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dnfqq&no=6904238&page=1

후속글 링크

----------------------------------------------------------------------------

디씨글 많이 안 써본 사람이라 재미 없어도 양해 부탁해.

밑에 세줄 요약 있다.

필자는 2018년 즈음 parsec이라는 프로그램이 나왔을 때 감탄해서 원격 피방 연결 사업을 진심으로 해보려고 했다가 접은 사람이야.

나한테는 parsec이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지금의 chatGPT처럼 미래를 바꿀 수 있는 혁명적인 기술로 느껴졌었거든.

뭐 현재 그 정도의 임팩트를 주고는 있지 않지만 천천히 세상을 편하게 만들어 갈 거라고 생각은 한다.

원격 지피방에 대해서 뻔한 소리 말고 내가 가진 생각을 몇 말해보고자 글 적었어.

건설적인 비판도 환영이야.

악플도 마음껏 달아도 되는데 잘 안 읽으니까 참고하고.

1. 지피방은 불법인가?

VPN은 모르겠으나 원격 지피방은 합법이 맞아.

이건 2018년 기준으로 내가 법률 검토 부탁했었고, 현행법상 문제될 일이 없었어.

당시에 Parsec 대표한테 메일도 썼었는데 parsec 계정을 이용하기만 하면 상업적 이용도 문제 없다고 했었고.

(sdk 따서 개발하고 싶었는데, 그건 1억 넘게 줘야 제공해준다고 하더라.)

현재 넥슨 PC방 사이트 가면 이런 공지가 있는데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 2절 게임물의 유통 및 표시

제32조(불법게임물 등의 유통금지 등)

①누구든지 게임물의 유통질서를 저해하는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제4호의 경우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에 따라 사행행위영업을 하는 자를 제외한다. <개정 2007. 1. 19., 2011. 4. 5., 2016. 12. 20., 2018. 12. 11., 2018. 12. 24.>

11.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승인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게임물의 점수ㆍ성과 등을 대신 획득하여 주는 용역의 알선 또는 제공을 업으로 함으로써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행위

[시행일 : 2019. 6. 25.] 제32조

이것도 좀 개소리인게, 저건 롤 등 대리에 대한 법률이지,

원격 지피방을 제공하는 것이 용역을 알선하는 것은 아니거든.

그래서 법정 다툼 가면 승산이 있다고는 생각해. 물론 지금 시점에서 자문을 받은 건 아니니까 확실하지 않아.

그러면 뭐가 문제냐?

바로 EULA(End User License Agreement) 야.

지피방 쓴다고 법적으로 벌금 물거나 깜빵 갈 일은 없지만

게임 회사에서 임의로 규정한 '불법 프로그램'의 범주로 게임 회사 차원에서의 불이익을 줄 수는 있지.

2. 지피방을 이용하면 누가 손해를 보는가?

우선 귀찮아도 성실하게 피방을 찾는 던붕이들이 가장 박탈감을 느낄거야.

그리고 남는 자리를 지피방에 넘기지 않고 공정하게 장사하는 사장님들도 손해를 보겠지.

업체는? 금전적으로는 손해볼 게 없어 보이지만, 재화 컨트롤이 안 되서 손해를 봐.

예를 들어, 지피방 이용으로 사람들이 손쉽게 피방 재화를 획득하면, 그만큼 골드 시세라던가 기타 등등에 영향이 가겠지.

이렇게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필연적으로 피방 보상을 낮출 수 밖에 없어.

업체가 지피방을 막는 일차적인 원인이 여기에 있고, 부차적으로는 피방 사장님들과 성실한 던붕이들을 지키기 위해서야.

3. 그럼 왜 2번을 뻔히 알면서도 사업을 준비했어?

챗 GPT처럼, 고성능 원격 클라이언트는 앞으로 우리 삶을 크게 바꿀, 피할 수 없는 기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그 과정에서 PC방도 빠르게 적응하지 않으면 전통시장마냥 망조를 걸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 기술을 이용해 궁극적으로 피방 사장님들이 이득을 봤으면 했어.

PC방이 쇠퇴해가는 건 많은 던붕이들도 요즘 느끼고 있을 거야.

이유는 여럿 있는데,

우선 요즘 핫한 게임이 피방 보상보다는 컴 사양에 더 의존적인 경우가 많아서 그래.

라떼만 해도 피방 컴이 집 컴보다 좋거나 적어도 비슷한 사양이었는데, 이제는 대부분 집의 조립컴이 피방컴 스펙을 상회하고 있지.

그리고 국산 RPG 세대였던 20~30대들은 대부분 직장인이 되어서 피방을 현실적으로 가기가 너무너무너무 귀찮아졌고.

나는 2018년에도 언젠가 이런 미래가 올 것이라 생각하고, 그 대안으로 노는 컴퓨터를 최대한 줄이는 지피방 사업이 의미있다고 생각했어.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Parsec은 태블릿이나, 심지어 모니터랑 폰만 있어도 키마를 꽂으면 상당히 잘 동작해.

모텔이나 찜질방 같은 곳에서도 굳이 비싼 PC를 들일 필요 없이 도킹 스테이션 하나만 있으면 편하게 피방겜을 할 수 있는거지.

우리 불쌍한 군인들도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러한 모델이 잘 정착하면, 단기적으로는 2에서 언급된 문제들이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가능성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어.

물론 지금은 레스토랑과 같이 맛있는 음식과 함께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발전해서, 컴 돌리는 수익은 거의 나지 않아.

그래서 지금 시장에서 지피방을 쓰는 건 피방 사장님들에게는 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4. 왜 굳이 이 글을 썼어?

사실 1~3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가 있는데

바로 게임사에 대한 괘씸함이야.

1에서 보듯 법적으로는 문제가 안 돼.

나는 가족 중에 변호사가 있어서, 사실 게임사가 나한테 불이익을 주고, 소송을 걸어 지피방을 합법화시키는 전략을 쓰고자 했었어.

(그게 가능성 있는지 자문은 당연히 받은 상태였고)

그리고 아는 선배 중에 당시 업계 2위였던 '포레 런처'를 개발한 사람이 있어서, 그 분하고 컨택해서 런처 기반으로 아예 지피방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생각했었지.

근데 조사해보니까... 업계 1~2위 런처를 넥슨이 샀더라.

이 말 듣고 사업 접었어. 결국 런처랑 게임사가 한통속이더라구.

(이 부분 민감한 부분이라 추가하는데, 2018년 말 기준이고 지금은 어떤지 나도 몰라)

왜 게임사가 괘씸하냐...?

생각해봐. 지피방은 불법이 아냐.

그리고 전통적인 피방의 쇠퇴는 어느정도 예정된 미래야.

지피방도 실패할 수 있어. 단기적으로는 게임 경제에도 혼란을 야기하겠지.

하지만 이게 무시할 수 없는 트랜드로 자리잡으면 장기적으로 게임사도 지피방 대신 집에서 이용할 수 있는 시간제 정액권을 판다거나,

이 정액권을 피방가면 공짜로 제공한다거나 등의 혜택 조정으로 극복 가능한 문제라고 생각해.

던붕이들 야근하고 결혼하고 아이 키우면서까지 피방 갈 수는 없잖아 이젠.

그런데 불법도 아닌 걸 가지고 유저들과 피방 사장님들이 새로운 시도를 못하게 하는 건 과연 누구일까?

나는 처음에 사업을 준비할 때, 이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여론이라고 생각했어.

법정 공방을 이긴다 쳐도, 너희들, 던붕이들이 지피방을 배척하면 결국 답이 없다고 생각했거든.

게임사 입장에서도 불법이 아니니까, 대부분의 던붕이들이 지피방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된다면,

결국에 지피방이든, 다른 방법이든 유저를 위해 더 낫고 발전된 해결책을 낼 거라고 생각했어.

그렇게 된다면 한 게이머로서, 지피방 사업이 망해도 괜찮다고도 진심으로 생각했고.

회사도 원격 근무 하는 마당에, 언제까지 ㅈ같은 피방 점유율 이벤트 보면서 아날로그식으로 피방을 가야할까?

피방을 가고 싶을 때 가는 건 좋지만, 회사 퇴근하고 야근 뛰는 마음으로 보상보고 가는게 맞을까?

그게 맞다고 쳐도, 그러지 않을 선택지는 누가 빼았았을까?

나는 이번 원격 념글들 보면서, 내가 생각했던 문제점들이 본격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고 생각했어.

지금은 사업도 안 하고, 오히려 지금 시장 상황에서 지피방은 생태계 교란이라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하지만,

'왜' 지피방이 안 되는 가는 진지하게 한 번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내가 옳다는 게 아냐. 어떤 방향으로든 던붕이들의 다양한 생각과 의견이 궁금해.

그게 단순히 '영정 당하겠네 꼴 좋다' 식으로 흘러가는게, 과연 누구의 의지인가도 한 번 생각해봤음 좋겠고.

그리고 그 고민을 통해 게이머들이 더 성숙하고, 게임 회사도 그에 맞춰 성숙해졌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피시방 사장님들 만나고 준비했던 입장에서, 정말 힘든 시기인데 피시방 장사 잘 되었음 하고.

<3줄 요약>

1. 지피방은 불법은 아니지만, 게임사에서 제재를 먹일 수 있다.

2. 피방의 쇠퇴, 원격 프로그램의 활성화는 예정된 미래지만, 지피방은 현 PC방 시장에서는 득보다 실이 크다.

3. 피방 협회, 넥슨 이전에 왜 유저가 피방을 가야하는 불편을 겪어야 하는지 한 번쯤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

댓글에 대한 답변 추가 (VPN으로 쓴 글이라 대댓글 못 달아서 여기 남길게)

- 현 시점에서는 나도 지피방 반대하는 입장인 건 맞는데, 다시 댓글들 보면서 생각하니까 2018년 당시에도 사업 아이디어에만 너무 매몰되어서 편향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지피방이 기생충짓이라던가, 불법이 아니면 약관은 안 지켜도 되냐 등등의 의견에 공감하고, 일부 표현은 경솔했던 것 같다. 특히 '괘씸하다'는 너무 내 입장에서 쓴 것 같아 정정하고 싶다.

- 피방의 쇠퇴는 현실화되고 있고, 유저와 피방 사장님들을 위해서라도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건 맞다. 게임사가 이러한 문제에 소극적인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러한 문제의 해결법이 지피방은 아니고, 현재 원격 지피방이 범람하는 이유는 이러한 문제가 곪았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한다.

- 현재는 평범하게 직장 다니면서 던파 잘 하고 있다. 당시에도 위에 언급한 이유로 사업 접었었고, 앞으로도 이 비슷한 사업을 할 생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