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오랜 시간 네크로문다를 지배해 온 지배가문, 헬모어.

그 몰락의 시작은 제론티우스 피습 사건으로부터 시작됨.

대균열이 벌어지면서 제국 전부가 혼란에 빠져있는 그 때, 네크로문다 역시도 예외는 아니었으니.

이유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어둠과 함께, 행성의 지열 발전기들이 모두 꺼져버린 거임.

그 유래없는 대정전으로 하이브 프리무스의 모든 층은 대혼란에 빠졌고, 스파이어의 방어 시스템들은 무력화됐음.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스파이어 외벽을 타고 올라온 머더 사이보그는 창문을 깨고 날아들어 호위병들이 채 볼터를 들어올리기도 전에 제론티우스 헬모어를 갈기갈기 찢어버림.

제론티우스 경은 다행히 암살자가 확인사살을 가하기 전 호위병들이 제압하는 데 성공한 덕분에 목숨은 연명했지만, 칼날에 발려진 독에 의해 혼수상태가 되어 정지장 안에 안치되었고, 후계자를 지목한 적이 없었음.

이에 장자이자 펜싱 챔피언 애그리엇 헬모어가 후계를 자청하고 나섰으나.

그의 펜싱 실력은 다분히 명성에 비해 처참한 것으로, 제론티우스 헬모어가 조작한 경기에서 몇 번 이긴게 전부였을 뿐임.

덕분에 그는 호기롭게 본인 실력만 믿고 까불다가 골리앗들한테 애/그/리/엇으로 잘 쪼개져서 언더하이브의 하층민들에게 배식되었고.

2순위 계승자인 이베타는 계승을 꺼렸기 때문에, 이에 문제를 해결하고자 헬모어 가문의 모든 계승자가 한 자리에 모였음.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을 노렸던 하에라 헬모어는 의도적으로 분쟁을 일으켜 전투를 시작했고,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대 유혈극의 끝에 형제자매들을 모조리 죽이고 본인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138대 헬모어 공 자리에 오름.

그러나, 하에라 헬모어가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제론티우스의 철권 통치는 이미 흔들리고 있었으며, 그것은 하에라 헬모어 단 한 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는 것임.

다른 헬모어가 있었더라면 상황이 조금 더 나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지배력이 부재한 틈을 타 헬모어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헬모어의 적들이 결집했으며, 고대의 맹세를 깨트리고 칼과 총을 높이 들어올림.

황무지로 추방당한 버려진 가문(Fallen house)들을 하나로 규합한 크레도 가문, 그리고 그 크레도 가문의 비밀스러운 존재, 레이디 크레도의 사보타주 아래 에셔 가문이 제일 먼저 그녀의 아래로 들어섰고, 신데락 시의 몰락과 함께 본격적인 반란이 시작됨.

하에라 헬모어가 머더 사이보그들을 이용해 귀족의 자제들을 죽이고, 스파이어 전역에 이를 방 송하고, 팔라타인 엔포서들을 배치해 자신의 뜻에 따르지 않거나, 우유부단한 자들, 중립에 있는 자들을 박살내면서 스파이어에서 본인의 통치를 공고히 하고 있는 동안 반란은 점점 더 커졌고, 마침내 팔라타인 엔포서들이 스파이어에서 통제권을 완전히 확보한 그 순간, 하이브 프리무스의 아래층에서는 헬모어를 따르는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게 되었음.

본격적으로 하이브 프리무스의 내전이 시작된 거임.

전쟁이 지속되면서 오히려 세가 불어난 갱단이 있다면, 그건 바로 카도르 갱단임.

그동안 허상이나 먼 미래의 일 따위로 치부되었던 악마나 종말에 대한 이야기들이, 분쟁이 심화되고, 대암흑이 하이브를 뒤덮어 악마들이 튀어나오고, 갱단과 엔포서의 전쟁으로 수십 대의 차량이 박살나고, 수백 개의 거주지가 불에 타오르면서 자기들이 살던 층에서 쫓겨난 이들이 카도르 갱에 하나 둘 투신한 거임.

신데락 도시에서 나타난 대예언자는 계시를 받았다 주장했고, 이에 수천 수만명이 테메노스 하이브를 향해 순례를 떠남. 그 규모가 장대했기 때문에 크레도와 헬모어 양 측 모두의 주의를 끌었고, 심지어 몇몇 갱들은 순례자들에게 총구를 겨누기도 했지만- 곧 감화되어 순례단에 합류했고, 북에서 남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인파가 생성됨.

순례길 가운데 침몰한 고대 수송선의 잔해 위에서 예언자는 잊힌 성자에 대한 전설을 이야기했고, 설교는 찬송이 되었으며, 모여있던 수만의 인파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대예언자의 존재감을 느끼면서 기적이 벌어짐.

거대한 화염의 후광에 휩싸인 예언자의 그늘이 하이브 프리무스를 덮어 가린 유독성 구름을 찢고 솟아올라 그 그림자로 하이브를 완전히 덮어버린거임.

이 역대급 기적에 원래 하우스 카도르의 수장이었던 모르메르 경은 사람들이 자길 예언자한테 갖다 바칠까봐 잠수를 탔고, 나중에 순례객들을 공격하다 십자가에 묶여 화형에 처해졌음. 언더하이브부터 스파이어까지 모든 층에서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공장이 멈추고 전쟁이 멈추고, 하이브 곳곳의 공기관들이 "이단 소굴"이라는 미명 아래 부랑자들에게 기습당하고 마녀 사냥이 들끓자 하에라 헬모어는 카도르 가문의 수장이 공인하지 않은 모든 종교 활동을 이단으로 선포함.

그로 인해 카도르 갱은 반으로 쪼개져 서로 싸우다가 사실상 풍비박산이 나버렸으며, 하이브 모든 층에서 엔포서들에 대한 공격이 심화되면서 하에라 헬모어는 통제력을 거의 완벽하게 상실하게 됨.

아, 우리의 영광 영광 구원자님을 따르는 종파들은 예언자를 또 다른 이단으로 선언했음. 애초에 걔들은 클로비스 외엔 어지간해선 이단으로 낙인을 찍으니 새삼스러운 것도 아님.

순례의 끝에 도달한 하이브 테메노스는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음. 코른계 컬티스트들의 난동과 갱 전쟁으로 도시의 치안은 거의 공백기였고, 수백만의 순례객들이 달려들면서, 하이브 테메노스의 방어선은 무너짐.

레이디 하에라 헬모어는 이 테메노스의 비밀 금고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고 있었고, 때문에 가용 가능한 테메노스의 모든 팔라타인 엔포서들이 금고로 향하는 길을 막기 위해 바리케이트를 치고 방어선을 세워 수천의 순례객들을 학살함.

그러나 백이 죽은 자리를 천이, 천이 쓰러진 자리를 만이 채우는 순례객들의 물결 아래, 팔라타인 엔포서들이 자랑하는 로크 패턴 볼터는 그저 어린애 손에 들린 라이터에 불과했음.

테메노스의 대성당 아래 비밀 금고에 도착한 대예언자는 그의 동맹, 레이디 크레도와 함께 석관의 봉인을 해방하고, 수천년 동안 복수를 꿈꿔왔던 존재. 대예언자에게 계시를 내린 존재. 크레도의 주인을 깨우는 데 성공함.

오조스티움 아란투스(Ozostium Aranthus)

기계에 깃든 정신체이자 헬모어의 가장 거대한 적이 몸을 일으킨 것.

테메노스를 작전기지로 삼아 아란투스는 하이브 프리무스로 향했고, 내부의 반란과 오조스티움의 공세에 견디지 못한 하에라 헬모어는 프리무스를 떠나 도망치듯 세쿤두스로 향함.

세쿤두스 폐허 어딘가에 잠들어있을 헬모어의 보물을 찾아내기 위하여.

프리무스에 입성한 오조스티움은 계약의 길드를 통해 제국으로부터 총독의 권한을 인정받았고, 네크로문다의 새로운 총독이 됨.

그리하여 지금. 하이브 프리무스의 지배자가 된 아란투스 가문과, 이에 맞서는 헬모어 가문, 그리고 델라크와 같은 아란투스의 오래된 숙적 가문들, 아란투스를 지지하는 자들, 중간에 서서 이득을 취하는 자들로 혼란스러운 상황.

세쿤두스의 봉인이 풀리며 말스트레인 컬트의 준동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작금이, 대균열 직후의 네크로문다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