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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국재견을 봤읍니다앱에서 작성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2.23 10:28:23
조회 127 추천 1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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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갤의 인기 감독 허우샤오시엔에 드디어 입문했습니다
평소 장르영화를 주로 보다가
오랜만에 누한 영화를 접하니 어질어질하더군요
시작과 끝이 모두 러닝타임 바깥에 있는 이야기 그리고
주인공이 갱스터인데 범죄 세트피스 따위는
1초도 등장시키지 않는 단호함에 당황했습니다
짜릿한 범죄 세트피스 대신에 주어지는 것은
고독한 기다림의 시간을 묵묵히 바라보는 
무거운 미디움샷의 연속과 그 묵묵함을 
날카롭게 찌르는 전화 통화와 온갖 소음이었습니다

이 영화에는 전화 통화가 무진장 많이 등장하더군요
거의 모든 장면에서 전화 통화가 끼어듭니다
주인공의 휴대폰은 그가 한시라도 
혼자 가만히 있지 못하게 방해합니다 
그는 항상 누군가와 식사를 하고 있거나
전화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고독해보입니다
전화로 인해 모두가 연결되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외롭습니다

전화는 거리를 무효화해 서로 다른 두 공간을 연결시키지만
이는 동시에 각 공간의 특별함을 약화시킵니다
남국재견이라는 제목도 말그대로의 남쪽을 떠남의 의미보다는
이제 남쪽이라는 장소가 의미가 있긴한지 반문하는듯합니다
남국재견의 공간은 그저 익명의 장소들의 그물망에 불과합니다
이 영화에서 장소는 끊임 없이 변화하지만 
강조점이 없는 연출을 통해 그려낸 식사와 전화라는 
따분한 일과의 반복은 그것이 일어나는 곳이 
상해인지 타이페인지 전혀 구별할 수 없게 만듭니다
다양한 장소를 거침없이 오가는 생략적인 편집 역시
이러한 느낌을 배가합니다
그래서 남국재견은 계속되는 장소의 이동에도 불구하고 
정체해 있는 듯한 착각을 안겨줍니다

하지만 이러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큰 요인은 
무엇보다도 이 공간들을 공통적으로 채우고 있는
거대한 패배감과 권태의 감각입니다
잡히는 대로 일을 하며 미래가 없는 삶을 사는
캐릭터들은 그들을 둘러싼 공간의 무력감에 질식할듯합니다
그러던 중 등장하는 예외적인 두 개의 기나긴 트래킹샷은
이러한 정체감을 박살내며 잊지못할 쾌감을 선사합니다
특히 오토바이를 타고 밀림을 질주하는 장면은
남국재견 최고의 명장면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는 역시 예외에 불과합니다
그들은 다시 숨막히는 세계로 돌아가야합니다 
따라서 이 영화의 핵심적인 운동은 이 두 번의 질주가 아니라 
영화 끝자락의 세차장 장면일 것입니다 
주인공은 자동 세차장의 차 안에서 허공을 물끄러미 쳐다봅니다 옆자리에서는 똘마니가 그를 파멸로 이끌 통화를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핸들을 놓고 차는 앞으로 달팽이처럼 움직입니다
비참한 운명을 향한 이 미묘한 움직임에서 느껴지는
한없이 수척한 기색이야말로 이 영화의 정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튼 인상적인 영화였습니다만 이보다는 좀 더
클래식한 작법의 허우샤오시엔의 영화가 보고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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