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쇼핑몰에서부터 연락이 왔다고 하자.

주문한 물품이 품절이어서 환불하실래요? 아니면 기다리실래요? 하고 물어보는 연락.

그럼 환불하거나 기다린다고 답 보내고 신경 안 쓴다.

그리고 그 쇼핑몰이랑 평생 볼 일 없다.

그럼 그 상황에서 그 쇼핑몰을 "차단"하나?

그냥 목록에 두거나 목록에서 삭제는 해도, 차단은 당연히 안 한다.

(자기는 차단할 거라고 바득바득 우겨대는 사람은 병원에 가보자.)

왜? 아무런 관심이 없으니까. 아웃오브안중.

진짜 평생 안 보고 내 인생에서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면, 아무 신경이 안 쓰인다.

근데 차단했다는 건, 솔직히 좋든 나쁘든 감정이 아직 남아있는 거다.

(연락이 쉬도때도 없이 와서 차단하는 건 예외. 쇼핑몰에서 광고 날라오면 차단하겠지.)

그런데 상대방으로부터 연락 오지도 않았는데도 차단하는 사람은, 상대방에 대해 백퍼 감정이 남은 거다.

그게 좋은 감정일 수도 있고, 나쁜 감정일 수도 있지.

좋은 감정은, 상대방이 목록에서 눈에 띄거나 카톡 프로필 바꿀 때 가슴아파서, 자기 없이 잘 지내는 거 같아서, 다른 사람 만난 거 같아서, 아니면 자기가 연락하고 싶어질까봐.

솔직히 대부분 이쪽이라고 본다.

물론 자기는 나쁜 감정이라고 합리화/정신승리 해버리지만.

나쁜 감정이라고 해도, 상대에 대한 애증.

상대가 자기 프로필 염탐하는 거 조차 싫다는 식으로 난리부르스를 떠는데, 정말로 감정 없으면 왜 신경씀?

그것도 웃긴 게, 상대방이 염탐하는지, 안하는지 어떻게 아나? 그리고 그걸 왜 신경쓰나?

상대방은 염탐할 생각도 안하는데, 상대방이 염탐할 거라며 믿으며 전전긍긍하면서 난리떠는 게, 오히려 상대가 염탐하길 바라는 자의식 과잉에 더 가깝다.

상대방이 염탐하는 거 보면서 자존감 채우려는 마음 꼬인 애들 많다.

그런데 상대방에게 연락은 안 온다? 그럼 염탐하고 있을 거라고 믿어버리고, 자기가 먼저 차단했다고 정신승리하는 거.

a) 상대가 염탐하고 있으면: 너 나 염탐하지? 난 너 차단했어! 하고 이기고 싶어하는 미성숙함.

b) 상대가 염탐 안하고 있어도: 내가 먼저 너 칼차단 했어! 하고 정신승리 할 수 있는 거.

차단을 하면 본인이 상대방을 차단했다는 걸 상대방도 당연히 알게 될 수 있는데, 사실 차단으로 상대방을 자극하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다.

상대방에 대한 감정 때문에 시위는 해야겠는데, 대놓고 할 순 없고, 언젠간 자기가 화났다는 거 알아주겠지? 하는 심리.

자기가 차단한 걸로 상대가 기분나빴으면하고 바라는 유치한 기싸움.

헤어진 후 오래 있다가 (몇달 내지는 1년 넘게) 차단하는 거는 더 그렇다.

자기는 우연히 또는 갑자기 생각나서 차단했다고 말하지만...

솔직히 오래 있다가 차단한 거는, 상대방에게 내심 연락오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다가 안 오니까, 체념하고 그냥 미련 지우려고 차단하는 경우가 대부분.

그리고나서 자긴 완전히 이 사람 잊었기 때문에 지운다고 합리화.

솔직히 1년 후에 차단한 거면, 1년 동안 전전긍긍 한 거지...

차단하는 사람이 오히려 더 차단한 거에 대해서 전전긍긍하고, 차단 당한 사람은 오히려 자기가 차단 당한 줄도 모르고 마음 편하게 사는 경우가 대부분.

"내가 차단한 거 눈치 챘을까? 다른 계정으로 염탐하려나?" 등등.

수많은 사람들 상담해주고나서 느끼는 건데, 차단하는 사람이 무조건 감정적으로 더 미련이 남은 게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