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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번역,웹연재] 현자의 제자를 자칭하는 현자 279화 - 수사망

M_G_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3.07 21:11:31
조회 320 추천 5 댓글 2
														

본 역본은 웹연재 기준 260화부터 번역을 시작하고 있으며 이는 서적판 기준 13권 이후의 내용을 담고 있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가능하면 1권부터 13권까지 읽고서 보는 것을 권장하고


역자가 아마추어라 번역할 때 번역기를 참고하는 경우도 있으니 양해 부탁하며


오타나 오역 등 지적은 적극 수용하고 있음.


오늘의 노동요

(재생후 모바일은 영상을 길게 터치, 컴퓨터는 마우스 오른쪽 클릭으로 무한 재생시킬 수 있음)

https://youtu.be/nQimpsSYK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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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 수사망


‘슬슬 딱 좋은 시간이겠군.’


카드숍 『아스테리아 홈』 을 나서며 시간을 확인한 미라는 『카페 크래프트 벨 골동품점』 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약속했던 사진 촬영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미라는 카드게임 예선전에서 대망의 『덤블프』 카드를 볼 수 있었다. 카드가 실존하고 있었다는 것 역시 기뻤지만, 그 48장군을 쓰러뜨릴 수 있는 성능이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다 미라는 문득 생각이 났는지 한 장의 레전드 오브 아스테리아 카드를 꺼냈다.


“생각해보면 이 한 장이 계기였던 셈이구나.”


손에 들린 카드는 퍼지다이스의 카드였다. 이것으로부터 다양한 정보가 연결될 수 있었다. 미라는 참으로 기연이었다며 웃으며 골동품을 사랑하는 점주가 기다리는 가게로 들어갔다.






그 시각, 『아스테리아 홈』 의 대기실 앞.


'설마 A랭크 모험가 『월광설화 그란디르』 의 취향이 작은 여자아이였을 줄은.... 저러니까 여태까지 연애설이라던가 없었던 거겠지. 저 녀석에게 다가오는 여자들은 똑같은 어른들뿐이었으니까 말이야.'


그 반듯한 얼굴과 온화한 성격에 카드 게임 솜씨까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A랭크 모험가라는 실력을 가진 이케맨*── 그란디르. 인기 요소를 이정도나 담고 있었던 그에게는 당연하지만 지금까지 많은 여성이 사랑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 여성진들 중에는 귀족 영애 외에 그림의 떡이라고 생각될 만한 미녀들도 많이 존재했다. 그러나 그란디르가 그녀들의 손을 잡아주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도대체 어디에 불만이 있었던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하물며 그란디르라면 하렘, 일부다처조차 허락될 만큼의 공기가 여성들 사이에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 그란디르는 누구에게도 휘날리는 일이 없었다.


언젠가 모험가 동료에게 그는 남자를 밝히는 것이 아니냐고 속삭여졌던 적도 있었다.


그 소문이 은근히 퍼졌을 때, 친구는 함께 있었던 자기가 상당히 괴로웠었던 경험도 있었지 하고 회상했다.


그와 같은 길드의 B등급 모험가이기도 했던 친구는 그게 사실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소녀 취향은 또 괜찮은 건가 하고 복잡한 심경을 품고 회장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또 다른 아스테리아 홈 매장 내부. 대회장으로 사용되었던 강당 앞. 카드나 카드 게임 관련 상품을 취급하는 판매 스페이스에 옷차림이 단정한 한 명의 남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에리오. 『그리모어 컴퍼니』 의 영업 담당이었다. 그런 그의 옆에는 여성 점원의 모습도 있었다.


"아아ー, 역시나 벌써 대회가 끝나 있는겁니까."


대회 초반부터 관전중이었던 에리오는 도중에 빠져나와 지금 막 돌아온 참이다. 회장이 철거되어 축하회 준비가 되어있는 것을 바라보고는 피로한 얼굴을 지어보였다.


"네에, 레오나 씨가 본선 진출 결정됐어요."


"과연, 역시 그렇게 되었군요."


점원이 대답하자 에리오는 예상대로라는 듯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갑자기 당황한 것처럼 밖으로 나가셨을 때는 깜짝 놀랐었어요. 무슨 일 있으셨나요?"


그건 지금으로부터 1시간 정도 전의 일이다. 대회가 한창 달아오르는 가운데 에리오는 갑자기 가게를 뛰쳐나갔다. 점원이 그 일에 대해 묻자 에리오는 헛수고로 끝나버렸다며 한숨과 함께 그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지인에게 긴 은발의 귀여운 소녀를 봤다는 유력한 정보가 들어왔기 때문이라나.


"어제, 비공선이 학원에 내렸었잖습니까.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서 대회가 시작되기 전에 잠깐 보러 갔었거든요. 그래서 말이죠, 자세히 확인해보니 비공선에는 어디에도 국장님이 보이지 않아서요──"


비공선은 매우 귀중한 것으로, 대부분은 나라가 소유중이었다. 하지만 학원에 내려선 그것은 어딘가 달랐다. 그렇게 운을 뗀 에리오는 그때 보고 들은 것을 하나씩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 비행선은 많은 아이들을 태우고 왔다는 것. 아이들은 학원 뒤쪽에 신설된 고아원에 들어갔다는 것. 그 비공선을 목격한 학생이 말하기를 정령또한 많이 승선하고 있었다는 것. 또 관계자의 이야기에 의하면, 멀리 그림다트로부터 이곳 알카이트까지 왔다는 것. 그리고 아이들이 '미라 언니' 라고 자주 말했다는 것 까지.


그것들을 대강 이야기한 에리오는 며칠 전 같은 일에 종사하고 있는 사촌 후리오*로부터 『정령여왕』 의 이야기를 들었다며 말을 이었다.

(13권 103쪽 참고)


"장소는 그림다트의 학스트하우젠. 괴도 퍼지다이스로 달아올랐던 그곳에 그 정령여왕도 나타났었다고 하더군요──"


에리오는 점과 점을 잇는 듯이 설명해 나갔다. 그림다트에 있었던 『정령여왕』. 그림다트 방면에서 왔다는 비공선. 그 비공선에는 정령들의 모습이 많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미라 언니』 라고 부르던 그 이름이야말로, 그 정령여왕의 이름인 겁니다!"


현재, 무엇인가 화제에 오르는 일이 많은『정령여왕』. 단지 그 이명이 너무 선행했기 때문에 본래의 이름은 그다지 전해지진 않았던 모양이다. 에리오의 말을 전부 듣고 미라라는 이름과 『정령여왕』 이 하나로 이어지고난 다음에야 간신히 여성 점원은 놀라움을 드러냈다.


"즉, 이 거리에 정령여왕님이?"


"네에, 전 그렇게 직감했습니다. 긴 은발의 귀여운 여자아이라는 특징만으로는 역시 애매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만, 지금 이 거리에 그 정령여왕이 와있다는 정보를 근거로 한다면, 그건 이제 본인일 가능성이 지극히 높다고 밖에는"


바로 그 대사건, 거악 키메라 클로젠의 토벌. 그건 대륙 내부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어, 현재 그리모어 컴퍼니에서는 이 사건을 소재로 한 부스터 팩의 발매가 진행되고 있었다. 관련된 유명한 모험가의 카드가 재수록됨과 동시에 주역 중 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정령여왕등도 수록될 예정이었다.


이 때문에 신규 수록이 되는 인물들에 대한 허가를 받는 것이 현재 그리모어 컴퍼니의 영업원들 사이에서 최우선 사항으로 여겨지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에리오 역시 약간의 목격 증언만으로 뛰쳐나갔던 것이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아하니 허탕만 친 모양이군요?"


여성 점원은 축 늘어진 에리오를 보며 그렇게 물었다.


"네에, 뭐 그런 셈이네요. 골동품점에 와있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만, 한 발 늦은 모양인지라..."


가게를 뛰쳐나간 직후, 에리오는 목격했다는 장소를 중심으로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모습은 그곳에 없었고, 탐문을 하며 거리를 누비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보람도 없이, 어떻게든 추가로 확보한 정보도 이미 늦었었고, 정령여왕은 골동품 가게를 나온 뒤였다며 에리오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 뒤에는 새로운 정보도 없고, 한바퀴 돌고 지금 막 돌아왔다는 모양이다.


"유감이네요. 계약할 수 있었다면 보너스 확정이었을 텐데요."


"정말로 그렇네요. 『바커스』 로 호화롭게 놀 수 있는 찬스가..."


기대했던 만큼 실망도 컸었기 때문에, 에리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에리오와 여점원에게 한 명의 남자가 달려왔다.


"에마 씨. 혹시 긴 은발의 여자애 못봤어요? 그들에게 물어보니까 조금 막 돌아갔다던데."


미남 그란디르의 친구는 가게를 뛰쳐나오기 직전에 다리를 멈추고 여점원 에마에게 그렇게 물었다. 그는 대기실을 나온 뒤 가장 먼저 레오나의 팬들과 접촉했던 것이다. 그리고는 찾는 사람이 덤블프의 팬이며, 조금 전에 돌아가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지금부터 쫓으면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게를 나온 뒤에 오른쪽으로 갔는지 왼쪽으로 갔는지를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계속 출입구 근처에 있었던 에마에게 물었던 것인데, 그 친구의 말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에리오였다.


"잠깐 방금 그 이야기 자세히 들려주지 않겠습니까?!"


아까까지의 지친 기색은 어디로 갔는지, 에리오는 무서운 표정으로 친구에게 달려들었다.


"뭐? 아니, 그럴 때가──"


가능하다면 당장이라도 찾으러 나서고 싶었던 것이다.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친구는 그렇게 생각했었지만 에리오의 기백에 압도당해 완전히 발이 묶이게 되었다.


"──긴 은발의 소녀. 혹시, 마법소녀풍의 의상을 입고 있지 않았습니까?"


"....혹시, 그 아이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거야?"


그란디르로부터 확실히 마법소녀풍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고 들었었다. 그러나 그 이상의 정보는 없었다. 그란디르와 친구가 파악하고 있었던 정보는 단순히 겉모습 뿐이었던 것이다.


거기서 울린 것이 에리오의 말이었다. 무언가, 지금 찾고 있는 여자아이에 대해 겉모습 이상의 것을 알고 있는 듯하여 되물어보니 "소문으로 들었을 정도 뿐이지만 말이죠." 하고 되돌아왔다.


"알았어. 말해줄테니까 그쪽도 가르쳐 줘."


"좋지요."


친구와 에리오는 정보 교환이라는 형식으로 긴 은발의 소녀에 대해 아는 것을 이야기해나갔다.






"정령여왕..... 설마 동업자였을 줄이야."


그란디르가 상세히 말했던 특징과 에리오가 조사했던 소문의 특징이 보기 좋게 일치했다. 그건 즉, 조금 전까지 회장에 있었던 것은 정령여왕 본인이었다는 증명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찾고 있던 여자아이의 정체는 정령여왕이라고 불리는 A랭크의 모험가였다. 친구는 그 사실에 놀라면서도 매우 알기 쉬운 단서를 얻을 수 있었다고 기뻐했다.


에리오는 어떤가 하면, 밖으로 나오지 않고 쭉 여기서 대회를 관전했더라면 저쪽에서 먼저 찾아왔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크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는, 이런 일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에마에게 위로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모험가가 정령여왕을 모르고 있었을 것이라고는.. 키메라 클로젠 사건은 상당히 화제에 오르고 있는데 말이죠."


에리오가 그렇게 말하자 친구는 쓴웃음을 지었다. 최근에는 대회를 대비하느라 카드 실력만 단련하고 있어서, 본업을 살짝 멀리하고 있었다나.


"그러고 보니, 2개월 정도 전부터 매일 대전하고 있었죠."


에마가 생각났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친구는, 그래도 그 녀석은 져버리고 말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어느 세계라도 위에는 위가 있는 법이라고 절실히 말했다.


"그럼, 저는 왼쪽을."


"나는 오른쪽이군."


그건 차치하고, 지금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정령여왕을 발견하는 일이다. 가능하다면 가게까지 와 주도록 부탁한다. 그것도 안된다면 연락처를 받아낸다. 그렇게 결정하고 두 사람은 가게를 뛰쳐나갔다.


'뭐어, 이번에 찾아내지 못하더라도, 동업자라는 걸 알아낸 건 큰 수확이네.'


친구는 샅샅이 거리를 둘러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정령여왕은 A랭크 모험가였다. 그렇게 되면 조합을 경유하여 연락을 취할 수가 있었다. 여기서 찾지 못하더라도 만날 약속을 받는 일은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 방법은 수고가 많이 들고, 무엇보다도 언제 메세지를 받아 주느냐가 문제였다. 던전에도 들어갈 것이며, 거리에서 거리로 이동중이거나 등등 시간이 걸리는 일이 많은 것이다.


메세지를 받았다는 취지의 연락이 돌아오면 만나는 날짜를 결정해야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몇 개월이나 뒤의 일이 되는 것이다. 그동안 내내 그란디르의 상사병이 이어지게 된다면 귀찮기 짝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친구는 모험가로서 기른 지식과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여 정령여왕을 찾기 시작했다.


'부디, 발견할 수 있었으면.'


반면 에리오는, 어쨌든 어떻게 해서든 접촉하는 수 밖에 목적을 달성할 방법이 없었다. 상업 이용에 관해서는 조합을 경유하여 연락을 받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리오는 이러한 조건으로도 몇 개의 교섭을 성공시키고 있었다. 이번도 또한 언제나처럼, 지금까지 길러온 인맥과 좋은 인상을 활용하여 행인이나 노점

주인장 등으로부터 탐문을 실시하면서 정령여왕을 쫓는 것이었다.






자기도 모르는 새에 대수색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미라는 촬영 스튜디오로 탈바꿈한 방에 와있었다.


“그럼 정령여왕님. 조속히 이쪽 소파로..”


점주가 그렇게 말하며 가리킨 곳에는 조금 전 미라가 구입한 소파가 있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그 주변에 수많은 골동품들이 진열되어있는 것이 아닌가.


“뭔가 꽤 떠들썩하게도 벌여놨구먼.”


미라는 쇼파에 걸터앉으며 생각하던 것을 입에 담았다. 언뜻 보아하니, 이 골동품들에는 통일성이 없고 연대나 지역도 제각각임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모두 예술성이 뛰어나 멋있고 훌륭한 물건들이어서 한눈에 봐도 상당한 값어치라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다만 단 한가지, 어째서 이 물건들이 여기에 이렇게 놓여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미라는 어째서인가 하고 말없이 묻듯 점주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건.... 물론 정령여왕님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유명세를 띠고 있는 대모험가이신 정령여왕님의 기념사진을 살풍경으로 만들어버릴 순 없으니까요."


미라의 시선을 받은 주인은 잠시간 눈을 돌리며 당황하더니 조금 뒤에 자연스럽게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때 점주의 얼굴에 영업미소가 번져있어 미라는 그것이 빈말임을 간파했다. 골동품에 대해 이야기할 때와는 꽤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게 정말이냐?”


미라가 다시 한 번 더 묻자 점주는 시선을 방황하더니 이내 체념한 듯 입을 열였다.


이번 사진은 골동업계의 전환점이 될 정도로 중대한 한 장이며, 그 증거로서 이 사진은 발단이 되는 가게 이름과 함께 대륙 내부에 퍼져나갈 것이라 한다. 게다가 이는 사람에서 사람으로, 골동품 애호가에서 골동품 애호가로 상상도 못할 정도로 확대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는 모양이다.


그렇기에 조금 가게도 홍보할 겸해서 당점이 자랑하는 최고급품을 늘어놓아 보았다, 라나.


“선전비를 안들이고도 대륙에 홍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이거 편승할 수 밖에 없겠다.. 라고 생각해서..”


죄를 고백하듯 하는 말투였지만, 그렇다고 기죽은 기색없이 거기까지 드러낸 점주는 다음 순간 표정을 꽉 다잡으며 “불편하시다면 곧바로 정리하겠습니다!” 라고 말을 이었다.


“아니다, 그럴 필요는 없다. 마음대로 하거라.”


점주는 골동품 애호가이면서도 이래저래 가게를 운영하는 장사꾼이라서, 역시 이런 대담함도 있구나 하고 납득한 미라는 오히려 이 정도가 딱 좋다며 쓴웃음을 짓고는 선전에 대해서는 눈감아주기로 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사진 찍도록 하겠습니다.”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감사인사를 건넨 점주는 드디어라는 듯이 사진기를 들었다. 그리고는 “아, 그냥 평범하게 계셔도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시선은 이 근처로 부탁드리겠습니다.” 라고 어느정도 미라에게 주문을 넣었다.


“흠.... 이런 느낌이려나.”


소파에 앉은 채로 마치 여왕처럼 위엄있게 몸을 뒤로 젖히던 미라는 점주의 요구대로 마지못해 자세를 얌전하게 고쳐앉았다. 멋지게 자기를 연출하는 데 실패한 모양이다. 하지만 점주의 요망대로 다소곳이 소파에 앉은 미라의 모습은 규중의 따님같은 정취가 있어서 그 미소녀다움이 보다 두드러지고 있었다.


“그래요, 그 꾸밈없는 순수한 모습! 훌륭합니다!”


미라의 작은 몸집에 담긴 가련함을 보기 좋게 이끌어낸 점주는 약간 흥분한 듯이 셔터를 눌러댔다. 그리고 잠시 뒤에 “이거 최고의 한 장이 찍혔을 지도 모르겠군요.” 하고 중얼거리고는 승천해버릴 것 같은 기세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오오, 그런가. 그렇다면 이것으로 정령들도 안심이구나.”


증거가 될 사진은 제대로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점주의 모습을 통해 그렇게 파악한 미라는 불우한 입장에 놓인 인공정령들의 환경이 이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 기뻐하고는 역할이 끝났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바로 그 때였다.


갑자기 점주로부터 기다려달라는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아, 기다려 주십시오 정령여왕님. 가능하면 예비로서 몇 장 더 찍을 수는 없겠습니까. 핀트가 어긋나거나 눈이라도 깜빡이셨었다가는 한 장만으로는 실패할 수도 있어서 말입니다.”


점주는 미안한 듯이, 하지만 실로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촬영의 속행을 요청했다. 최고의 한 장을 찍은 느낌은 있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그것을 사용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면서.


“그렇구먼... 확실히 한 장만으로는 불안하겠구나.”


미라는 눈앞의 삼각대에 설치된 사진기를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그 사진기가 당연히 디지털식일 리가 없었을 것이라고 새삼스레 떠올렸다.


지금 이 세계에 퍼져있는 사진기는 전직 플레이어들이 기술을 반입해 만들어 낸 것이다. 하지만 과거 솔로몬과의 잠담에서 들은 바로는 전자기기를 충분히 이용한 디지털 카메라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아서, 세상에 나돌고 있는 모든 것이 필름식이라는 모양이었다.


즉 점주가 가져온 사진기 역시 필름식인 셈이다. 그리고 필름식의 경우 디지털과는 달리 현상하지 않으면 어떻게 찍혔는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 한 장만 촬영했는데 그 한 장이 실패해버린다면, 말그대로 끝인 것이다.


점주의 주장을 수긍한 미라가 다시 소파에 앉고 난 뒤에 아까와 같은 자세를 취하고는 "언제든 괜찮네." 라고 새침한 얼굴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럼──”


점주는 가볍게 인사하고 나서 사진기를 고쳐들고 다시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는 “혹시 모르니 한 장만 더.” 하고는 두 번정도 더 사진을 찍었다.


“정령여왕님 덕분에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주인은 그렇게 명랑하게 웃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얼굴에 신묘한 빛을 띠우더니 삼각대에서 사진기를 떼어내고 미라의 주위를 살피며 걷기 시작했다.


“새삼스레 생각난 것입니다만, 다른 각도에서 찍는 게 정령여왕님의 매력을 더욱 끌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매우 신묘한 표정으로 중얼거린 점주는 앞으로 몇 장만 더 촬영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보기 좋은 사진은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며 역설해댔다.


관심이 집중되면 머지않아 골동품계를 넘어 일반 시민에게까지 닿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골동품과 인연이 없었던 사람들이 그 사진을 계기로 흥미를 가질 가능성이 생긴다. 이는 가게적으로도 장사의 기회가 될 것이고, 골동품에 깃든 정령들의 인식도 더욱 퍼지게 되어 취급도 더욱 좋아질 것이다. 그렇게 점주가 유창하게 말해 보였다.


"흠..... 잘은 모르겠지만 뭐 그런 것이겠지."


조금 전의 충분히 느낌이 있었다던 사진만으로도 충분한 게 아닌 걸까. 미라는 선전이나 광고같은 것에는 그다지 정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알아듣기 어려워서 점주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점주는 이때라는 듯이 말을 이었다.


"확실히 이 근처에 걸 광고였다거나 피사체가 평범했다면 지금 것으로도 충분할 겁니다만, 당신은 다릅니다! 그 천사같은 미모에는 충분이라는 단어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숨겨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평범한 상태로는 이루기 힘들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그 정답을 얻기 위해서 각도를 바꿔서 시험해보고 싶은 겁니다!"


점주는 몹시 감격한 모습으로 소리를 높이며 대답했다. 그 어떤 것도 접근시키지 않겠다는 듯한 열의로 "정령여왕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라며 정열어린 눈동자로 미라를 바라보았다.


"호오... 이 몸말고는 할 수 없다고."


"네, 정령여왕님 말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약간의 문답이 있었지만, 그것으로 미라의 마음은 정해졌다.


이번에 찍은 사진은 약간의 가게 선전에 더해, 가구 정령의 존재의 인지도를 목적으로 하는 광고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정령의 일을 걱정하던 미라에게 있어 타협이라는 선택지는 없는 것과 같았다.


"좋아, 알겠다. 누구든 골동품에도 정령이 깃든다는 것을 믿을 수 있을만한 사진으로 만들어야겠구나!"


그렇게 의욕을 보인 미라는 '자, 와라' 라는 듯이 자세를 가다듬고 사진기로 얼굴을 돌렸다. 그리고는 대담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여유있는 자신을 연출했다.


"감사합니다. 아아, 그 고혹적인 미소, 훌륭합니다!"


점주가 크게 외치더니 그 기세 그대로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차례차례 각도와 방향을 바꿔가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과연 정령여왕님! 좋아요, 아주 좋습니다! 네 여왕님 미소 잘 받았습니다! 자, 다음은 치켜뜨는 쪽으로! 구~~~웃! 다음은 쭉 하고 시선을 내려보실까요! ──"


촬영을 계속해가는 동안 열량이 한계를 돌파해버린 점주는 어딘가에 있을 법한 카메라맨같은 텐션으로 돌입했다. 그 몸은 미라의 매력을 조금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자주 움직이며 전방위에서 촬영이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군데군데 튀어나오던 포즈 지시는 미소녀로서의 미라의 가련함과 소악마적인 요염함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었다.


"이렇게, 인가."


그런 점주의 기세와 열에 이끌려 미라 역시 시키는 대로 전부 소화해냈다. 정령여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여왕인 체하는 포즈나, 그런가 하면 그라비아풍 마냥 소파에 뒹굴거리는 포즈 등등. 소녀적인 귀여움 외에도 섹시샷을 몇 장이나 끼운 촬영은 계속되어 갔다.


"그겁니다, 접수했습니다! 완벽합니다!"


미라를 피사체로 하고 셔터를 눌러대던 점주의 모습은 이정도냐, 라고 할 정도로 절호조였다.


사랑하는 골동품을 위해 시작한 촬영회. 확실히 계기는 그랬을 터였다. 그러나 셔터를 누를 때마다, 미라가 포즈를 바꿀 때마다, 점주의 눈동자 색 또한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나이스, 피니시...!"


그리고는 마지막 한 장, 마지막 필름에 발밑에서부터 핥는 듯한 섹시샷을 담아낸 점주는, 승천해버릴 것 같은 만족스런 미소를 띠우며 바닥에 엎어졌다. 사랑과 성이 동시에 반반씩 떠오른 그의 눈동자는, 해냈다는 듯이 감겼다. 그 모습은 마치 천수*를 다한 것처럼 맑았다.

(천수(天寿) : 타고난 수명)


점주는 가장 큰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미라의 매력을 남김없이 기록하겠다던 그 목적을.


그리고 이는 동시에 골동품계의 미래로 이어지는 한 장이기도 했다. 이번 사진과 함께 정보가 돌기 시작한다면, 분명 틀림없이 대처법이 없었던 전과품 골동품들의 상황이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점주는 골동품계의 미래에 광명이 비친 것과 일생의 보물이 생긴 일을 신에게 감사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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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 완전 범죄자 아니야 이거


+) 07/26 이따다끼마쓰가 무슨 뜻인지 몰라서 직역해놓고 점주가 싸이코패슨 줄 알고 있었는데, 14권 정발본을 보니 접수했다, 라는 의미였다는 걸 깨달아서 수정함. 번역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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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1 설문 어떤 상황이 닥쳐도 지갑 절대 안 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5/2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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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일반 애니 작화는 괜찮은것 같은데 [1] 메이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3.26 104 0
624 일반 2쿨 8권까지 나오면 좋겠는데 [2] 우즈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3.26 114 0
622 일반 다음화 예측 [2] ㅇㅇ(1.242) 21.03.26 95 0
620 일반 건국기념일에 현자 다 복귀하겠네 [4] ㅇㅇ(1.242) 21.03.22 199 0
619 일반 플로네 나오네 [3] ㅇㅇ(115.22) 21.03.22 183 0
618 일반 1권부터 다시 보는데 개인적으로 정련 부분이 아쉬움 [3] ㅇㅇ(220.70) 21.03.22 127 0
617 번역 [번역,웹연재] 현자의 제자를 자칭하는 현자 282화 - 지금의 학원 M_G_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3.22 993 6
615 일반 할게 없으니 vs놀이 하고있네 [1] ㅇㅇ(223.39) 21.03.20 92 0
614 일반 현자1명vs연구자는 그냥 케바케인듯 ㅇㅇ(222.117) 21.03.20 68 0
613 일반 주관적으로 아홉현자 전투력순위 매겨봤음 [2] 우즈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3.19 260 0
612 일반 아니 딱봐도 현자압승이지 ㅇㅇ(112.150) 21.03.19 92 0
611 일반 아홉현자 1명vs현자 제외 탑 술사 전부 붙으면 [26] ㅇㅇ(1.242) 21.03.19 274 1
610 일반 헐 이번화 삼신장 나오네 ㄷㄷ [1] ㅇㅇ(1.242) 21.03.15 149 0
608 번역 [번역,웹연재] 현자의 제자를 자칭하는 현자 281화 - 평온한 휴일 평 [2] M_G_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3.14 325 5
607 일반 14권은 5월쯤에 나올려나 [3] 우즈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3.14 140 0
605 번역 [번역,웹연재] 현자의 제자를 자칭하는 현자 280화 - 골동품계의 신풍 [1] M_G_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3.10 399 7
603 일반 이번 화 요약 [1] ㅇㅇ(1.242) 21.03.09 198 0
602 일반 14권언제나오냐 [5] 드림라이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3.08 173 0
번역 [번역,웹연재] 현자의 제자를 자칭하는 현자 279화 - 수사망 [2] M_G_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3.07 320 5
599 번역 번역) 현자의 제자 외전 ~미라와 멋진 소환정령들~ 7-2화 [3] 미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3.07 454 5
597 일반 ※경 후지초코 결혼! 축※ [2] ㅇㅇ(218.237) 21.03.06 253 3
596 일반 웹연재읽어보는데 [1] ㅇㅇ(112.150) 21.03.05 147 0
594 일반 작가 트위터는 없는 걸로 아는데 [2] ㅇㅇ(119.205) 21.03.02 168 0
593 번역 번역) 현자의 제자 스핀오프 ~마리아나의 먼 날~ 1화 [10] 미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3.02 1094 7
592 일반 웹연재 번역빌런인데 조사좀 해봄 [6] M_G_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3.01 325 15
591 일반 이번화 건질만한게 플로네 언급밖에 없네 [3] ㅇㅇ(1.242) 21.03.01 141 0
590 번역 [번역,웹연재] 현자의 제자를 자칭하는 현자 278화 - 승리의 천사 M_G_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3.01 265 6
589 번역 [번역,웹연재] 현자의 제자를 자칭하는 현자 277화 - 예선 [1] M_G_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28 297 5
587 일반 모험가 이명 붙는 방식이 [3] ㅇㅇ(1.242) 21.02.25 147 0
586 일반 14권 4월에 나오겠네 ㅋㅋ [3] 우즈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22 219 0
585 번역 [번역,웹연재] 현자의 제자를 자칭하는 현자 276화 - 구입 M_G_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22 303 5
584 일반 애니 언제 나옴? [1] ㅅㅁ(119.69) 21.02.21 131 0
583 번역 [번역,웹연재] 현자의 제자를 자칭하는 현자 275화 - 구원의 손길 [1] M_G_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21 338 6
582 일반 여기 장점 ㅇㅇ(118.46) 21.02.21 118 0
581 일반 후지초코 센세는 진짜 레전설이네 [2] 우즈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20 318 0
579 번역 번역) 현자의 제자 외전 ~미라와 멋진 소환정령들~ 7-1화 [6] 미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18 464 5
578 일반 애니 언제나와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17 76 0
577 일반 14권 다음달에 나오는건 맞겠지... [4] 우즈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17 124 0
576 번역 [번역,웹연재] 현자의 제자를 자칭하는 현자 274화 - 구석의 골동품 [3] M_G_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14 307 5
575 번역 [번역,웹연재] 현자의 제자를 자칭하는 현자 273화 - 골동품 투어 [2] M_G_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13 309 6
574 일반 애니나오면 갤 떡상한다 ㄹㅇㅋㅋ [5] 우즈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12 188 0
572 일반 현제갤 공식 여론조사 해보자 [12] ㅇㅇ(222.117) 21.02.11 197 0
571 번역 [번역,웹연재] 현자의 제자를 자칭하는 현자 272화 - 골동품 [3] M_G_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08 375 5
570 일반 현제현 애니 고퀄+2쿨기원 20일차 [2] 미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07 146 1
569 번역 [번역,웹연재] 현자의 제자를 자칭하는 현자 271화 - 당연한 신작 [4] M_G_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07 365 6
568 일반 요즘 너무 후회되는게 있음 [2] ㅇㅇ(14.33) 21.02.07 159 0
566 일반 현제현 애니 고퀄+2쿨기원 19일차 미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06 83 0
565 일반 다음달이면 14권 나올려나 [3] 우즈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06 109 0
564 일반 난 소환술사 나오는 거 싫어하는데 [1] ㅇㅇ(119.196) 21.02.05 16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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