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xiv 불을 밝혀라

공백의 산이 펼친 그늘 아래, 데스 가드 군단의 돌격은 결국 붕괴한다. 절벽 너머로 부스러진 일격이 저 외로운 길 너머로 무너진다.

사자의 아들들이 도전의 포효를 외치며 피 묻은 검을 너덜너덜한 방패에 부딪힌다.

하지만 지금 주어진 것은 잠깐의 여유일 뿐이다. 그 시간 동안 상처를 닦고 소작하며, 칼날을 갈고 총기를 재장전해야 한다. 끔찍한 상처를 입었다 해도, 저 반역자들은 의심의 여지 없이 다시 전열을 짜고 달려들 것이다. 타이퍼스의 분노, 콜스웨인과 제1군단에 대한 그의 증오는 마치 치유를 거부하는 열병처럼 타오르고 있다. 결코 그는 제1군단을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끝없는 괴롭힘 끝에, 그들의 끈적한 뼈가 황혼의 하늘 아래 드러날 때까지 그들에게 역병을 퍼부을 것이다.

“어디서 나타나신 것이오, 경?”

콜스웨인의 목소리는 숨이 가쁘다. 극도의 난전 끝에 기진맥진한 뒤다. 선혈로 목욕이라도 한 듯 전신이 피투성이다.

“이미 말했지 않소, 칼리반의 사냥개여… 묻지 마시오.”

사이퍼 역시 피투성이이긴 마찬가지다. 콜스웨인은 고개를 젓는다.

“다른 때였다면,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할 것이오. 하지만 지금 여기서는, 아마 아니겠지. 특히나 지금은 말이오. 유령과 거짓이 방황하는, 열기가 들끓는 옥좌성의 종말 속에 우리가 있소. 당신을 믿어야만 하겠지.”

“이미 내가 신뢰를 받을 가치가 있음을 드러내지 않았소, 은혜로운 이여?”

“그랬지. 하지만 더 증명해 보시오. 제 마음에서 모든 의심을 지워 보시오.”

“그대가 나를 필요로 하기에 여기 온 것이오.”

사이퍼가 조용히 입을 연다.

“여기 모인 다크 엔젤 군단병들이 그대가 이 전장을 책임지기 합당하고, 위대한 사자의 권위를 펼치고 있으며, 죽을 때까지 따라야만 한다는 증거를 필요로 하기에 왔지. 나는 제1군단의 영에 거하는 존재이기에 그러하오. 나는 항상 그대와 함께였소. 그 어떤 군기나 깃발보다도 굳건하게 용기의 요새를 세워야 하는 끔찍한 시간이기에 내가 왔소.”

“황제 폐하께서 그대를 여기까지 보내셨소.”

콜스웨인이 입을 연다.

“그대가 그렇게 믿는다면, 그것이 진실일 것이오.”

사이퍼가 답한다.

콜스웨인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할록도, 트라간도, 블레마이어도, 브룩타스도, 바니탈도, 볼루아도, 그리고 그 옆의 삼십여에 이르는 다크 엔젤 군단병들이 무릎을 꿇는다. 그 뒤로도 피와 진흙으로 범벅이 된 갑주를 두른 거대한 형상들이 굽힌 고개 아래로 검을 가슴에 모은다.

검을 검집에 꽂은 사이퍼는 허리를 굽혀 콜스웨인의 머리를 양손으로 잡는다. 그의 손이 콜스웨인의 얼굴을 위로 기울여 콜스웨인의 눈과 가면을 쓴 사이퍼의 눈을 마주하게 한다.

“긴 시간 동안 자리를 비웠었지, 수가령.”

사이퍼가 입을 연다.

“그대 곁에 오기 전에 그대의 충성심이 어디를 향했는지 확인해야 했소.”

“나 역시 마찬가지였소.”

콜스웨인이 답한다.

“이 전쟁의 광기 속에서, 친구와 적을 구분하기란 어려운 법이니.”

사이퍼는 콜스웨인의 손목을 붙잡고 일으켜 세운다.

“이해하네.”

사이퍼가 말을 잇는다.

“의심이야말로 전사가 두를 진정한 갑주의 일부일지니. 하지만 신뢰 역시 그러하오. 아직 나를 의심하는 것이오?”

콜스웨인은 주저한다. 하지만 그는 근 몇 달 만에 처음으로 자신에게 빛이 비치는 것을 느낀다. 마치 어떤 위대한 힘이 갑자기 빛을 발하며 그의 흔들리는 의지를 새로이 하는 느낌이다.

콜스웨인은 고개를 젓는다.

“그렇다면 제1군단의 영은 이제 온전하오, 수가령.”

사이퍼가 말한다.

“이 거대한 시련이 끝날 때까지 그러하기를 바랄 따름이지.”

“우리가 이곳을 지킬 수 있겠소?”

콜스웨인이 묻는다.

“데스 가드의 전열을 몰아내거나, 아니면 싸우나 죽느냐, 둘 중 하나일 거요.”

사이퍼가 답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겠지.”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오?”

“우리는 이 산의 불길을 다시 밝히고, 테라에 희망을 부를 것이오.”

콜스웨인과 사이퍼의 대화체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아직 확신이 없음. 그래서 일단 상호 존중에 가까운 투로 옮기긴 했는데, 나중에 바꿀 수도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