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루시는 데이비드와 만난 이후, 일을 가르치는 시점에서 가벼운 친구 혹은

제자겸 동업자(부사수와 사수같은? 아들군번 아버지군번? 뭐 그런?)

정도의 신뢰관계는 생겼을 것.

자신의 방에 붙여진 달 여행 포스트를 보고 장난치는 데이비드에게 정색하지만, 데이비드는 맞정색을 하지는 않고, 그냥 아 얘는 이건 넘으면 안되는 선이구나

라고 느끼고선 대화의 방향을 아주 살짝 틀어서, 왜 루시가 달에 예민한 반응을 하는지 대충 알아냄.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흐름이 잡히는 와중에 루시는 데이비드가 "자신의 꿈이 아닌 타인의 꿈을 사는 것"을 느낌

(글로리아가 데이비드를 아라사카 아카데미에 보냈고 데이비드는 학급에서 멸시당하면서도 별 말 없이 '엄마가 바라니까.' 라며 꾸준히 다녔으니까)

가난하고 편부모지만 행복한 가정에서 살았던 데이비드의 멘탈에 대한 동경심과 질투심도 어느정도 생겼을 테고.

(어머니가 어이없이 죽은 힘든 과정 속에서도 크게 낙담해서 움츠리기 보단 힘들어도 일어서서 앞을 바라보며 꿈에 대해 말하고 뭔가를 해내려고 하는)

(루시는 행동은 당당하고 도도해 보이지만, 부모없이 기업 밑에서 소모품으로 자랐고, 같이 커온 아이들은 도망치다 사망, 본인만 살아남아 방황했던 데다, 자신의 꿈을 그나마 믿을 수 있는 동료들인 크루에게조차 말하지 못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움츠린 상태.)

데이비드의 멘탈과 순수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루시는 데이비드에게 어느정도 끌리게 됨.

이런 데이비드에게라면 자신의 꿈을 보여줘도 괜찮지 않을까 하며, BD로 달에서 데이트를 하며 짧은 일탈의 시간을 보내게 됨.

하지만 루시는 결국 나이트 시티를 살아가는 사람 중 하나였고, 낭만보다는 현실을 선택하며 데이비드와 산데비스탄의 정보를 메인에게 넘기게 됨.

데이비드를 배신하는 선택을 하게 되면서 관계를 냉혹하게 잘라내려고 한 루시지만...

나이트 시티의 흔한 이름없는 시체 혹은 불구가 되어 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해버리려던 루시의 생각과는 다르게

데이비드 특유의 멘탈리티와 산데비스탄 착용의 정당성으로 메인에게 협력을 제안한 데이비드는 루시와의 관계가 지속되게 됨.

루시는 아마 굉장히 당혹스러웠을 것임. 데이비드의 목숨을 흥정했던 본인의 행동으로 관계를 잘라내려 했지만 실패했고

(차갑게 변명하는 루시와 더 차가운 데이비드)

오히려 관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는 있지만, 본인이 했던 선택, 데이비드의 반응 또한 냉소적이었기 때문에

데이비드에게 미움받았다 생각한 루시는 더 이상 마음을 내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냉담하게 반응.

이후에 시간이 지나며 여러 사건들을 통해 데이비드가 의외로 진심을 다해 크루와 루시를 대하는 것을 보고 다시한번 데이비드의 의외성에 놀람.

루시는 자신을 미워해야할 데이비드가 조금도 그런 낌새 없이 다가오려 하자, 의문이 생겼을 것임.

심경이 복잡한 루시와 타인에게, 특히 루시에게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데이비드는 결국 마음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서툴게나마 풀어본다.

그리고 담담하고 솔직하게 루시를 직시하며 순수한 호감으로 루시를 대하는 데이비드.

그런 루시의 마지막 응어리는

"너 화났잖아."

루시가 할 수 있는 죄책감과 거부반응에 대한 복잡한 마음을 대변할 수 있는 최후의 대사.

"화나지 않았어."

"거짓말."
"화는 났지만, 널 싫어하는건 아냐."

이 대화가 루시에게는 물과 소금이자 빛이었음.

루시는 퉁명스럽고 다 내려놓은 듯 데이비드를 대하지만, 내심 저 대사를 통해 자신이 거부당하고 있지 않음을 인식하게 되고 안심하게 됨.

이후 사실은 데이비드를 사이버펑크로서 인정하는 마음을 내비침과 동시에 "어떻게 죽느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말로가 뻔한 사이버펑크의 세계에 들어오지 않고 자신과는 다른 더 나은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데이비드를 부정했지만,

루시 스스로도 "데이비드가 죽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어떤 감정인지 깨달았을 것임.

오고 가는 대화의 흐름 속에 데이비드가 던진 결정타.

"불우한 환경 속에 어머니에게 받은 사랑을 통해 타인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던 데이비드"

"무너져가는 상황에서 좌절하지 않고 나아가던 데이비드"

"남의 꿈을 자신의 꿈으로 삼으며 이타적인 삶을 살던 데이비드"

"내 꿈을 이뤄주겠다는 데이비드"

이 세계관, 이 도시에서는 존재 자체만으로 가치가 있는 순수하고도 직선적이며 정신적으로 건강한,
의지할 곳 하나 없는 나이트 시티에서 자신을 의지하라는 데이비드에게 루시는 이미 끌리고 있었고

루시는 자신이 부정당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데이비드에게 빠질 수 밖에 없었는데

오히려 데이비드는 루시의 꿈을 긍정했고, 루시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진심을 담아 어필했음.

이 대화는 루시에게 치명타이자 결정타로 다가왔을거임.

결국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자신의 삶과 꿈을 데이비드에게 의지해버리는 루시.

동시에 데이비드가 사이버펑크들이 으레 그렇듯 비참한 말로를 겪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단순히 의지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도 행동하며 데이비드 한정으로 이타적이고 헌신적인 스탠스를 취하게 됨.

-끗-

이정도면 장면 장면속에 너무하다 싶을정도로 축약됐지만 개인적으로는 납득이 가능한 러브라인을 볼 수 있었음

그냥 이 모든게 내 뇌내망상으로 합리화하는거라고 해도

이런식으로 축약된 내용이 있는 작품의 해석은 개개인에게 맡겨지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나는 이런식으로 해석했고, 이렇게 믿고 생각할련다.

왜 얘네둘이 뜬금없이 연인이 되냐는 글이 많길래, 애니에서 함축적으로 보여지는 내용들을 내 기준으로 해석해서 풀어서 써봤음

세계관, 가치관, 인물관계, 내용전개 등 함축적인 내용이 많은 애니이기 때문에 해석이 다르거나 놓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존재한다고 봐서

"그래도 이해 못하겠다." 거나 "아니다 이건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 해도 충분히 이해함

현실의 사랑은 이유가 없다는것도 맞는 말이고, 나도 그렇게 알고는 있는데

"작품"이기도 하고, 알게모르게 해석을 던져주는 장면, 대사들이 많았다고 느껴서 한번 써봤음.

뭔가 더 설명하고 풀어쓰고 싶은건 많은데 분석력도 필력도 그닥 자신있는 부분은 아니라 막 뭐가 꿈틀대긴 하는데

그냥 내 글을 보고 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