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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 xxvi 폐허 속에서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4.11 15:4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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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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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 iii 칼리반의 자부심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 iv 황제는 죽어야만 한다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 v 부러진 검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 vi 마지막 집결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 vii 입장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 viii 어둠 속의 기사단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 ix 천사가 본 것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 x 매개체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 xi 공포로 빚어진 육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 xii 시간의 종말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 xiii 궁지에 몰린 늑대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 xiv 아나바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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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 xvi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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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 xxi 준비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 xxii 운명을 거부하다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 xxiii 적의 마지막 서약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 xxiv 이성의 너머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 xxv 잔혹한 운명




2: xxvi

폐허 속에서



라듐 관문(Radium Gate) 앞에 설치된 임시 보루와 참호선을 향해 돌격하는 군세의 좌측면을 임페리얼 피스트 군단이 강타한다. 이미 혼란스러웠던 전장은 순식간에 연기와 소용돌이치며 울부짖는 오물들 속에서 야만적인 난투로 화한다. 육체와 육체가 격돌하고, 칼날과 칼날이 휘둘러지고 부딪힌다. 그럴 때마다 갑주가 부서진다. 시체들이 쓰러질 때마다 발목까지 차오르는 진흙탕이 크게 튀긴다. 두 자루의 도끼를 든 임페리얼 피스트 군단병이 대혼란 속에서 쉴 틈 없이 사지와 머리를 찍어댄다. 피가 흠뻑 묻어 흡사 제9군단의 갑주를 연상시킨다. 연막 속에서 불생자들이 포효하고, 볼터들이 짖어댄다.


쌍도끼를 든 임페리얼 피스트 군단병은 포효하며 달려든다. 흡사 깡통을 두들기는 슬레지해머처럼 휘둘러진 일격이 2중대의 이타 클라티스(Itha Clathis)를 쓰러뜨린다. 피와 뼈가 흡사 분수처럼 치솟는다. 다음 일격이 2중대의 칼토스(Kaltos)를 옆으로 쓰러뜨리고, 피가 흠뻑 묻은 도끼가 3중대의 타이로 가멕스(Tyro Gamex)를 향해 달려든다. 다음 순간, 그 도끼 앞을 한 형체가 막아선다. 두 대의 장갑차가 충돌하는 것 같은 충격이다.


에제카일 아바돈, 선 오브 호루스 군단의 최선임 중대장이 상대에 박힌 검을 뽑아낸다. 적은 죽음을 맞는다. 파프니르 란이 죽음을 맞는다.


아바돈은 김이 모락거리는 진흙탕 위에 웅크린 채 시체의 투구를 찢어낸다. 아니, 란이 아니다. 그냥 임페리얼 피스트 군단, 제7군단의 전사일 뿐이지 란은 아니다. 근접전의 혼란 속에서 그렇게 보였던 것 같았다. 그리고 그의 적수는 잘 싸웠다. 아바돈이 상대가 란이라고 생각할 만 했다.


하지만 아니다. 그 전리품은 아직 먼 상태다.


아바돈은 일어선다. 진흙투성이가 된 선 오브 호루스 군단병들이 연기를 뚫고 아바돈을 지나쳐 전열로 돌진한다. 볼터가 맹렬한 기세로 불을 뿜어댄다. 연기가 섬광과 그림자를 동반한 채 솟아오른다. 임페리얼 피스트 군단이 라듐 관문 전면에 구축한 허술한 임시 방어선은 이제 도금의 길에서 그랬던 것처럼 빠르게 무너진다. 돈이 발휘하던 거장의 솜씨는 이제 없다. 저들에게는 응집력도, 전략도 없다. 그저 충동적이고 무기력한 반격이고, 엉망진창이다. 아바돈은 자신이 오늘 도살한 노란 형상과 붉은 형상, 그리고 하얀 형상이 몇이나 되는지조차 잊어버린 채다.


부끄러운 일이다. 이것은 그가 꿈꾸던 승리도, 그가 원하던 승리도 아니다. 지옥이 열리고, 더러워진 어둠과 공기에서 폭발하듯 터져 나오거나 흔들리는 땅 위에서 싹을 틔운 불생자들의 잔학 행위가 너무 많은 것을 이룬 판이다. 그가 배운 방식에 대자면, 한참 모자란 판이다. 군사적 명료성을 잃은 근위장을 조롱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자신 역시 그 명료성을 잃어버린 판 아니던가? 아바돈은 전사였다. 완벽한 군사적 작전을 세워, 모범적인 전사로서 황궁을 점령하기를 바랐는데.


하지만 더 이상 이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전사의 전쟁이 아니었다.


가슴이 비틀린다. 속이 뒤집어진다. 그저 공포를 가져왔고, 공포가 되었을 뿐 아니던가. 이것은 그의 아버지가 가르친 방식이 아니었고, 그의 아버지가 약속한 승리도 아니다.


아바돈은 멈춰선 채 검을 내린다. 선 오브 호루스 군단병들이 아바돈의 좌우 측면을 스쳐 지나가며 기쁨 속에 환호를 내지른다. 테라 함락의 광기 속에 전신을 내맡긴 무기가 된다. 모두 약탈자일 뿐이다.


그냥 저들이 끝내도록 두자. 관문을 취하고 방어자들을 토막내는 건 저들이 알아서 하라지. 아바돈은 숨이 막히는 재의 구름을 뚫고 무너진 언덕을 거슬러 오른다. 전방 지휘소를 찾는 것이다. 복스 소리가 귀에서 울린다. 30분,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래 지속되고 있다. 군세 속에서 무의미하게 오가는 교신의 소리가 아니라, 누군가 장거리에서 그를 향해 교신을 시도하고 있는 거다. 하지만 복스 채널은 혼란이 심했다. 그가 연락을 받으려 할 때마다 왜곡된 소리와 백색 소음만 들릴 뿐이다.


선 오브 호루스 군단의 가시 박힌 군기가 전선에서 흡사 장례용 바지선의 얄팍한 돛대처럼 솟아 있다. 기계교단의 전쟁 군세가 자랑하는 야만적인 살육 기계들, 그리고 굉음을 내는 도마뱀 같은 공성추들이 그 전선에 합류하는 중이다. 0의 다섯째 사도(Fifth Disciple of Nul) 클라인 펜트(Clain Pent)는 거대한 엄니가 달린 전쟁의 기계에 설치된 효수대 위에 우뚝 선 채 흡사 미치광이 지휘자처럼 사지를 휘저어대고 있다. 무수한 그 몸짓이 전진과 배치를 조율하고 있다. 자신의 탈것에 타고 있던 엡타의 아옛-원-태그가 아바돈에게 손짓한다.


“최선임 중대장님.”


그녀의 인간 형태 입에는 증강물 센서가 흡사 물집처럼 씌워져 있었다.


“신호가 반복되고 있습니다만-”

“나도 안다.”


아바돈이 으르렁거렸다.


“답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내 시스템이 먹통이라-”

“제 회선을 사용하시지요.”


그녀가 제안한다. 마스터복스 도구들이 산성비 속에서 펼쳐지고, 아뎁트들이 곳곳에 모여 조작반을 정비한다. 아바돈은 건네받은 플러그를 갑주의 소켓에 꽂는다.


“아바돈이다.”

- 에제카일, 이제야 받는 건가!


아르고니스다. 흡사 두려워하는 목소리다.


“아직 궤도에 있나?”


의아해하며 아바돈이 묻는다.


- 그래, 그렇네. 자네에게 몇 시간 동안 연락을 취하려고 했는데-

“그냥 말하게, 시종무관.”

- 아바돈, 보이드 쉴드가, 보이드 쉴드가-

“보이드 쉴드가 뭐 어쨌다는 건가?”

- 보이드 쉴드가 꺼졌네. 끄라는 지시가 있었어.

“보이드 쉴드를 어쨌다고? 누가?”


아바돈이 묻는다.


- 루퍼칼의 지시셨네, 아바돈. 루퍼칼께서 복수하는 영혼의 보이드 쉴드를 내리셨어.


아바돈의 말이 멈춘다. 유독성 비와 액화된 진흙이 그의 바이저에서 흘러내린다.


- 아직 거기 있나? 에제카일?

“다시 말해보게.”


아바돈이 답했다.





이걸로 2부 끝.


내일부터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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