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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4: viii 관할권 문제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5.15 15:36:32
조회 659 추천 29 댓글 7
														




4: viii

관할권 문제



놀라우리만큼 침착해진 채, 하라헬은 잠시 멈춘다.


“인증을 확보해 오지.”


하라헬이 손짓하자 뒤의 승강구 해치가 쉿쉿대며 열린다. 슈크라와 함께 발을 디딘 하라헬은 뒤를 돌아본다.


“타우로마키안, 내가 복귀하면 네 임무는 끝난다. 너의 모든 의무가 끝날 거다. 발도르께서 직접 확인하실 거다.”


승강구 문이 닫힌다. 아몬은 포를 내려다본다.


“다시 숙소로 안내하겠소. 그들이 오길 거기서 기다리면 되겠군.”


둘은 다시 발걸음을 돌린다. 포가 아몬의 그림자 속에서 허둥대며 걷는다.


“고맙네, 아몬.”


포가 입을 연다.


“당신을 위해 한 것이 아니오, 포.”

“알고 있네. 그저 의무의 논리에 따른 것이겠지. 그렇다 해도 고맙군.”

“아주 유대가 탄탄하신데?”


안드로메다가 소리치며 지원 통로의 그림자에서 튀어나온다. 


아몬은 돌아선 채 그녀를 바라본다. 이미 창이 들어올려진 채, 빛을 발하고 있다.


“놀라신 건 아니겠지요, 감독관 나으리?”

“그대들이 7분 전에 이 층에 들어온 순간부터 두 사람이 여기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소.”


아몬이 대꾸한다.


“인장관의 선택받은 자, 혹은 그 동료에 대해서는 내 권한이 미치지 않으니 신경 쓰지 않았을 따름이오. 내 의무에 방해가 된다면 모를까.”


크산투스는 팔짱을 낀 채로 포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는 안드로메다의 그림자로부터 빠져나온다.


“이 객체와 그가 가진 도구의 보안은 인장관의 최우선 관심사이기도 합니다.”


크산투스가 입을 연다.


“도우러 왔을 뿐입니다, 커스토디안.”

“들은 바 전혀 없소만.”


아몬이 대꾸한다.


“듣지 못한 일이 많으시겠지. 좀 바쁘셨을 테니.”

“대체 여기서 뭘 하는 건가, 유전자 마녀?”


안드로메다를 본 포가 이마에 주름을 띄우며 묻는다.


“입을 열지 마시오.”


아몬이 포에게 말한다.


“인장관께서 그 객체를 우리 인지 하에 두라고 명하셨습니다.”


크산투스가 다시 입을 연다.


“선택받은 자들이 그를 인계받겠습니다.”

“말했듯이, 들은 바 전혀 없소.”


아몬이 대꾸한다.


“또한 캡틴 제너럴의 지시와 상충하는 것 같군. 그리고 여기 있는 이 여성은 특히 이 객체와 관련해서 이미 허가받지 않은 행동과 전복 행위를 저지른 전력이 있는 존재지. 따라서, 안 되오.”

“하지만 그 지시에는 인증이 없지요.”


크산투스가 말한다.


“그래, 그 정도는 들었다고.”


안드로메다가 끼어든다.


“부정확하오.”


아몬이 대꾸한다.


“보호의 명령에 대해 아직 인증이 없을 뿐. 곧 인증이 있을 예정이오. 그때까지 이미 인증된 바 있는 내 임무는 그대로 유지되어야 하오. 선택받은 자, 말해보시오. 당신에게 내려진 지시는 인증되었소?”


크산투스가 잠시 멈칫한다.


“아닙니다.”


결국 그는 인정한다. 안드로메다가 날카로운 눈빛을 쏘아 보낸다.


“잘하는 짓이네.”


안드로메다의 중얼거림이 들려온다.


“나한테 맡기라고 했잖아.”


돌아선 안드로메다는 아몬을 보고 미소 짓는다.


“오늘 내려진 명령들은 인증이 없을 겁니다.”


안드로메다의 말이 이어진다.


“솔직히, 엉망진창이죠. 이유는 알겠죠? 오늘은 직접 재량을 발휘해야 하는 시간이니까.”

“왜 인증이 없다는 거요?”


안드로메다가 어깨를 으쓱인다.


“말했듯이, 엉망진창이니까요. 뭐랄까, 책임자들이 전부 사라진 것 같아요.”


안드로메다는 크산투스를 바라본다.


“지금, 누가 책임자죠?”


크산투스가 목청을 가다듬는다.


“전장의 책임을 맡은 것은 테라 전역 사령관 아카무스요.”


마지못한 중얼거림이다.


“헤게몬 사령부에는 전술의 여주인 산드린 이카로가 책임을 지고 있지. 옥좌실을 맡고 있는 것은 프라이마크 불칸이시오.”

“정말인가요?”


안드로메다는 진심으로 놀란 듯 말한다.


“엉망진창이라고 하긴 했는데, 이건…”

“황제 폐하는?”


아몬의 창이 살짝 내려간다.


“오, 불쌍한 양반. 그치들이 자넬 정말 어둠 속에 버려뒀었군, 그렇지? 의무에나 충실하게 만들고, 자리에 버려뒀어.”

“침묵하시오.”


아몬이 으르렁거린다.


“그래서, 그 위대하고 강대하신 황제 나으리는 어디 계신 겐가?”


포가 크산투스에게 묻는다.


“언덕 너머로 도망치셨나? 탓할 생각은 안 드네. 멍청하신 근위장과 떠버리 발도르가 진작에 대피시키지 않은 게 더 놀라운 일이니. 발버둥치는 황제 나으리를 집어다가 마을을 뜨는 막차에 실어다 보내신 모양이지. 그 친구들도 도망쳤나? 튀었어? 가라앉는 배를 뒤로 하고서 쥐새끼들이 구명선을 가득 채운 모양이군. 그 날개 달린 놈은 어떤가? 그 칸인가 뭔가 하는 놈은? 그 알잖나, 큼직한 콧수염을 두른-”

“전쟁매는 전사하셨소.”


크산투스가 답한다.


“근위장 돈, 생귀니우스, 캡틴 제너럴 발도르, 그리고 황제 폐하께서 직접 전장에 나서신 채지.”

“자비로운 대신들이시여.”


포가 숨을 들이쉰다.


“정말 세상의 종말이군. 당신의 인장관 나으리는?”

“옥좌에 앉으셨소.”

“흠, 그럼 그 양반도 죽은 셈이군.”

“아직은 아니오.”


크산투스가 속삭이듯 답한다. 안드로메다는 가벼운 손짓으로 크산투스의 입을 다물린다.


“커스토디안 아몬.”


안드로메다의 입이 열린다.


“지금 아무래도 관할권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 같군요. 커스토디안도, 선택받은 자들도 모두 이 구더기를 통제하고 싶어 하지요. 당신은 확실히 그를 지키라고 명령받았지요? 이해해요. 그 의무에서 풀려나기 전까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명령이겠죠. 당신의 의무에, 그가 제 일을 끝내도록 하는 게 포함된다고 여겨도 되겠나요?”

“그의 일은 끝났소.”

“아니, 그렇지 않아요.”


포는 둘 사이의 대화를 들으며 안드로메다를 응시한다. 눈이 크게 떠진 채다. 무슨 속셈인지, 짐작도 못 하는 것 같다.


“이 객체가 확인해 준 사실이오.”

“저 작자가요? 아몬, 저놈은 거짓말쟁이예요. 이 일을 끝내고 나면 자기가 쓸모가 없다는 걸 뻔히 아는데, 완성품을 넘겼겠어요? 중요한 구성요소가 분명 빠졌을 거고, 무기는 절대 작동하지 않을 겁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포는 이미 그런 속임수를 썼을 거요. 보험으로 허점을 남겨둔 셈이니, 사용했겠지. 안찰대의 집행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말이오. 하지만 그는 그 대신 내 명령의 구조와 형식에 매달려야 했소. 당신은 거짓말을 하는 거요.”


안드로메다가 웃으며 손뼉을 친다. 축축한 복도에 메아리치는 웃음 소리의 어딘가 허술한 어색함이 느껴진다.


“아주 좋네요. 당신들이 얼마나 예민한 종자인지 잊고 있었네. 생각 없는 멍청한 동상인 줄 알았지 뭐예요. 좋아요, 아몬, 무슨 뜻인지 알아요. 그러니 솔직히 말하죠. 저 작자는 거짓말을 한 건 아닐 거예요. 포는 똑똑하니까. 하지만 그 정도로 똑똑하진 않아요. 그의 무기는 생체역학 원리를 기반으로 만들었겠죠. 그가 천재성을 발휘하는 분야니까. 살을 먹어치우는 파지 형식이겠죠? 아스타르테스와 프라이마크의 생체 물질 코드에 맞춘?”


포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의 눈빛이 빛난다. 이 새로운 거짓말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는데(그리고 제법 재미있군).


“하지만 포는 워프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다시피 하죠. 그의 무기는 확실히 아스타르테스의 육체를 죽일 거예요. 은하계 단위의 학살일 테고, 저 작자의 끔찍한 경력에서 최고의 영광이겠죠. 하지만 아스타르테스는 단순한 육신으로 빚어진 존재들이 아니잖아요? 전혀 그렇지 않죠. 각자의 육체에 영혼이 이어져 있고, 그 영혼들을 워프와 떼어 놓을 수는 없죠. 그게 현실의 본질이고, 포는 거기에 관해서는 연구한 바조차 없어요. 따라서, 그 무기를 작동시킨다 해도, 아스타르테스를 완전히 지워버릴 수는 없어요. 그들의 본질의 상당 부분이 워프에 고스란히 남겠죠. 강조 차원에서 다시 말하자면… 워프에 말이에요. 그리고 저 밖에 있는 것들,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것들은 더 이상 물리적인 법칙에 속한 존재가 아니고요. 호루스 루퍼칼은 확실히 아니겠죠. 아몬, 저 밖의 반역자들은 지금 비물질계에 흠뻑 젖은 채에요. 따라서, 무기가 제대로 작동하더라도 올바른 목표를 파괴할 수는 없어요. 발도르가 기대한 최후의 수단이라기엔 모자라죠.”

“인정해야겠군.”


포는 억지로(하지만 실제로는 이 계략과 놀아주는 게 완벽하리만큼 즐거운 채로) 대꾸한다.


“황제는 확실히 천재적이었군. 비물질계와 물질계를 융합해서 제 아들들을 빚어내다니. 솔직히 내가 무시한 지점이었네. 깊이 생각한 바도 없었고. 그런 요소들을 연구한 적조차 없어.”

“봤죠?”

안드로메다가 말한다.


“아몬, 포의 연구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신의 의무 역시 끝난 게 아니에요. 선택받은 자와 나는 지금 그 일을 완성하기 위해 온 거라고요. 제대로 말이죠. 그리고 벗이여, 시간은 지금 우리의 적이랍니다.”

“제안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이오?”


아몬이 묻는다.


“저 작자가 하는 말 들었잖아요. 그것도 직접 한 말이죠. 이런 요소들을 연구한 바 없다고. 지금 당장 연구에 임하도록 풀어놔야 해요.”

“그러면 확실히 도움이 될 것 같은데…”


포가 부응한다.


“데이터 저장소는 너무 멀리 있소. 클라니움 도서관은 무너졌고, 렝의 전당도 너무 멀어서 접근이 어려울 텐데.”

“인장관께서는 자신의 은신처에 소규모 개인 기록 보관소를 가지고 계셨소, 커스토디안.”


크산투스가 말한다.


“좋소.”


아몬은 즉시 돌아서서 포를 인도하기 시작한다. 포는 놀란 듯 입을 크게 벌리며 돌아본다.


안드로메다는 크산투스를 힐끗 쳐다본다. 크산투스는 어깨를 으쓱인다. ‘빌어먹을, 뭐 어때?’ 이런 의미를 담은 몸짓이다.


즉-흥-적-이-네. 소리 없이, 안드로메다가 입만 벌려 뜻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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