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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멸망 후 이야기 - 탄생, 그리고 몰락 (完)

꺼무트길리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1.10 20:47:59
조회 2168 추천 23 댓글 9
														



멸망 후 이야기 시리즈 링크



※ 이번 이야기는 "탄생, 그리고 몰락 (3부)"에서 이어집니다.


1만년 간, 나는 옴니시아의 뜻을 진정으로 전파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다른 동료들이 이단적이라 부르는 타 종족의 기술을 연구해왔으며, 이를 위해 그 역사 또한 탐구해왔다.


그 중에서 특히 내 눈길을 끈 것은 네크론의 기술이었다.


인류조차 태어나지 못한 억겁의 과거,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우리들이 호칭만 알고 있는 존재이자 창조주라 일컫어지는 "올드 원"들과 대적했다고 하는 자들.


처음에 올드 원이 사용하는 웹웨이 때문에 멸족 직전까지 몰렸으나, 크탄의 힘을 업은 이후로 전세를 역전시켜 승리를 쟁취한 이들.


그리고 은하계의 패권을 장악했으나, 올드 원을 스스로 계승했다 자칭한 아엘다리에게 패권을 양도한 이들.


하지만 나는 이해할수가 없다.


아무리 비록 "천상의 전쟁"에 이어 크탄을 배신한 후로 큰 피해를 입었다하지만, 분명히 그들은 승리했었다.


그렇기에 올드 원이 가진 모든 것, 특히 자신들을 궁지로 몰아넣은 원인이었던 웹웨이를 전리품으로서 강탈하거나 파괴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허나 그들은 그러지 않았고, 그 결과 과거 올드 원이 자신들을 멸족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것처럼, 웹웨이를 그대로 차지한 아엘다리에게 패배하는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대체 어째서?


그들은 어째서 기껏 전주인을 몰아내고는 웹웨이를 손도 대지 않고 그대로 둔 것인가?


자신들의 힘을 과신해서인가? 혹은 원수의 소유물이었기에 눈길도 주지않고 버리려 한 어리석음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대체 웹웨이에 대해서 어떤 끔찍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이기에...?


의문을 풀기 위해, 나는 고대의 비밀스런 역사를 일말이나마 간직하고 있으리라 추정한, 토벌된 네크론 왕조 귀족들의 메모리를 분석하거나 고대 아엘다리들의 도서관을 파헤쳤다.


그렇게 모은 극소수의 자료에서 나는 희미하게나마 어떤 존재에 대한 정보를 얻어냈다.


천상에서 나타난다 일컫어지는 백색의 존재.


올드 원의 존재를 아는 극소수의 아엘다리 장로들은 그 존재를 이렇게 불렀다.


천상을 엮는 실, 창조주의 전령, 별들 사이의 길.


반면 고대 네크론티르의 기억을 그대로 모방한 메모리를 가진 네크론 귀족들은 이렇게 불렀다.


재액의 뱀, 종말의 물레, 순백의 어둠.


허나 그들 사이에서도 공통적으로 불리는 이름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바로,


불굴의 창


- 유적 행성 "마르스"에서 발굴되어 일부 복원된 데이터 박스 [벨리사리우스 카울의 일기장]에서















"형제여, 저거 보이나....?"


네자르가 가리킨 손가락 끝에 보이는 저 멀리 하늘에는 태어나서 단 한번도 보지 못한 물체가 일렁이며 움직이고 있었다.


저 멀리 하늘에서 언제 생겼는지 모를, 펜으로 찍은 듯한 미세한 구멍 여러 개에서 섬유를 연상케하는 하얀 실 여러가닥이 뽑아져 나오고 있었다.


실가닥은 계속해서 뽑아져나오고 있었고, 마치 살아움직이는 듯이 서로 뭉쳐 다양하게 모습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뱀이 앉은듯한 형상의 또아리에서, DNA를 연상시키는 듯한 나선형 구조, 일그리진 형상의 구체, 안테나 비스무리한 원반, 뫼비우스의 띠까지,


저 멀리 하늘 위에서 뭉친 실뭉치는 마치 젠취 종자들의 책쟁이 버러지들이 부리는 요술처럼 끊임없이 모습을 변환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아름......답군......"


자신이 보기에도, 그 형상은 카오스에서 도래한 것들처럼 혼탁하고 무질서한 것이 아닌, 우아하고도 매우 아름다웠다.


나와 네자르는 싸움도 멈추고 잠시 넋놓고 저 멀리 하늘을 바라보았다.


우리를 포위하고 있던 적들도 상황은 매한가지였다.


모두가 방금 전까지의 싸움은 마치 거짓이었다는 듯, 시선이 하늘 위로 향하고 있었다.


마치 행성의 극점에서 자기장의 영향으로 나타나는 오로라처럼, 저 순백의 실뭉치는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점점 크게 뭉쳐지고 있었다.


"코른의 황동옥좌여...저것이 대체..."


안그대로 갑작스런 벨라코르의 난입과 새로운 탄생한 혈신의 변질로 혼란하던 와중에, 저 정체불명의 거대 실뭉치의 등장은 안그대로 이미 제대로 안돌아가던 나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수만년 동안의 전장에 흐르는 피의 붉은색만을 아름답게 여겨왔던 나는 저 살아움직이는 섬유가 가진 순백의 색에 불경스럽게도 매료되어버렸다.


"오....오.....으.....응?"


그런데...어째 시간이 지날수록 지나칠 정도로 커지는 것 같았다.


아니, 초 단위로 시간이 지나갈수록 알 수 있었다.


커지는 것 뿐만 아니라 지금 여기로 다가오고 있었다.


점점 더 크게 뭉치며, 점점 더 빠르게 여기에 뻗어오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제서야 나는 정신을 자쳤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여기서 당장 도망쳐야 한다는 것을.


저 실뭉치가 우아하고 아름다운 것따위가 아닌, 아주 불길한 무언가라는 것을.


수많은 전장에서 그 어떤 강력한 적들을 마주했을 때보다도 더 오싹한 느낌이 나의 등골을 타고 흘렀다.


그제서야 나는 정신을 제대로 가다듬으며 여전히 넋이 나간채 바라보는 네자르를 깨우려고 했다.


"형제여, 형제여! 정신차리게!!!"


"오....오...."


하지만 네자르는 여전히 넋놓은채 저 실뭉치를 바라보고 있었다.


설마 저것도 저 대악귀 놈이 벌인 조화란 말인가?


내가 네자르를 뒤흔들며 깨우려는 동안에도, 저 거대한 섬유 다발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등골이 오싹해졌다.


시간이 없었다.


"형제여!!!! 제발!!!! 정신차려!!!!"


"으, 응???"


이제서야 네자르가 정신을 차렸다.


"형제여!!! 저게 뭔지는 몰라도 빨리 여길 떠야해!!! 코른의 영역으로 통하는 게이트를 열어주게!!!!"


나는 네자르에게 소리쳤다.


"시간이 없어!!! 빨리 여길 떠ㅇ-"
















세상이 종말하는 광경을 본 적이 있는가.


살아있는 존재라면 왠만해선 자신이 죽을 때까지 그 광경을 보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보통은 상상만 할 수 밖에 없기 마련이다.


어떤 이들은 성서에 나오는 대로 신이 평등하게 모든 생명을 하늘로 이끌어 거두어가는 휴거의 형태일 것이라 주장한다.


또는 어떤 이들은 필멸자의 죄악으로 얼룩진 세상에 신이 분노해 천벌을 내리는 형태로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니면 비교적 현실적인 이들은 사람들이 서로의 이기심 때문에 투쟁하다 결국 스스로 지옥도를 이루며 자멸하는 형태일 것이라 주장하다.


이렇듯, 종말의 모습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추측만 난무할 뿐, 아무도 본 적이 없으니 그 누구도 모른다.


왠만해선 결코 자기가 최후를 맞을 때까진 알일이 없을테니까.


하지만,


GRET-32 행성의 설원에 서있는 5명의 만신전은 지금 종말을 목도하고 있다.


종말은 성서에 나오는 것처럼 휴거의 형태도 아니었다.


신이 내리는 천벌의 형태도 아니었다.


사람들의 투쟁으로 인한 자멸의 형태도 아니었다.


그저 악의없이, 이유없이, 순수하게, 세상이 부숴지고 있었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찰나의 순간에, 저 천상에서 내려온 근원을 알 수 없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거대한 백색의 실타래의 기둥이, 저 멀리 떨어져 있는 굴착시설을 집어삼키듯 뒤덮었다.


그리고는 벨라코르가 소환한 빛의 촉수로 뒤덮혀 있었던, 곧 새로운 신이 태어날 초거대 고치를 마치 포식하듯이 감쌌다.


그리고 주변의 코른의 살아남은 하수인들과 만신전의 개조병사들 또한 집어삼켰다.


집어삼켜진 그들에게 비명조차 지를 시간은 없었다.


천벌 같은 게 아니었다.


그저 마치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소름돋도록 감정없이 차갑게만치, 백신이 버그를 잡아내듯이, 하늘에서 내려온 순백색의 실뭉치의 기둥은 자리에 있던 그들을 전부 지워버리고 있었다.


이 모든게, 찰나의 순간에 일어났다.


"....뭐야?"


벨라코르는 양손에 그대로 정이십면체를 떠올린채 넋놓고 입을 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설원에 서있는 만신전 5명 중 넋놓고 실타래를 바라보고 있던 3명, 대악귀와 여왕 그리고 조인은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말그대로 찰나의 순간에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오도카니 넋을 놓으며 바라볼 뿐이었다.


"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 도망쳐!!!!!!! 빨리 도망쳐!!!!!!"


"벨!!!!! 뭐하는 거야!!!!!! 빨리 도망치라니까!!!!!! 안그러면 전부 죽어!!!!!!!!!!!!!"


오리칸이 패닉에 빠진 채 절규하고 트라진이 절박함이 섞인채 윽박지르자, 그제서야 벨라코르는 정신을 차렸다.


"어, 어???"


"포탈 열어!!!!!!!!! 당장!!!!!!!!!!! 우릴 눈치채기 전에!!!!!!!! 빨리!!!!!!!!!!!!!"


만신전의 나머지 2명이자 한때 네크론티르였던 이들은 기억하고 있었다.


크탄의 힘을 빌리기전 자신들을 멸족 직전까지 몰아붙였던 저 저주받을 재액의 뱀을.


수백 수천의 별들과 항성들을 찰나의 순간에 재와 먼지로 만들어버린 끔찍한 종말의 물레를.


우주와 차원을 뛰어넘어서도 영원히 쫒아와 자신의 존재를 지워버리는 악몽같은 순백의 어둠을.


올드 원이 군림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자 웹웨이의 진정한 모습,


불굴의 창을 말이다.


올드 원이 이 은하계에 귀환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설마했지만, 그 설마가 결국 일어났다.


6789만 년 전 은하계를 잿더미로 만들어놓았던 악몽이, 다시 이 은하계에 재림했다.


그리고 그 악몽의 촉수는 설원 위에 있는 만신전 멤버들을 또한 노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아까 전의 찰나의 순간에 굴착시설을 집어삼킨 것과는 다르게 비교적 느린 속도였지만, 만신전이 있는 자리까지 도달하는 데는 십 여몇초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만신전의 모두가 느꼈다.


저 실타래에 조금이라도 닿는 순간, 죽는다고.


"이 우둔한 것아 빨리 열어라!!!! 그 말대로다!!!! 저건 위험하단 말이다!!!!!!!!"


"이미 틀렸어!!!!! 전부 끝이야!!!! / 빨리 열어!!!!! 그게 유일한 살길이야!!!!!"


"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악!!!!!!!!!!!!!"


여왕은 품위마저 잊은듯이 벨라코르를 마구 재촉했고, 카이로스는 한쪽 입에서는 절망을 다른 쪽 입에서는 애원을 부르짖었고, 오리칸은 여전히 자리에 주저앉은 채 머리를 쥐어잡고 절규하고 있었다.


"이, 이런 망할!!!"


벨라코르는 저주섞인 욕지꺼리를 내뱉으며, 포탈을 열기 위해 정이십면체에 힘을 집중시키려 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거지?


자신은 방금 전까지만 저 코른의 살아나은 하수인들이 세운 새로운 혈신을 강탈하고, 정이십면체가 가진 우주의 권능으로 개조하고 있었다.


그리고 개조를 통한 자신의 최강의 노예의 탄생을 눈앞에 앞두고 있었다.


헌데 갑자기 저 하늘에서 기묘한 백색 실타래가 나타나더니, 바로 대지로 내리꽃혀가지고는 내 새로운 노예가 태어날 고치가 있는 곳을 굴착시설 째 뒤덮었다.


뒤덮은 순간, 자신이 개조한 병사들과 새로 태어날 신성의 기척이 순식간에 지워졌다.


목표가 눈 앞에 있었다.


바로 손아귀에 쥐어져 있었단 말이다.


헌데...이렇게...순식간에...허망히?!?!?!?


"빌어먹을!!!!!!!"


벨라코르는 계속해서 자신의 보물에 힘을 집중시켰다.


그러나...그가 원한 건 일어나지 않았다.


"어...?"


벨라코르의 양 손 사이에 있던 정이십면체는 갑자기 어디론가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뭐, 뭐야?!?!"


또다른 돌발상황에 벨라코르는 자신의 보물이 날아가는 방향을 보았다.


정이십면체는 어느새 생긴지도 모를 머리 위의 기묘한 작은 웜홀에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좋아, 일단 이걸로 되었다."


한편 GRET-32 행성 상공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의 초거대 함대 기함의 함교에서, 돈코르네는 계속 진언을 외며 현실우주로 현신한 웹웨이를 조종하고 있었다.


"우리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혹시 웹웨이가 얼마나 손상되었을지 조금 우려 되었는데, 다행히 본디의 기능을 상실할 정도로 손상되진 않고 멀쩡하구나."


돈코르네가 말했다.


"이걸로 버그는 곧 전부 복구될거고...이제 남은 건 회수로군."


"....대체 저게 무엇이오????"


돈코르네의 옆에 있던 황금색 갑주의 사내가 경악스러운듯이 물었다.


"저게....웹웨이???? 저 거대한 백색의 실타래가....웹웨이란 말이오????"


"정확히는 다차원우주 사이에 얽힌 시스템 역학 구조로 투영된 웹웨이가 현실우주에 그림자로서 나타난 거란다. 언젠가 가르쳐 줄테지만."


사내는 식겁했다.


저 거대한 실타래가 GRET-32 행성의 상공 위에 나타나고 나서 지표면 위로 뻗어내려 떨어진 순간, 아까전까지만 해도 느껴지던, 과거의 4대신을 연상케 하는 악귀의 기척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마치 무언가에 바로 덧칠해진 듯 말이다.


"저...악귀의 기척이...사라지다니....설마 정말 소멸한 것이오...?"


"아니, 아직은 어긋난 워프의 인과 간극 오차를 다시 복구시키는 중이란다. 그대가 카오스 신이라 불리는 저 워프 현상을 삭제시키고 현실의 시스템 구조를 재정립시키고 있는 중이지."


돈코르네가 답했다.


"재정립...? 인과 간극...?"


"웹웨이는 우리가 만들어낸 마테리움의 것도 이마테리움의 것도 아닌 존재란다. 다차원우주의 신경계를 모방해서 만들고 차원의 틈새 사이에 보관한 시스템 구조체이지. 우주의 설계구조에 간섭해서 특정한 기존의 대상이나 개념을 소거하거나 수정, 혹은 아예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할 때 사용하는 도구. 그것이 바로 웹웨이란다."


돈코르네가 사내에게 말했다.


"뭐, 일단 급한 것은 곧 전부 끝난단다. 저 버그의 존재가 소멸되어가고 있으니. 그보다 문제는..."


돈코르네는 행성에 정신을 집중시키며 자신이 흘리고간 조명등이 있는 곳을 살펴보았다.


"어째서 저들이 저걸 가지고 있는 것일까..."


돈코르네는 생각했다.


아까 전 팔랑크스에 있었을 때까지만 해도 분명히 느껴졌던 것은 분명 초거대 워프 생명체의 각성이이었다.


헌데 이곳 GRET-32 행성 부근에 도착하고 나자, 이번엔 그 워프 생명체가 현실우주에도 워프에도 속하지 않은 다른 존재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대체 누가 그러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품었을 때, 행성 지표면 한 곳에서 정체불명의 5명을 발견했다.


그 중에서 리더격으로 보이는 날개달린 워프 생명체 하나가 자신이 언젠가 작은 열등종족 공동체에게 선물해주고 간 조명등을 들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째서 저것이 그 물건을 가지고 있는 것은 둘째치고, 어떻게 저 날개달린 존재가 저 초거대 워프 생명체를 변질시킬수 있었을까?


이마테리움의 개념체를 마테리움의 물질체로 바꾸는 것은 자신들과 동급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헌데 비록 조명등에 담긴 기술을 썼긴 했을테고 그 결과물도 조잡하긴 했지만, 어떻게 저 존재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


"...흥미롭군."


돈코르네는 읊조렸다.


"직접 물어봐야 겠구나."


무언가 결정한듯한 돈코르네는 새로운 진언을 외었다.















"아, 안돼!!! 안돼!!!!!!! 내 보물!!!!"


벨라코르는 저 멀리 웜홀로 빨려들어가는 정이십면체를 손으로 잡으려 했다.


"안돼!!!! 돌아와!!!!!! 제발!!!!!!!!"


"벨!!!!! 포기해!!!!!! 지금 그럴 때가 아니야!!!!!!!!"


"포기할 쏘냐!!!!!! 우주의 비밀을 풀 열쇠를!!!!!! 내 재보를 포기하란 말이냐!!!!!!!!!!"


"그냥 그림자 검으로 워프 게이트라도 열라고!!!!!!!!!!!!!!!"


"개소리 집어ㅊ!!!!.....어????"


벨라코르는 갑자기 당황했다.


자신이 정이십면체를 향해 뻗은 손이 갑자기 빛의 입자로 흩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 뭐야?!?!?!"


"어...어??? 이 또 무슨 조화인 것이냐???"


"내 머리...!!! 내 한 쪽머리!!!! 사라졌어!!! / ......"


"아....아아아!!! 안돼!!! 이럴 순 없어!!!! 안돼!!!!!"


벨라코르뿐 만이 아니었다.


만신전 모두가 몸이 빛의 입자로 흩어지면서, 정이십면체와 마찬가지로 웜홀에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이런 젠장."


트라진이 체념한듯 말했다.


"이미 늦었군."


트라진이 말을 끝마치자 마자, 5명 전부 웜홀에 완전히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아아악!!!!......"


"꽤애애애애애애액!!!....... / ...."


"아아아아아아아아!!!!......"


벨라코르를 비롯한 만신전 전원은 빛의 입자로 흩어지며, 정이십면체와 함께 회오리처럼 웜홀로 완전히 빨려들어갔다.


전부 빨려들어간 순간, 웜홀은 바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들이 떠난 뒤에 여전히 지표면 위에 남아있는, 굴착시설을 집어삼킨 백색의 실타래의 기둥은 계속해서 새로 태어난 신을 지워가고 있었다.















...


......


.........


.........인가...


나는, 무엇인가...


대체 얼마동안 정신을 잃은 것인가...


나는, 이제 대체 누구인 것인가...


말을 타고 달리며 세계를 정복한 자...?


피의 신의 총애받는 간택자...?


승천의 길을 걸은 불멸의 악마 대공...?


주인의 뒤를 이어 새로운 피의 성전을 일으킬 군주...?


아니면, 물질계와 워프계조차 초월했어야 했을, 새로운 신성...?


내가 그 동안 어떤 존재였던 건지의 회상과, 살아왔던 세월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느껴졌다.


나는...


...나는...


...이제 지쳤다...


더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다.


더 이상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의 유혈은 원하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의 전투는 원하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의 영광은 의미없었다.


오랜 세월 속에서는 풍화되었다.


오랜 세월 속에서 나는 마모되었다.


더는 자신의 욕망에도, 타인의 의지에도 휘둘리고 싶지 않았다.


더는 억지로 움직이고 싶지 않다.


내가 원하는 건 이제...안식이다.


이제는...눈을 감고 싶구나...


지금처럼...순백의 따듯한 이불이 나를 감싸듯...


나를...평온한 침대에 누여주듯...


이제 원하는 것은....안식...뿐...


참으로...졸립구나...


편안...하다...


편...


.........


......


...















행성에 혼자 남겨진, 실타래 속에 같혀있던 신의 고치의 움직임은 이내 곧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완전히 움직임을 멈추며, 얼음이 녹아 사라지듯 완전히 소멸해버렸다.


한 때 세계의 정복자이자,


영광의 길을 걸었던 투사이자,


피의 신의 간택을 받은 자이자,


불멸의 존재로 승천한 자이자,


수만년의 세월 간 여러 세계를 피로 물든인 자이자,


늑대들에게 봉인당한 자이자,


새로운 혈신으로서 황동옥좌에 앉았던 자이자,


현실과 워프조차 초월한 존재로의 각성을 앞두었던 자는,


그렇게 찰나의 순간에 백색의 온기 속에서 최후를 맞았다.


걸어온 세월은 길고 파란만장하고 고통스러웠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원하지 않는 길을 걸었지만,


그 끝만큼은 순백의 실타래의 품 속에서 평온한 안식을 맞았으리라.















납치 엔딩 + 다음부터 에필로그 몇부 더 나올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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