로 원영이와 함께 먼저 건물을 빠져나갔다. 그런데 민주랑 나랑 따로 약속한 게 있었던가? 사실은 오늘 집에 가서 사진을 선별하고 보정하는 작업을 해야 해서 좀 바쁠거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원영이랑 태검이를 보내고 나서는 민주가 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리 사진찍어요.”


“사진? 아... 근데 해가 져서 잘 나올지 모르겠네?”


“무슨 상관이에요? 이렇게 언제 또 메이크업 할지 모르는데 오빠랑 꼭 사진 찍고 싶어요.”


“........”


이제보니 아까 한 장도 찍지 못한 나에대한 배려를 하는 거였군. 거참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지만 강하고 쿨한 도시남성을 연기하기 위해서는 차서준이 하는 것처럼 살짝 미소만 지을 수밖에. 그렇게 우리 두 사람은 손을 잡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


“받침대가 없어서 그냥 폰으로 찍어야 할 것 같아.”


“괜찮아요. 전 좋아요.”


민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나와 함께 사회대 옆 잔디밭으로 향했다. 어느새 석양이 지는 오후가 되어 있었고 아까와 같은 화창한 자연광은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우리 두 사람은 나무며 수풀이며 꽃이며,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거의 모든 장소에서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투샷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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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이것봐요! 오빠 너무 귀엽게 나왔어요.”


“그, 그른가?”


솔직히 민주랑 투샷을 한 번도 안 찍어 본 것은 아닌데 오늘의 민주가 너무 화려하다보니 두 사람 사이의 차이가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는 것 같았다. 리얼리티 캠에 같이 찍힌 연예인과 스탭같은 분위기랄까? 특히 아까 전에 민주와 태검이가 얼마나 예쁜 그림을 만들어냈는지 몇십분이고 지켜본 나로써는 아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저렇게나 좋아하다니 참.


우리는 잠시 쉬어가기로 하고는 벤치에 앉아서는 찍은 사진들을 돌려보고 있었다. 어느새 석양도 완전히 땅거미가 져서 어둠이 엄습하는 가운데, 그토록 아름다웠던 민주의 모습도 슬슬 가려져가는 형태가 된다.


“아쉬워요. 오빠랑 밝을 때 사진 못 찍어서. 그런데 아까 너무 정신이 없어서....”


“아니야. 솔직히 언제 또 이런 거 해보겠어? 우린 나중에 찍을 기회가 있겠지?”


“여름에 오빠 생일 오면 우리 같이 여기 가서 메이크업 받고 사진찍을래요? 그래서 매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요.”


민주는 오늘 일이 정말 즐거웠는지 그걸 나와 함께 하고싶다고 말하고 있었는데 솔직히 내 본심은 그걸 원하는 지 잘 모르겠다. 뭐 나도 관리 받으면 쪼끔은 나아지긴 하겠지만, 유리가 보정에 대해 논한 것처럼 그게 정말 나인건지는 잘 모르겠단 말이지? 그리고 민주가 절대 그런 의도로 말한 것은 아닌데, 왠지 오늘 태검이와 찍은 사진보다 지금 나와 찍은 사진을 더 못한 것으로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 그렇게 하자.”


“후훕. 맞다 오늘 거기 차서준 왔었는데요, 원영이랑 둘이 엄청 친하더라구요. 그리구.... 이거 오빠만 알고 있어야 돼요. 전에 오빠가 원영이가 차서준 좋아하는 거 아니냐고 했잖아요? 그런데 정말 원영이가 차서준한테 마음이 있는 거 같았어요.”


“그, 그래??”


뭐 둘이 친하다는 거야 지난번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던 거였고, 사실 그때 원영이가 보여준 생 날것의 모습이라던가, 또 민주가 원영이에게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던 것을 토대로 해서 혹시 그 남자가 차서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건지, 아니면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던 건지 잠시 내려놓고 있던 시절도 있었는데 역시 민주의 눈에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보였나보다.


“네. 저 아까 그걸 알아채고 너무 떨려서 미치는 줄 알았어요. 평소엔 그냥 귀여운 후배라서 좋은 사람 만났으면 좋겠다고 별 생각 없었는데, 막상 거기 가서 차서준이랑 인사도 하고 샵 사람들이랑도 친근하게 지내는 걸 보니까 진짜 연예인이라는 게 실감 나더라구요. 거기에다가 팬으로써 좋아하는 게 아니라 차서준이랑은 같은 연예인이잖아요? 아... 지금도 떨려요. 그게 진짜 드라마 같았어요.”


“그,...그렇겠다. 사실 차서준 같은 사람이면 원영이가 충분히 혹할 수 있잖아?”


마음에도 없는 말을 지껄이는 내 혓바닥을 뽑아버리고 싶었다. 그런데 그 다음에 나온 민주의 말이 더 가관이어서 뽑아낸 혓바닥으로 귓구멍을 틀어막고 싶어지더라.


“오빠! 이거 진짜 비밀이에요! 사실은요.... 차서준도 원영이한테 마음이 있는 것 같았어요.”


“.........”


계속해서 기계적인 대답으로 어떻게든 민주와의 대화에서 내가 당황했음을 내비치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 말에만큼은 그저 침묵으로 반응함으로써 속내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원영이 혼자 좋아하는 게 아니라 차서준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오빠도 놀랐죠?”


“어, 으, 응. 그렇구나...”


다행히도 민주는 그저 내가 특급 열애설을 접한 일반적인 시각에서 놀란 것으로만 생각하나 보다. 나도 겨우 정신을 차리고 애써 표정관리에 들어가긴 했는데, 민주는 그냥 그 얘기를 하는 것 만으로도 긴장이 되는지 내 시선처리까지는 신경쓰지 못했다.


“어쩐지 이상했거든요. 제가 전에 말했잖아요? 원영이가 언제라도 부르면 달려올 수 있는 그런 믿을만한 사람이 있다구요. 세상에.. 그게 차서준일 줄 누가 알았겠어요? 완전 드라마에요 드라마. 다른 사람도 아니고 원영이가 어려움에 처하면 차서준이 달려온다는 거잖아요? 왜 요새 차서준 새로 나오는 그 드라마에서처럼요.”


그렇군. 차서준은 워낙 바쁜몸이라서 지난 드라마 끝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또 특급드라마에 주연으로 캐스팅 되었다. 제목은 ‘THE 왕’이라나? 조선시대 임금님이 천한 신분의 계집과 사랑에 빠져서는 반정을 꿈꾸는 신하들과 맞서 싸워가면서 사랑을 지켜내가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긴 한데 민주가 재밌다고 난리라 해서 몇 편 보긴 했다.


그러고 보니 거기서 여주 역할을 하고 있는 홍다희가 위기에 처하자 자신의 친위대를 이끌고 말을 타고 궁궐을 뛰쳐나가는 장면이 있었는데 지금 민주 분명히 그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와.. 진짜 거기에서처럼 막 혼자서 차 끌고 달려올 거 같아요. 세상에 어떻게 이럴수가 있죠? 제 후배가 곧 차서준이랑 사귈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 그게 쉽게 되나? 연예인이면 남들 눈도 피해야 하고....”


“오히려 원영이처럼 아무도 모르는 신인이면 그러기 더 편하죠?”


“........”


그렇군. 두 사람의 마음 뿐 아니라 상황까지 둘의 사랑을 응원해 주는 상황이로구나.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아이즈원을 망가뜨린 그 기획사놈들을 전부 다 찰싹찰싹 패주고 싶은 심정이다. 원영이가 겁나 유명했으면 차서준도 함부로 접근 못 했을 거 아니야 히잉....


그리고 민주는 오늘처럼 예쁜날 시무룩한 표정으로 자기 손가락을 조물조물 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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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샵에 가니까 너무 신나긴 했는데 뭔가 자격지심같은 거 느껴졌어요. 저도 기획사에서 몇 번이나 연락 왔었거든요? 저는 그런거 할 깜냥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전부 거절했는데 한 번 시도라도 해 볼걸 그랬나봐요. 원영이가 다시 보이기 시작하니까 제가 허투루 보낸 시간들이 너무 후회되기도 하고....”


민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스르륵 어깨를 내 고개에 기대었고, 나는 말없이 그녀의 등을 두드려주면서 위로를 건네었다. 하긴 민주도 어디가서 빠지는 아이가 아니고 솔직히 TV에 나오는 웬만한 사람들보다 훨씬 예쁘잖아? 유진이 말대로 그 ‘기회’라는 걸 제대로 받지 못해서 평범하게 살던 도중 막상 그 세계에 직접 들어가보니까 후회스러운 거겠지.


“지, 지금이라도 해 보면 되지 않을까?”


“제가요? 채원이한테 엄마역할도 밀리는 제가 뭘 할 수 있겠어요?”


민주는 자신감을 완전히 잃었는지 고개를 마구 흔들면서 더 달래달라고 말하고 있었고, 나는 아예 팔을 뻗어 그녀를 안고서는 계속해서 어르고 달래주었다.


어쩌면 민주 역시 아까 내가 느꼈던 감정을 그대로 느꼈는지 모르겠다. 가까이서 볼때는 몰랐는데 막상 상대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되자 감히 민주 곁에 가서 같이 사진찍을 생각조차 못 했던 나처럼, 민주 역시 장원영과 차서준 앞에서는 기가 죽은 채 숨만 죽이고 있었던 거야, 이궁.....


그렇지만 이거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내가 두 배로 비참해지는 것 아닌가? 민주는 원영이를 부러워하고 나는 그런 민주와 사진을 찍는 태검이를 부러워하면서 유리랑 같이 멍하니 잔망만 떨고 있었잖아. 어찌보면 유리 말이 하나도 틀린 게 없는지도 모른다. 인간을 등급에 따라 분류하고 싶지는 않은데 어쩌면 내 계급에 맞는 사람은 유리일지도 몰라. 하아...


“무슨 생각해요 아까부터?”


민주는 좀처럼 말을 하지 않고 계속 어두운 표정으로 있는 내가 걱정되었는지 물어왔고, 나 역시 이제 원영이나 차서준, 혹은 태검이에 대한 열등감은 그만 접어두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뭐 어쨌다고? 그래 니들이 좀 잘난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김민주 남자친구란 말이야. 그 생각을 하니 내가 왜 여기서 기가 죽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지금 민주는 내 품에 안겨서 위로를 청하고 있고, 나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민주에게 키스할 수 있어. 아니다. 생각난 김에 그냥 해 버리자. 어차피 지난번에도 하려고 했는데 원영이 때문에 막힌 거였잖아?


그래서 정말로 민주에게 키스했다. 안고있던 그녀를 우왁스럽게 잡아 올린다음 그대로 입술과 입술을 맞닿게 해 버렸다. 아아.. 이게 민주의 입술. 이건 뭐 보드랍다는 말로도, 말랑거린다는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감각이 느껴지면서 온몸이 빳빳하게 굳었다가 순식간에 용해되는 느낌에 급 현기증이 느껴진다. 그래서 조금 더 과격하게 입술을 움직이고자....


퍼억!


그러나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민주는 그 가녀린 팔 대체 어디에 있는 근육을 사용했는지는 몰라도 거칠게 나를 밀어낸 다음 놀란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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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지금 뭐하는 거예요 오빠?”


“아, 아니 그게....”


“하아... 진짜 왜 이래요? 왜 오빠까지 이래요?”


“그, 그치만....”


“너무해...”


민주는 급기야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면서 자기 백을 챙겨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눈가를 훔쳐내면서 밍다닥 하고 뛰어가버렸다. 그리고 나는 멍하니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도중, 대체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싶어서 볼을 꼬집하다가 아파짐.


이게 대체 뭐냐고!? 아니 갑자기 왜 민주가 나를 혐오동물 보듯 하고는 거칠게 밀어낸 다음에 눈물을 흩뿌리며 달아나는 거야? 설마 내가 키스해서 그런 거야? 아니 우리 벌써 사귀고 있는 데다가 지난주 토요일 너희집 앞 공원에서 이미 모든 걸 허락한 거 아니었나?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뭘 잘못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고, 급하게 전화기를 꺼내서 민주에게 전화를 걸어보지만 전혀 받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계속해서 카톡을 보냈지만 여전히 답장을 하지 않는 그녀. 게다가 지난 번 말실수 했을 때처럼 읽씹으로 어느정도의 여지를 남겨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안읽씹이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 도대체 이유를 알 수 없는 가운데, 나는 일단 노트북을 잡고는 오늘 찍은 사진을 정리하면서 포카에 쓸 사진을 고르며 계속해서 연락을 보낸다.


그렇게 꼬박 밤을 새었는데도 여전히 민주에게서는 연락이 없었다. 이건 뭐 이유라도 알면 내가 뭘 잘못했는지 성찰이라도 해 보겠는데 아무리 짱구를 굴려봐도 민주가 그렇게 화를 낸 이유를 모르겠단 말이지? 일단 학교에 가긴 가야 하니 주기적으로 연락을 보내면서 아침 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금요일이었고 오전에는 [현대 대중문화의 이해] 수업이 있다. 그리고 이 수업은 나와 원영이가 단 둘이서 듣는 유일한 수업이지. 나는 민주의 일 때문에 다소 풀이 죽은 모습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고, 수업 시작하기 딱 1분전이 되자 커피 한잔을 손에 든 장원영이 들어와서는 내 옆자리로 왔다.


드르륵...


그러나 이 와중에도 본능적으로 그녀의 의자를 꺼내주는 나란 새끼. 원영이는 말없이 자리에 앉았고, 나는 딱히 인사할 기분도 아니라서 그냥 말없이 수업을 들었다.


아마 민주는 오늘 여행과 레저 수업에 오지 않아도 되기에 느지막히 학교에 올 것이었고, 그래서 주구장창 카톡을 보내는 데도 여전히 안 읽씹만 이어지는 군. 그런데 내가 너무 티나게 카톡을 보내는 것 같아서 슬쩍 고개를 돌렸다가 아니나 다를까? 장원영과 눈이 마주쳐 버렸다.


“..........”


원영이는 말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카톡을 끄고는 갤러리를 열어 어제 밤을 새 가면서 보정한 원영이의 사진 30장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이 중에서 10장을 골라 포카를 만들어야 되니 어디 알아서 골라보렴.


원영이는 핸드폰에는 손도 대지 않고 마음에 드는 사진에는 고개를 끄덕끄덕,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그렇게 몇 십분을 보내다보니 결국 포카로 쓸 사진 10장을 고르는 데 성공했다.


수업이 끝나고 강의실을 빠져나왔는데 또 문제가 생겼다. 오늘 민주고 태검이고 오후수업이나 되어야 학교에 올 테니까 또 장원영이랑 밥을 먹어야 하는거?


“뭐... 먹고 싶니?”


“아무거나 먹어요.”


“학식 가자.”


“거기 좀 지겨운데..”


“그럼 학교 앞에 새로 생긴 텐동집 갈까?”


“좀 느끼할 거 같고...”


“그럼 초밥?”


“아침을 안 먹었더니 대낮부터 찬 음식은 좀...”


“.......”


개가튼년... 그냥 니가 처먹고 싶은 걸 말하라고!!!!! 후우후우.. 진정하고 생각해보자, 지난주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장원영은 꽤나 불우한 고교생활을 보냈고 그 나이대 학생들이 해봄직한 건 죄다 지나쳤다고 가정하는 거야. 고민 끝에 나는 원영이를 데리고 근처 편의점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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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영이는 무슨 결혼반지 고르는 듯한 신중한 눈빛으로 편의점 도시락과 컵라면을 번갈아 보기 시작한다. 여긴 떡볶이 집과는 달리 선택권이 너무 많으니까 아무래도 내 쪽에서 양보를 해 줘야겠지?


“그냥 네가 다 골라. 나눠먹으면 되니까.”


“.........”


원영이는 내 쪽은 바라보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결국 편의점 도시락 하나, 삼각김밥 하나, 포자만두 하나와 컵누들에 바나나 우유까지 골라서는 바구니에 담는다. 그렇게 계산을 끝내자 먼저 도시락과 삼각김밥을 가지고 렌지로 가서는 유심히 포장지에 적힌 유의사항을 읽어가며 렌지를 작동시키는 그녀. 우리 두 사람은 편의점 내부에 있는 탁자에 나란히 앉아서 점심식사를 했다.


원영이가 나한테 원하는 건 여러 가지가 있는 것 같은데 우리가 단 둘이 식사할 수 있는 금요일 점심시간에는 이렇게 그녀가 놓쳐왔던 삶을 되찾고 싶어하는 것 같다. 물론 그걸 왜 나한테 요구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떻게 보면 바로 나같은 놈이기 때문에 무리 없이 이런 걸 요구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르지. 솔직히 차서준이랑 편의점 도시락을 먹을 수는 없잖아?


별다른 대화 없이 시간을 보내다가 수업을 하러 강의실로 왔다. 그리고 먼저 도착한 민주와 태검이가 홍보영상을 점검하던 도중 우리를 발견했다. 민주는 곧바로 시선을 피하고는 다시 노트북에 집중하는 척에 돌입.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원영이는 민주와 태검이를 만나자 나와 함께 했던 묵언수행이 지루했던 듯 곧바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기 시작했고, 결국 나는 그쪽에서는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유리와 함께 태검이의 포카를 고르고 나머지 홍보영상을 편집해서 업로드 시켰다.


수업이 끝날 때 까지 민주는 나에게 말 한번 걸지 않고 원영이, 태검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는 SD카드를 들고는 뒷정리 중인 채원이쪽으로 다가갔다.


“오늘 인쇄 맡기러 갈 거지? 나도 같이 가도 돼?”


“..........”


채원이는 뭔가 할 말 많은 사람처럼 나를 노려보더니 이내 옆에 있던 예나에게 말했다.


“오늘 나랑 오빠랑 갈 테니까 너 그냥 집에 가.”


“.....알았다.”


예나는 내가 채원이와 단 둘이 움직이는 게 마음에 안 드는 듯 했지만, 그녀의 의사가 워낙 강력했던지라 결국 포기하고 뒤로 물러섰다. 그렇게 나와 채원이는 학교를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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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얘기 해 봐요. 민주랑 무슨 일 생긴건지.”


“..........”


역시 알고 있었군. 하긴 어제까지만 해도 깨가 쏟아지던 우리 두 사람이 널찍히 떨어져 앉은 걸로도 모자라 말 한마디 안 하고 있으니 채원이도 이상할 만 하겠지.


“그게..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


“오빠는 원래 눈치없는 사람이니까 충분히 모를 수 있다고 생각할게요. 무슨 일인지 전부 다 말해봐요.”


“근데 그게 너한테 말하기가 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때나마 날 좋아하던 사람한테 어떻게 현 여자친구에게 키스 한 번 시도했다가 이런 냉전상태에 돌입했다고 말할 수 있겠어? 그러나 채원이는 내가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다는 것처럼 검지 손자락으로 이마를 툭툭 밀면서 말했다.


“더 심각해지기 전에 그냥 털어놓을래요? 저 이제 오빠한테 전혀 관심 없거든요?”


“.........”


결국 버스에 올라타서는 나와 민주 사이에 있었던 일을 전부 말해주었다. 어젯밤 같이 사진을 찍으려다가 내가 기습적으로 키스했고, 민주는 기겁을 하면서 날 밀쳐낸 다음 울면서 집으로 돌아갔다는 것. 그리고 여태까지 연락 한 번 받지도, 말 한마디도 안 걸었다는 것 전부. 그러자 채원이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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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뭔가 이상한데?”


“그치 이상하지? 도대체 내가 뭘 잘못한 거야?”


“아뇨. 오빠가 잘못한 게 분명히 있긴 한데 민주 반응도 너무 까칠해서 좀 이해가 안 되네요?”


“내가 잘못한 게 있다고? 정말 내가 갑자기 키스해서 그런거야? 근데 지난주에 공원에서는....”


“그거 때문에 맞아요.”


“어째서? 너무 이른거야? 아니면 민주는 나랑 사귀기는 하되 그런 스킨십은 원하지 않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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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놔.. 말이 돼요? 민주도 당연히 오빠랑 뽀뽀하고 싶겠죠! 그런데 어제 상황을 생각해 보라구요. 민주 그렇게 치장을 하고 왔는데, 당연히 오빠랑 분위기 좋게 식사도 하고 그리고 하루종일 돌아다니느라 고생했으니까 이도 좀 닦고, 그리고 나서 둘의 감정이 고조되었을 때 쯤 첫키스 하고 싶다는 소녀적인 욕구가 있었을 거 아니에요? 그런데 오빠는 뭐 타이밍이고 분위기고 신경도 안 쓰고 그냥 강제로 오빠 하복부의 욕구부터 풀려고....웁.”


나는 채원이의 말이어째 점점 나를 더욱 더 쓰레기로 만들어 가는 것 같아서 일단 입부터 막았다.


“야 말이 좀 심한 거 아니야? 무슨 하복부의 노예취급을 하고 있어 이게? 그냥 내가 분위기 못 맞춰서 그렇다는 거잖아?”


“우웁! 하아.. 이거 놔요! 아무튼 뭐 거기까진 그렇다고 쳐요. 왜 하필 거기서 무작정 들이댄 거예요?”


“그건....”


그건 낮시간 내내 방치당한 나 자신에 대한 자괴감과 태검이에 대한 열등감, 거기에 원영이랑 차서준의 사이가 보통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는 겁내 복합적인 스트레스 속에 좀 충동적으로 움직인 거지만, 어찌되었든 그걸 말할 수는 없었다.


“그냥 좀... 남자답게 밀어붙일 때가 있다고 생각해서.”


“하아.. 그게 문제라구요. 오빠 민주가..”


채원이는 차마 그 말을 하기에는 듣는 귀가 너무 많다고 생각했는지 내 귀를 붙잡아 홱 잡아당겼다.


“이건 오빠랑 나랑 무덤까지 가져갈 비밀이에요.”


“응.”


“민주랑 창원이랑 사귈때도 그랬대요. 창원이가 민주 어떻게든 한 번 자빠트려 보겠다고 바로 오빠가 어제 했던 것처럼 무작정 들이대는게 너무 싫어서 민주가 그 새끼 오입질 걸리자마자 그렇게 쉽게 정을 뗄 수 있었던 거라구요. 그런데 오빠가 그놈이랑 똑같이 해버리면 어떡해요!?”


“........”


몰랐다. 아니 모를 수밖에 없잖아? 그럼 또 성창원 그 새끼 때문이야? 그 새낀 도대체 나랑 무슨 원수가 졌는데 이제는 내가 존재하지도 않았던 시절의 일로마저 날 괴롭히는 건데? 아무튼 큰일이다. 민주는 그렇게 무턱대고 들이대는 거에 결벽적인 혐오감을 가지고 있는데 정작 내가 성창원이랑 똑같은 짓을 해 버렸다고!!


나는 자칫하면 민주와 완전히 끝날 수도 있다는 걱정을 가득 안고는 버스에서 내려 채원이와 함께 인쇄공장을 향해 걸었다. 그러나 채원이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렇다고 이렇게 연락을 안 받는 건 좀 이상하지 않아요?”


“그, 그런거야?”


솔직히 내가 민주에게 있어서 얼마만큼의 개새끼가 되었는지 전혀 감이 안 잡히기에 그저 채원이 말에 맞장구 칠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니 뭐 갑자기 트라우마가 떠올라서 잠깐 화야 날 수 있죠. 하지만 상대가 다르잖아요? 오빠가 뭐 평소에 그런 사람도 아니고 나름 확신도 있었고 더 잘해보겠다고 하다가 그런 일이 생겼는데 민주가 이렇게까지 오바하는 게 이상하네?”


“그, 그치? 이거 오바 맞지?”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아무리 그애를 화나게 했다고 하더라도 개강총회날 만큼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때조차 집앞에 찾아가기 전부터 내 카톡은 전부 확인했는데 지금은 대체 뭐하는 것?


“하아.. 내가 대신 전화해주고 싶은데 김민주 그거 지금 나랑 말도 섞지 않으려 하니 어쩔수가 없네요.”


아 맞네 맞아. 생각해보니 민주랑 채원이도 [건전한 부부육아]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사이가 별로잖아? 그러자 문득 그때 일이 생각났는지 채원이가 몸을 홱 돌렸다.


“그건 그렇고 장원영 걔는 대체 뭐에요? 오빠도 알고 있죠? 걔나 나한테 표를 줘서 내가 이겼다는 거? 왜 그런 거래요? 걔 민주랑 아주 단짝이잖아요? 근데 왜 멀쩡한 나한테 표를 줘놓고 말도 제대로 안 하냐고요?”


역시 채원이도 원영이를 의심하고 있었구나. 그녀는 순간적으로 기분이 나빠졌는지 얼굴이 완전히 붉어져서는 화를 참지 못하고 있었다.


“알지. 아는데 민주가 원영이를 너무 철썩같이 믿어서 도저히 그 말을 할 수가 없더라. 그리고 나도 왜 원영이가 그랬는지 전혀 이유를 모르겠고.”


“하아. 진짜 미치겠네? 왜 아무짓도 안하고 의심받고 미움받아야 하냐구요?”


“나중에 민주 기분 좀 풀리면 내가 원영이라고 꼭 말할게. 물론 그 기분이 영원히 안 풀릴지도 모르지만.”


“.......”


나 자신조차도 희망을 잃어가자 채원이는 안쓰러운 듯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민주는 오빠 없으면 미치니까 곧 연락 오겠죠. 주말내내 전화기 잘 붙잡고 있어요.”


“응. 그럼 너는 내일도 그 단별인가 하는 사람 만나냐?”


“내, 내일이요? 마, 만나야죠. 다음주에 못 보니까 미리미리 많이 만나둬야지. 제 사적인 연애에는 신경 꺼줘요. 오빠같은 사람이 괜히 걱정해 준다고 하면 재수 옴 붙으니까.”


채원이는 단별이란 사람 얘기 하는 게 많이 부끄러운지 애써 말을 잘라버렸고, 우리는 어느새 인쇄소에 도착해 있었다.



다음날 새벽, 나는 또 아버지 차를 몰고 원영이네 집앞에 가서는 공손한 자세로 그녀를 태우고는 위위 아틀리에로 향했다. 오늘 촬영장소는 민속촌이니까 아마도 사극일테고, 그렇다면 거기에 맞는 곱상한 쪽진머리를 하게 되는 건가? 예전에 설날 맞이해서 한복입고 인스타를 올린 기억은 있는데 그때랑 지금의 원영이는 많은 부분이 변했기 때문에 조금은 기대가 되는 상황이다.


“오빠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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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원영이 왔구나?”


그리고 위위 아틀리에에 도착해서 대기실로 들어서자마자 또 차서준과 마주쳤다. 뭐지? 아니 설마 둘이서 일부러 시간맞춰와서 샵에서 데이트라도 즐기는 거야? 그런데 차서준 역시 머리를 완전히 늘어뜨리고 있는 걸 보면 혹시......


“신기하다. 같은 촬영장 가는 거 진짜 오랜만이지?”


“그러게요? 언제였는지 잘 기억도 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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