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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본 무성 서부극들앱에서 작성

:p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2.26 20:10:56
조회 239 추천 8 댓글 7
														

그리피스의 the massacre

아무래도 영화사 초기의 서부극이다 보니 전형적인 영화가 될 수밖에요. 그럼에도 특이한 것이 있다면 인디언과 백인을 다루는 부분에 있습니다. 동부에서 서부로 가는 길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 영화는 두 번의 학살을 보여주는데 첫째로 일어나는 학살은 백인이 무고한 인디언을 학살하는 씬입니다. 인디언들의 거주지에 침입하여 총을 난사하는 백인들의 모습을 익스트림 롱쇼트로 담은 후에 한번 더 익스트림 롱쇼트를 이용하여 그 학살을 지켜보는 인디언 추장의 모습을 담는 쇼트는 이어질 학살의 전초가 되는 순간을 연결한 재치있는 구성으로 보입니다. 사실 더 흥미로운 것은 그리피스가 첫번째 학살 이후에 쓰러진 인디언 부족을 롱테이크로 잡는 쇼트인데 얼핏 보면 백인의 잔인함을 보여주는 것 같으면서도 후에 벌어질 두번째 학살이 끝나고 남은 백인들의 영웅적인 희생을 찍은 쇼트와 비교해보면 묘한 이질감이 들죠. 이렇게 두 학살 이후의 쇼트가 너무 크게 다르다 보니 그리피스가 진정으로 인디언에 공감했을지 아니면 그저 후에 나올 영웅적 백인의 쇼트와 비교하기 위함이었을지 고민에 빠지게 되는.

어떤 글에 그리피스가 백인을 제외한 인종에 애완 동물 다루듯 친절했다며 일반적인 레이시스트가 아니라고도 하던데 자세히 찾아 보질 않아서 확언하긴 어렵군요.

레지날드 바커의 흥정

영화사 초기의 서부극 무비 스타 윌리엄 에스 하트가 나오는 서부극입니다. 굉장히 문학적인 영화예요. 흔히 아는 쇼트-역쇼트 구도도 보기 힘들고 쇼트와 쇼트 사이의 연결도 마치 책장을 넘기듯 서사의 흐름을 따라가도록 이어져서 마치 연극처럼 쇼트는 하나의 무대고 그 위로 배우들이 드나드는 형식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아마 하트가 셰익스피어 연극 출신이라는 점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거라고 봅니다.

문학적인 영화라고 했지만 그만큼 오래된 영화라서 이야기는 크게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대신 기억에 남는 영화의 순간들이 있어요. 보안관이 도박장에 있는 짐을 찾으러 왔을 때 넓은 도박장을 비추는 패닝 쇼트, 짐이 위기에 처해서 도망칠 때 그의 뒤에 우뚝 솟은 바위나 사막을 비추는 익스트림 롱쇼트의 반칙성을 보여주는 것들은 시대를 감안하면 선구자적인 성취라고 볼 수 있죠.

영화 외적인 이야기지만 하트가 초기 서부극 슈퍼스타라는 명성에 비해 국내 인지도가 없는 건 국내 서부극 시네필리아들의 무관심이 만들어낸 참사가 아닐까싶군요. 무뚝뚝한 표정이나 몸짓에서 나오는 미묘한 유약함이 같은 시기 무성 영화 슈퍼스타(채플린, 키튼, 로이드)에 크게 뒤지는 부분이 없어요. 코미디 트리오가 나온 영화들이 현대에도 대중적인 장르라 널리 알려진 것이지 하트도 주목받을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앨런 드완의 the half-breed

떠난 백인 아빠 때문에 자살하는 인디언 엄마를 보여주는 오프닝부터 강렬하지만 어떤 영화적인 연출보다는 시대를 담아내는 부분에서 특별한 영화입니다. 허센세 덕분에 어느 정도 사라졌지만 흔히 서부극 초기에 인디언을 악인으로 표현한다거나 서부극을 백인들의 전유물이었다 말하는 이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세요. 물론 영화에서 혼혈(백인-인디언)로 나오는 체로키족 로 도먼(잠자는 물)을 맡은 배우가 백인 출신이라는 것이 아쉽지만 영화의 선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쪽은 인디언과 사회적으로 백인과 분리된 중남미 배우이며 백인들은 인종차별과 계급을 나누는 위선자들로 표현됩니다. 그렇다고 영화의 선악을 딱 구분짓냐면 그것도 아니에요. 진보적인 시선만큼 서사도 꽤나 충격적이니 시놉시스를 읽지 않고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서부 개척시기의 인디언을 다뤘지만 그와 별개로 뉴욕을 거점으로 울창한 숲이 배경으로 나옵니다. 비단 이 영화 뿐 아니라 무성 서부극에 동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이 은근히 많더군요. 아무래도 제대로 개발되지 않은 서부보다 익숙한 동부를 배경으로 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무튼 광활한 대지가 아닌 울창한 숲과 숲의 지형을 이용한 액션이 신선합니다. 거대한 나무 아래 집을 만들어 사는 인디언 라이프도 운치있고요.

루이스 세일러의 The Great K&A Train Robbery

하트와 비교할 만한 영화사 초기 서부극 슈퍼스타 톰 믹스의 액션 활극입니다. 그냥 순수하게 재밌어요. 서부극으로 만든 미션 임파서블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키튼 부럽지 않은 고난도 스턴트가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오프닝부터 줄에 매달리고, 기차에서 뛰어내리고 올라타고, 말 타고 추격전, 소소한 유머에 기차를 이용한 센스, 기차 지붕을 이용한 액션과 2000년대 블록버스터에서 볼 법한 엔딩까지. 이런 부분 덕분에 당대 서부극 스타 윌리엄 에스 하트의 진지한 서부극과 비교돼서 더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1926년에 봤더라면 눈 돌아갈 초특급 상업 영화긴 해요.

린 레이놀즈의 sky high

감상에 지장을 줄 강력한 스포일러 있음!!

국경에서 밀입국을 잡아내는 톰 믹스가 한 여성과 얽히면서 진행되는 영화인데 이 역시 굉장한 스턴트가 많이 나옵니다. 밧줄을 타거나 맨손으로 암벽을 오르는 씬이 많이 나오는데 조그만 사람이 암벽을 기어오르는 장면을 익스트림 롱쇼트로 잡아낸 씬들은 대단합니다. 암벽을 오르는 씬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카메라의 틸팅이 많아지는데 이전 시대에 나온 서부극들이 연극의 연장선(특히 윌리엄 에스 하트) 개념으로 수평적 카메라가 많았다면 이 영화에서 수직적 카메라가 계속해서 나옵니다. 그랜드 캐니언을 배경으로 어디까지 쇼트를 위로 비출지 기대되는 와중에 서부극 역사에 기념비적인 탈것이 등장합니다. 바로 비행기예요. 자신이 좋아하는 여성을 데리고 달아나는 악당들을 잡기 위해 자동차(서부극에 잘 등장하지 않는데 이 영화는 자동차도 극초반에 등장한다)를 타고 추격할 줄 알았더니 갑자기 비행기를 타고 추격해버립니다. 누군가 서부극이 대지와 하늘의 이야기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톰 믹스는 아마 최초로 하늘을 지배한 서부극 배우로 남을 겁니다. 비행기에 올라 그랜드 캐니언을 이리저리 비행하는 장면은 보는 것 만으로 쾌감을 느끼게 합니다.

서부극이 동부에서 서부로 가면서 지평선과 하늘을 바라보게 되는 시선을 갖게 되고 모든 것이 바뀌었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있는데 이미 서부극 극초기에 하늘을 무대로 삼은 서부극도 있었던 거죠.

킹 바고와 윌리엄 에스 하트의 텀블위드

오클라호마 랜드 런 당시 서부 개척 시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첨부한 영상엔 1939년에 재개봉 당시 하트가 나와 자신의 이야기를 말해주는 영상이 영화 전에 나오는데 그만큼 본인에게 애틋한 영화로 보입니다. 실제로 마지막 주연 영화기도 하고요. 전형적인 서부극의 플롯이지만 전형적인 이야기보다 재밌는 건 그 시대적 배경이다. 정말 서부 개척의 끝장이라고 볼 수 있는 소재로 만들어낸 영화랄까요. 원하는 땅을 위해 수백명이 한 곳에서 준비해 대포 소리와 함께 출발하는 씬은 그 옳고 그름을 떠나서 서부 개척의 힘이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바로 1년 뒤에 개봉한 포드의 세 악당(다코타 블랙 힐스 골드 러쉬)과도 비교해 볼 만한 영화예요. 세 악당이 포드스러운 코미디가 중점이라면 텀블위드는 좀 더 서부극스럽다고 할까요.

오클라호마 랜드 런이 인디언의 땅을 구매하여 벌인 정책이라고 하는데 그런 배경과 별개로 인디언과 친근한 관계를 보여주는 하트의 모습은 나름의 익스큐즈였을지도요. 자연과 상생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오프닝도 그렇고.

쿨레쇼프의 바이 더 로우

스포일러 있음!!

쿨레쇼프가 만든 서부의 종착역 같은 영화입니다. 1926년에 제작된 영화임에도 서부극의 낭만이 아닌 비정함이 가득 차있어요. 노동자를 착취하는 기업가, 기업가를 사적 제재로 죽이는 노동자, 사막이 아닌 물(유콘강), 빙하의 얼고 깨짐. 일종의 미국 영화에 대한 도전장 같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그리피스로 대표되는 쇼트의 연쇄(하스미의 표현을 빌린)와 반대되는 몽타주의 힘을 빌려 만들었습니다. 일반적인 고전 서부극에서 볼 법한 쇼트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분노에 차오르는 노동자의 얼굴과 세차게 내리는 비를 연결시키거나 계속해서 깨진 얼음들을 보여주거나 설정 쇼트 수준으로 집착하는 물 위의 오두막을 보여주죠. 게다가 여주인공이 무서울 정도로 집착하는 법의 논리는 당시 서부극이 가지는 무법을 깨뜨릴 논리죠.

재밌는 것은 교수형 이후에 노동자가 살아돌아와 자신의 몫을 가져간다는 겁니다. 목에 걸린 밧줄을 주고 Here for good luck이라는 말을 남기며. 유령처럼 돌아온 노동자는 서부극이 나아갈 일말의 여지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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