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를 할 줄 아는 것은 신사라는 증거고, 체스를 잘 할 줄 아는 것은 인생을 낭비했다는 증거이다." 라는 폴 모피의 말 처럼, 돈 버는 걸 게을리하고 체스만 하다간 굶어죽기 딱 좋음. 하지만 롤로 먹고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만년 다딱이들의 허황된 꿈처럼, 체붕이들도 살면서 한번씩은 체스로 먹고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많을 거다. 그렇다면 롤로 따지면 챌린저인 그랜드마스터들은 돈을 얼마나 잘 벌고 있을까?

1. 평균 그랜드마스터들의 삶

체스는 너드겜이라는 편견에 걸맞게, 이미 이딴 씹덕들 외에는 관심도 없을 만한 주제로 글이 하나 실렸음. Estimated monetary value of being a Chess Grandmaster – Wegochess 인데, 여기를 참고하면 그랜드마스터라는 "직함"만으로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를 계산한 글임. 이글에 따르면, 그랜드마스터의 가치는 대략 연 22353.992$, 지금 환율로 환산하면 대략 연간 2600만원정도 됨. 하지만, 여기 계산방식이 워낙 가정이 빡세게 들어간 글이라, 이렇게만 보면 오해할 수 있을 거 같아서 조금 더 설명을 해주려 함.

GM은 다른 스포츠 선수들과는 달리, 어느 팀에 속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아님. 왜냐하면 GM은 그냥 체스를 잘하는 사람일 뿐, 꼭 그걸로 돈을 번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임. 비유를 하자면 GM은 약간 용인대 유도학과 같은 거임. 유도선수를 해도 되지만, 경비업계에서 일하거나 유도 코치로 가는 방식도 있음. GM도 마찬가지로, 꼭 체스 토너먼트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돈을 벌 수 있음.

좀만 세세하게 들어가보자. GM들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음. 1. 토너먼트에서 우승, 2. 코치 혹은 과외 물론 여기서 더 나아가서 세컨드(체스 선수의 곁에서 체스 전략 수립과 연습 상대가 되어주는 선수)가 되거나 인방 등으로 돈을 벌 수도 있지만 이건 단순히 체스를 잘하는 게 아니라 인맥이나 다른 재능이 있어야지만 돈을 벌수 있는 방식이라 제외했음. 여기서 만약 슈퍼 GM이 된다면 몇 개가 더 추가가 되는데 그게 바로 스폰서와 토너먼트 참가비임.

그럼 이제 각각의 매출을 한 번 생각해보자. 일단 가장 구하기 쉬운 코치, 과외, 클럽 플레이를 볼께. 코치 가격은 쉽게 알 수 있음. 왜냐하면 Chess Coaches - Internet Chess Club 이 사이트에 들어가면 과외하는 가격이 나와있거든. 물론 중개 수수료나 그런 게 있을 수도 있지만 일단 그걸 배제하고 생각하면, 보통 GM 급의 선수가 가르쳐주는 데는 시간당 40$부터 시작해. 현재 환율로 대략 47000원 정도가 되네. 뭐 물론 올린다고 무조건 과외가 들어오는 건 아니지만 또한 Lichess 코치들 • lichess.org 리체스에서도 코치한다고 올려놓은 GM들을 볼 수가 있어. 가격이 생각보다 후덜덜함. 대략 40$가 마지노선인 거 같고 에릭한센같은 유명한 사람은 250$까지도 받음. 앞서 소개한 글에서는 시간당 60$를 평균으로 봤고, 이건 지역이나 자신의 능력에 따라 달라질거야.

토너먼트를 한번 볼까? 저 글에서 토너먼트 상금을 구하는 방식은 일반 GM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토너먼트를 평균적으로 10개라고 했을 때(고작 6~10개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칼슨이나 카루아나 같은 밥먹고 체스만 하는 엘리트 체스 선수들조차 토너먼트를 15개 이상 하는 경우가 잘 없음. 토너먼트 자체가 매우 오래 걸리기도 하고, 체력적으로도 매우 고되기 때문임.) 일반 GM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토너먼트들의 상금 총합의 평균이 GM레벨의 토너먼트 상금의 평균이라는 가정으로 접근했음. 저 글에서 일반 GM들이 참가할 수 있을 만한 토너먼트 10개정도의 우승 상금을 정리한뒤 그걸 다 더한 후 보통 12명이 참가하니까 12로 나누어서 계산하면 대략 13311.72$가 나오고 원으로 환산하면 1560만원 정도가 됨. 1560만원에 시간당 6~7만원 정도의 몸값까지. 이정도가 GM의 위치인걸까?

이걸 보고 몇몇 체붕이들은 오호 나쁘지 않는데? 라고 생각할 수도 있음. 하지만 똑똑한 체붕이는 보면서 약간 이상한 점을 느낄거야. 일반 GM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이에는 실력 격차가 있고, 그러면 잘하는 사람이 상금을 독차지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게 치면 일반 GM들 역시 토너먼트 우승 상금은 소수의 아웃라이어와 다수의 평범한 GM들로 나누어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다면 매우 정확함. 그리고 우리는 조금 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 바로 Chessprizes.com - How much money can you make playing chess? 이 사이트야. 이 사이트에선 토너먼트에 참가하는 체스 플레이어들의 상금 수령액을 연도별로 정리해주는 사이트야. 그리고 여기서 보면... 상황은 암담함. 6억을 넘게 버는 칼슨과 3억 가까이 버는 히카루, 그래도 1억은 넘게 버는 아로니안, 소, 카루아나를 뒤로 하면 30위쯤 가면 급격히 가난해지기 시작함. 그리고 100위 뒤론 수입이 없음. 즉, 너가 토너먼트로 돈을 벌고 싶다면 적어도 GM들 중에서도 100위 안에는 들어야 한단 이야기임. 체스 그랜드마스터가 대략 1300명쯤 되니, 그 중에서도 10% 안에 들어야지 토너먼트로 꽤 나쁘지 않게 벌 수 있다는 거임. 물론 정말 마이너한 토너먼트에서 돈을 번다면 얘기는 다르겠지만, 한 100달러 정도 벌려고 GM된 건 아니잖아?

즉 너가 GM이 된다면 ㅈㄴ게 열심히 토너먼트를 참가해봤자 상위 10%가 아니면 못벌 가능성이 높고, 과외를 한다면 시간당 5만원 정도로 벌 수 있다는 거임. 참고로 초임 교사 초봉이 2천이고, 시간외수당이 11000원임. 다시 말해, 너가 설사 체스로 전세계 상위 0.3% 안에 든다고 할지라도 걍 공무원 준비하는 게 오히려 가성비 면에서는 압승이라는 거지.

2. 슈퍼 GM들의 삶

그렇다면 슈퍼GM레벨에서는? 슈퍼 GM 레벨에서는 일단 토너먼트 상금이 더 커져. 상금금액이 16000$인 나이돌프 인터네셔널 토너먼트와 상금금액이 300000$인 sinquefield cup 토너먼트는 그 무게감이 다르지. 또한 슈퍼 GM급이 되면 토너먼트를 돈 내고 참여하는 게 아니고 토너먼트 주최 측에서 돈을 주고 섭외해오는 경우가 많아. 일반 GM이야 유명한 토너먼트에 참여하려고 기를 쓰지만 칼슨 급 정도 되면 이제 칼슨이 참여한 토너먼트가 유명한 토너먼트가 되는 거니까. 보통 이런걸 appearance fee라고 해.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폰서도 있지. 그렇다면 슈퍼 GM들은 과연 부유하게 살 수 있을까?

저 글에서는 슈퍼 GM들이 얼마나 버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토너먼트를 이용했음. 하지만 슈퍼 GM은 50명 정도 밖에 되지 않고, 이렇게 숫자가 적은 경우에는 저런 어림짐작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 있지. 바로 50명 상금을 하나하나 다 알아보는 거임. 아까 소개했던 chessprizes.com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아쉽게도 저 사이트는 레이팅별로 되어있지가 않아서 슈퍼GM들이 얼마나 버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음. 걍 레이팅 순위대로 많이번거 아님? 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저 사이트는 WGM도 섞여있고, 아난드나 크람닉같은 나이든 슈퍼GM은 체력적으로 한계가 있거나 걍 쉬고 싶어서 뒤로 밀린 경우가 많음. 그래도 대략 60위 쯤으로 끊어서 보면 6000$인 걸 볼 수 있음. 물론 우리가 잘 아는 상위 10위권 GM들은 기본 억단위로 벌긴 함. 하지만 그마저도 50위권으로 가면 6000$, 환산하면 700만원 정도밖에 벌지 못한다는 걸 볼 수 있음. 물론 2020년에 그렇게 많이 대회가 열리진 않아서 그 영향을 받긴 했고, 2019년을 기준점으로 잡으면 50위권은 대략 30000$, 환산하면 3500만원 정도 벌긴 했어. 하지만 여전히 GM들 중에서도 상위권인 슈퍼GM들의 성적 치고는 초라한 편이지.

이 영상에서 히카루가 지적하듯이, 체스로 먹고살기는 매우 힘든 일이야. 심지어 30위권에 드는 강한 선수일지라도. 또한 상금이 매해마다 롤러코스터 치는 것도 문제야. 히카루가 두보프를 예시로 든 것처럼, 두보프같은 강력한 체스 선수들조차 어떤 해는 상금 수령액이 급격히 떨어지는 걸 볼 수 있어. 슈퍼GM 중에서도 탑티어인 두보프가 이정돈데 하위권은 뭐 말할 것도 없겠지.

appearance fee같은 경우에는정보가 없어서 Estimated monetary value of being a Chess Grandmaster – Wegochess 이 사이트를 다시 참고했어. 대략 평균적으로 10000$~20000$ 정도를 번다고 하네. 환산하면 1100만에서 2300만 정도. 역시 생각했던 것 만큼 엄청난 건 아니야.

스폰서는... 참담함.U.S. Chess Star Fabiano Caruana On The Need For Sponsors And A Potential Magnus Carlsen Rematch (forbes.com) 여기서 보면 랭킹 2위인 카루아나가 스폰서가 없어서 힘들다는 내용이 실리기도 함. 칼슨 역시 우리가 아는 유명한 회사가 아닌, 그냥 노르웨이에 있는 지역회사 정도가 스폰서로 붙었음. 그나마 히카루 정도가 괜찮은 스폰서를 가지고 있는데(레드불이 히카루 지원함) 알다시피 히카루는 온라인으로 많은 유명세를 얻었고, 스폰서가 붙은 것도 어느 정도 그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 있음. 물론 체스 클럽이나 그냥 부유한 체스 애호가들의 기부는 존재하지만, 뭐 그정도로 먹고살 순 없으니까.

정리하자면, 설사 슈퍼 GM이라 할지라도, 10위권안에 못들면 우리나라 의사나 변호사보다도 못버는 게 현실임. 내가 칼슨이 아닌 이상 체스로 돈 벌 생각은 접는게 나음.

3. 슈퍼GM들의 재산

좋아. 그럼 슈퍼 GM들도 잘 못버는구나. 그래도 ㅅㅂ 업계 탑 티어인 칼슨이나 히카루 재산이나 보면서 딸딸이나 치면 안될까? 라는 분들을 위해. The 10 Richest Chess Players of All-Time (moneyinc.com) 여기서 현재 가장 부유한 체스 플레이어들 10명을 꼽았음. 의외의 인물이 있을 텐데, 히카루가 1위인 것도 모잘라 2위인 카루아나의 3배 가까이 차이가 나고 칼슨은 3위밖에 안된다는 점임. 그리고 이에 대해 히카루가 영상을 찍었는데 되게 재밌음,

https://youtu.be/afeVWzlQm-k

영상을 요약하자면, 저 사이트 순위는 맞는게 하나도 없는 순전히 개소리라는 거임. 그리고 히카루 자신이 대략적인 순위를 매겼는데, 카스파로프가 5천만 달러, 칼슨이 2천만 달러 정도로 예상하더라. 그리고 히카루 자신은 자산의 대부분이 주식에 묶여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인지 알순 없지만 아무리 많아도 4천5백만 달러보단 적다고 함. 근데 또 검색해보면 저 사이트에서 나온 순위대로 나와있어서 헷갈리긴 함. 요 부분은 재미로만 보고 그냥 와 나도 칼슨 급으로 체스할 수 있으면 저정도 벌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는 게 좋을듯. 참고로 나무위키 피셜 칼슨은 2020년 가장 많이 돈을 번 이스포츠 스타 1위임.

세줄요약

1. GM이 되도 돈 못번다.

2. 슈퍼GM이 되도 돈 잘 못번다.

3. 너가 칼슨 급이면 그래도 꽤 벌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