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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세쿤두스] 길리먼 앞에서 펼쳐지는 사자와 늑대

말카도르(210.204) 2021.04.21 18:35:12
조회 4479 추천 75 댓글 17
														

다시 몸을 돌린 길리먼은 계단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늑대들은 남루한 몰골의 경호원마냥 뒤에서 따라붙고 있었고, 길리먼도 잘 알고 있었다.


우주에 걸고, 네놈들이 날 바보처럼 보이게 만들고 있잖느냐! 내가 무슨 일리리움의 야만족 왕이더냐!


길리먼이 쉿쉿거렸다.


“죄송하게 됐습니다, 야를이시여. 하지만 영예로운 일이라 여기십쇼.”


파프니르의 뜨거운 숨결이 길리먼의 어깨에 감돌았다.


“네놈은 정말 골치 아픈 녀석이야, 알고 있느냐?”

“분명히 그렇습지요.”


파프니르가 되받았다. 길리먼은 계속 걸음을 옮겨 사자에게 향했다. 사자 역시 마찬가지로 걸음을 옮겼다.


착륙장과 관문까지 거리는 1킬로미터에 달했고, 둘은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마주하게 되었다. 두 프라이마크는 서로를 향해 천천히 나아갔다.


그들이 마침내 얼굴을 마주한 순간, 침묵이 내렸다. 웅장한 팡파레는 사라졌고, 심지어 군중들조차 입을 다물었다.


사자가 길리먼을 응시했다. 복수하는 아들이 사자를 응시했다. 사자의 검은 갑옷은 붉은 금으로 화려하게 아로새겨진 채였다. 흉갑판과 견갑에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 그의 군단 내부에서 통용되는 상징물들, 그리고 다크 엔젤의 보이지 않는, 혹은 드러난 위계가 뒤섞여 있는 문양들이 가득했다. 제1군단의 모든 비밀 군세, 옥좌, 그리고 권력이 중앙의 헥사그라마톤 휘장 안에서 하나가 되어 있었다. 칼리반의 야수 가죽을 오른쪽 어깨에 두른 채, 목에는 황금 유골함의 휘장을 붙인 채였다.


“형제여.”


사자가 입을 열었다.


“형제여.”


길리먼이 답했고, 사자가 말을 이었다.


“잘 만났네.”

“더 이른 시기에 만났으면 좋았을 것을.”

“이런 강대한 전력을 보여주다니, 큰 영광이군.”


사자가 광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자네의 정예를 볼 수 있어 영광이네.”


길리먼이 답했다. 사자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자신의 투구를 홀귄에게 넘겼다.


“정말 오랜만이지 않나, 로부테?”


갑자기 사자는 길리먼을 강하게 포옹했다. 갑옷이 서로 부딪혔다.


“아니, 아닐세.”


길리먼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답했다. 그의 투구는 사자의 갑작스러운 포옹 끝에 손에서 떨어진 채, 대리석 판석 위로 굴러 떨어졌다.


“정말 만나서 반갑네, 형제여”


길리먼은 떨리는 목소리를 억누르며 말했다. 사자는 포옹을 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몸을 숙여 길리먼의 떨어진 투구를 주운 뒤 다시 길리먼에게 돌려주었다.


“만나서 반갑네, 형제여. 그리고 자네의 특별한 빛을 보게 된 것도 정말 반갑고. 내게 다 말해줘야 할 걸세.

“그렇겠네. 하지만 다른 처리해야 할 문제가 있지.”


길리먼은 자신이 계속 침착하게 말할 수 있기를 바라며 말을 이었다.


“그… 자네의 의전 말일세.

“늑대들?”


사자가 되물었다.


“그렇지.”


사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길리먼에게서 몸을 돌렸다. 그는 파프니르 블루드브로더를 내려다보았다.


“이름을 밝혀라, 늑대. 일을 마쳐야지.”

“저는 파프니르입니다, 전하.”

“제6 대중대더냐? 표식을 알아보겠다.”

“그렇습니다, 전하.”

“한 방씩 날리고 끝내지, 파프니르. 네가 할 텐가?”


파프니르 블루드브로더는 곧게 섰다. 천사와 늑대의 불화는 듈란 이후 지속되어 왔다. 그들이 만난 순간마다 각자의 챔피언이 나서 치러야 하는 의식이었다.


“그렇습니다, 전하. 전하의 챔피언을 내보내 주시길 갈망합니다.”


홀귄과 레드로스가 모두 한 걸음씩 나섰다.


내가 직접 내 챔피언이 되지.


사자가 속삭였다. 아주 희미한 미소가 입술에 걸렸다.


“그건 안 됩니다.”

그래, 라우트의 늑대들이 이렇게 겁쟁이들이란 뜻인가?

“아닙니다!”


파프니르가 으르렁거렸다.


그럼 어서 쳐라, 늑대. 제대로 해 봐라.”


사자가 말했다. 파프니르는 한숨을 쉬고 사자에게 도끼를 휘둘렀다. 길리먼은 순간 도끼날이 공기를 가른 순간 움찔했다.


아주 좋은 공격이었다. 파프니르는 어떤 징조도 없이 그대로 도끼를 휘둘렀다. 근육의 긴장도, 갑옷의 동력도 확인하지 못했다. 그냥 나온 일격이었다. 길리먼은 만약 자신이 그 일격을 받는다 치면 어떨까 궁금해졌다.


어쩌면 기습을 허용할지도 몰랐을 것임을 인정해야만 했다.


사자는 파프니르의 도끼를 단 한 손으로 붙들었다. 얼굴에서 도끼날은 거의 몇 밀리미터 떨어진 채, 자루가 붙들려 멈춰세워졌다. 파프니르는 자기도 모르게 으르렁거렸다. 사자의 강대한 힘은 파프니르를 완전히 붙든 채였다.


그리고 사자는 자신의 일격을 날렸다. 왼손으로, 죽이거나 부러뜨릴 정도는 아니었고, 거의 살짝 친 정도라고 해야겠지만, 아주 빨랐다. 파프니르의 쾌속의 일격보다도.


그대로 늑대 우두머리는 무릎을 꿇었고, 도끼는 사자의 손에 남겨졌다.


파프니르 블루드브로더는 다시 일어섰다.


“만족하나?”


사자는 도끼를 던져주며 물었다.


“명예는 지켜졌습니다, 전하.”


파프니르가 도끼를 받으며 답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뒤로 물러서며 자신의 무리에게 똑같이 굴라는 손짓을 보냈다. 홀귄과 레드로스는 둘 다 짐짓 태연한 듯한 표정 속에서 미소를 지었다.


“그럼 보 소렌에게 자기 예의를 지키라고 전하도록, 파프니르.”


길리먼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어깨 너머로 말했다.


“그러겠습니다, 야를.”


파프니르가 돌아갔다. 길리먼은 찰싹 때리는 것 같은 소리와 소리 죽인 욕설을 들었다.


길리먼은 다시 사자를 보았다. 문득, 사자가 자신보다 조금 크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럼 가겠나, 형제여?”

“그 유명한 헤라의 요새로 말인가?”


사자가 물었다.


“그걸 못 본다면 실망스럽겠지.”



* 사자 이새끼 기사는 무슨 기사... 아주 그냥 잘나가지고 ㅉ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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