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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FF] 슈퍼스타 장원영 -33

순풍만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6.16 02:33:50
조회 692 추천 15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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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엠티를 다녀온 이후 민주에게서 태검이를 떼어놓기 위해 식사자리에 배나리를 초대한 나. 모든 것은 계획대로 되어서 배나리가 서태검을 집중마크하는 가운데 우리끼리 즐거운 식사를 하고 있던 도중, 갑자기 배나리의 친구로 생각되는 기이한 행색의 탈코녀가 등장했다. 


자신을 여풍당 순풍대지부 조합장이자 경영대 총여학생회 회장이라고 밝힌 그의 이름은 김나박이장강권최천방지축마골피..... 맞나? 하여튼 양성쓰기를 한답시고 족보에 있는 성씨를 죄다 끌어온 그 여자는 우리가 현재 진행 중인 [선택 2020! 순풍돌 총선거!]를 성상품화 행사로 공개적으로 지목하면서 원영이를 욕보이려다 되려 한 방 맞고서 씩씩대고 물러난 상태. 그런데 유리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감동 가득한 얼굴로 이리 말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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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찌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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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 멋져? 유리야 너 지금 멋지다고 했어?”


민주는 자신이 뭘 잘못들었나 싶어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면서 되물었고, 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여으성인꿘을 위해 힘쓰는 기잖아여? 므찌네여.”


“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우리가 뻔히 듣고 있는데서 저런 소릴 하는 건 좀 아닌 거 같은데... 원영아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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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신경도 안 써요. 저런 시기와 질투는 연예계에서는 늘상 있는 일이니까.”


민주는 걱정스런 마음에 원영이의 안부를 물었지만 저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톱스타병 환자는 신경 쓰지 말라면서 식사에 집중할 뿐이다. 


그렇지만 민주 말이 맞아. 왜 남들 밥 먹는데 끼어들어서 헛소리를 지껄이다가 사라지는지? 게다가 성 상품화가 어쩌니 하면서 남자부는 꼭 진행하고야 말겠다는 욕심이라든가, 또 태검이를 위 아래로 훑어보는 모습이 영 꺼림칙하단 말이지. 뭐 그렇다고 태검이가 불쌍하다거나 하는 건 아니고 그 잘난 모오순을 견뎌낼 수가 없어서 그런 것 뿐임.




그날 오후, 수업이 끝날때가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민주를 태검이와 순순히 집으로 보낼 생각이 없었다. 


“나 기획부 회의 좀 다녀와야 할 것 같은데 같이 갈래?”


“기획부요? 저도 갈 거에요.”


민주는 기획부에 채원이가 있다는 걸 뻔히 알기 때문인지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와 함께하겠다고 말했고, 결국 원영이와 태검이에게는 알아서 집에 가라고 전해준 뒤 모든 수업을 마치고 기획부 회의가 이루어지는 강의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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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오빠 오셨어요?”


1학년인 주제에 오늘도 열심히 학교에 남아서 회의에 참여하려는 열혈소녀 안유진. 물론 그녀가 비열한 방법으로 원영이를 속였을 뿐 아니라 그녀와 나의 정체까지 대충 눈치채고 있다는 게 그닥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래도 저렇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참 뿌듯하단 말이지?


“응. 아 맞다 유진아. 너는 팬미팅 언제 하니?”


“저 그냥 이번 주 토요일에 빨리 해치우려구요.”


“창원이가 뭐 하재는데?”


“드라이브 하자고 하던데요? 양수리?”


“.......”


고작 21살밖에 안된 놈이 노는 건 왜 이렇게 노땅처럼 노는 거지? 어쩌면 21살 이라는 것 자체도 허언일지 모르니까 나중에 기회를 틈타서 꼭 민증을 확인해 봐야겠다. 


하지만 아무리 유진이가 오디션의 기획자로써 룰에 충실하려 한다고 해도 창원이랑 단 둘이 드라이브를 보내는 건 선배된 도리로써, 아니 그 전에 인간된 도리로써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민주 역시 같은 생각인 듯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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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그건 좀 아닌 것 같아 유진아. 대충 시내에서 만나자고 하지 그랬어?”


“팬미팅인데 팬이 원하는 대로 해야 하잖아요? 저 괜찮아요 언니.”


유진이는 다 감당해 낼 수 있다면서 자신있게 말했지만 솔직히 우린 성창원 그 새끼 절대 못 믿음. 그렇게 유진이랑 대화를 나누는 사이 학회장인 은비, 2학년 과대인 채연이, 거기에 부장단으로 늘 묶여다니는 채원이와 예나, 사쿠라까지 다 모여서 일단 식사를 주문함. 그리고 은비는 식사를 기다리면서 핸드폰을 들어 영상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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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만든 우리과 최종 발표 영상 조횟수 봤어요? 완전 장난 아닌데?”


“봤어. 이 정도면 충분히 홍보가 된 것 같아서 아마 이번주에 다른 단과대에서도 열나게 참가하지 않을까?”


그 말을 들은 채연이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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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거예요. 우리처럼 5일씩 판매를 하진 못할 것 같고 급하게 만들어서 이틀정도 판매한 다음 금요일에 다들 발표할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과에서 다른과 파견을좀 나가는 게 어떨까요?”


채연이의 말은 급하게 행사를 준비하느라 영상제작이라던가 하는 분야에서 부족함이 많을 다른과에 인력을 파견하자는 것. 다들 좋다고 생각했고 채원이는 열심히 회의내용을 기록했다. 그리고 나 역시 모두에게 할 말이 있었기에 거수를 하고 내 의견을 타진했다.


“아, 그리고 이건 좀 상관없어 보이는 일이긴 한데......”





밥을 먹으면서 할 일에 대해서도 듣고 하니 어느덧 7시. 나와 민주는 남은 기획부원들과 부장단을 놔두고는 먼저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민주는 학교 건물을 빠져나오자마자 새침한 표정으로 날 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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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그거 뭐에요?”


“응? 아... 너도 대충 찬성한 거 아니었어?”


“그렇긴 한데 왜 또 거기 채원이를 끼우냐구요.”


“채원이만 빼 놓을 수도 없는 거잖아? 그리고 채원이가 있든 말든 어차피 너는 나랑 다닐 건데 무슨 상관이야.”


“치이.... 하여튼 오빠는 좀 잘해주는가 싶으면 꼭 이렇게 말썽 부리려고 해요. 오빠 내일 채원이랑 육아 브이로그도 찍어야 하잖아요?”


민주는 내 계획에 채원이가 포함된다는 것이 영 마음에 안드는 듯 했지만, 그래도 뭐 채원이만 쏙 빼놓을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후회는 없다. 그건 그렇고 내일은 드디어 육아 브이로그 찍는 첫 날이로군. 물론 조심조심해서 채원이랑 케미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그만이니 큰 문제는 없을 거다. 나는 슬그머니 팔을 뻗어 민주 손을 잡았고, 그녀는 화난 개구리 표정을 하면서도 내 손을 받아들고는 함께 전철역으로 향했다. 


전철에 올라탔는데 시간이 시간이라 그런지 자리가 많이 남아있어 민주랑 나란히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오붓하게 둘이서 얘기 좀 하려고 했더니 서로의 핸드폰이 동시에 울려버리는 군. 놀랍게도 혜원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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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원 : 오빠 뭐해? 왜 연락이 없어?


티모 : 오디션 관련해서 회의 할 게 있어서. 지금은 끝나고 민주네 집 가는 중이야.


혜원 : 그 순풍돌인가 하는 거? 그거 나가면 좋아? 사실은 우리과가 인원이 적어서 생활과학부에서 같이 하자고 참가신청 왔거든.


티모 : 그래? 본선에서 우승하면 꽤 상품이 많아. 전체 판매금액에서 일부를 정산받기도 하고, 현재까지 기획된 걸 토대로 해 봐서는 학교 홍보대사, 대학내일 표지모델, 잡지모델 2개에다  하트시그널 시즌4 출연까지 예약되어 있어. 


전부 사실이다. 우리과 인맥을 총 동원해서 기획부가 완성시킨 이번 본선의 우승자혜택. 뭐 홍보대사나 대학내일 표지모델, 잡지모델은 그렇다 쳐도 하트시그널 시즌4 출연권을 따낸 것은 그쪽 PD가 애교심이 강한 선배였기에 강한 일. 다른 건 몰라도 마지막 조건 때문에서라도 출전하고픈 사람들이 상당히 많을 거라 생각했다. 


혜원 : 그렇구나...


티모 : 왜? 너도 나가게?


혜원 : 귀찮아. 왜? 오빤 내가 나갔으면 좋겠어? 난 금방 떨어질 것 같은데?


티모 : 뭐 경험삼아 해 보는 게 좋지. 


혜원이도 여기 나가볼 생각인가? 뭐 혜원이 정도면 큰 인기를 끌 구석이 많다. 무엇보다 저명한 유튜버라는 점에서 구독자도 늘리고 화젯거리도 만들 겸 나가보는 게 나쁘지 않지. 그러나 문제가 하나 있다면 곡물심리학과가 생활과학부에 꼽사리 껴서 오디션을 진행하게되면 그녀는 절대 학부내 예선을 통과하지 못할 거라는 거야. 왜냐면 곡물심리학과 자체가 워낙 파워가 약해서 이렇게 다른 학부에 끼워서 오디션을 하게 되면 표 팔기가 어려워지니까.


혜원 : 알았어. 우리 언제 만나?


티모 : 언제 점심이나 한 번 먹자. 


혜원 : 응.


그렇게 혜원이랑 너무 오랫동안 톡을 하는 거 같아 민주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슬쩍 고개를 돌아보니, 정작 민주 역시 누군가와 엄청 열심히 톡 중이다. 나는 혹시 서태검인가 싶어서 슬쩍 카톡창을 엿보려는데 민주가 화들짝 놀라서 핸드폰을 거두었다.


“보지 말아요 오빠!”


“아, 아니 난 그냥 아까부터 하도 말이 없길래 누구랑 그렇게 열심히 카톡을 하나 궁금해서.”


“원영이에요. 오빠도 아는 사람인데 함부로 카톡 내용 보여주면 안 되잖아요.”


“그건 그렇지.”


민주 말대로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원영이랑 훤히 아는 사람인데 굳이 그녀의 허락없이 카톡내용을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원영이랑 되게 오래 카톡을 하나보군, 민주는 거의 전철역에 도착할 때가 되어서야 겨우 카톡을 멈추었고, 또 다시 애착있는 그녀로 돌아와서 내 팔에 자기 팔을 끼우고는 역에서 내렸다. 


“뭘 그렇게 얘기 해?”


“그냥 지금 어디인지, 뭐 하는지, 누구랑 있는 지 그런 거요.”


“.......”


그러니까 지금 네 일거수 일투족을 전부 장원영에게 보고하고 있단 말이야? 장원영역시 마찬가지고? 둘이 그렇게까지 성향이 맞는 것 같지 않은데 어쩜 이리 친해진 걸까. 원영이는 누군가가 떠받들어 줘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이고 민주는 언니긴 하지만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라 서로를 만족시키지 못할 것 같은데, 둘 중 하나가 굉장한 배려심을 발휘하는 거라 봐야겠군.


민주와 함께 언제나 오는 근처 공원으로 와서 벤치에 앉았다. 그런데 민주는 아까 전 열차에서 내릴 때부터 웃음벨을 울린 이등병마냥 주체할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할말을 잔뜩 장전하고 있는 중. 아니나다를까? 벤치에 앉자마자 원영이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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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이거 비밀로 해야 돼요. 아무래도 원영이랑 차서준이랑 곧 사귀게 될 거 같아요.”


“자, 장원영이랑 차서준이랑?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원영이가 직접 얘기했어?”


갑자기 내가 애써 잊고 지내던 장원영과 차서준의 열애설을 터트리자 순간적으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원래 민주처럼 망상하기 좋아하는 애들은 어디 시상식에서 잠깐 눈만 마주쳐도 그 자리에서 100kb짜리 소설을 쓰곤 하니까 일단 들어보고 나서 판단하는 것도 늦지 않다.


“직접 말하지는 않죠. 그런데 요새 뭔가 달라졌어요. 자꾸 저한테 남자랑 단 둘이서 드라이브 해 봤냐고 물어본다니까요?”


“드, 드라이브?”


다른 것도 아니고 왜 남자랑 드라이브 하는 것에 대해 물어보는 거지? 다른 거라면 모를까 원래 자동차 데이트는 연예인의 전매특허 같은 거잖아? 특히 차서준같은 톱스타는 언제 어디서 알아볼지 모르니 당연히 원영이와 만나려면 차 내부에서가 아니라면 무리일 거야. 


“갑자기 물어보니까 오빠랑 드라이브 했던 거 생각나더라구요. 왜 우리 사귀기 전에 오빠가 저 집가지 태워다 준다면서 서울 시내 뺑뺑 돌았던 적 있잖아요?”


민주는 부끄러운 듯 그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지만 솔직히 나는 완전히 평정심을 잃어버린 상태임. 뭐야! 그럼 둘이서 이제 본격적으로 만나기 시작한 거야? 그 전까지는 샵에서 가끔씩 마주치는 일탈적인 해방감을 즐겼다면, 이제는 아예 대놓고 차서준이 원영이 집앞으로 데리러 가는 거냐고? 정말이지 여자친구를 바로 옆에 두고 과거 덕질했던 연예인이 누굴 만나던 고심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렇게 대놓고 사귀겠다고 하니 꼬릿꼬릿한 배덕감이 치밀어 올라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 그게 다야?”


“아니죠. 밥 같은 거 같이 먹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봤어요. 그래서 그냥 항상 지켜보면서 입가에 흘리는 거 있으면 티슈 챙겨주고, 먹을 거 부족한지 아닌지 물어보고, 또 가끔은 직접 입에 넣어주기도 하고, 잇힝! 다 제가 오빠한테 하는 거네요?”


민주는 총애하는 후배가 톱스타 차서준과 연애를 한다는 것에 대한 설레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우리 역시 그런 행복한 시절에 속해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면서 스르륵 내 어깨에 고개를 기대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민주가 말해주는 그대로를 머릿속에서 재생시키면서 차서준과 장원영을 대입시켜 딥1페1이1크를 찍고 있는 상황임. 


둘이서 차서준의 고급 스포츠카에 올라타서 교외로 빠져나가겠지. 차서준은 운전따윈 할 줄 모를 원영이한테 가르쳐 주겠다면서 기어위에 손을 올리게 할 것이고 그 틈을 타서 그 작고 가느다란 손가락을 멋대로 주무를 거야. 그리고 충분히 유턴할 수 있는 공간에서 갑자기 후진을 하겠다고 그 길쭉한 팔을 뻗어 고개를 돌려버리면, 우아하게 뻗어있는 차서준의 목덜미를 바라보면서 원영이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킬 것 같아.


가끔씩은 콧바람도 쐬어야 하니 잠깐 내려서 아무도 없는 낭만적인 바닷길을 걸으며, 싸늘한 바닷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원영이를 팔을 뻗어 자기쪽으로 밀착 시킬거야. 원영이는 부끄러운 듯 하면서도 조금씩 몸을 밀착시켜 차서준과 온기를 공유하겠지. 그러면 원영이는 나한테는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을 세상 다가진 발그레한 표정으로 눈을 감을지도 모른다고!


“오빠 무슨 생각해요?”


“네 생각.”


정확히 말하자면 머릿속에 멋대로 떠오르는 장원영과 차서준의 행복한 모습을 지우기 위해 두뇌를 풀가동시키는 중. 그러니까 아무생각 않고 눈앞의 민주에 집중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데, 내가 그동안 장원영의 사진을 너무 열심히 찍은 탓인지 개미떼처럼 인해전술을 쓰며 몰려드는 딥1페1이1크 사고조1작의 당해낼 수가 없었다.


“아이 참... 저랑 있으면서도 제 생각해요 오빠는?”


“물론이지. 하루 종일 생각해도 모자라. 옆에 있어도 또 보고 싶어. 할 수만 있다면 내 안구를 적출해서 네 이름으로 문신이라도 해서 다시 끼워넣고 싶은 심정이야.”


“푸흡!”


민주는 내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아무렇게나 던진 말에 좋아라하면서 더욱 안겨들었다. 하지만 품안에서 느껴지는 민주의 감촉이 오히려 머릿속에서 차서준과에게 안겨 행복한 하루를 보내게 될 장원영의 모습을 상상하기는 데 더 도움을 주고 있다고! 제발 무념으로.. 무상으로.. 옴마니반메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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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두 분 여기 계셨네요?”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 겨우 머릿속에서 장원영의 흔적을 지워내고 있었는데 보란 듯이 그녀가 내 앞에 나타났다. 귀에는 아이팟을 끼우고 핑크색 추리닝에 런닝화까지 신고, 누가 봐도 ‘난 그저 여기 조깅하러 왔을뿐’ 이라는 기운을 역력히 뿜어내고 있는 장원영 말이야.


“어? 원영아? 조깅중이야?”


민주는 어떻게 여기서 원영이를 만나나 싶어서인지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는 애써 그녀를 외면하면서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네. 지난 번 총엠티에서 칼로리 섭취가 좀 심했잖아요? 그래서 이번 주는 계속 운동하려고 생각 중이에요. 그런데 두 분이서 뭐 재밌는 거 얘기하고 계셨나봐요?”


“응? 아, 아니야. 우리 그 뭐냐....”


민주는 방금 전까지 원영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본인 앞에서 그걸 밝힐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나를 바라본다. 나는 재빨리 두뇌를 회전시켜 원영이가 납득할 만한 변명을 만들어냈다. 


“우리 드라이브 갔던 얘기 했어.”


“.........”


그러자 원영이는 갑자기 말을 잃더니 민주가 아닌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아니 왜? 너도 내가 가끔 주말에 차 끌고 나올 수 있다는 거 누구보다도 잘 알면서 썸타던 시절에 여자 친구 좀 태워주면 안 되는거? 원영이는 한참이나 나를 노려보더니 침을 꼴깍 삼키면서 민주를 향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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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있었나봐요?”


“응? 아... 재미있었지. 그때는 우리 둘다 사귀지 않던 시절이라 좀 긴장도 되고... 그런데 오빠가 엄청 편하게 해줘서 되게 좋았어.”


“어떻게 편하게 해 줘요? 카시트같은 거 뒤로 젖혀주나?”


“응? 아니 그냥 말도 많이 걸어주고 내려서 산책도 하고..”


민주는 남 앞에서 우리가 얼마나 애잔한 썸을 탔는지 설명하는 게 부끄러운 듯 말끝을 흐렸고 원영이는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럼 이제 집으로 돌아가시는 거예요?”


“가, 가야지? 오빠도 집에 가야 하니까. 너는 언제까지 운동하게?”


“저도 방금 끝나서 집으로 가려고 했거든요. 셋이서 같이 가면 되겠다 그쵸?”


방금 전 운동을 끝냈다고 말하기에는 피부상태가 샤워 끝내고 보습까지 마친 아주 뽀송뽀송한 상태인 데다가, 이제보니 운동하러 나온다면서 왜 저렇게 풀메이크업을 하고 나온 건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군. 그렇게 우리 세 사람은 민주네 집으로 향했고, 원영이는 특유의 화술을 이용해서 민주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빠! 원영이 집까지 바래다 줘요. 어제도 뉴스보니까 힘없는 여자들을 무차별 폭행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민주는 총애하는 장원영을 또 집까지 부탁했고, 나는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일단 그녀 말에 따르기로 했다. 그렇게 민주와 작별인사를 하고 들여보낸 다음 우리는 길을 걸어 그녀의 집으로 향하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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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차로 갔어요?”


“응? 뭐가?”


좀처럼 용건 이외에는 물어보는 일이 없는 장원영이 또 희한한 질문을 던졌다. 그녀는 내 쪽으로는 시선도 주지 않고 정면을 향해 걸으면서 다시 물어왔다.


“둘이 드라이브 갔었다면서요. 전에 그 차로 갔어요?”


“아... 그날은 아빠가 일이 있어서 엄마차로 간 거 같은데?”


“이번 주 토요일에는 어떤 차인데요?”


“아빠차.”


“.........”


원영이는 납득이 간다는 듯 만족스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뭐가 납득이 가는 거야? 얼핏 보면 민주가 탔던 차에 본인이 타는 게 무척이나 싫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 방금 전 까지만 해도 똥씹은 표정을 하면서 민주를 어느 차에 태웠냐고 물어보더니 그게 자신이 탔던 차랑 다르다니까 꽤나 온유해진 표정이란 말이지? 


짤랑.


그런데 집으로 향하던 원영이는 갑자기 방향을 틀어서 스타벅스로 입장. 뭐지? 열나게 땀 뺐으니(사실 땀이라곤 나지 않음..) 아메리카노로 입가심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이거 근데 내가 따라 들어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 가운데 투명한 유리문 안에서 원영이가 왜 안 따라오냐는 듯한 눈빛을 보낸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나도 입장. 


“두유딸기 프라푸치노로 주시는데 두유는 우유로 바꿔주시구요. 초코드리즐 바닥에 깔아주시고 딸기시럽 6펌프 추가해서 자바칩같이 갈아주세요. 그리고 휘핑크림 올린다음 위에 초코 드리즐 덮어 주시구요.”


“주문 받았습니다.”


“........”


그러나 방금전에 칼로리가 어쩌고 했던 사람 답지 않게 대놓고 돼지바 프라푸치노를 주문. 게다가 주문했으면 카드를 주던 뭘 주던 해야 하는데 말없이 나만 남겨놓고 테이블을 찾아나선다. 결국 내가 먹을 커피를 주문하고 계산까지 한 다음 진동벨을 받아서 원영이가 앉아있는 자리로 향했다. 


탁.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핸드폰을 꺼내더니 또 김밥사진을 보여준다. 그러고보면 저 핸드폰을 잡고있는 손끝이 유난히 반들반들 빛에 반사되는 것이 방금 전까지 김밥을 만들다가 온 것인가? 게다가 김밥모양이 어제보다는 확연히 가지런해진 것 같은게 내가 다 뿌듯하군.


“맛있어 보이네. 모양도 어제보다 훨씬 깔끔해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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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영이는 내가 해준 칭찬을 몇 번이고 되뇌이는 듯 빤히 날 쳐다보더니 다시 핸드폰을 거두었다. 그런데 요새들어 드는 생각이 원영이의 표정이 꽤 변한 듯 하군. 예전에는 쌀쌀맞다 못해 S성향 다분한 마나님처럼 날 깔아보는 것 같았는데, 요새들어서는 굉장히 부드러워진 걸로도 모자라서 아주 소녀소녀해진 느낌이란 말이지? 설마.... 그놈 때문인가?


“그런데 김밥은 왜 만들어 보는 거야?”


“그냥..... 상대가 맛있게 먹어줬으면 해서요.”


“........”


놀랍게도 내가 아까 전 상상속에서 딥페이크하던 바로 그 발그레한 표정으로 살짝 고개를 숙이는 원영이. 빼박캔트 반박불가 이건 무조건 차서준이랑 연결된 일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어쩌면 내가 드라이브가 가자고 했을 때 이미 차서준과의 데이트의 모의고사라고 생각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거지. 나는 몰모트처럼 장원영에게 시뮬레이트 될 뿐이고, 정작 그 김밥은 차서준의 입으로 쏘옥... 그러면서 원영이 손가락도 살짝 쏘옥...


부들부들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두 주먹이 불끈 쥐어지면서 사방으로 떨리기 시작했다. 한 가지 다행인 건 때 마침 진동벨이 울려서 내 속마음을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는 거?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진동벨을 들고 음료를 받으러 갔고, 동시에 나의 잃어버린 4년을 회상하면서 슬슬 최후의 마음정리를 해야겠다 싶었다. 


쪽...쪽...


당연히 뽀뽀하는 소리가 아니라 원영이가 돼지바 프라푸치노 빨대를 빠는 소리다. 나는 아까 원영이가 차서준 이야기를 한 이후 다소 쳐진 상태로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었고, 커피가 식어가는 것도 모른 채 계속해서 두 사람이 얼마나 달달한 데이트를 할 지만 궁리중. 


“무슨 생각해요?”


또 장원영님께서 내 생각을 물어오셨다. 그러나 지금 내 머릿속에서 이루어지는 일을 그대로 입밖으로 발설했다간 곧바로 전자발찌를 찰 수도 있으니 대충 둘러대야 겠군. 


“아, 내일 브이로그 촬영하는 거 알지? 뭐 너는 딱히 준비할 거 없지만.”


“준비 했어요.”


“...... 네가 준비할 게 뭐가 있어? 어차피 나랑 채원이랑 찍는 거잖아?”


“그냥 디테일한 설정 같은 거 준비했어요. 나이나 직업, 가정환경 그런 거.”


“.......”


이제보니 학업에도 꽤나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주는 군. 열심히 하는 모습은 아주 보기 좋아. 사실 그 점 때문에 지난 번에 포카를 전부 사재기한 거기도 하지만 말이야. 하지만 내가 유독 보고 싶어하지 않는 게 있다면, 그건 장원영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력을 다해 애정공세를 펼치는 그런 모습일 거다. 


“그... 마법사 있잖아? 혹시 그 사람 좋아해?”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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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질문이 너무 노골적이었나? 원영이는 컵을 내려놓은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본다. 윽! 내가 뭐 실수한 건가? 요새 원영이가 날 너무 편하게 대해줬다고 주제넘은 질문을 한 것 같군. 원영이는 어쩔줄 몰라하면서 눈알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고, 나는 이쯤에서 다시 해명해야겠다 싶어서 입을 열었다.


“아니 뭐. 그냥 해 본 말이야. 너한테 마법사가 있다길래. 난 그 사람이 남자인 줄 알았거든.”


“남자 맞아요.”


“........”


역시 그렇군. 뭐 예상했던대로 장원영의 마법사는 차서준이다. 비록 나도 한 때는 위즈원이라는 이름으로 그녀의 마법사가 되겠다고 공언했던 적이 있지만, 솔직히 나같은 놈이 백명 있어봤자 차서준이 드라마에 한 번 꽂아주는 것만 못한 효과지. 정말이지 이러면 안 되는데 장원영과 차서준을 생각할 때 마다 내가 계속해서 팬과 아티스트의 경계를 넘어서는 월권행위를 일삼는 것 같아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먼저 들어갈게.”


“왜요?”


“그냥.. 피곤해서.”


그러자 원영이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지만 나는 혼자 집으로 향하면서 나의 덧없던 4년간의 덕질 생활을 조용히 정리할 생각이었는데 네가 따라오면 또 집까지 바래다 주어야 하잖아? 내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매정하게 혼자 가 버릴수도 없기에 결국 둘이서 말없이 원영이네 집으로 향했다. 


저벅저벅


골목길로 들어서자 이제 주변에는 나와 원영이의 발걸음 소리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나는 계속해서 그녀를 보내주는 것을 받아들여야한다며 스스로를 설득하고 있었고, 원영이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음. 그렇게 집 앞에 도착해서 껄끄러운 동행이 끝나자, 문득 원영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인형 뽑기 잘 해요?”


“...... 아니. 난 별로 해 본적이 없는데.”


사실이다. 한창 인형뽑기 같은 사행성 게임을 해야 할 시기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며 이집트 4부리그에 배팅해서 돈을 벌어 너에게 쏟아붓느라 그런 거 할 시간이 없었음. 그러자 원영이는 그게 재미있다는 듯 살짝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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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되게 잘해요.”


“그래? 난 네가 해 본 적 없어서 하고 싶어 하는 줄 알았는데?”


“둘이서 해본 적은 없어요.”


“.........”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이 얼마나 고독한 인생을 살아 왔는지 말해주는 장원영. 순간 나는 목구멍에서 뭔가가 치밀어 오르는 것 같아서 홱 고개를 돌려버렸다. 흐규흐규..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원영이는 그렇게까지 즐거운 학교생활을 보내지 못했던 거야. 하긴 저런 성격을 받아줄만한 사람이 나나 민주말고는 있을 리가 없지. 물론 민주한테는 이상할 정도로 고분고분하지만 말이야. 


“무슨 인형 좋아해요?”


“토끼.”


“토끼?”


“그 왜 마이펫의 이중생활에 나오는 스노우볼 있잖아? 난 그게 좋아.”


“.........”


나도 모르게 진심을 토해냈고 원영이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나는 왜 저러나 싶어 고개를 돌렸지만 내 눈에 보인 것은 쾅! 하고 대문을 닫고 들어가는 그녀의 뒷모습 뿐. 뭐야? 뭐 작별인사 이런 것도 없는 거?


어쩌면 내가 일깨워주고 싶지 않은 기억을 되살렸기 때문에 화가 난 건 아닌가 싶다. 왜냐면 아이즈원 시절에도 늘 토끼라고 이미징 되었었고, 내가 직접 스노우볼과 합성한 사진을 장원영 본인도 본 적 있다고 팬미팅에서 말한 적도 있으니까. 그리고 실제로 그 스노우볼 인형을 선물했던 기억도 난다. 


원영이한테 꽤 많은 선물과 조공을 건넸던 것 같은데 그 물건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하긴 저렇게 스노우볼 얘기만 꺼내도 화를 내면서 인사도 없이 들어가는 걸 보면 역시 그 시절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을 것이고, 자식의 나쁜 추억을 연상시키는 물건들을 아버지가 몰래 꺼내서 마당에서 전부 불태워버렸을 수도 있지. 



장원영은 어두운 과거를 딛고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한때 그녀의 마법사를 자처했던 자리에 있는 것은 더 이상 내가 아니라 차서준이라는 사람이지. 우리의 격차는 누가 봐도 뻔 할 정도로 엄청나고, 사실 마법사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건 정말 그런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것일 거야. 자칭 마법사라는 놈은 장원영을 1등의 자리에 올려주지도, 그녀의 보금자리가 사라지는 것도 막지 못했지만, 진짜 마법사는 그녀를 하늘위로 올려줄 수 있는 초월적인 힘을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원영이가 하나만큼은 알아줬으면 한다. 나도 정말 최선을 다했어. 아무도 보지 않는 곳, 누구도 느끼지 못하는 수고를 하면서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했지만, 다만 거기에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었을 뿐이야. 


나는 늘 너의 앨범을 수백장씩 샀고, 아무도 찾지 않는 공카에 매일같이 출첵을 하면서 글을 남기고 사진을 풀었다. 단 한 번도 너의 오프를 빼먹은 적이 없었고, 단 하루도 너를 응원하지 않은 날이 없었어. 나는 마법을 부리기 위한 모든 것을 했지만, 다만 마지막 순간 시전에 실패했을 뿐이야. 


사람들은 야무차가 1킬도 못하고 재배맨에게 죽은 것만을 기억하지만, 사실 야무차가 한방 먹여줬기 때문에 크리링이 4킬을 할 수 있었던 거라구. 사람들은 홍진호가 최연성에게 3:0으로 발린 것만 기억하지만, 사실 홍진호는 그 전까지 단 한 번도 지지 않고 결승에 진출했단 말이야. 나 역시 누구보다도 널 정상에 올려주고 싶었지만, 그게 실패했다고 해서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니라는 거지.


음..... 그냥 원영이는 모르는 게 낫겠다. 아티스트가 팬에게 늘 좋은 모습만을 보이려는 것처럼, 팬 역시 아티스트에게 뒤구린 속사정 따위는 숨기는 게 좋을 거야. 서로 좋은 모습만을 기억하고, 서로 아름다운 것만을 추억하자. 뭐 원영이는 날 전혀 기억 못 하지만 말이지.






후기 -혹시 스밍이 꺼진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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