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내용: 해머할의 군인이었지만 배신하고 타락한 카오스 워로드 마우솔루스 에본파이어가 지그마의 도시들을 빠른 속도로 함락시키면서 진격한다. 개인적 친분이 있던 해머할의 퍼스트 마샬 탈리아 베드라는 사적인 감정도 있긴 했지만 그의 위험성을 잘 알았고 성전군이 죽어나가는 것을 더는 볼 수 없었다. 탈리아는 친구인 총사령관 카트릭 르 길리온과 함께 해머할 대의회에 이 안건을 건의하러 간다.

카트릭과 에본파이어의 문제로 토론하다가 그렇게 급하다면 대의회에 직접 전하잔 말을 듣고 탈리아는 당장 그러기로 함

뒤늦게 대원로가 회의를 위해 의회를 소집했단 걸 알게 된 탈리아는 말만 전하는 게 아니라 지루하고 짜증나는 회의에도 참석해야한단 사실에 자신을 속인 카트릭에게 투덜댐

사실 이번 회의는 평소의 의원 244명 전원이 참석하는 몇 주짜리 정식 회의는 아니고 핵심 평의회 11명만 모이는 회의였음

그 사건(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blacklibrary&no=311665) 이후 원래도 좋지 않던 사이가 더 나빠진 탈리아는 가봤자 허세쟁이 관료들에게 멸시나 당할 거라고 싫어함

카트릭은 전부 그러진 않으니까 그 사건 때 탈리아의 강인함을 보여줬듯이 이번엔 그냥 자기 옆에 조용히만 있으면서 합리성을 보여달라고 설득함

해머할 악샤 출신인 탈리아와 카트릭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회의장으로 올라감

해머할 악샤와 기라는 상호의존적인 관계였지만 그 대우가 평등하진 않았기에 해머할 기라의 외교관들은 길고 구불거리는 계단을 직접 올라가야 했음

그래서 기라 사람들은 항상 회의에 늦게 도착했는데 아지르가 아쿠쉬를 차별하듯 아쿠쉬도 기란을 차별하는 것

먼저 기다리고 있던 대원로 세바스티안 멘치는 이번은 모두 참석 가능한 완전한 의회가 아니므로 핵심 평의회가 아닌 탈리아는 안 된다고 지적함

카트릭은 오늘 안건 중에 군사 안건이 있단 점을 들어 군사 자문을 위해 장교들을 부르듯 탈리아도 참석 가능하다고 우회함

한숨 쉰 멘치는 그럼 의원들이 필요할 때만 발언 가능하다고 했고 카트릭은 탈리아는 조용히 있을 거라고 안심시킴

해머즈 오브 지그마의 로드-아르카넘이자 해머할의 마지스터인 스톰캐 아벤티스 파이어스트라이크를 비롯한 여러 의원들이 차례차례 입장함

멘치가 최대한 생략했음에도 복잡한 관료적 절차를 탈리아가 주먹을 꽉 쥐고 한참 인내한 끝에야 마침내 회의가 시작됨

탈리아는 카트릭이 금방 에본파이어 건을 제기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탈리아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됨

첫번째로 기란의 여종정 나디안 그린스푸어가 계단 등반하느라 빨개진 얼굴로 해머할 악샤와 기라 사이의 무역 불균형에 대해 이야기함

기란에서 아쿠쉬로 수출하는 다양한 농작물과 원자재에 대해 설명하니 아쿠쉬 대표단은 증기 피스톤이나 코그포트에 작물 바구니를 어떻게 비비냐고 반박함

대원로 멘치는 기란의 자존심에 약간의 양보를 요구했지만 양측 다 한 치도 양보하지 않고 논쟁함

듀아딘 포병 장관 드롭요른은 남동쪽 외곽 성벽에 대포를 추가적으로 배치해달라고 요구함

탈리아는 이미 20문이나 있는데 쓸데없이 많이 달아봤자 성벽이 무너지면 아무 소용 없다고 속으로 짜증냄

탈리아는 이제 글래스파이어의 함락에 대해 말할 완벽한 타이밍이라 생각했지만 카트릭은 여전히 탈리아를 제지하고 진정시킴

탈리아는 이를 빠드득 갈면서 억지 미소를 짓고 회의를 지켜봄

회의 주제는 국방에서 전쟁의 경제학으로 넘어갔고, 상단장 오스루아가 로드-빈티너 로르카이 공작과 식량과 사료의 가격 상승에 대해 토론하면서 재정, 회계, 회수 가능 가치 등 복잡한 이야기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어감

탈리아는 다른 의원들을 이리저리 쳐다보며 빨리 끝내주길 바랬지만 약 1시간 내내 토론한 끝에 결국 제대로 결론내지도 않고 위원회에 위임함

이젠 진짜로 좀 의미 있는 주제로 회의할 거라 생각한 탈리아의 마지막 희망은 대신관 엘레트루스 빈스가 리클레임드 구역들에 운베로겐 신전을 추가 건설해야 한다고 떠들면서 잿더미가 됨

탈리아도 리클레임드 부족들에게 좀 더 종교적인 교화가 필요하단 것 자체는 동의했지만 지금 그쪽에서 보낸 성전군들이 학살당하고 있는데 이게 제정신인지 머리가 어질어질해짐

탈리아는 어떻게든 앉아있으려고 부들부들 떨면서 카트릭만 쳐다보지만 회의 주제는 갈수록 사소해지고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음

그러다 드롭요른이 다시 대포 추가 요구를 외치자 결국 못 참고 일어섬

탈리아: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멘치: 대리인으로서 발언하지 않는 한 핵심 의회만이 발언할 수 있음을 구경꾼에게 상기시켜주겠네.

탈리아: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당신네가 곡물과 부정확한 장부들에 대해 징징대는 동안, 우리 시민들은 학살당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글래스파이어는 함락되었습니다. 일주일만 행군하면 에본파이어의 무리가 코로너스 성벽에 도착할 겁니다. 그 요새가 함락되면 해머할로 가는 길이 열릴 테고.

드롭요른: 그게 우리가 남동쪽 문루에서 대형 대포 8문을 더 필요로 하는 정확한 이유다.

멘치: (벌떡 일어나면서) 자네 자리로 돌아가게, 퍼스트 마샬, 그러지 않으면 내가 자네를 회의실에서 내보내주지.

카트릭: 총사령관은 퍼스트 마샬 탈리아 베드라의 발언권을 인정합니다.

탈리아: 글래스파이어의 함락 소식은 틀림없이 퍼졌을테니, 이것이 해머할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것 외에는 이미 알려진 내용을 반복하진 않겠습니다.

오스루아: 엠버켈 주변의 흑요석 지대가 사라진 것은 화산 칼데라의 무연탄 매장지와 마찬가지로 불행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 의회가 모든 국경 성채의 손실에 대응하려 한다면 우리는 한 시즌 안에 피를 말릴 것입니다.

탈리아: 글래스파이어는 다릅니다.

아벤티스: 그런가? 아니면 단순히 자네의 카스텔라이트 교리에 대한 비난을 의미하는 건가?

대의회는 오랫동안 탈리아의 방식(카스텔라이트 진형,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blacklibrary&no=278305)에 따른 비용 증가에 반대해왔음

열악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장비와 보급품을 갖춘 훈련받은 군인들을 보내는 것보다 훈련도 안 받은 광신도 무리들을 무지성으로 투입하는 게 훨씬 싸게 먹혔으니까

그만큼 효과는 확실해서 카스텔라이트 원칙 도입 후 생존률이 두 배 가까이 뛰니 모탈 렐름 전역에 충격을 줬지만

카트릭: 탈리아. 하지 마.

탈리아는 내부 분위기가 불쾌에서 분노로 바뀌었단 것을 눈치채고 자리로 돌아갈까 고민함

아벤티스: 자네가 이번 손실에 깊은 상심을 느끼는 것을 이해하네. 마우솔루스 에본파이어의 작품이니 더더욱 그렇겠지.

탈리아: (그 이름이 언급되자 격렬한 증오가 솟아올라 가슴이 터질 듯했음)

탈리아: 아무리 높은 성벽이라도 그 흐름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에본파이어가 코로누스를 노려올 거고, 그다음엔 해머할을 노릴 테죠.

드롭요른: 그리고 우리가 고어타이드에게 그랬듯이 놈을 박살내주마. 그러니까 남동쪽 관문에 추가 대포를 제공하는 게 맞-

탈리아: 그만! (무의식적으로 검집으로 손을 향함) 지금 이 순간에도 또다른 성전군이 조직되고 있다.

멘치: 플레임스카 고원으로 향하는 성전군이지. 에다사로 가는 길목에 콘플래그라이트 워밴드들이 위협하고 있어서 보루가 절실히 필요하다네.

탈리아: 콘플래그라이트는 다크오스 침입자들에 불과해, 분열되어 있고 통제도 안 되지. 난 에본파이어를 알아. 그의 군대는 달라, 단결되어 있어. 지금 우리가 그와 맞서지 않으면, 그는 성장해서 우리를 집어삼킬 거야.

아벤티스: 그럼 자네는 무엇을 제안하겠나, 퍼스트 마샬?

탈리아: 그 의자에서 내려와 당신의 스톰캐스트 형제들을 불러주시길 제안하지. 필요 이상의 포병에 대한 집착은 그만두고, 우리 병사들이 제대로 무장해 다가올 적들에 맞설 수 있도록 아이언웰드 아스날에 전념하길 제안하지. 말다툼은 그만두고 각자의 의무를 다하길 제안하지.

회의장이 조용해짐

아벤티스가 칼리짓 아케인의 고위 파이로맨서 투모스 카타르의 발언권을 인정함

투모스는 성전군은 예정대로 조직되어야 한다고 함

글래스파이어가 함락됐다고 해서 해머할로 향하는 안전한 길이 바로 열리는 것도 아니지만 에다사 쪽은 길이 뚫려있고 이미 콘플래그라이트들로 인한 피해도 매일 발생 중인데 신참 워로드 상대하느라 병사들 목숨 낭비할 순 없다고

탈리아는 에본파이어는 신참따위가 아니라 작년에만 이미 성채 세 개를 파괴한 놈이라고 반박함

아벤티스는 그럼 그동안 고어타이드와 콘플래그라이트는 몇 개를 태웠냐고 물으면서 해머할을 도울 세력도 없는 지금 상황에서 개인적 복수를 추구할 순 없다고 함

탈리아는 이게 복수 같냐고 따졌지만 아벤티스 대신 끼어든 투모스는 그렇다고 하면서 자신도 복수심이 타오르고 있다고 함

탈리아가 글래스파이어엔 마법사도 별로 없었단 점에 의아해하자 투모스는 자기 딸이 에본파이어에게 죽었다고 함

아버지로서 당장 놈을 찾아가고 싶지만 칼리짓 아케인의 마스터로서, 의회의 일원으로서 해머할을 가족보다, 복수보다 우선해야 하기에 참는 중이라고

투모스의 분노에 놀란 탈리아가 움찔해서 뒤로 물러남

아벤티스: 충분히 들었네.

멘치: 성질이 급하긴 했지만, 요점은 잘 짚었군, 퍼스트 마샬. 이 문제는 분명히 더 논의할 가치가 있네.

탈리아: 논의? 그럴 시간 없-

멘치: 다음주 코멧데이에 이 문제를 재논의합시다. 그 사이를 활용해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이 회의는 휴회하겠습니다.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새 계획을 짜며 회의실을 나감

탈리아는 카트릭의 얼굴에서 좌절과 패배가 뒤섞인 표정을 봄

한숨 쉰 카트릭이 탈리아를 질책함

"넌 조용히 있었어야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