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테라의 하늘이 불타고 있다. 거짓 신들이 제 분노를 은하계 위로 쏟아낸다. 잃어버린 꿈의 폭풍이 별들 사이의 심연으로 함선들을 끌고 간다. 빛이 어두워진다. 탑은 무너진다. 공포가 무너진 세상 위를 활보한다. 비명, 화염, 그리고 공황. 테라의 흉벽 곳곳에서 포화가 쏟아진다. 거대한 황궁의 뿌리가 흔들리고, 온 사방에 혼란이 내린다. 모든 곳에 카오스가 깃든다.

제국의 황궁, 1만 년 동안 뚫리지 않은 관문에서 전사들이 적수와 싸운다. 우리가 ‘악마’라 부르는 것들이 화염과 그림자 사이의 틈새에서 미끄러지듯 기어 나온다. 불탄 대지 위로 살육이 춤춘다. 황제가 다스리는 곳의 전당과 방에서, 사람들은 어둠 속에 웅크리거나 폐허 사이를 걸으며 울부짖는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어떻게 끝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마치 저 먼 옛날을 떠올리게 한다. 종말의 시간이요, 고작 그 시작일 뿐이다.

내가 누구냐고? 아, 또 그 질문이군. 날 알 텐데. 나는 저들이 소위 사이퍼라고 부르는 존재다. 그리고 다른 이름을 알려 줄 생각은 없다. 내가 이 이야기의 화자라 해도, 이것은 나의 이야기가 아니니까.

이 이야기는 저 위의 지상에서 벌어지는 어떤 일도 볼 수 없는, 옛 지구 깊은 곳에 갇힌 나로부터 시작한다. 아뎁투스 쿠스토데스의 암흑 감옥에 갇힌 나는 그 문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우주는 움직이고 변화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진실이었던 것이 다음 순간 거짓이 된다-나는 죽었다; 나는 살아 있다; 나는 묶인 채다; 나는 자유롭다; 나는 진실이다; 나는 거짓이다. 지금 당신이 아는 모든 것은 부정되리라. 당신이 잃은 모든 것은 돌아오리라-. 당신이 해야 하는 것은 기다리는 것뿐이다… 테라가 불타는 동안, 미래의 문을 열 첫 열쇠가 회전하기 시작한다.

이 소설의 번역에서 모든 '나'는 사이퍼 본인임. 기본적으로 사이퍼 1인칭 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