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공룡 또는 벌레처럼 생긴 티라니드 중에 유난히도 눈에 띄는 개체들이 있다. 윗턱과 아랫턱으로 구성된 평범한 입 대신 촉수를 달고 다니는 놈들이다.

당장 눈앞에서 이런 도발을 해도 딱히 반박할 수 없게 생긴 녀석들의 입 대신 달려있는 저 촉수는 바로 포식 촉수(feeder tendril)라 불리는 바이오모프다. 제대로 된 턱이 없으니 포식은커녕 순두부 같은 말랑말랑한 거나 빨아먹을 수 있게 생긴 입이지만, 저 입은 정말로 말랑말랑한 뇌를 긁어내고 빨아먹기 위해 만들어진 바이오모프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

그럼 티라니드가 대체 왜 뇌만 쏙 빼먹는 입을 만들었을까? 뇌는 물 77~78%, 지질 10~12%, 단백질 8%, 탄수화물 1%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딱히 영양가가 높은 것도 아니다. 동면을 준비하는 곰이 연어의 대가리와 껍질, 알집 부근만 쏙 빼먹듯이 급하게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해 티라니드가 뇌를 빼먹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그에 대한 답은 똑같이 뇌를 먹어치우는 생물 병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출처: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blacklibrary&no=156305

스페이스 마린에게는 오모페지아라는 특수한 장기가 있어서, 뇌를 먹으면 그 안에 담겨 있는 지식과 기억을 뽑아낼 수 있다. 티라니드도 마린과 동일한 이유로 적의 뇌를 먹는다. 물론 스페이스 마린은 오크처럼 나름 먹어볼만한(??) 것도 먹고 싶어하지 않지만, 티라니드는 그런 거부감 같은 게 있으리 없으니 적의 뇌를 잘만 먹고, 그로 얻은 정보를 더 자주 활용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설정집이나 소설에서 간간히 언급되는 정도로 그치는 오모페지아와는 달리, 티라니드의 포식 촉수는 게임에서도 영향을 미치는 바이오모프로 등장한다. 이 포식 촉수를 달고 있는 티라니드 개체가 중요한 적을 죽이면 티라니드 플레이어는 전투에서 중요한 정보를 획득했다는 이유로 CP를 획득할 수 있는데, 이를 보아 포식 촉수를 가진 티라니드 개체는 적의 뇌를 즉석에서 빨아먹고 그 적이 가진 중요한 전략/전술 정보를 하이브 마인드와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것 같다.

마린들도 해병-우동사리(싸제 언어로는 뇌라고 한다)를 꾹 참고 먹을 수 있었다면 티라니드처럼 핵심 정보를 쉽게 빼올 수 있었을테지만, 오도짜세기합 우주 해병에게도 해병-우동사리는 너무 끔찍한 음식인 모양이다.

사실 이 포식 촉수를 가진 건 릭터 뿐만이 아니다. 진스틸러, 톡시크린, 베놈쓰로프도 입에 촉수를 달고 다니고, 당연히 릭터 입에 달린 촉수와 동일한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10판에서 게임 규칙을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얄짤 없이 삭제되었고 지금은 릭터 입에 달린 촉수만 제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촉수 달린 진스틸러

걸어다니는 촉수 괴물 톡시크린

떠다니는 촉수 괴물 베놈쓰로프

워해머의 많은 요소들이 그러하듯, 티라니드 입에 달린 이 촉수도 GW의 독자적인 창작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따온 것이다. 이건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에서 등장하는 종족, 일리시드인데, 보다시피 입에 촉수를 달고 다니고, 사냥감의 뇌를 먹는 걸 좋아하며, 그 뇌에서 기억을 맛볼 수 있다. 모양새부터 기능까지 전부 다 일리시드에게서 따온 거 맞다.

아무튼 티라니드는 이 우월-한 정보 수집 능력을 가진 촉수 덕분에 굳이 포로를 잡아서 고문할 필요가 없다. 그냥 죽이고 뇌에서 정보를 빨아먹으면 되니까. 그렇기 때문에 노른 에미서리가 중요 인물을 납치하는 게 '보통 티라니드라면 하지 않을 짓'이기도 하다. 죽이고 바로 뇌를 빨아먹으면 되는데 대체 왜 살려서 잡아오려는 걸까? 진짜로 따뜻한 차랑 맛있는 과자를 주면서 좋은 이야기 하려고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