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는 top 10으로 글을 올렸었음

긱 평점 매긴 게임 100개 달성한 기념으로 연말 결산을 올리려 했는데 벌써 보름이 지났네

이정도면 보생아 딱지는 떼고 보린이라 해도 되겠지?

원래는 또 top 10으로 연말 결산을 해볼까 했는데, 순위권 밖에 아쉬운 게임이 너무 많더라

20~18위까지는 8점, 17~5위까지는 9점, 4~1위가 10점 만점을 준 게임이야

지난번 글에 언급했던 게임은 생략하고, 링크로 대체할게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bulemarble&no=423232

입문한 지 1년 조금 넘은 보린이의 주관적인 top 10 - 부루마불 마이너 갤러리

작년 5월에 어쩌다가 글룸헤이븐(사자턱)이란 게임을 알게 돼서, 4인팟 모아서 입문한 보린이임 지금까지 해 본 게임은 다 합치면 슬슬 100개정도 되어가는듯 긱에서 평점이랑 코멘트 작성하다가, 부갤에도 올려보고 싶

gall.dcinside.com

20위. 캐스캐디아

나는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브레인버닝을 선호하는 편이라, 평점에 웨이트 보정이 적지 않게 들어가는 것 같아

그래서 20위 안에는 2점대 웨이트 게임이 3개밖에 없고, 캐캐는 유일한 1점대 게임

예전에 조금 실망했던 기억이 있어서, 사실 큰 기대는 없었어

그런데 생각보다 엄청 재밌어서 놀랐음. 룰 대비 재미는 거의 원탑이 아닐까?

영업용 게임으로는 일단 쉽고, 예쁜데, 전략성도 꽤 있어서 항상 반응이 좋았어

고인물들끼리 필러 게임으로 하기에도 아주 적절했고

캐캐는 아마 7 원더스랑 같이 전략 입문게임으로 내 책장에 쭉 남아있을 것 같아

19. 트라야누스 (생략)

18위. 듄: 임페리움

8점 게임 중 1위는 듄: 임페리움이야

듄은 솔직히 그렇게 해보고 싶은 게임은 아니었어

ip빨 겜일 가능성이 크다는 선입견이 있었고, 심지어 난 듄 원작이 정말 재미없었거든

지인 중에 3점대 게임을 이제 해보고 싶어 하는데, 티모시 살라메의 팬인 사람이 있어서 해보게 되었음

ip와는 관계없이, 게임 자체가 정말 잘 만들어졌더라고

특히, 인터랙션이 끊임없이 이루어지는데, 그다지 불쾌하지 않다는 점이 아주 좋았음

책략 카드 운빨을 제외하면, 인터랙션 측면에선 모범적인 게임이라 생각해

다만, 일꾼 놓기 겜답게 일꾼 놓기 액션 칸이 너무나도 강력한 점, 게임 시기에 따라 쓸모없는 칸이 생긴다는 점은 꽤 아쉬웠어

그리고 내가 초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도미니언 속주 사듯이 ‘스파이스는 흘러야 한다’ 될 때마다 사는 게 상당히 강력한 것 같았고

여러모로 게임의 전체적인 틀은 정말 내 취향이었지만, 아쉬운 부분이 많았던 게임

위 언급한 문제가 상당히 해결되었다는 이번 봉페리움을 아주 많이 기대하는 중

13위. 태양신 라 (이안 오툴)

나는 모던 아트를 정말 좋아하지만, 절대 영업용 게임으론 꺼내지 않음

보겜 영업 경험이 하나도 없을 때, 웨이트도 낮으니까 적당하겠다 싶어서 꺼냈다가 크게 데인 적이 있거든

한 명이라도 게임을 제대로 이해 못 한 플레이어가 있거나 실력 차이가 심하면, 완전히 게임이 망가지더라

그래서 살짝 눈을 돌렸더니, 당연히 같은 작가의 경매 시리즈인데, 심지어 이안오툴? 반드시 사야지 반드시 사야지

그리고 게임을 해 본 지금은, 모던 아트보다 더 좋아하는 겜이 되었음

모던 아트가 ‘경매’ 게임의 진수라면, 라는 경매 ‘게임’의 진수라고 생각함

경매 게임의 가장 큰 진입장벽인 ‘가치의 산정’이 모던 아트에 비해 훨씬 직관적으로, 더 작은 스케일로 되어 있는 게 아주 좋았음

그리고, 경매를 위한 시드머니가 입찰 대상에 포함된다는 개념이 정말 신선했음

거기에 믿음과 신뢰의 오툴 아트워크, 미친 두께의 타일 손맛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

한글판 강박증이 있어서 절대 영문판은 안 사는 주의였는데, 라만큼은 타협했다

12위. 트릭케리언: 환상의 전설

난 눈치싸움 인터랙션을 정말 좋아함

그래서 트릭케리언의 비밀 액션 선택(BGG 기준, Simultaneous Action Selection)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음

그리고 게임은 기대 이상의 갓겜이었음

트릭케리언은 역설적이게도 ‘복잡명료’라는 말이 어울리는 게임이 아닐까 해

당연히 4점대 웨이트에 걸맞게, 게임은 아주 복잡함

액션 준비 페이즈, 빡빡한 일꾼 놓기, 일꾼 종류도 5개, 일꾼 놓기에 자동으로 따라오는 AP 시스템,

뭔 액션 하려고만 하면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되고, 마술 하려면 준비해야 될 건 또 왜 이렇게 많은지,

다 준비해서 갔더니 요일도 고르고, 타일도 놓으래, 더 좋은 마술 사려고 봤더니 점수도 올려오라네?

근데 목표는 정말 명료함. 마술 공연을 하세요! 거의 대부분의 점수는 여기서 나옴

요즘 게임의 대세는 온갖 곳에서 점수가 나오고, 다양한 목표를 제공하는 게임인 것 같아

그런 게임들이 별로라는 건 아니지만, 간만에 한 길만을 바라보고 달릴 수 있는 게임을 하니까 대단히 신선하고 재미있었음

11. 세븐 원더스: 대결 (생략)

10. 다윈의 여정 (생략)

9. 사이드 (생략)

8위. 카네기

2022년의 나는 카네기에 4점을 준 겜알못이었음. 반성하고 또 반성합니다…

처음 카네기를 했을 때만큼 막막한 기분은 그 어떤 겜에서도 느껴보지 못했음

다른 게임들은 ‘그래서 이제 뭐하라는 건데?’ 라는 생각이 들어도, 액션 몇 번 하다 보면 게임이 어떻게든 굴러가긴 함

근데 카네기는 내가 파악을 못 하면, 남들 다 액션 하는데 나 혼자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음. 이 박탈감이 진짜 장난 아니었어

심지어, 카네기만큼 모든 액션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게임도 없음

건설하려면 연구해야 하고, 연구하려면 인사해야 하고, 인사 효율 뽑으려면 경영 해야하고…

그러다 보니 남들이 무슨 액션을 하는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느꼈고, 그 때문에 걍 랜덤한 순서로 액션을 하는 운빨망겜이라 평가했었음

근데 뭐, 겜알못의 자기합리화였지

어느 정도 게임이 눈에 들어오고 다음 플레이어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게 된 시점부터

카네기는 아름다울 정도로 세련되고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는 게임이 되었음

물론 게임의 모든(진짜 전부 다) 요소가 선점요소라, 선점에 의한 스트레스를 싫어하는 사람에겐 최악의 게임이 될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함

7위. 딥 씨 크루: 심해에서의 임무

2022년의 나는 스페이스 크루에 4점을 준 겜알못이었음. 카네기에 이어 반성하고 또 반성합니다...

저평가했던 이유도 카네기랑 똑같아. 걍 내가 못해서 재미없었음 아 ㅋㅋ

특히나 협력겜이다 보니까, 못 하는 사람한테 쏟아지는 비난의 눈초리…

만일 비슷한 이유로 이 게임을 꺼리는 사람이 있다면, 뻔뻔해지라고 권하고 싶음

어차피 이 게임은 상대 핸드를 모르는 시점부터 정답이 없음

내 핸드로는 이게 최선이었다고 박박 우기면 그게 정답이 되는 것

스페이스 크루. 지극히 경쟁적 메커니즘인 트릭테이킹으로 협력을 구현했다는 점도 놀라운데,

‘제한적 소통’이라는 단 하나의 규칙만으로 엄청난 감칠맛이 더해졌어

딥씨크루는 이런 스페이스 크루에 어마어마한 리플레이성을 부여한, 한 단계 진보한 갓겜이야

크루 시리즈보다 재밌는 게임은 많이 있겠지만, 크루 시리즈보다 혁명적인 게임은 드물지 않을까?

이 시리즈를 안 해 본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해 보기를 권하고 싶음

6위. 그레이트 웨스턴 트레일 (2판)

난 그웨트를 처음 소개하게 되면, 세상에서 제일 진화한 부루마불이라 소개함

유로 게임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재미는 바로 ‘승리’의 쾌감이라 생각해

내 전략과 전술이 맞아떨어져서, 최종적으로 다른 플레이어보다 앞설 때의 감각

그 때문에 게임에서 패배했을 때에는 어느 정도 재미가 반감되는 것도 사실이야

근데 내가 부루마불을 즐기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졌다고 재미없던 적은 없는 것 같아

그웨트는 이런 측면에서 다른 유로게임들과는 크게 다르다고 느꼈어

물론 당연히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는 하지만, 결과보다는 그 과정 자체가 너무 신나고 재미있는 게임이었음

특히, 그웨트의 배경이 되는 서부 개척시대 직후의 역사를 떠올리면서, BGM도 틀어놓고 게임하면 이렇게 재밌는 게임이 또 없다

그리고 2판에서 추가된 1인플 규칙도 대단히 잘 뽑혔다고 생각해

여담으로, 그웨트 해 보고 나서 마라카이보랑 스카이마인도 구매하게 되었음

둘 다 아직 1인플밖에 못 해봤지만, 1인플만으로도 이렇게 재밌는 겜은 처음이었어

특히 스카이마인, 얘는 내 top10 안에 무조건 들어올 거라 확신함.

지금까지는 가장 좋아하는 작가 하면 무조건 시모네 루치아니였는데, 알렉산더 피스터로 바뀔 가능성도 아주 높을 것 같음

5위. 테오티우아칸: 신들의 도시 (+전고전기)

9점 게임 중 1등은 테오티우아칸이야

10점을 줄까도 생각해 봤는데, 이 게임 규칙서가 내가 읽어본 규칙서 중 거의 최악이라 만점은 못 주겠더라

처음에 룰마 준비할 때 규칙서 읽으면서, 기대가 되기는커녕 걍 하지말까 생각이 들었던 유일한 게임이기도 해

근데 지독하게 난잡한 규칙서와는 달리, 게임은 정말 깔끔하고 명료함

테티칸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종합 선물세트라 하고 싶어

자원 관리, 트랙 전진, 테크 트리, 타일 놓기, 셋 컬렉션 등등 온갖 요소가 다 들어있음

여기서 나오는 테티칸의 가장 큰 장점인데, 이렇게 많은 것들을 집어넣었음에도,

심지어 얘네가 콤보 액션으로 와장창 쏟아짐에도 불구하고 전혀 난잡하지 않음

각 액션과 보상들이 철저히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콤보 게임 하다 보면 흔히 나오는 “어… 어디까지 했더라?”가 거의 안 나와

그렇다고 메커니즘들이 다 따로 노느냐 하면 그것도 아냐

여기서 막힌 혈을 저쪽 액션을 통해 뚫을 수도 있고, 액션 도중의 트랙 전진으로 그 액션의 비용을 구할 수도 있기도 함

이렇게 난잡하지 않고 직관적이라는 데에서 파생되는 테티칸의 두 번째 장점, 게임의 템포가 상당히 빠르고 다운타임이 짧다는 것도 있겠음

다만 테티칸의 큰 단점이라면, 본판만으로는 어딘가 나사가 빠져있는 게임임

특히,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타일 놓는 액션들의 아이콘 일관성이 크게 떨어져서 상술한 장점들이 희석됨

밸런스 측면에서도, 가면 타일이 폐급이라 숭배 타일 자리만 차지하는 애물단지가 되기도 하고

이런 문제들은 전고전기 확장을 통해 모조리 해결할 수 있으니 테티칸 입문자들은 꼭 펀딩판으로 구하길 바라

난 본판만 사서 해봤다가 방출하고 펀딩판으로 재구매했음

4. 글룸헤이븐: 사자의 턱 (생략)

공동 2위. 버라지 (생략)

공동 2위. 혁신의 시대

2023년 신작 중 최고의 게임은 단연코 이 게임이 아닐까?

물론 가이아와는 다른 점이 많은 게임이지만, 가이아가 못생겨서 별로였던 사람들에겐 최고의 대체재가 될 거임

테라-가이아-혁시로 이어지는 3부작은, 어떻게 보면 가장 클래식에 충실한 현대적 유로게임이라 생각해

바둑과 장기를 두듯이, 게임판 위에 내 말들을 놓으면서, 내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방식이 그러함

그리고 이런 클래식함이 오히려 더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

아무튼, 혁신의 시대는 검증된 갓겜이니 길게 얘기할 필요 없겠다

1위. 아컴호러 카드게임

아딱은 여전히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내 아딱 캠페인 top3를 추가로 뽑아볼까 함 (지끝까지 다 플레이했어)

top3. 카르코사로 가는 길

카르코사를 한 이후로, 아딱에 정신이 나가버려서 죄다 구매해 버렸고,

다른 테마겜은 아무리 해도 ‘아딱이 낫다’라는 생각이 조금씩 들게 되더라

그래서 다른 테마겜들은 몇 개만 남기고 거의 팔아버린 것 같아

그만큼 카르코사는 너무 재미있는 걸 넘어서 충격적이기까지 했어

심지어 지금 시점에서 봐도 아딱의 모든 확장 중 완성도는 가장 높다고 봐

사실 나는 아딱을 정말 좋아하긴 하지만, 코어 ~ 던위치는 오히려 다른 게임들보다 낮게 평가하고 있어

만약 던위치까지만 하고 아딱이 별로라고 느꼈다면, 카르코사까지만 해 보는 게 어떨까?

top2. 끝맺지 못한 의식

나는 모든 아딱의 캠페인을 출시 당시 금기 + 난이도 보통으로 진행하는데, 그 중 끝맺이 가장 어렵고 고통스러웠음

특히 (0번 말고)첫 번째 시나리오 시작했을 때의 막막함은 아직도 생생해

근데 이 어렵고 고통스러운 게, 짜증나고 재미없는 느낌이 아니라 ‘코스믹 호러’라는 테마를 제대로 구현한 느낌

생각 외로 끝맺을 저평가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놀랐는데, 코스믹 호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끝맺을 싫어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함

이거 하려고 돌끝도 웃돈 엄청 주고 겨우 구했는데, 진짜 아깝지 않았음

top1. 꿈을 먹는 자

긱 평점에서 얘 하나만 10점으로 놔두고, 다른 모든 게임을 1점씩 낮출까 고민했음

그만큼 압도적이고 풍성한 재미를 줬고, 보드게임을 초월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확장

나는 테마게임을 아주 좋아하지만, 솔직히 테마에 잡아먹혀 아쉬운 규칙을 만들었다 싶은 게임도 많았음

물론 아딱의 다른 캠페인들도 그런 부분이 조금씩은 있었고

근데 꿈먹은 적어도 내 기준에선 완벽했다

서사, 분기, 메커니즘 등 모든 부분에서 의문이 드는 요소가 하나도 없었음

나는 3인플 8캠페인으로 했는데, 아직 꿈먹 안해본 부붕이들은 할 수만 있다면 3인 + 3인 이중 테이블로 꼭 초플 하는걸 강력하게 추천함

아쉽게 순위에 들지 못한 게임으로는 틸레툼, 파워그리드, 오딘 등이 있음

앞으로 플레이/구매하고 싶은 게임으로는 알케미스트, 뉴클리엄, 듄: 임페리움 – 봉기, 그웨트 뉴질랜드, 아나크로니 등이 있음

긴 글 읽어줘서 정말 고마워!

혹시 내 취향 보고 추천해주고 싶은 겜이 있다면 꼭 말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