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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3차 창작] 멸망 후 이야기-백스테이지

ㅇㅇ(220.88) 2021.08.15 11:18:23
조회 2502 추천 59 댓글 4
														



백색과 청색의 아우라가 일렁이는 공간. 수없이 많은 미로들이 탄생과 소멸을 반복하고 있었다. 마치 공간 자체가 살아있는 생물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별천지와 같은 풍경이건만 이곳에 거주하는 마지막 원주민에게는 이제 아무 감흥도 없었다.


억겹의 세월을 이곳에 보냈기에 아무 느낌이 안 드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 공간이 점차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자신 또한 마찬가지.


케고라크- 한때 엘다의 웃음의 신이자 첫번째 광대, 그리고 릴리에탄들의 신이라 불린 존재였다. 한 때 그는 엘다들의 숭배를 받는 만신전의 신 중 하나였다. 만신전의 가호 아래에 엘다들은 평화와 번영을 누리며 이 은하에 절대 강자로서 군림했다. 그러나 지나친 평화는 결국 권태로 이어졌고 엘다들은 권태를 해소하기 위해 쾌락에 탐닉하기 시작했다.


행성을 전소시키고, 납치해온 다른 종족을 포식하는 흉악스러운 일이 오로지 유희를 위해 자행됐다. 그럼에도 엘다들의 권태는 해소되지 못했고, 그 때마다 엘다들은 새로운 쾌락을 위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악행을 만들어냈다. 만신전의 신들과 몇몇 깨우친 엘다들이 이런 만행에 우려를 표했지만 엘다들의 탐닉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운명의 날이 찾아왔다. 과잉된 쾌락의 감정은 결국 4번째 카오스 신, 슬라네쉬를 탄생시키고 말았다. 목 마른 그녀의 탄생을 알리는 비명에 무량대수의 엘다들이 절명했고, 그녀의 숨결에 엘다들의 영혼이 빨려 들어갔다. 만신전의 신들은 속수무책으로 슬라네쉬의 입 속으로 삼켜졌다.


살아남은 신들은 수치스럽게도 자신의 힘이 아닌 다른 존재들, 가증스러운 암흑의 신들을 도움으로 간신히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생명의 여신 이샤는 너글의 집착 덕에 살아남았지만, 그 대가로 역병의 정원에 감금됐다. 케인은 코른의 분노를 틈타 자신의 몸을 수천조각으로 쪼개 은하로 퍼졌다. 만신전의 신들 중 오직 케고라크만이 온전한 힘을 유지한 채 살아남을 수 있었다.


홀로 살아남았다는 치욕에 케고라크는 슬라네쉬를 향한 원한을 품었다. 그러나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완벽한 복수를 위해서라면 그는 억겹의 세월을 인내할 수 있었고, 그 무엇이라도 희생할 준비가 됐다. 그리고 최후의 전쟁이 오는 그날 까지 그는 철저히 준비해나갔다. 웹웨이에서 길을 잃은 아엘다리들을 거둬 자신의 결사대-릴리에탄으로 삼아 은하를 누비며 슬라네쉬를 끝장낼 연극에 몰두했다.


그의 준비는 느리지만 확정적으로 마련되고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신 이니아드의 탄생과 함께 그의 최후의 연극이 막바지에 올랐다.


은하로 흩어졌던 아수랴니, 릴리에탄, 드루카리, 엑조다이트, 이나리. 모든 엘다 분파가 이니아드의 이름 아래에 단결되었다. 이마테리움으로 향한 최후의 진격. 엘다의 운명을 결정지을 마지막 전쟁에서 엘다는 마침내 슬라네쉬를 파멸로 이끌었다.


그러나 슬라네쉬는 엘다의 과잉된 감정 속에 탄생한 카오스 신. 그녀 또한 엘다의 신이었다. 슬라네쉬가 삼킨 만신전의 신들과 엘다의 영혼들은 이미 슬라네쉬에게 완전히 흡수되어 사라진 직후였다.


자신들이 은하를 불태운 주범이라는 진실을 알게 된 엘다들은 절망했고, 이니아드는 더이상 엘다들이 은하에 거주할 자격이 없다 판단했다. 결국 은하를 영원히 떠나 새로운 안식처를 찾기 위한 여정이 시작됐다. 남은 신들은 이니아드의 선택을 따르기로 했다.


그러나 케고라크는 그 결정에 따르지 않았다. 슬라네쉬는 죽었다. 하지만 그것은 케고라크가 생각하는 완벽한 복수가 아니었다.


비록 엘다들이 탄생시키긴 하였음에도 슬라네쉬는 과잉과 쾌락의 신이었다. 엘다가 아닌 다른 종족들의 과잉과 쾌락 속에서 슬라네쉬는 언제고 다시 부활할 것이었다.


그렇기에 케고라크는 자신을 따르는 릴리에탄들에게도, 또다른 신들에게도 아무 언질 없이 그들의 곁을 떠났다.


그가 당도한 곳은 웹웨이 속 블랙 라이브러리의 최심장부였다. 그곳을 수호하는 릴리에탄들마저도 모르는, 오직 케고라크 본인만이 아는 공간에서 그는 웹웨이의 장벽을 조심스럽게 허물었다.


이윽고 웹웨이와 이마테리움의 장벽이 느슨해졌을 때 케고라크는 웹웨이와 물질우주의 장벽 또한 허물었다. 세 차원이 하나된 또다른 차원이 만들어지고 하나의 교차점이 만들어졌다. 이마테리움이자 이마테리움이 아닌 곳. 웹웨이이자 웹웨이가 아닌 곳. 물질우주이자 물질우주가 아닌곳. 케고라크는 그곳에 몸을 던졌다.


지성종족의 무의식에서 탄생한 카오스 신. 그들의 가장 큰 힘은 감정과 무의식이라는 것이다. 지성종족이 선택하든 선택하지 않든,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지성종족이 느끼는 감정은 카오스 신들의 양분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슬라네쉬 또한 마찬가지였다. 쾌락의 과잉으로 태어났지만, 과잉이라는 감정은 결국 슬라네쉬의 먹이가 되는 것이다. 쾌락을 절제하는 금욕도 과잉되면 슬라네쉬가 된다. 악행이 아닌 정의를 따르는 선행도 과잉이 되면 슬라네쉬가 된다. 선악을 불문하고 과잉은 모두 슬라네쉬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슬라네쉬는 다시 한번 이 은하에 강림하리라.


케고라크는 자신이 은하를 떠나고 나서 다시 슬라네쉬가 탄생하는 꼴을 볼 수 없었다. 죽은 놈이 다시 부활하면 그것이 어찌 완벽한 복수라고 할 수 있을까? 그는 슬라네쉬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희생할 수 있었다. 그것이 그 자신이어도 마찬가지였다.


이마테리움과 웹웨이, 물질우주가 만나는 교차점에서 케고라크는 깊은 명상에 들어갔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서서히 분해해나갔다.


한 때 케인은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몸을 쪼갰다. 네크론의 크탄들 또한 작은 조각들로 분해됐다. 하지만 케고라크가 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것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는 자신의 신체, 영혼, 정신 모든 것을 잘게 부수어냈다. 수만, 수억, 수조, 그런 숫자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나유타, 무량대수, 무한에 가까운 조각들로 자신을 나눴다. 과잉된 감정은 슬라네쉬를 부를 것이다. 그렇기에 케고라크는 자신의 조각들을 나눠 이 은하에 퍼뜨리기로 했다. 이마테리움, 웹웨이, 물질 우주 가리지 않고 자신을 흩뿌렸다. 흩뿌린 자신의 조각들은 이 은하의 모든 종족들에게 뻗어질 것이다. 


케고라크는 광대였다. 그는 관객의 웃음을 주는 존재였다. 본디 다른 이의 웃음을 주기 위해서는 웃음을 주는 자는 감정을 절제할 줄 알아야 했다. 케고라크는 자신의 영혼 속에 내제된 무의식을 다른 지성종족들에게 심기로 한 것이었다. 과잉된 쾌락과 감정에 스스로를 절제할 수 아는 인내를 퍼트렸다. 슬라네쉬에게서 겪은 과잉된 감정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퍼트렸다. 설령 신이라고 해도 조롱과 비웃음거리로 삼을 수 있는 이단의 정신을 퍼트렸다.


신이라 해도 자신의 모든 것을 낱낱이 나눠 퍼트리는 것은 설령 케고라크라 해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지막 연극을 준비한 것 처럼 그는 억겹의 세월을 견뎌야 했다. 스스로를 조각낸 다는 것은 가늠할 수 없는 고통과 상실감이 따랐다. 하루하루, 아니 이미 시간의 흐름이 무의미하게 그는 날로 피폐해져갔다.


이윽고 어느덧 이니아드의 인도 아래에 모든 아엘다리가 은하에서 자취를 감췄다. 엘다 뿐만 아니라 더이상 이 은하에는 이전의 지성종족들은 사라져가고 있었다. 인간, 오크, 네크론, 타우. 심지어 카오스와 티라니드마저도 사라졌다. 공허한 은하 속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몇몇 종족만이 꺼져가는 불길을 다시 일으키려 하고 있었다. 가끔 행렬에 따라가지 못한 미아들이 있긴 했지만 케고라크에게는 무의미했다. 세 차원의 교차점에서 케고라크는 자신을 조각내는 것에 집중했다.


그러던 어느날 케고라크는 의외의 존재가 은하에 남은 것을 느꼈다. 그는 자신의 손 아래에 연극을 진행하던 단원 중 하나였다. 목마른 그녀 슬라네쉬의 역할을 부여받아 자신의 가호 없이 죽음의 공포를 마주하던 배역, 솔리테어였다. 


뜻밖의 존재에 케고라크는 명상을 잠시 잊고 자신의 옛 종을 관찰했다. 세 교차점의 공간에서 더이상 케고라크는 그 솔리테어에게 관여할 권한도, 힘도 남지 않았다.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것이 전부였다. 솔리테어는 전 은하를 떠돌며 연극을 펼치고 있었다. 연극을 지켜보던 케고라크는 그가 연극 속에 과잉된 감정의 위험과 그 위험을 무시하고 쾌락을 일삼던 자신들의 과오를 담았다는 것을 알았다. 솔리테어는 케고라크처럼 이 은하에 파수꾼으로 스스로 자청해 남은 것이었다.


자신의 가호를 받지 않던 존재임에도 이 은하에 남은 솔리테어를 케고라크는 오랜 세월 지켜봤다. 그가 행하는 연극을 지켜보고 비록 들리지는 않지만 환호와 야유를 날리기도 했다. 때로는 그의 웹웨이 거처에 찾아오는 몇몇 초대받지 않던 손님들을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보기도 했다. 자신을 분해하는 신의 죽음 앞에서 솔리테어의 연극은 때때로 케고라킁게 공포를 잊게 해줬다.


그러나 영원한 것은 없었다. 수를 셀 수 없는 억겹의 세월이 흘렀다. 케고라크는 이제 자신의 자의식만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자신의 모든 존재가 분해될 것이다. 그리고 최후의 솔리테어 또한 마찬가지였다. 멸망 후 연극을 위해 떠돌던 솔리테어에게도 마침내 천수의 끝이 다다르고 있었다. 노쇠한 솔리테어는 자신의 거처에서 최후를 기다리고 있었다. 홀로 남은 웹웨이 속에서 그는 지독한 고독을 홀로 감내했다.


이윽고 마지막 숨이 멎기 전 솔리테어는 마지막 기도를 했다. 과연 누구에게 기도할 것이다. 이곳을 떠난 이니아드와 형제들일까? 하지만 그가 기도를 드린 대상은 전혀 예상치 못한 존재였다.


"케고라크....첫번째 광대시여.....위대한 우리의 신이시여.....그대가 이 은하에 남아있는지 아니면.....영원히 떠났는지 알 수 없습니다......허나 청컨데 부디 저의 마지막 기도를 들어주십시오....."


"저는 이 은하를 떠돌며 새로이 탄생하는 어린 종족들에게 저희의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이니아드께서 우리가 이 은하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선언하실 때 저는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이 은하를 불타게 했다면 우리는 떠나선 안된다고. 은하를 망쳐놨다면 그 은하를 다시 저희 손으로 고쳐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이들을 위해서. 그러나 형제들은 이미 마음이 꺾이고 말았습니다. 공허한 슬픔만 남은 그들에게 저는 감히 이 은하에 남아서 수습하자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은하에 홀로 남기를 자처했습니다. 저 혼자서는 이 은하를 수복할 힘이 없엇습니다. 저는 어린 종족들에게 저희의 과오를 들려줬습니다. 부디 우리와 같은 실수를 해서는 안된다고."


"가능하면 영원히 이 은하에 남아 슬라네쉬의 탄생을 감시할 번견이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운명의 손이 저에게 닿았습니다. 저는 이제 곧 이 은하의 품으로 돌아갑니다. 제가 죽고 나면 이 웹웨이 또한 죽게 될 것입니다. 저의 죽음은 두렵지 않습니다. 더이상 제 영혼을 탐닉하는 자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제가 두려운 것은......제가 없는 동안 슬라네쉬가 다시 탄생하지 않을까 입니다. 어린 종족들이 저희와 같은 잘못을 되풀이할까 두렵습니다. 어린 종족들이 저희와 같은 슬픔을 겪을까 두렵습니다."


"케고라크 우리의 신이시여........그대의 어리석은 종이 대답을 원합니다......저의 선택은.....틀리지 않았습니까?..."


솔리테어의 맥박이 점차 느려지고 있었다. 그의 생명이 곧 꺼져갈 것이다. 케고라크는 이 은하에 남아 자신의 뜻을 받들었던 자신의 가호를 받지 못했던 종에게 연민을 느꼈다. 그는 어떻게든 그의 기도에 응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더이상 힘이 없었다. 솔리테어처럼 그 또한 이제 자신의 존재가 사라질 것이다. 마지막 힘을 짜내서라도 케고라크는 솔리테어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너의 선택은 참으로 고귀한 희생이었다.

너의 선택으로 이 은하는 구원받을 것이다.

너의 선택은 옳은 선택이었다.


케고라크는 어떻게든 솔리테어에게 전달할 방법을 찾았다. 솔리테어의 생명이 꺼지기 직전. 케고라크는 마지막 힘을 짜냈다. 아슬아슬하게 솔리테어의 생명이 꺼지기 직전.


솔리테어는 환시를 보았다.


그것은 케고라크의 음성이 아니었다. 케고라크는 은하의 한 행성의 모습을 비췄다. 막 번영의 시기에 다다른 행성은 곧 별들 사이로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솔리테어는 평화 번영 속에서 바삐 움직이는 종족들을 보았다. 번화가에는 한 유랑극단이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알록달록한 의상을 걸친 단원들이 신묘한 볼거리를 관객에게 선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서 눈에 띄는 자가 있었다.


요란한 복장을 한 이는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었다. 절제된 코미디, 아슬아슬한 묘기, 그리고 마치 실제 눈앞에서 벌어지는 것만 같은 생생한 연극. 문득 솔리테어는 광대에게서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광대의 연극은 미묘하게 달랐지만 자신들의 과거와 비슷했다. 과잉된 쾌락이 불러온 파멸, 그리고 파멸을 불러온 것은 자신들. 그 과오를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문득 솔리테어는 광대의 얼굴이 묘하게 낯이 익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윽고 공여이 끝나고 광대가 백스테이지에 돌아와 얼굴에 그려진 분장을 지웠다.


솔리테어는 그 얼굴을 잊을 수 없었다. 그 옛날 우연히도 자신의 웹웨이 거처에 들어와 한바탕 떠들석 하게 만든 소년이 있었다. 솔리테어는 소년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을 들려줬고, 소년은 이 은하에 남은 마지막 광대를 안아줬다. 그 보답으로 솔리테어는 소년에게 한번도 해주지 않던 앙코르르 선보였고, 자신의 팬던트를 선물해줬다.


그 소년은 세월의 흐름 속에 어른이 됐고, 결국 천수를 다해 은하의 품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소년은 자신이 겪었던 일화를 단 한번도 잊지 않았다. 신비로운 광대가 자신을 위해 펼쳐줬던 연극과 이야기들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아이들과 친구들에게 연극과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윽고 그는 어느새 광대가 됐고, 그의 자손들 또한 광대의 길을 걸었다. 세월이 흐르고 입에서 입으로 구현된 이야기는 미묘하게 바뀌어갔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과잉에 대한 절제라는 교훈은 변치 않았다. 


광대는 그 소년의 후손이었다. 그는 선조의 가르침을 단 한순간도 잊지 않고,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과잉의 절제를 자신의 몸으로 실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목에는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기이한 웃음을 짓는 팬던트가 걸려 있었다.


"아...."


생명의 불길이 꺼지기 전 솔리테어는 마지막 기도를 올렸다.


"....감사합니다......"


이윽고 그의 마지막 숨이 내뱉어졌다. 이 은하의 최후의 솔리테어가 마침내 은하를 떠난 것이었다.


자신의 마지막 종의 죽음에 케고라크는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그 눈물은 그저 슬픔만이 아니었다. 솔리테어의 희생 속에 이 은하에는 그들의 종족을 기억하는 광대들이 태어났다. 솔리테어는 자신을 대신해 슬라네쉬의 탄생을 감시할 무수히 많은 파수꾼의 결사대를 만든 것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완벽한 복수다. 이것이야말로 완벽한 결말이었다.


곧 케고라크 또한 이 은하에서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슬라네쉬는 두번 다시 이 은하에 당도하지 못하리라. 자신과 자신의 종이 남긴 의지가 어린 종족들에게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영원한 것은 신이 아니었다. 영원한 것은 필멸이었다. 필멸자들의 의지와 고귀한 정신이야말로 영원한 것이었다. 아무리 원대한 업적도, 아무리 사악한 악행도 결국 시간의 흐름 속에서 꿈과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필멸자들은 그 이야기 속에서 살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새로이 써내려갈 것이다. 


감격의 눈물은 이어 감동이 되었고, 감동은 기쁨이 되었다.


자신의 마지막 이성이 사라지기 직전까지 케고라크는 조롱의 비웃음이 아닌 순수한 기쁨의 웃음을 터트렸다.


이윽고 자신의 모든 것을 은하에 바쳐 사라졌을 때 은하의 어린 종족들은 어디선간 들려온 알 수 없는 웃음소리에 자신들도 함께 웃었다.


과잉되지 않은 순수하고 절제된 웃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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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커튼콜 썼던 블붕이임

원작자가 후속작으로 앙코르라는 멋진 작품을 써줬는데 그거에 할리퀸 뽕이 또 차올라서 한번 더 써봄

어쩌다보니 할리퀸 3부작이 되버렸네.

위에 썼듯이 멸망 후 이야기는 아무리 원대한 업적도, 아무리 사악한 악행도 결국 시간의 흐름 속에서 꿈과 이야기가 된다는 골자가 제일 멋지더라고.

그래서 그 부분을 중점으로 써봤는데 워햄 답지 않게 너무 해피엔딩스러운건 아닌가 싶기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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