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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탄적일천>의 행복과 불행앱에서 작성

토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7.01 20:52:01
조회 114 추천 2 댓글 2
														




<해탄적일천>을 선형적 시간순으로 정렬했을 때 제일 앞에 놓일 이야기는, 대학생 커플인 '자썬'과 '웨이칭'이 자썬의 여동생 '자리'를 기다리는 장면이다. 이 연인과 남매의 행복한 한때는, 방학을 맞아 남매가 집으로 돌아가면서 부서진다. 아버지가 자썬에게 정략결혼을 통보하고, 그 상대는 아버지의 동문이자 동향인 산부인과 원장의 딸이라고 말한다. 이 정략결혼은 자썬과 웨이칭의 만남 이전부터, 아니 어쩌면 그가 태어났을 때부터 정해진 일이었다. 현재의 행복이 과거에 예정된 불행에 의해 무너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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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예정된 불행'을 가장 직접적으로 표상하는 것은, 해변에서 한 남자가 자리를 향해 걸어오는 숏이다. 그는 그녀에게 다가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려준다. 이 장면에서 그의 역할은 불행을 가져오는 사자다. 이 숏은 자리가 고개를 돌려서 그를 발견하는 숏보다도 먼저 삽입된다. 그는 그녀의 시점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그는 '이미' 거기에 와 있고, 오히려 남자를 중심으로 자리의 시점이 구성된다. 그가 전해주는 소식 또한, 오빠의 정략결혼처럼 그녀가 모르는 사이 과거에 일어난 일이다. 과거로부터 발생한 불행은 갑자기 삶의 중심으로 걸어들어와 인간의 생을 뒤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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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자썬이 정략결혼에 대해 언쟁을 하는 동안, 자리는 어머니와 산책하러 나간다. 일견 필요 없어 보이는 이 장면이 아름다운 이유는, 오랜만에 만난 모녀의 산책이라는 내용이나 고즈넉한 일본의 풍경 때문만은 아니다. 이 숏의 따스함은 무엇보다 인물들이 등장하는 방식에서 비롯된다. 이 숏에서 '이미 거기에 와 있는' 사람은 없다. 모녀는 프레임 밖에서 안으로, 구심점이 없어 보이는 풍경 속으로, '옆'으로 걸어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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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와 웨이칭이 처음으로 만날 때, 자리는 여러 인파를 헤치며 온다. 불길함이 탁 트인 모래사장 위로 다가올 때, 반가움은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는다. 따뜻함이 슬며시 옆으로 올 때, 슬픔은 버젓이 생의 한가운데를 차지한다. 불행은 예정되어 있지만, 행복은 계획할 수 없다. 아마 그래서, 행복을 발견하기가 이토록 힘든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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