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제 현재 신체 스펙부터 얘기할게요.

키 176cm, 체중 66kg, 체지방률 10% 내외, 골격근 32kg 정도 나오는 평범한 32세 남성입니다.

2014년 말, 그러니까 4년 전까지 취업준비 핑계로 체중 90kg에 체지방률 28%까지 찍으면서 인간의 형상을 한 돼지로 살다가

이렇게 살다가는 정말 안되겠다 싶어서 당시 유행하던 펠리오 다이어트에 23:1 간헐적 단식과 운동 2년간 꾸준히 시행해서

2017년 초까지 총 20kg 감량 및 유지 성공했습니다.

다이어트 중에 한번, 종료하고 한번 정기 건강검진 받았구요, 모든 항목이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거기서 그냥 계속 유지했어야 했는데 사람이 건강에 관심이 생기고, 식단의 중요성을 알게되고

수시로 국내 및 해외 커뮤니티에서 건강관련 정보를 찾아보는게 습관이 되고 그 중에서 현미생식, 비건식, 과일식 등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펠리오 하면서 유제품은 원래 끊었고, 최소한의 단백질 및 지방 섭취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오보 베지테리언식을 3달간 했습니다.

3달간 변화를 기록했을 때, 체중은 전체적으로 2-3kg 가량 줄었는데 대부분 근육이 빠졌습니다.

이 변화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고 식단을 멈췄어야 했는데

맨날 비건 관련 아티클들 읽고 하다보니깐 세뇌가 되어서인지 근육이 빠지는데도 "아 내가 자연적인 균형 상태로 돌아가는 거구나"

식사는 맛없고, 고되고,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이 무기력한데도 "아 이것도 다 내가 건강해지는 과정이구나"

이딴 생각을 하고있더라구요.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정말 사이비 종교에 심취한 사람의 현실부정과 합리화였는데 당시에는 스스로 그런걸 자각을 못했습니다.

사람이란게 그럴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아무튼 그 이후에는 과일식을 6개월간 진행했습니다. 그 국내에 유명한 분 있죠? 다들 아실거라 생각...

그 분 블로그니 유튜브니 죄다 정독하고 하라는 것, 하지말라는 것 전부 교리처럼 지켰습니다.

결과만 말씀드리면 근육량은 3-4kg가 빠져서 멸치새끼가 됐고(근데 체지방은 없으니 사진찍으면 몸은 좋은 것 처럼 보입니다. 그냥 멸치새낀데)

운동 수행능력도 현저히 떨어져서 이전에는 수월하게 하던 반복횟수도 절대 채울 수가 없었고,

피부와 모발이 푸석해지고, 정신적으로는 짜증 및 분노, 무력감, 우울감, 불면증 등에 시달리게 됐습니다.

결정적으로 정기검진에서 간수치와 신장 요소 항목을 포함해 이상 항목이 4개가 발견되었습니다

결과지 받아본 날 충격을 먹었는데, 처음에는 다른 사람 결과랑 바뀐거 아닌가 해서 결과지 이름  확인하고

병원에 전화해서 혹시 동명이인이 있지 않았냐고 물어보기까지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멍청한게 나와 같은 이름, 생년월일, 키, 몸무게까지 일치하는 사람이 나와 같은 날 검사를 받을 확률이 있을 리가 없죠)

이게 명현현상인가 앞으로 좋아지겠지? 따위의 생각을 한 3일인가 4일인가 하다가

그제서야 내 식단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과일식을 그만두기로 결심했습니다.

일단 돈 주고 사둔 과일이 박스단위로 있는데 그걸 다 썩힐 수는 없어서 하루 한끼를 계란죽으로 먹기 시작했습니다.

마트에서 쌀 작은봉지랑 계란, 소금 이렇게 사와서 죽 끓이고 계란 하나 풀고 소금 쳐서 먹었습니다.

소금을 많이 치지도 않았는데 짠 맛에 혀가 얼얼했고, 계란 비린내도 역했고, 쌀에서도 이상한 녹말 냄새같은게 나는 것 같아서 반 정도 먹고 버렸습니다.

소화도 잘 안되니깐 "역시 이런 음식은 인간에게 해로운건가" 같은 생각을 했죠. 사실 그냥 몸이 병신이 되서 그런건데.

아무튼 계속 고민하면서도 꾸준히 한 끼 씩은 계란죽 해먹고, 한 일주일 쯤 지나면서 계란을 두 개로 늘리고 다른 채소들도 넣기 시작하고

그렇게 2주정도 먹고나니깐 점차 기력이 생기고 음식도 맛있어지고 정신적인 문제들도 나아지는게 체감이 되더라구요.

그 이후에 생닭, 마늘, 파 사와서 푹 끓여서 백숙으로 먹었습니다. 너무 맛있더라구요.

먹고 나서 소화도 문제 없고, 몸에 힘이 나고 온 몸에 차오르는 행복감? 같은 걸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그날부터 과일식 그냥 완전히 버리고 다시 펠리오로 복귀했습니다.

작년에 과일식으로 식단 바꾼다고 지랄하면서 한 10개월간 방황하고, 몸도 마음도 엉망이 됐지만

그 계기로 교훈도 얻었고, 그냥 뭐 백신맞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좀 있으면 펠리오로 복귀한 지 1년 다 되어가는데, 지금까지 신체건강, 정신건강 꾸준히 계속 좋아지고 있는 중입니다.

근육량도 거의 다 회복했구요, 과일식 할 때 겪던 문제들은 싹 사라졌습니다.

과일이 나쁘다는게 아니에요, 지금도 과일 정말 좋아하고 많이 먹어요.

그리고 유명한 프루테리언 분이 말하는 것들 중에 쓸만한 정보 굉장히 많아요, 근데 걸러서 들으세요.

그냥 이것만 아시면 됩니다: "과일은 좋지만 과일만 먹으면 안된다."

아래부터는 제가 생각하는 건강한 식단 구성에 대한 원칙이니, 참고하실 분은 참고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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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제당류, 합성감미료, 가공식품, 패스트푸드, 배달음식, 술, 담배 => 절대 먹지 마세요.

2. 유제품, 곡물류, 콩류, 식물성 기름, 소스류 => 최대한 줄이세요.

3. 견과류, 동물성 기름, 올리브 오일, 코코넛 오일, 커피, 녹차, 소금, 후추 => 적당히 드세요.

4. 육류, 생선, 해물, 어패류, 계란, 과일, 채소, 버섯, 해초 => 과식하지 않는 선에서 마음껏 드세요.

모노밀이니 뭐니 그런거 하지 마시구요, 허용되는 식품 안에서 골고루 드세요.

일반식(보통 생각하는 한식) 먹는 분들도 많지만 저는 안먹어요. 밖에서 어쩔 수 없이 먹는 건 일주일에 두세끼 정도네요.

지금은 16:8 간헐적 단식하면서, 아침 8시에 블랙커피 한잔 마시면서 도시락 싸고

점심 12시 반 정도에 첫끼로 도시락 먹고, 저녁까지 중간중간 바나나 한두개랑 견과류 몇개 주워먹고

집에 와서 저녁 7시쯤 마지막 끼니를 먹어요.

단식시간에는 아침에 블랙커피 마시는거 빼면 오로지 물만 먹습니다.

운동은 주 3회 맨몸근력운동 30분정도씩 하구요, 주 1회는 1~2km 정도 거리 전력질주 인터벌 트레이닝으로 뜁니다.

유산소는 안해요.

암튼 이 재미없는 장문의 글 누가 보겠나 싶지만 그냥 제 기록으로 남겨두려고 이렇게 써 봅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