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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팬픽] 만약 글렌이 세라 대신 죽었다면

아니그냥없어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2.16 23:32:04
조회 861 추천 5 댓글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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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물 : 만약 세라 대신 글렌이 죽었다면




전 제국 궁정 마도사단 특무분실 집행관 넘버 11 《정의》 저티스 로우판이 일으킨 엔젤 더스트 테러 사건.


정체불명의 더스트에 감염된 시민들은 그저 살아있는 시체 상태가 되어 살아있는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사건의 주동자인 저티스가 제국군의 요인들, 심지어 같은 특무분실 동료들마저 살해한 최악의 상황에서


아직 제도에 남아있던 글렌과 세라, 알베르트 같은 특무분실 멤버들은 상식을 벗어난 압도적인 열세에도 마지막까지 선전하며 분투했다.


하지만 감염자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역시 몸에 부상은 조금씩 쌓일 수밖에 없었다.


나아질 낌새가 없는 상황은 최악에 최악으로 치달았다.


결국 근처에서 적들을 제압하던 글렌과 세라마저 체력과 마력 모두 슬슬 바닥을 드러냈다.


죽음의 그림자가 마치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집어삼킬 파도처럼 지척까지 들이닥친 그 순간.


글렌은 그 자리에서 넋을 잃고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벌써 몇 번이나 본 적 있었지만, 오카리나를 불어 적들을 날려버리는 세라의 모습이 더없이 신성하고 아름다워만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순간, 뺨을 부드럽게 간질인 것은 자신을 지나치는 한 줄기 바람이었다.


그 바람은 곧 감염자로 이루어진 압도적인 군세를 쓸어버리고, 떨어트리고, 날려버렸다.


너무나도 간단하게, 너무나도 상쾌하게.


다만, 지금까지 그가 곁에서 봐 왔던 바람과는 왠지 사뭇 달랐다.


그렇다고 판단할 근거는 없었지만 글렌은 그 생소한 바람을 처음 맞은 순간, 본능적으로 그렇게 느낄 뿐이었다.



······.


······.




"헉······ 헉······! 하아······ 하아······!"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만 같은 몸을 혹사시키며 거리를 질주하던 소녀ㅡ 세라는 속으로 글렌이 무사하기만을 빌고 또 빌었다.


주변 풍경이 물 흐르는 격류처럼 흘러갈 때마다 시야에 강제로 새겨지는 시체의 산들과 코를 찌르는 피 비린내가


그녀의 불안감을 한없이 증폭시켰다.


만약 글렌이 죽어있다면? 그 때는 과연 그걸 목도한 자신이 버틸 수나 있을까?


그에게 그런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한 자신이 또 그렇게 슬퍼할 자격이 있을까?


그런 혼란스러운 질문들이 끊임없이 가슴을 애태우고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되풀이됐다.


마음 같아선, 움직이지 않는 몸으로라도 그의 옆에 서서 나란히 싸우고 싶었다.


설령 그게 안 된다면, 차라리 좋아하는 그와 함께 어디론가 멀리 떠나는 편이 나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제안을 꺼냈다고 한들.


그는 결국 틀림없이 거절하고 저티스에게 맞섰으리라.


불가능한 꿈이라고 남들에게 비아냥을 받아가면서 그 뜻을 굽히지 않을 정도로 줄곧 그런 길을 걸어온 글렌이었기에.


가장 가까이서 그것을 지켜봐온 자신은 아마 글렌의 그런 점에 반했던 것이리라.


영원토록 이루어지지 않을 꿈인데도, 만약 어찌 도달하더라도 거기까지의 길은 아무도 걸으려 하지 않는 가시밭길인데도.


늘 바보 같을 정도로 한결 같았던 그의 모습에 자신은 또 한 번 푹 빠진 것이리라.



이윽고 건물들의 숲을 가까스로 빠져나온 세라는 몸을 우측으로 돌려 위가 탁 트인 한 공터에 들어섰다.


고개를 들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무수히 많은 황량한 폐건물들, 그리고 미약한 틈으로나마 비스듬히 스며드는 희미한 햇빛이었다.


햇빛이 건물의 그림자에 교묘하게 숨어있던 한 청년의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넥타이와 프록 코트를 차려 입고 머리 위에는 중절모, 한 손에는 신사를 상징하는 지팡이를 든 저 청년의 정체는ㅡ.


"······저티스······ 군······?"


이 테러 사건을 일으킨 주동자, 전 제국 궁정 마도사단 특무분실 집행관 넘버 11 《정의》 저티스 로우판이었다.


저티스는 어깨를 떠는 세라를 어딘가 즐거운 눈으로 흘겨보며 과장스럽게 손뼉을 쳤다.


"자. 어때, 세라? 너를 위해 내가 특별히 준비한 공연은."


세라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입가를 가리며 고개를 연신 저었다.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감정, 적의보다는 경악과 충격이 표정에 고스란히 녹아들기 시작했다.


"네······ 네가······ 대체 네가 왜······ 글렌 군을······?"


세라가 시선을 향한 곳에는······ 저티스의 손에 글렌이 마치 시체처럼 창백해진 몸과 고개를 늘어트린 채 힘없이 붙들려 있었다.


급소 부위인 가슴팍에 뭔가 날카로운 흉기로 찔린 듯 혈흔이 대량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솔직히 나도 좀 감탄했어. 예전에는 그저 하찮은 삼류 마술사에 불과하다고 여긴 그가······ 어느새 나의 정의를


위협할 정도로 만만찮은 호적수가 되었을 줄이야······. 이렇게 결전을 벌일 걸 예상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됐지만······


뭐, 그것도 전부 내 정의를 위한 초석이니 일단 고맙다고는 말해줘야겠지."


"······."


그 말에 세라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저티스는 그런 상황이 더 재밌다는 듯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여기까지였어. 이 나를 넘어서지 못했던 거지. 세상의 운명을 결정지을 행운의 여신은 날 선택한 거야!


그래, 마침내 내 정의가 승리한 거라고!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리고 즐거워서 참을 수 없다는 얼굴로 광기어린 홍소를 터트렸다.


"······."


하지만 세라는 아무 말 없이 저티스를 노려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자 고개를 젖히며 웃던 저티스의 표정에도 점차 견딜 수 없는 짜증과 언짢음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뭐지? 불쾌하군. 넌 이 상황을 보고도 동요하지 않는 건가? 글렌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네 무모한 부탁 때문에 죽은 거잖아?"


저티스가 유쾌한 목소리로 그렇게 내뱉은 순간ㅡ.


"닥쳐."


늘 차분하고 긍정적이었던 세라의 입에서 별안간 그런 험악한 말이 튀어나왔다.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에 당사자도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뜬 채 잠시 입을 다물었다.


"······글렌 군이 죽은 게 내 탓인 건 부정하지 않아. 하지만 네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은 없어. 거기다······ 넌 이미 죽어 있는데,


왜 아직도 눈치를 못 채는 걸까?"


"······뭐?"


진심인지 거짓인지 이해할 수 없는 세라의 발언에 저티스가 두 눈을 깜박거렸다.


기묘할 정도로 무표정을 유지하던 세라는 갑자기 품 속에서 오카리나를 꺼내 불기 시작했다.


"세라, 아까부터 넌 대체 뭘 하는 거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언동에 저티스는 언짢은 듯 약간 눈살을 찌푸렸다.


청명하고 선선한 류가 아닌, 듣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마모되고 기분이 불쾌해지는 그런 음색이었다.


그러자 그 불협화음에 응하듯 흐린 하늘에서 천둥이 치고 벼락이 일기 시작했다.


별안간 대기와 공기가 무겁게 돌변한 것이다.


세라와 저티스만 있는 이 공간만 기온이 몇 도는 떨어진 듯한 느낌이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고 계속 오카리나를 연주했다.


"뭐, 아무렴 어때. 제법 쓸 만한 묘기지만, 결국 너도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거겠지. 물론 내 정의를 위한 초석에


너도 포함되지 않는 건 아니야. 그러니 곧 너도 편하게 해 주마."


"응, 그 얘기······ 그대로 돌려줄게."


이윽고 오카리나 연주를 마친 세라가 입가를 일그러트리며 비릿한 미소를 지은 순간ㅡ.


불현듯 어디선가 따스한 기운을 머금은 바람이 불어왔다.


분명 사방이 건물로 막힌 이곳은 공기가 들어올 수도, 나갈 수도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도 바람은 그 상식을 깨부수듯 계속해서 불어왔다.


그리고 문득 시선을 밑으로 내린 저티스가 그제야 자신의 몸에 일어난 이변을 알아챈 건 그로부터 얼마 뒤였다.


"음? 이건······."


보이지 않는 미세한 공기의 움직임이 그의 몸을 안쪽부터 서서히 갉아먹으며 파헤치고 공중에 흩뿌렸기 때문이다.


이윽고 그의 존재 자체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잘게 가루처럼 부서져 보이지 않는 저편으로 멀리 날아가기 시작했다.


"이건 모든 것을 관통하고 통과하는 『유령의 바람』······ 처음부터 살아있지 않은 무생물에겐 반응하지 않지만, 범위 안에 있는 생명체는


뼛가루 하나 남기지 않고 소멸시켜. 원래는 꺼림칙해서 절대로 쓰고 싶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너 같은 쓰레기란 말도


아까운 악인에게는 괜찮을 것 같아서."


"훗, 악인인가······. 하긴, 아무것도 모르는 너한테는 내가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겠군."


저티스는 점차 사라져가는 자신의 몸을 마치 남의 일처럼 지켜보며 그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얼굴의 형상만 남기더니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이런 말을 남긴 채 완전히 소멸했다.


"이건, 읽지 못했어······."



······.


······.



저티스의 존재 자체가 불어오는 바람에 휩쓸려 먼지 한 톨 남기지 않고 깨끗이 소멸한 후.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던 세라는 이내 바닥에 힘없이 늘어진 글렌의 시체를 끌어안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흐느껴 울었다.


"훌쩍······ 흐윽, 히끅······ 으흑······."


증오스런 원수 앞에서 가까스로 억눌렀던 감정의 둑이 터지자마자 공허했던 눈가에서 새어나온 눈물이 뺨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목숨을 잃고 나서 꽤나 시간이 지났는지 이제는 미세하게 떨리던 시체 특유의 떨림도 멈췄다.


이미 원수인 저티스는 눈앞에서 사라지고 없건만, 다시금 그녀의 어깨가 파르르 떨렸다.


하지만 못내 갈 길을 잃은 그 분노는 속에서 힘없이 꺼졌고, 그의 몸에선 더 이상 어떤 생명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대체 그는 왜 이런 비참한 결말을 맞아야만 했던 걸까.


어째서 이런 처참한 방식으로 삶을 끝맺을 수밖에 없었던 걸까.



ㅡ괜찮아. 걱정하지 마, 세라. 내가 널 지켜······.



현실감각이 무뎌진 그녀의 머릿속에 늘 툴툴대고 솔직하지 못하지만, 이따금 자상하게 대해주는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여전히 이런 데선 쑥맥인 그의 태도에 장난스럽게 굴었지만, 잠시나마 마음이 설레고 두근거렸던 자신의 모습도 떠오른다.


그 뒷말은 듣지 않아도 자신을 지켜준다고 했을 것이리라.


그저 기뻤다. 자신도 그와 함께 보내는 나날이 즐거웠다.


그래서 좋아하지만······ 애써 마음이 티 나지 않도록 숨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행위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글렌은 죽었다.


그 꿈의 무게를 가장 잘 아는 자신이면서도, 짐을 덜어주진 못할지언정 괜한 부탁을 한 자신 때문에.


두 번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그런 자신이 한심하고 무력해서, 그녀는 우느라 목이 멘 목소리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히끅, 미안······ 정말 미안······ 글렌 군······. 훌쩍······ 이렇게 된 건······ 전부······ 흐윽, 내 탓인데······."


생명의 불씨가 꺼진 그의 시체를 와락 끌어안고 세라는 목놓아 하늘을 향해 울기만을 반복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저 목이 터져라 울부짖었다.


글렌을 시기하고 질투해 먼저 데려간 하늘이 죽도록 미웠다. 증오스러웠다.


금세 눈물이 뚝 그쳐 눈가가 메말라도 그녀의 비통한 절규는 멈추는 법이 없었다.


마치 구멍이 뚫린 듯 공허해진 마음 한 켠은 무슨 짓을 해도 메워질 것 같지 않았다.


이제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나약하기만 한 자신이 너무나 미웠다.


때아닌 뒤늦은 후회에 추잡스럽고 한심해서 눈물만이 시야를 가렸다.


흐릿했던 하늘도 그녀의 심정을 아는지 곧이어 굵직한 비가 주륵주륵 쏟아지기 시작했다.


붉은 색이 흥건했던 피의 거리는 주변에서 흘러든 흙탕물이 섞여 점차 그녀의 마음처럼 탁해져갈 뿐이었다.



그 이후로 세라는 군에서 잠적했다.


불명예스러운 이유로 좌천된 것도, 명예로운 이유로 적진에서 용맹하게 싸우다 전사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삶의 이유도, 가치도 잃어버린 그녀에게 있어 군은 그저 사랑하는 사람을 죽도록 내버려둔 방관자에 불과했으니까.


위급할 때만, 다급할 때만 불러서 적재적소에 용이하게 써먹는 위선자의 집단에 불과했으니까.


마지막으로 모습을 감추기 전에, 세라는 이브에게 일단 지금은 잠시 혼자 있게 해 달라는 말을 남겨뒀었다.


글렌의 죽음을 듣고 표정을 고통스럽게 일그러트린 이브도 결국 고심 끝에 세라의 마지막이 될 부탁을 들어주었다.


기본적으로 서류를 상부로 전달하는 건 이브의 역할이었기에 세라는 불명예스러운 이유로 군대를 나오는 건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조국도, 사랑하는 사람도, 꿈도 잃은 그녀에게 남겨진 건 더 이상 아무것도 없었다.


죽지 못해 사는 마음으로 세리카가 살고 있을 아르포네아 저택 근처의 가장 가까운 곳에 방을 얻어 그곳에서 살게 되었다.


사실 세리카가 살아서라기보단, 과거 어린애였던 시절의 글렌이 살았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늘도 식음을 전폐한 세라는 보기에도 안쓰러운 야위어진 몰골로 무릎을 끌어안은 채 벽에 등을 대고 앉았다.


"이젠 모르겠어, 글렌 군······ 가르쳐 줘. 네가 없는 세계에······ 내가 아직 있어야 할 이유가 남아있다면······."


그리고 현실을 도피하면서 하루빨리 이 악몽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 순간.



ㅡ괜찮아, 세라. 진정해······ 난 여기 있어.



귓가에 그동안 가장 듣고 싶었던, 어딘지 모르게 편안해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분명 그를 너무나도 그리워하는 마음이 만들어낸 환청이리라.


이러니저러니 해도 죽는 사람이 돌아올 리 없었기에.


세라는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눈물을 흘리며 무릎에 얼굴을 더 깊숙히 파묻었다.



ㅡ만약 또 불안해지면······ 조용히 눈을 감고 속으로 숫자를 세어 봐. 그럼 조금은 마음이 편해질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이젠 죽고 없는 글렌의 목소리가 너무나 생생하게 귓가를 울린 순간.


"······응, 그렇게 해 볼게."


세라는 눈물을 닦고 방긋 웃으며 그렇게 대답했다.


"이건 글렌 군이 내게 남겨준 삶의 의미······ 그렇다면 내가 이러고 있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는걸. 그러니······."


그리고 그 말대로 금방에라도 꺼질 것 같은 눈을 살며시 감고 숫자를 중얼거렸다.


그러자.


············.


············.


······.


·····.


····.



어째선지 무의식 중에 몸 뒷쪽에서 느껴지는 푹신하고 포근한 감촉.


"······으, 응?"


그 생생한 느낌에 세라는 문득 의식을 차리고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잠을 덜 깬 바람에 흐릿했던 초점이 서서히 정상적으로 돌아왔고, 곧 세계가 색을 칠하기 시작했다.


"아······ 여, 여긴······?"


몽롱한 정신으로 고개를 흔들어 둘러본 이곳은 어디선가 많이 본 적이 있는 장소였다.


그리고 세라의 공허했던 마음 속에 다시 싹이 피듯 되살아난 건ㅡ.


"후우······ 다행이다. 이제야 일어난 거야? 세라."


뒤에서 어딘가 나른하면서도, 지금 이 순간 가장 듣고 싶은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그, 글렌 군······? 대체 왜 여기에······."


하지만 방금까지 심신이 지쳤던 탓에 상황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세라는 방금 그 광경이 꿈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 했다.


"응? 그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야? 여긴 우리 집인데?"


글렌은 뭘 당연한 걸 묻냐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뭐, 아무튼. 벌써 해가 중천에 떴는데 안 일어나서······ 뭐랄까, 좀 걱정했거든. 무슨 악몽이라도 꾼 거야? 표정이 안 좋아보이길래······."


그리고 내심 걱정스러운 얼굴로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


"······어? 바, 방금 건······ 설마, 꿈? 저, 전부 그게······ 꿈이었던 거야······?"


세라는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이내 작게 베시시 웃은 후ㅡ.


"글렌 군!"


"우와아아아아앗?! 뭐, 뭐야?! 가, 갑자기 왜 이래?! "


세라가 갑자기 일어나 자신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꼬옥 끌어안자 글렌은 당황해서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으응, 아무것도 아냐! 그냥 갑자기 왠지 이러고 싶어졌어, 후훗!"


세라는 한 층 더 글렌의 몸을 강하게 안았다.


"저기, 글렌 군······. 우리 오늘 하루만 이대로만 있지 않을래, 응? 에헤헤······."


지금 글렌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다른 의미로 엄청나게 위험한 상태였다.


"드, 들러붙지 좀 마! 위험하다고! ······야, 야! 잠깐 기다려! 왜 다시 침대 쪽으로 끌고 가는 건데?!"


느닷없이 세라가 옷을 풀어헤치기 시작한 모습을 본 글렌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원래 꿈 속 내용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난 일로 마무리하려 했는데 그럼 너무 헤비하고


슬플 거 같아서 이렇게 순애드리프트함, 잘했죠?

따봉

······


+피드백 : 대사 쓸 때 감정 유도 자연스럽게 되도록 완급 조절하기, 묘사 조금 더 상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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