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주머니로 하고싶은 일을 이루게 해주는

후지코 F 후지오의 SF(스코시 후시기 / 조금 신기한) 라는 모토가 가장 잘 어우러진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파란 너구리 로봇 도라에몽

오늘은 도라에몽에서 가장 유명하면서도 정작 도라에몽의 컨셉과 가장 동떨어진 에피소드

안녕, 도라에몽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안녕 도라에몽 

1974년, 잡지 초등학교 3학년의 3월호에 게재된 에피소드며

도라에몽의 최종화는 무엇인가? 에 꾸준히 거론되는 에피소드기도 하다

내용의 슬픔과 달리 좀 멍청해보이는 표지도 챠밍포인트 중 하나 

언제나처럼 퉁퉁이에게 도망쳐오며 도라에몽을 부르는 진구의 모습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앞에선 아무 말도 못하지만 뒤에서 약올리는 것이 참으로 초등학교 3학년쯤의 모습을 잘 캐치한 느낌 

맡겨놓은 것처럼 도라에몽에게 아이 싯팔 도구나 줘 벅벅 하는 진구와 달리

도라에몽은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진구에게 화를 낸다

숨겨왔던 비밀을 진구에게 알리는 도라에몽

그것은 바로 도라에몽이 미래로 돌아가야 한다는 충격적인 사실

가족을 떠나보내기 보다 회사 송년회 같은 느낌의 마지막 만찬이 인상적이다

그래도 도라에몽에게 사이다를 따라주는 아빠와 단팥빵을 잔뜩 챙겨주는 엄마의 모습은

네 사람의 인연이 그리 짧지 않았음을 나타내준다 

평소와 달리 벽장이 아닌 진구 옆에서 잠을 청하는 도라에몽

밤이 깊어졌어도 두 사람의 눈은 감기지 않는다

잠이 안온다며 밤놀이를 나가는 두 사람 

이때 안자도 피곤하지 않는다는 비밀도(핑도)구를 꺼내며 이 만화가 도라에몽이 맞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해준다

그동안 혼자서 찡찡대며 도라에모오옹~~을 외치는 진구를 걱정하는 도라에몽

그러나 진구는 평소와 달리 굉장히 씩씩하게 자신감을 표출한다

도라에몽이 잠깐 다른 곳으로 간 사이 퉁퉁이와 만난 진구

여차저차해서 밤에 한판 진하게 뜨게 된 진구

도라에몽의 목소리를 듣고 잠시 몸을 피한 뒤 다시 싸움을 청한다 

한방에 공터끝까지 날라가도 안경이 깨져도 피가 나도 멍이 들어도

평소와 달리 진구는 포기하지 않는다 

때리는 퉁퉁이가 지칠 정도의 시간이 지났지만 그럼에도 진구는 포기하지 않는다

진구를 움직이게 한 원동력은 도라에몽이었다

혼자 힘으로 이기지 못하면 도라에몽이 안심하고 떠나지 못한다며 계속 싸움을 거는 진구 

진구를 찾으러 나온 도라에몽에게 자신의 승리 모습을 보여주는 진구

누가 너구리인지 모를 몰골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도라에몽 보고 이젠 안심하고 떠나라며 말한다

창문의 색깔과 도라에몽의 유무만으로 그 이후로 시간이 꽤 지났음을 보여준다

열려있는 책상서랍을 통해 도라에몽이 이제 정말 없구나 라고 깨닫는 진구

굉장히 담담하게 도라에몽이 떠난 것을 받아들인다

도라에몽이 없음에도 정신적으로 성장함을 보여 주는 장면과 함께

안녕, 도라에몽은 끝이 난다

이처럼 안녕, 도라에몽은 도라에몽에서 가장 유명한 에피소드 중 하나지만

그만큼 도라에몽에서 가장 이질적인 에피소드기도 하다

이렇다 할 비밀 도구도 나오지 않고

등장인물도 진구와 도라에몽을 위한 장치로 쓰인다

도라에몽이 영영 떠나버리는 것도 그렇고

이래저래 도라에몽이지만 도라에몽이 아닌 별개의 작품처럼 느껴지는 점이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에피소드가 연재 된 잡지는 1974년 소학교 3학년의 3월호이다

이 이야기를 왜 다시하냐고 하면은

일본에서는 4월에 새학기, 새학년이 시작되기 때문

즉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이 4학년이 되기 전

초등학교 3학년 잡지에서 마지막으로 보게 될 도라에몽이라는 것

이 에피소드를 통해 후지코 후지오는 이제 곧 고학년이 될 초등학교 3학년들에게 

이제 너희들도 진구처럼 누군가에 손길에서 벗어나 조금씩 자립심을 키워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을까 싶다

PS. 정작 이 에피소드의 다음화 돌아온 도라에몽은 

1974년 소학교 4학년의 4월호에 연재되었으니 그냥 억측인거 같기도 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