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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번역,웹연재] 현자의 제자를 자칭하는 현자 276화 - 구입

M_G_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2.22 03:4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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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역본은 웹연재 기준 260화부터 번역을 시작하고 있으며 이는 서적판 기준 13권 이후의 내용을 담고 있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가능하면 1권부터 13권까지 읽고서 보는 것을 권장하고


역자가 아마추어라 번역할 때 번역기를 참고하는 경우도 있으니 양해 부탁하며


오타나 오역 등 지적은 적극 수용하고 있음.


오늘의 노동요

(재생후 모바일은 영상을 길게 터치, 컴퓨터는 마우스 오른쪽 클릭으로 무한 재생시킬 수 있음)

https://youtu.be/QjIjSEOx1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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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구입


정체불명의 전과품이라고 생각한 소파에 실은 가구정령이 깃들어 있었다. 대역전적인 그 사실에 점주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점주여, 다시금 묻겠는데 이 소파를 팔아줄텐가?"


소파에 볼을 비비기까지 시작한 점주에게 미라는 다시 한번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점주는 정신이 들었다는 듯 고개를 들고 수줍은 듯 웃더니 다음 순간 만면의 미소를 띠우며 "물론입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런가 그런가. 상당히 익애*한 태도로 소파를 붙잡기에 놓고싶지 않다고 얘기하는 것이라 생각했지 뭔가."

(익애 : 흠뻑 빠져 지나치게 사랑하거나 귀여워함)


미라는 농담인 체하면서도 반정도는 진심으로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그에 반해 점주는 조금정도는 그럴 마음이 있었다며 고백했지만, "정령여왕님께라면 안심하고 양보할 수 있습니다." 라며 매우 진지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그건 기쁜 일이로구먼. ....해서, 얼마정도인게지?"


얼마간 말을 주고받은 뒤 미라는 마침내 그것을 입에 담았다.


소파에는 정체불명의 무시무시한 무언가가 아니라 가구정령이 깃들어 있었다. 이 사실은 향후 골동품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리고 이 사실이 주지*되었을 때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온 그 모든 물건들의 가치가 하늘과 땅이 뒤집히는 것처럼 바뀔 것이다.

(주지 : 여러 사람이 두루 앎)


요컨대 지금 눈 앞에 있는 소파는 정령여왕 미라의 감정을 통해 막대한 가치를 가진 골동품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가구정령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골동품 일대를 파고든 순간부터 정령여왕의 보증문서나 선전문구를 붙여 가게에 진열하는 것 만으로 『카페 크래프트 벨 골동품점』 에게 있어 역사에 남을 만한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미라가 정령이 깃들어 있다고 말하면서 소파의 잠재가치가 치솟았다. 상인이라면 미라의 행동을 완전히 우책중의 우책이라 말할 것이다. 상대가 가치를 깨닫지 못한 상태라면 아무것도 알리지 않은 채 싼 값으로 사들이는 것이야말로 이득인 구입 방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라는 그러지 않았다. 가구정령의 존재를 점주에게 가르쳐 준 것에는 가구정령을 현재 상황에서 구하기 위해서 라는 의미도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골동품을 각별히 사랑하는 점주로부터 그 근방에 이 정보는 퍼져 나갈 것이다.

필요한 것은 점주에게 가구정령의 존재를 인지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행동들은 싼값에 매입하고 나서라도 상관 없는 것들이었다. 그러면 미라는 이득을 보면서도 가구정령도 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미라가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골동품을 사랑하는 점주를 최고로 기쁘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라는 상인이 아니라 정령을 사랑하는 자였기 때문이다.


싼값에 구입한 후에 그 사실을 밝혔다면 분명 복잡한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골동품을 취급하고 있는 이상, 점주도 그러한 일을 몇 번이나 경험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일은 마치 문제아가 단번에 영웅으로 거듭나는 것과 같은 대약진과 같았다. 진심으로 기뻐해야 할 그 순간에 복잡한 감정은 불필요한 것이다.


고액이 제시되도 그건 그것일 뿐. 장사하는 중이니 당연한 일인 것이다. 한 때 마봉석을 팔아 돈을 벌었던 미라는 그렇게 이해하면서도 내심 손이 닿는 범위의 가격이기를 바랐다.


"그렇다면...."


얼마냐는 미라의 말에 희색으로 물든 점주의 얼굴에 진지함이 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주는 소파와 미라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잠시 고민하더니 미라를 향해 똑바로 돌아섰다.


"100만 리프 정도로, 어떻습니까?"


진지한 눈빛은 유지한 채 점주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소파의 가격을 제시했다.


100만 리프. 미라에게 있어 그것은 상당한 액수였다. 게다가 2인용 소파로서도 비싸다고밖에 할 수 없는 가격인 것이다.


하지만, 골동품으로서 정령이 깃든 가구로 본다면 100만은 비싼게 맞는 것일까. 게다가 감정사의 두 스승을 불렀기도 하여 경비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그런 것들을 바탕으로 미라는 이것이 상당히 양심적인 가격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날마다 시장조사로 여러 가게를 돌아다니고 있는 미라는 현재의 주요 시세는 적당히 파악이 끝난 상태인 것이다.


그리고 미라가 알고있는 정령 관련의 물건이라고 하면 정령무구였는데, 이는 최저가로도 500만 리프는 넘는 물건이었다. 무구와 가구, 원초와 인공 등 세세한 부분은 여러가지 달랐지만 사람이 정령에게 품는 마음과 정령을 대하는 감정이라는 것이 공통점이다. 따라서 100만 리프는 파격적으로 싼가격이라 할 수 있었다.


다만 무엇보다도 미라가 그것을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점주의 표정때문이었다. 조금 전 1층에서 단골손님이라 생각되는 사람과 이야기하고 있었을 때 점주가 띠우고 있던 미소와 지금은 상당히 분위기가 달랐던 것이다.


분명 1층에서의 미소는 영업용 미소였을 것이다. 반면에 지금의 미소는 이런저런 역사등을 설명하며 골동품을 소개하고 있을 때와 같았다. 그것은 마치 그가 사랑하는 골동품의 행복을 바라는 것 같은, 그런 표정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흠, 문제없는가?"


이번 일은 가게입장으로서도 크게 벌 수 있는 기회일 것이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놓쳐도 상관없는 건가하고 미라는 굳이 그렇게 되물었다.


그러나 점주는 조용하게, 하지만 당당하게 수긍하며 "상관 없습니다." 라고 말했다.


"이 소파를 의심암귀에서 구해주신 것, 또한 의심이 가는 물건들에게 희망을 주신 것. 이미 정령여왕님께는 많은 것을 받았으니까요."


명랑한 표정을 지은 점주는 마치 친자식을 애지중지하듯이 소파의 등받이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정령여왕님께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매입가선으로도 충분합니다." 하고 힘있게 말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이 소파는 100만 리프를 주고 매입한 모양이다. 그렇다면 원래 매매가는 그 이상이다. 여기에 가구정령이라는 부가가치까지 더해졌으니 시장 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점주는 그래도 상관이 없다며 그 태도를 무너뜨리는 일이 없었다.


"알겠다. 그걸로 받도록 하지!"


점주가 그걸로도 괜찮다고 단언하는 것이라면 더이상 할 말은 아무것도 없었다. 미라는 뜻밖에 좋은 쇼핑을 했다고 기뻐하며 그 거래를 동의했다.


"감사합니다! 그럼 매매 계약서와 감정서를 가지고 올 테니, 저쪽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조금 마음이 앞섰는지, 점주는 어딘지 모르게 들떠보였지만 애써 2층 안쪽에 위치한 공간을 가리켰다. 보아하니 그 장소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져 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계약 등의 사무적인 수속을 하기 위한 장소인 모양이다.


"음, 알겠다."


미라가 그렇게 대답하자 점주는 "그럼, 빨리 다녀오겠습니다." 라고 말하고는 바람처럼 사라졌다.


'다음에 또 마동석을 환금해야만 하겠구나.'


점주의 뒷모습을 배웅한 미라는 이것으로 소지금이 거의 다 떨어졌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다음번에는 얼마정도를 팔까 생각하며 안쪽 공간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점주가 엄선한 물건들만 모이는 2층은 아직도 많은 골동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미라는 도중에 발걸음을 멈추고는, 그 물건들의 역사를 접하면서 골동품이 품고 있는 로망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렇게 더욱 나아가자 미라는 보기 좋게 진열된 골동품의 건너편쪽 벽이 보이는 곳에 걸려있는 많은 회화들을 보았다.


대 중 소 등 여러가지 크기를 갖추고 있던 이 그림들은 어느 쪽이든 멋져보였으며 금방이라도 움직이기 시작할 것 처럼 생생하게 그려져 있었다. 또한 보아하니 어느 것이나 전부 같은 붓질로 보이는 듯 하여 모든 게 동일 작가의 작품이라고 생각되었다.


"....이것도 역시 점주의 취미가 아니련지..."


그곳에 전시된 그림들을 바라보면서 미라는 살짝 쓴웃음을 지었다. 같은 붓질로 그려진 그림들은, 그 작자가 좋아했던 것인지 모두 소녀가 소재로 되어 있었다.


소녀들은 예술성 높은 훌륭한 기교로 그려져 있었다. 이것이 다양한 그림들 중 한두 장 정도였다면 모양새가 괜찮았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종류만으로 이만한 수가 모이면 그 공간은 조금 이질적인 것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무어.... 사람마다 다르니까 말이지."


미라는 몹시 발랄해 하던 점주의 모습을 떠올리면서도, 어떻게든 그 이미지를 떨쳐내고는 골동품을 사랑하는 점주의 모습을 이미지의 중심으로 잡아 그 이상은 생각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테이블과 의자가 놓인 공간 주변에도 작은 골동품들이 놓여있었다. 그걸 둘러보고 있었더니 잠시 후, 분주한 발소리와 함께 점주가 돌아왔다.


"이거 참,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얼마나 서둘러 준비한 건지 숨을 고르던 점주는 이마의 땀을 손수건을 닦기 시작했다. 손에는 서류 한 장, 그리고 등 뒤에는 아까의 소파가 있었다.


"그럼, 매매의 수속을 밟도록 합시다."


"음."


미라가 의자에 앉기를 기다리고 나서 허리를 내리던 점주는 그대로 재빠르게 서류 한 장을 테이블 위에 펼쳐보였다. 그리고 미라는 점주가 시키는 대로 보증서나 감정서 등의 확인을 대충 끝마쳤다.


"그럼 100만 리프와, 이쪽의 내용을 확인하신 다음에 동의 사인을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점주는 트레이와 동의서 두 장을 내밀었다. "알았다." 라고 답한 미라는 준비해 둔 금화 20매, 100만 리프를 쟁반에 두고, 동의서 옆에 놓인 만년필을 손에 들고 동의서에 시선을 떨어뜨렸다.


동의서에는 어수선한 계약 내용이 적혀있었다. 그걸 요약하자면, 구입 후 파손의 경우 반품 등은 일절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 다만 상품 자체에 결함이 있었던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 것. 일주일을 초과하면 결함이 있더라도 접수할 수 없다는 것. 해당 지점에서는 구입한 상품에 한해 한 번만 무료로 수선을 받아 준다는 것. 그런 내용들이 적혀 있었다.


"여기랑 여기로 괜찮은가?"


내용은 별 문제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확실히 확인한 미라는 아래쪽에 있는 두 개의 공백을 가리키며 그렇게 물었다.


"네, 그쪽하고 그쪽맞습니다."


그렇게 답한 점주는 미라가 두 군데에 사인한 것을 확인한 다음 한 장을 더 부탁했다.


"이걸로 괜찮겠구나."


"감사합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이쪽과 이쪽에 날인이나 지장을 부탁드립니다."


미라가 사인을 다 쓰고 만년필을 내려놓자 점주는 인주를 내밀었다. 미라는 그에 따라 지장을 찍었다. 두 장의 동의서의 사인 위쪽에 두 개의 계인과 그 너머로 하나의 할인을 찍었다. 그 중 한 장이 손님측의 사본이라고 하여, 미라는 받은 보증서나 감정서를 정리해 그대로 아이템 박스에 넣었다.


"이걸로 수속 완료입니다! 오늘, 이 순간부터, 이쪽은 정령여왕님의 것입니다!"


딱딱한 사무작업이 끝났다는 듯 명랑한 표정을 지은 점주는 매우 흐뭇하게 미소지었다. 그리고는 "잘됐네, 정말 잘됐어." 하고 소파를 향해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시집가는 딸을 배웅하는 부모 같았다.


"그런데 정령여왕님. 한 가지 부탁을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기뻐하던 와중 점주는 문득 정색하더니 미라에게로 되돌아보았다. 그 표정은 실로 진지한 빛을 띠고 있었으며, 음색에도 차분하면서도 긴박감이 담겨 있었다.


"음, 부탁이라고? 뭔가?"


골동품을 각별히 사랑하는 점주의 일이다. 손질 방법이든지 등과 관련된 일인 것일까 하고 생각했던 미라였지만, 점주가 한 부탁은 미라의 예상 밖이었고, 그럼에도 예상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내용이었다.


"부디, 기념사진을!"


테이블에 놓여 있던 서류 한 장과 다른 한쪽인 커다란 상자에서 사진기를 꺼낸 점주는, 기대로 가득 찬 눈동자를 미라에게 보였다.


"기념사진 말이냐..."


조금 전에 봤던 그림을 계기로 점주의 숨겨진 성벽을 깨닫기 시작했다. 미라는 여기에 방문한 이후 처음으로 의심스런 눈초리를 점주에게 보냈다. 점주는 골동품에 대해서는 너무나 진지하여 의심할 여지가 없었지만, 기념사진은 어떨까.


"정령여왕님이 내점하셔서 그쪽의 소파를 구입해주셨다는 증거로 남기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야하나 미라가 머뭇거리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살피던 점주는 묘안이 생각났다는 듯 표정을 빛내며 연달아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더욱 기세를 가해 변명... 설명을 계속했다.


점주가 말하길 오늘은 골동품계의 역사에 남을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대처법이 없는 전과품으로 여겨져 앤티크계에서 미움을 받아왔던 골동품들이 향후 일변하여 각광받기 시작할 것이라는 것이다.


"전부라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만, 분명 교회에서 봉인된 물건들 중에는 정말 위험한 물건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착각으로 인해 봉인되어버린 정령이 깃든 물건이 그것 이상으로 많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모든 것이 오늘 이 날을 경계로 정령여왕님의 말씀으로 구원받는 것입니다. 이를 기념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을 기념해야 하겠습니까!"


점주는 몹시 감동했다는 듯 달아올랐다. 그의 말은 골동품에게로의 사랑으로 넘치고 있었다.


"무어, 그대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런 것이겠지..."


골동품쪽에 대해서 아는게 없는 미라는 너무 거창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다만, 봉인되어있는 정령이 구원받는다는 것은 미라에게 있어서도 기쁘다고 생각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념사진까지 필요한 것인가. 미라는 점주의 골동품사랑의 이면에 숨어있는 성벽을 간파해주려고 눈을 집중시켰다. 정말로 기념만이 목적인 것인가 하고.


그러자 그 눈을 아직 망설이고 있는 것이라고 본 점주는 "실은, 한 가지 염려가 있긴 합니다." 하고 서론을 떼더니 이유를 하나하나 늘어놓기 시작했다.


점주가 말하길, 그 골동품들은 대처법이 없는 전과품이라고 지금까지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그 나쁜 인상은 뿌리가 깊다고 한다.


고명한 술사조차도 알아채지 못한 정령의 존재를 믿게 만들고 나쁜 인상까지 불식시키려면 그에 상응하는 설득력이 있어야 하고, 그 설득력이 정령여왕이라는 이름에는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저 『정령여왕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다』 라고 한들 이를 진정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개중에는 귀찮은 물건을 비싼 값에 처분하기 위한 방편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주장하는 무리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점주는 심각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거기서 기념사진이라는 겁니다. 이쪽의 매매 계약서만으로는 위조라고 의심받을 수 있습니다만, 소파에 앉은 정령여왕님 본인의 사진이 거기에 덧붙여져 있는 것이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감정이 가득 찬 점주는 과장된 몸짓 손짓 다 섞어가며 필사적으로 미라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랬더니 어찌된 일인지 그 내용 자체가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인가, 조금씩 미라의 의혹의 눈초리가 누그러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를 호기로 본 점주는 더욱 말을 이어나갔다.


"그 정령왕님과 연결이 되어 있다는 정령여왕님이, 지금까지 대처법이 없는 전과품이라고 여겨지던 골동품들을 보고 정령이 깃들어 있다고, 불가사의한 기색은 사람을 지켜보는 정령의 것이라고 정령여왕님께서 말씀하신 겁니다. 게다가 이번에 이 소파를 구입하셨습니다만, 이 소파는 아까 말씀드린대로 여러가지 사정이 있었던 지라, 이쪽 업계에선 꽤 유명해진 상태입니다. 그런 소파와 함께 정령여왕님의 모습이 비춰진 기념사진이 있다면, 더 이상 나무랄 데가 없는 증거가 되겠죠!"


그렇게 단숨에 말을 뱉던 점주는 흥분이 채 가시지 않았다는 표정으로 미라에게 다가갔다. 그 필사적임은 다른 곳에서도 별로 볼 수 없을 정도였으며, 이에 미라는 약간 압도되는 기분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렇다곤 해도, 점주가 말한 것도 나름 일리는 있는 것이다. 이래저래 유명세를 타고 있던 미라는 그 소문의 근본이기도 한 정령왕이라는 네임밸류가 확실히 정령관계에 있어 절대적인 설득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과연 그렇구먼..."


기념사진을 찍기만 하면 점주가 말한대로 전과품으로 취급되던 골동품과 정령을 이유없는 죄로부터 확실하게 해방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무엇보다도 그러한 상황에 놓여있는 정령들을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해야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미라는 점주의 설득에 의해 크게 기념사진을 찍는 쪽으로 마음을 기울인다.


그리고 그런 미라의 마음의 변화를 놓치지 않고 감지했는지, 점주는 반짝하고 눈빛을 날카롭게 빛내며 커다란 상자에서 사진기를 꺼내들었다.


"부디, 앞으로의 골동품계를 위해서, 기념사진을 부탁드립니다!"


깊숙히 고개를 숙이는 점주의 진지한 모습에는 의심할 여지없이 골동품을 사랑하는 상냥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음, 알았다. 찍으면 되잖느냐."


주인의 열의에 감화된 미라는 의심을 떨쳐내고 기념사진 촬영을 맡았다. 무엇보다도, 불우한 처지에 놓여있는 정령들을 위해서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미라의 대답에 기뻐한 점주는 이제 촬영준비를 시작하겠다고 말을 이었다. 어지간히도 기합을 넣을 생각이리라. 2시간 정도 뒤에 다시 가게로 와달라는 모양이다.


덧붙여 모델비도 확실히 지불되는 것 같았다.






점주가 촬영 준비를 마치기를 기다리기 위해 일단 밖으로 나온 미라는 정령왕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내용은 골동품에 깃든 정령에 대한 것이었다.


고물에 깃든 정령이, 이와 같은 꼴을 당하고 있었다고 정령왕과 마텔은 쓸쓸하게 얘기했다. 놀랍게도 일찍이──지금부터 수천 년전, 수는 적었지만 그러한 인공정령들을 알고 소중히 대해주는 사람들도 확실히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점주의 이야기로 미루어 볼 때 지금은 그런 일이 없는 것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만약 누군가가 정령을 깨닫고 있었다면, 이토록 골동품을 사랑하는 점주가 그것을 모를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 점주 공의 말에 의하면 교회 사람들조차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봉인해 버린 것이 아닌가. 신위에 가까운 자라면, 미약하더라도 그에 가까운 존재인 우리를 깨달은 자도 있을 법이지만.... 현상황으로 보아 교회도 상당히 변해버린 모양이로군』


미라와 만나기 전까지도 아주 오랜 시간을 이 세상에서 보낸 정령왕은 한탄하듯, 하지만 그것 또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렇네요, 확실히 그 때와는 달라져 버린 모양이에요. 경치뿐만이 아니라, 사람의 모습도 말이죠』


지금까지 미라의 눈을 빌려 세상을 바라보던 마텔은 그렇게 말하고는 『어째서일까요?』 하고 말을 이었다. 마텔의 그런 목소리는 평상시 상냥하고 살짝 순딩해보이는 듯한 인상이 아니라 상당히 차분했다.


『그렇군, 어찌된 일이련지』


그렇게 대답한 정령왕은 그대로 『미라 공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고 물어왔다.


애초에 이런 일에 대한 것을 정령왕과 마텔이 모를 리가 없었다. 갑자기 대화가 걸린 미라는 당황하면서도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 줄어들었다, 같은 이유가 아닐까』 하고 곧바로 생각해 낸 것을 돌려주었다. 더욱이, 그 말은 사실도 근거도 없는, 그저 현대인이 역사를 보고 떠올리는 인상 그대로였다.


신이나 정령이 확실히 존재하고, 마물이나 악마까지 있는 이 세계에 있어서의 신앙이란, 분명 현대와는 본연의 자세의 근본부터가 다를 것이다. 하지만 깊게 관여해본 적이 없는 미라에겐 그 언저리는 애매할 뿐이다.


『흐음, 신앙심의 저하인가.... 아니, 그렇다는 것은.... 있을 리가 없는 일도 아닌 것인가』


역시 정령왕의 반응은 애매했다. 하지만 뭔가 생각난 것이라도 있는 모양이다. 나중에 조금 조사해볼까 라며 중얼거리던 정령왕은 이 건에 대해서는 언젠가, 무엇인가 진전되는 일이 있다면 다시 들려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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