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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혹스 이야기

:p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4.19 20:34:03
조회 337 추천 6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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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스 필모를 달리게 된 계기는 그리 특별하진 않았다. 포드 영화는 어느 정도 봤는데 비해 혹스 영화를 5편 밖에 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신년을 맞이하여 혹스 필모나 깨보자 해서 시작했던 것이 이유였다. 그리 하여 타이거 샤크를 끝으로 총 30편을 보았고 나머지 영화는 구하기 힘들 뿐 더러 대부분 무성 영화들이어서 더 이상 보지 않을 계획이다. 사실 이렇게 글을 쓸 생각은 없었다. 보통 영화를 보더라도 간단한 감상 정도 기록하고 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게 된 이유는 전적으로 국내 시네필들의 혹스에 대한 상대적 무관심과 연관되어 있다. 포드에 비하면 혹스는 명성에 비해 여전히 무지와 무관심의 사이 어디쯤인가에 방치되어 있다고 느꼈다. 포드에 대한 글은 수시로 올라오는 반면 혹스에 대한 글은 관심은 차치하고 절대적인 양부터가 적었다. 영화에 대한 감상이 끝나면 같은 영화를 본 사람과 감상을 나누고 싶은 게 영화감상자의 마음일 건데 혹스 영화는 특정 작품을 제외하고는 감상을 찾는 것부터 어려웠다. 그런 이유로 혹스는 새로운 해석보다 먼저 소개되어야 할 시네아스트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영잘알은 절대 절대 아니지만 감히 하워드 혹스 이야기라는 간판을 단 이 곳에서 한 사람의 해석자가 아니라 소개자로서 하워드 혹스를 말하려 한다. 그래서 이 글을 본 몇몇 사람이라도 하워드 혹스의 영화를 보고 좋아하게 되고 또 활발한 감상을 나누게 되는 시작이 되길 바란다.

 

본격적인 탐방에 앞서, 혹스의 영화를 임의로 혹스적 여성이 등장하는 코미디와 탈것의 영화 두 가지로 분류해보려 한다. 임의로 분류한다고 표현한 것은 이것이 확증된 진실의 테제가 아니며, 수정과 반박에 열려있는 명제이기 때문이다. 여행이 끝날 무렵 이것이 오류로 판명될 수도 있다. 하지만 완전한 무지 상태에서의 여행은 불가능하다. 어떤 여행자도 최소한의 기대조차 없이 발걸음을 옮길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분류는 표준적 가이드북을 일단 가방 맨 밑바닥에 쑤셔 넣은 우리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지침, 혹은 기대의 지평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첫째로, 혹스적 여성이 등장하는 코미디는 대개 당차고 말 많은 여성들이 주도하는 영화이며, 대부분의 재미가 여성 캐릭터가 남성 캐릭터를 쏘아붙이고 당황시키는 대서 발생한다. 여기서 잠시 캐리 그랜트라는 배우를 짚고 넘어가자. 혹스 코미디의 재미는 앞서 말한 혹스적 여성의 액션에 당하는 남성의 리액션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여성 배우만큼이나 당하는 남성 배우가 중요한데 거의 모든 혹스 코미디에서 캐리 그랜트스러운 배우가 이 역할을 소화해낸다. 캐리 그랜트스럽다고 뭉뚱그려 표현했으나 혹스 대표작으로 알려진 <아이 양육>에서 그랜트가 정립했다고 봐도 무방한 키 크고 약간 어리숙하고 허우적거리는 젠틀한 백인 남성이라는 캐릭터는 혹스적 여성만큼이나 혹스 코미디의 대표적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이 그랜트적 남성과 혹스적 여성이 우연히 만나 사랑으로 이르는 게 혹스 코미디의 기본 구조이다.

 

이 구조를 바탕으로 초기 혹스 코미디는 엄청난 양의 대사들이 캐릭터를 통해 오고 가는데, 한 가지 특기할 점이 있다면 대사의 겹침이다. 후기작으로 갈수록 줄어들긴 하나 초기의 혹스 코미디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에너지는 수많은 대사가 겹쳐대면서 만들어지는 난장에 의한 것이다. 대사의 겹침은 자연스럽게 소통의 부재로 이어지고, 몇몇 캐릭터들은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한 채 행동하게 되며,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는 관객과 달리 정보의 부족으로 인해 당황하는 그들의 리액션이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이런 혹스식 코미디는 코미디 장르에만 국한되지 않고 후술할 탈것의 영화에도 조금씩 변형되어 활용된다.

 

다음으로, 탈것의 영화는 코미디와 달리 잘못된 분류로 느껴질 수 있다. 흔히 잘 알려진 혹스의 특징이라 하면 혹스적 여성들과 남성들의 전문가주의 찬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혹스와 탈것의 관계를 모른 채로 그의 영화를 남성 전문가의 영화로 이해하는 것은 잘못된 순서라고 생각한다. 왜 그의 영화가 전문가의 영화로 알려졌을까. 먼저, 전문가라고 불릴 만한 이들이 등장하는 초기 혹스 영화들의 공통점은 전문가들만이 운전할 수 있는 특별한 탈것이 나온다는 점이다. <새벽의 출격>, <천사만이 날개를 가졌다>, <에어 포스>는 기종이 서로 다른 비행기가 나오며, <더 크라우드 로어스>는 경주용 자동차 그리고 <타이거 샤크>에서는 어선이 나온다. 탈것들은 그 자체로 영화를 움직이는 동기가 되며, 혹스 영화에서 남성들은 탈것을 탈 수 있는 남성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로 과격하게 구분된다. 이러한 극단적인 분리는 어디서 기인한 걸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혹스의 삶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입봉 전 그는 코넬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으며,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사교클럽 중 하나인 델타 카파 입실론의 회원이었다. 이곳에서 혹스의 남성적 집단에 대한 집착이 시작됐을 것이다. 미국 사교클럽의 영향력을 잘 알지 못하나 단적인 예로, 영화로 설명하는 본인을 용서해주시길, <소셜 네트워크>의 오프닝에서 마크가 포설리언 클럽 덕분에 루스벨트가 대통령이 됐다고 단언하는 장면은 혹스의 시대에서 수십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사교클럽의 위상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혹스 영화의 남성적 집단의 폐쇄성이 이러한 이유에서 나타났다는 건 비약일지도 모르나, 왈도가 피닉스 클럽에 들어가기 위해 고생하는 모습과 혹스의 캐릭터들이 집단으로 편입되기 위한 몸부림치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폐쇄적인 남성적 집단에 대한 의문을 풀었으니 이제는 탈것의 차례이다. 탈것에 대한 답변은 보다 명확하다. 바로 혹스가 익스트림 스포츠광이라는 것이다. 그는 16세의 나이에 비행 서커스 파일럿으로 일하였으며, 1차 세계대전 시기에 육군에 입대하여 통신단 항공반에서 중위로 복무하면서 비행을 가르쳤었다. 전쟁이 끝난 뒤엔 카레이싱에도 관심을 가졌고 그가 만든 자동차가 경주에서 우승한 적도 있다. 그 외에도 바이크, 테니스, 승마, 보트, 은세공 같은 취미도 가졌다고 한다. 그가 관심을 가졌던 행위들과 그의 영화에 나온 전문가들을 비교해보면 혹스 영화의 전문가들이 혹스 자신을 투영시킨 캐릭터들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게 혹스의 삶은 자연스럽게 그의 영화에 스며들었다. 후에 각 영화를 소개하면서 이야기하겠지만 그의 영화 전체에 깔려있는 죽음의 이미지들도 이런 위험한 취미를 가진 데서 나타났을 거라 생각한다.

 

혹스의 영화에 대해 최소한의 지침은 이 정도로 충분한 것 같다. 다만 분류를 진행하면서 최대한 초기 혹스 영화라는 표현을 쓰려고 노력했는데, 이는 흔히 알려진 혹스의 영화적 특징이 초기 영화들에서 눈에 띄게 발현되는데 비해 중기를 지나 후기로 갈수록 옅어지기 때문이다. 혹스적 여성들이 나오는 코미디들은 염세적으로 변하고 남성적 집단은 견고함은 외부의 침입으로 붕괴되기도 한다. 또한 워낙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든 그였기에 그를 이런 편협한 두 가지로 가두는 것도 혹스를 즐기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 글은 가방 밑바닥에 쑤셔 넣은 최소한의 지침이다. 혹스 같은 거장의 영화를 즐기기 위해 이런 글을 읽는 것 보다 직접 보고 느끼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감히 하워드 혹스 이야기라는 간판을 걸었기 때문에 앞으로의 혹스의 필모그래피를 파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각 영화를 보고 느낀 개인적인 후기와 사소한 정보를 계속해서 적어보려 한다.

 

여담으로 이 글을 적으면서 아주 많은 부분을 참고한 <존 포드 이야기>를 연재한 허문영 센세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존 포드에 무지한 시절 허센세가 쓴 글을 통해서 존 포드를 알 수가 있었다. 비록 허센세에 비할 바는 절대 안 되지만 여러 존 포드 영화를 알려주었던 허센세처럼 이 글이 누군가에게 혹스의 영화를 알려줄 수 있는 그런 글이 되길 바란다. 이 글은 쓴 것은, 이 말에 이르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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