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갈 돈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나도 돈을 몹시 좋아하지는 않는다. 거만하면서도 자신을 겸손한 하인이라고 여기는 형제에게 호감을 갖기란 쉽지 않다. 우리 아버지의 갑옷과 같은 재료로 만들어진 갑주를 입고 다니며 황궁의 방어까지 맡았다. 떠버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지만 전쟁에 참여하면서 인류의 주인을 연상케 하는 복장을 입었으면 누군가 한 명쯤에게는 자기 지위를 알아달라고 해야 하는 법이다. 그런 상황에서 지나치게 겸손하기만 하면 나름대로 오만해 보이기만 할 뿐이다.

또한 그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난 진실만을 말하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우린 공개적으로 단 한 번만 협력했었다. 세계-군주(World-Prince)와 맞서 싸웠을 때였다. 내 군단이 개입해 하룻밤 만에 지배계층을 거의 모두 암살해 빠른 항복을 유도한 후 로갈은 자기가 보기엔 도와준 방식이 아주 나빴다고 날 질책했다. 내 군단의 활동이 효과적이긴 하나 이 방식대로라면 최적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때 돈은 옳기는 했으나 올바른 방향에 있지는 않았다.

내가 병력을 다른 방식으로도 움직일 수 있었던 건 사실이었다. 상황이 방어자들에게 더욱 안정화되지 않을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었다. 지배 혈족의 암살도 피할 수 있었고 궁극적으로 덜 까다롭게 순종하도록 허락할 수도 있었다. 나는 그리하지 않았다. 로갈은 이를 알아차리고 내게 무어라 말했다.

첫째로, 이는 로갈이 내 군단이 임페리얼 피스트의 명령대로 움직여야 했으며 내 방식은 자신의 명령에 비하면 부차적이었다고 믿었다는 걸 보여준다. 군단과 프라이마크는 누구보다도 황제 폐하와 제국에 몰두하는 데 경쟁하므로 이는 소위 겸손이라 불리는 것과 인정받지 못하는 오만의 병치이다. 돈과 나는 형제이다. 아마도 모든 면에서 동등하다. 로갈이 호루스의 명령으로 전장에 참여했어도 같은 요구를 했을까? 아니면 내 군단과 나를 대성전의 후발주자로 여기고는 고참이랍시고 거만을 떨어도 될 거라고 본 것이었을까?

둘째로, 이는 로갈이 비군사적 개입과 전장에서의 성공을 통해 순종을 강요할 수 있었으나 노력하지 않았다는 걸 말해준다. 항상 숨김없는 전투만이 진정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이는 형제가 자기 생각을 이해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자기가 내린 명령을 비판할 기회를 주고 어떤 관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 봐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뿐만 아니라 고쳐야만 하는 진정한 실패를 확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하지 않는 만큼 말하지 않음으로써 거의 틀림없이 약점과 사각지대를 부각시킬 것이다.

왜 내가 이를 알아야 할까?

로갈은 다른 프라이마크가 하지 않는 방식으로 옥좌성을 만들었다. 방어를 전담하며 황궁을 자신의 의도대로 조정하기까지 했다. 그는 테라의 프레토리안이다. 어떤 이유로든 아버지가 쓰러지신다면 제국은 이 비극의 급작스런 여파 속에서 충성심보다는 리더십을 따질 것이다. 자기가 세운 방어선을 앞에 두고, 황궁에 선 채, 모든 면에서 우리 아버지를 아주 생생하게 떠올리는 갑옷을 입은 아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까?

난 로갈 돈을 믿지 않는다.

그리고 고비 사막 독성폐기물 밑에서 정지장 수면에 빠져 있는 군단원들이 내가 놀고 있지 않았다는 증거다.

알파리우스는 사실 돈을 의심할 수밖에 없음. 아버지가 갑작스레 쓰러지신 긴박한 상황에서 황제 대행으로 뽑힐 자는 로갈이니까. 그런데 그 로갈이 만에 하나 아버지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면? 나름 납득이 가는 이유임. 알파리우스는 모든 것을 의심하고 특히 프라이마크들을 감시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