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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팬픽] [R15] 만약 언젠가의 신혼 생활 2-1

아니그냥없어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7.07 03:18:45
조회 574 추천 3 댓글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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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번 편에서 이어집니다. ]


"이, 이건······ 전부, 거절한 선생님 탓이니까······ 제대로, 하, 하지 않으면······ 저 화낼 거예요."


침대 위에서 글렌을 덮친 시스티나가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채 시선을 회피하며 말했다.


"자, 자, 잠깐아아아아아아아아안! 일단 진정해, 하얀 고양이! 대화로 하자, 대화로! 아무리 신혼이라도 이건 아니지! 응?!"


"그치만······ 저도 지금껏 많이 참아왔다구요. 그게 아니면······ 혹시, 선생님은 저랑은 하기 싫으신 거예요?"


글렌의 필사적인 외침에 표정이 약간 어두워진 시스티나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글렌을 바라보았다.


마치 주인에 의해 길가에 버려진 강아지처럼······.


"아, 아니! 당연히 그럴 리가······! 그런 게 아니고······ 그······ 뭐랄까, 좀 더······ 분위기와 무드라는 게 있으니까······."


"······하지만 모처럼 간만의 휴일인걸요. 오늘이 아니면 못할지도 모르는데······."


"아니······ 그, 그건 그렇지만······."


이왕이면 첫 경험이니만큼, 향초나 램프등 같은 것들을 본격적으로 사온 다음, 분위기가 은은하게 잡혀 있는 방에서 하고 싶었다.


더군다나, 밤도 아니라 밝은 낮에 한다는 건 솔직히 말하면······ 뭔가 좀 그랬다.


하지만ㅡ.


"······하아~."


시스티나가 애원하듯 쳐다보자 글렌은 한숨을 내쉬더니ㅡ.


"나 참······ 별 수 없네. 네가 정 그렇다면야······ 다만, 먼저 씻고. 아무리 그래도······ 지금 이 상태로는 무리잖아."


결국 토라진 듯 딴데로 시선을 회피하고 마지못해 승낙했다.


"예······? 어······ 아?! 아으으······. 그, 그럼······ 선생님 먼저······. 전 나중에라도 상관 없으니까······."


"그, 그래······. 그럼 먼저 실례하마."


왠지 민망해진 분위기 속에서 글렌은 욕실로 도망치듯 방을 뒤로 했다.



한편, 글렌이 욕실에서 몸을 씻는 사이, 침실에서ㅡ.


홀로 남겨진 시스티나는 달아오를대로 달아오른 두 뺨을 손으로 가린 채 힘없이 침대에 앉아 있었다.


'이, 이런 날을 언젠가 조금······ 아주 조금이나마, 꿈꿔오긴 했지만······! 아무래도 너무 성급했던 거 아닐까? 선생님도 실은······.'


내색은 안 했으면서도 예의상 말만 그렇게 해준 걸지도 몰랐다.


애당초 휴가를 언제 받았을지 기억도 안 날만큼 정말 오랜만에 받은 휴가에 본인도 느긋하게 쉬고 싶을 텐데······.


그런데도 그의 의견을 존중해주지도 않고 자신만 이런 식으로 강요하는 건 너무 이기적인 생각 아닐까.


결국 부부라는 관계에서 의견을 일방적으로 몰아세우는 거나 다름없었다.


'응, 역시 이러면 안 돼. ······내가 생각이 짧았어. 결국은 선생님 의견도 안 들어보고 또 멋대로······.'


아까는 무심코 오기가 발동해 그런 발언을 서슴치 않게 내뱉어버리고 만 것이다.


'······으으~. 이걸 어쩜 좋지······.'


시스티나가 그렇게 미안한 마음에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잔뜩 풀이 죽어있자ㅡ.


"나 참······ 이제야 내 기분이 좀 이해가 가지? 하얀 고양이."


"······아, 선생님······ 꺄아악?!"


어느새 샤워를 끝마쳤는지 그녀의 눈앞에는 허리에 달랑 수건 한 장 걸친 채 김이 모락모락 나는 글렌이 서 있었다.


즉, 다시 말해······ 지금의 글렌은 알몸이나 다름없는 상태라는 뜻이다.


"아······ 이건 말이지. 불가항력······이라고 해야 할까. 좀만 이해해줘. 어쩔 수 없으니까······."


"아으으······ 예······."


하지만 어째선지 방금 전부터 수건에 시선이 고정된 시스티나는 다시 뜨거워진 뺨을 가리면서도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으음~ 아무래도 또 성대하게 오해를 해버린 모양이구만? 내가 아까 분명 말했잖아? 네 내키는 대로 해도 된다고."


"그치만 선생님께는 귀중한 휴일일지도 모르는데······ 전 그저······."


"아아, 실은······ 그거 말이다. 그게······."


글렌은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하고 뺨을 긁적이며 머뭇거리더니ㅡ.


"나도······ 한 번쯤······은 나쁘지······ 않을 것 같다······라고 생각해서······ 아, 알겠지? 그, 그런 거다?! 아무튼!"


그답지 않게 딱 봐도 뜨거운 얼굴로 황급히 얼버무렸다.


그리고 이제 와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는 글렌을 본 시스티나는 흐뭇한 미소를 띄우고 그에게 안 들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후훗······ 역시 전······ 선생님과 결혼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줄곧 이대로만······."



그리고 지금은 시스티나도 마찬가지로 욕실에서 씻고 나온 뒤ㅡ.


방 안에는 몸에 각자 순백의 수건 한 장만 두른 채 반나체나 다름없는 상태로 침대 위에 두 남녀가 누워 있었다.


"······하으으으~. 그러니까······ 죄송하지만, 그게······ 선생님은 잠시 동안은 이대로 누워계실 수 있는지······ 싶어서······."


어느새 머리 위에서 수증기까지 뿜고 있는 시스티나가 눈동자만 옆으로 굴려서 글렌을 힐끔 바라보았다.


부끄러워서 당장에라도 수치사할 것만 같았다.


몸에는 겨우 긴 수건 한 장만을 두르고 있는 데다 자세에 대한 그렇고 그런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해버린 자기자신에 대한 경악.


늘 모범생이었던 자신이 어쩌다 여기까지 타락했을까 싶어서 마음이 다소 혼란스러웠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런 것과는 전혀 거리가 멀던 예전의 자신이었다면 이미 수치사했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그, 그래······ 너 하고 싶은대로 하든지. ······그, 뭐······ 나도 일단 호응은 최대한 너한테 맞춰주긴 할 테니까······."


"······으."


글렌이 그렇게 말해준 순간,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가슴이 쉴새없이 계속 쿵쾅거렸다.


이미 눈 앞은 핑핑 돌아 현기증을 일으키지나 않으면 다행일까.


얼굴의 열기가 몸 전체를 돌고 돌아 예민해진 피부가 마침내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촉각을 곤두세웠다.


몽롱한 머릿속은 마치 종이처럼 완전히 새하얘져서 이제는 자신이 무얼 하는지조차 까먹을 정도였다.


자신의 밑에 얼굴을 묘하게 붉힌 채 깔려져있는 글렌.


그리고 그런 그 위에 있는, 평소라면 아마 상상도 못할 정도로 흥분한 상태의 자신.


결국 그런 탓에 일종의 정복감이나 배덕감 같은 것들이 자기도 모르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이러면······ 나만 변태 같잖아?! 으으으······.'


왠지 이상할 정도로 동요한 자신만 바보 같아진 시스티나는 이내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결의를 굳혔다.


"그, 그럼······ 선생님, 잠깐 누, 눈 좀······ 가려주실래요?"


"······아. 으, 응."


그제야 글렌도 그 속뜻을 이해한 듯 눈을 살며시 감았다.




"······후우~. ······이, 이제 다 됐어요······. 눈 뜨셔도 돼요······."


아무래도 탈의가 끝난 모양이다.


글렌은 잠긴 눈을 살짝 떴다.


그러자 시야에 문득 들어온 것은ㅡ.


"············."


어깨를 파르르 떨며 팔꿈치를 한쪽 팔로 가린 채 속옷만 착용한 시스티나의 모습이었다.


눈이 내린 듯 새하얀 피부는 그야말로 진주처럼 아름다웠고, 부드럽게 내려오는 머리카락과는 더할 나위 없을 정도로 잘 어울렸다.


여실히 드러난 쇄골과 적당히 얇은 다리는 한눈에 봐도 결이 아주 곱다는 걸 알 수 있는 데다ㅡ.


항상 흘러가듯 지나가면서 봤던 날씬한 배 쪽도 왠지 오늘만큼은 요염하고 섹시하게 느껴졌다.


역시 가슴 쪽이 작은 게 흠이었지만, 그것마저도 레이스가 달린 귀여운 연청색의 브래지어로 완벽하게 커버해냈다.


평소에 머리에 늘 차고 있던 고양이 귀 모양의 머리 장식이 없어져서 그런지 고운 은색 머리카락 하나하나가 찬란하게 빛났다.


"저어, 선생님······. 어, 어때요······? 지금 제 모습······."


"······어? 아······ 그, 그게! 응, 무지하게 잘 어울리네! 최고야! ······음~ 뭐, 솔직히 말하면 역시 가슴이······."


"예? 선생님, 방금 뭐라구요?"


"아, 아무것도 아냐! 끝내주게 잘 어울린다고! 솔직히 나도 보면서 무심코 넋을 잃었지 뭐야."


반사적으로 이마에 비지땀을 흘린 글렌은 여지껏 갈고닦은 임기응변으로 훌륭하게 변명했다.


"어······ 정말요? 에헤헤······."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시스티나는 수줍게 웃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 안에는 마침내 결정적 순간이 찾아왔다는 듯 기묘한 침묵이 감돌기 시작했다.


"······."


"······."


왠지 이상야릇해진 분위기 속에서, 시스티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흐아으······ 저, 저기, 선생님. 그럼······ 일단 제가 먼저······ 버, 버버, 벗을······게요······. 먼저 말을······ 꺼낸 건 저니······까······ 하으으으~!"


하지만 뒤늦게 맹렬한 수치심이 올라왔는지 머리 위에서 증기 기관 저리 가라 할 정도의 막대한 수증기를 내뿜었다.


아무리 첫 잠자리라지만······ 이미 알 건 다 아는 어른이, 그것도 심지어 신혼부부 사이에, 이 정도로 동요하는 건 극히 드문 일이지만······.


아무튼 여태 이런 것들과 동떨어져 살아온 시스티나로선 일생일대의 크나큰 도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너, 진짜 괜찮아? 보아하니 억지로 하려는 것 같은데. 그렇담 딱히 무리는 하지 않아도······."


그래서 글렌은 이미 눈이 바퀴가 되어버린 시스티나를 이쯤에서 말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뭔가 결심한 듯 굳은 표정으로 글렌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정말이지, 이건 그런 게 아니라구요······. 저도 실은 선생님이랑······ 항상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마음이 잘 안 따라줘서, 흑······."


말로만 번지르르 하게 해놓고 정작 언동은 세상 물정 모르던 온실 속의 화초 때와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이번에도 글렌한테 민폐만 됐다는 생각에 시스티나가 그만 서러운 울음을 터트리려고 한 순간ㅡ.


"하아~ 넌 진짜, 예나 지금이나 손이 많이 가는 녀석이라니까."


그렇게 말한 글렌이 머리 위에 손을 살포시 얹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체온과 감촉이 그대로 전해져온다.


"······선생님······?"


"기껏 여기까지 와놓고 아무것도 못 해버리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 조금 다른 식으로 접근해보자는 거지, 내 말은.


뭐, 예를 들면······ 아, 그래. 체위를 바꾸는 식으로······라든가 말이지."


"······체위요?"


일상에서 자주 안 쓰는 단어가 튀어나오자 시스티나가 아직도 눈가에 눈물을 고인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그······ 뭐냐. 내가 말한 구도는······ 저기, 그거를 할 때 취하는 자세라고 해야 되나······ 으, 아무튼! 이, 이만하면 됐지?! 설명 끝!"


원래 글렌도 야한 걸 딱 남들만큼 자주 찾아보는 편이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런 단어를 남 앞에서, 그것도 자신의 와이프 앞에서 함부로 입에 담기가 영 찝찝했다.


"그, 그런 거였나요······. 근데······ 의외로 꽤 자세하게 아시네요······? 혹시 선생님 다른······."


"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이야기는 이제 끝이네요! 아쉽다, 아쉬워! 이걸 어쩌나?! 하하하하하하하!"


시스티나가 추궁하려 들자 등 뒤까지 식은땀을 흘린 글렌은 황급히 손을 저어가면서 말을 얼버무렸다.


"흐응······ 뭐, 그건 다음에 자세하게 듣도록 하고. 지금은 일단 선생님이 말하신, 그 자세라는 걸······."


"······에, 그러니까. 그 전에 뭐 좀 하나만 물어보자, 하얀 고양이. 넌 어떤 식으로 하는 걸 원하는데?


이게 자세에도 종류가 꽤 많아서 말야. 게다가 너, 그 자세로 계속 하다간······ 꽤 많이 아플 텐데. ······왜 그런지 굳이 물어보진 마라."


"아······ 그런가요. 그럼······ 이왕 하는 거, ······안, 안아주셨으면 하는데······ 안 돼요?"


"······엥? 뭐, 뭐야. 그렇게 간단한 거였어? 그런 거라면 진즉에 말하지."


의외로 시스티나의 입에서 생각보다 간편한 대답이 튀어나오자, 글렌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근데 그 체위라는 건······ 네가 내 아, 아래로 가야 할 것 같은데······ 가능하겠어?"


"예······? 아니, 전 그게······ 오, 오히려 좋을 것 같은데······. 그러니까, 선생님만 괜찮으시다면······."


"그, 그래? 그, 그거 참 다행이구만······. 대체 언제부터 마술 강사가 성교육 강사가 됐는진 모르겠지만······ 에휴, 먼저 침대에 누워 봐."


글렌이 누워있던 자리를 일어나서 비켜주자 시스티나가 침대에 다시금 그 자리에 털썩 누웠다.


하지만 역시 부끄러움은 아직도 상당히 남아있는 모양인지 두 손을 가슴에 꼭 맞잡은 채 모으고 있었다.


"이, 이러면······ 돼요?"


"그래, 잘했다. 그 상태로 하면 되는 거지."


'······하으으~. 창피해······ 부끄러워 죽을 것만 같아······. 그치만······.'


시스티나는 살짝 젖은 투명한 눈으로 어느새 자신의 눈 위에 있는 글렌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리고ㅡ.


"그래도 나머지는 전적으로 내 몫이겠다만······ 뭐, 네가 그걸로 펴, 편하다면야······ 나야 별 상관없······ 읍?!"


말이 채 다 끝나기도 전에 글렌은 자신의 목을 양손으로 두르고 입술을 불현듯 덮치는 촉촉한 감촉에 그대로 잠기고 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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