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수라기 재탕하다가 문득 노피아에는 떡협지 없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살펴보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더라
화수가 700화나 되어서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다른 작품들은 딱히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그냥 읽었는데 재밌음
4일 정도 밤샘해가면서 읽고 지금도 재탕해가면서 읽는 중인데 심심해서 리뷰해봄

먼저 리뷰 방식을 설명하자면 나는 짤막 리뷰말고는 리뷰를 쓸 줄 모르는 근본없는 리뷰어이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이 소설의 포인트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리뷰함
진입장벽
갤에서는 이 소설에 대한 글이 얼마 없고, 그 얼마 없는 글들 중에서도 주된 의견은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이었다.
첫번째, 두번째 히로인이 비처녀라는 점 때문에 유니콘이 걸러지는 걸 차치하더라도 틀내가 심하다고 말이다. 그렇지만 난 이 틀내 난다는 의견에 대해 명백히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다.
이 소설은 굉장히 캐쥬얼한 소설이다. 특히 초반부는 캐쥬얼하다 못해 풋내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가볍기 그지 없다.
나는 보통 떡협지를 무협소설의 중후함과 성애장면의 음란함의 갭을 즐기면서 보기 때문에 이 캐쥬얼함이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그렇지만 왜 틀내난다는 의견이 나오는걸까 고민해보면서 읽으니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내가 가볍다고 느낀 건 분위기의 전달력이다. 독자가 소설 안으로 들어가는 전개, 욕설이 난무하는 유치한 인물들의 대사, 내밀하지 못한 심리묘사 등이 심각한 상황을 느끼는데 방해를 하고 있었다. 이 작품이 작가의 처녀작임을 감안하면 작가의 글이 아직 미숙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우습게도 이 전달력의 미숙함이 빌런의 악함을 묘사하는데 있어서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아마 멘탈이 약한 사람이라면 대부분 이 소설의 13, 14화에서 버티지 못하리라 예상한다. 이 부분은 한 엑스트라 여성의 입장에서 빌런에게 간살되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으며, 빌런의 극악무도함이 역겨울 정도로 잘 묘사된다. 이는 작가가 독자들로 하여금 초장부터 빌런에게 적대감을 가지게 하기 위한 안배이지만, 연출 방식이 세련되지 못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빌런에 대한 적대감을 넘어 작품에 대한 거부감을 일으켰다. 작중 빌런은 해당 간살 사건을 일으킨 뒤 주인공에게 누명을 씌우고 추적대를 파견하는데, 해당 장면을 보여주기에 먼저 미제 간살사건의 책임을 주인공 돌리고 추격대를 파견한 후에 주인공이 추격대와 처절하게 싸우는 장면과 함께 이 간살 장면을 보여주었으면 악역이 상습 간살범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주인공의 무력함을 강조하여 작품에 대한 거부감을 조금은 완화시켰을지도 모른다.
또한 전개는 주인공이 기연을 얻기 전 비극을 겪는 기존 무협소설 클리셰의 서사를 충실히 따라가고 있기에, 문장이 가볍기 그지 없음에도 정통 무협을 따르는 전개와 무협소설에 대한 편견, 연출에 대한 거부감이 이를 압도하여 이 소설을 틀내나는 소설로 오인하게 만든 것이다.
문제는 틀내가 난다는 오해를 풀고 보아도 이 소설의 진입장벽은 낮지 않다. 103화까지는 진입장벽이 계속된다.
글의 풋내는 사라졌지만 주인공의 행보가 매우 역겨워졌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처음부터 악당으로 설정된 주인공이 아닌 이상 거짓말을 일삼는 주인공은 그리 환영받지 못한다.
그런데 이 작품의 주인공은 아무리 선인으로 설정된 인물이 아니라지만 선량한 사람들을 기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작중 첫번째 히로인인 옥령은 주인공의 거짓말로 인해 주인공을 받아들였다가 치명상을 입게 된다.
작중 두번째 히로인인 운가려는 소중한 이를 주인공에게 잃고 소중한 이로 변신한 주인공과 관계를 가지게 된다. 작중의 불안정한 상황 때문에 정신적으로 매우 몰려있던 그녀는 자신이 관계를 가진 것이 주인공임을 알게 되고 더욱 더 몰려 언제 자결할지 모를 상태가 되는데, 그녀의 자결을 막기 위해 주인공이 선택한 방법은 매우 기만적인 거짓말이었다.
다행히 104화 이후로는 이러한 문제들이 대부분 해결된다. 문장은 진중해져 무협소설다운 재미를 주고, 뒤로 갈 수록 빌런의 비참한 모습을 부각시켜 103화까지의 답답했던 전개를 카타르시스로 보상해준다.
392화에서 빌런의 만행을 다시 한번 보여주지만 13,14화만큼 노골적이지는 않고 향후 스토리의 복선을 보여주는 부분이기에 해당 장면이 나오는 것에 대해 납득이 가능하며, 477화부터 다시금 주인공의 행보가 추악해지기 시작하지만 엄연히 복수라는 명분이 있고 511화의 처절한 비명과 512화의 슬프지만 따뜻한 결말은 이러한 주인공의 행보로 인해 나올 수 있었기에 납득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515~555화의 행보는 명백한 기만이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캐릭터
히로인들의 캐릭터성이 천편일률화 되기 쉬운 무협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개성있고 매력적인 히로인들이 다채롭게 등장한다.
옥령과 운가려의 경우 워낙 캐릭터가 매력이 없어 진입장벽이라고까지 불리지만 50화부터 등장하는 당서윤과 그 이후 등장하는 요랑이 워낙 매력덩어리라 진입장벽을 수월하게 넘어갈 수 있게끔 도와준다. 이후 저 둘은 작품의 개그를 책임진다.
또한 북해빙궁편에서 진히로인급의 히로인력을 보여준 능소화와 그녀와 대비대는 속성으로 좋은 캐미를 보여주었고 이후 굉장한 개성을 가지게 되는 북궁연, 등장할 때마다 꿀잼을 보장하는 본작 최고의 또라이 주소양 등 매력적인 히로인이 계속해서 등장하므로 캐빨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는 소설이다. 또한 무게 잡는 거 외에는 하는 일이 없었던 노잼 히로인 옥령도 뒤로 갈 수록 작품의 무협적인 색채가 진해지면서 매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그 매력을 보여주는 것이 636화부터라는 것.
아쉬운 점은 히로인의 등장 빈도가 고루고루 배분되어 있기는 하나 디테일에 따라 보여주는 매력의 차이가 크다.
기만으로 히로인이 되어버린 운가려는 결국 저 거짓말이 어떻게 해소되었는지 전혀 묘사되지 않은채 모성애와 정사장면이 아니면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는 히로인이 되어버렸고, 강하윤은 착하다는 것 외에는 제대로 된 캐릭터성을 가지지 못했으며, 이예설은 작중 장삼으로서 만난 첫번째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주소양에게 캐릭터성이 귀속당한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황보유연은 운가려 Mk.2이며 이소란은 그저 모녀덮밥을 위해 나온 캐릭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개성이 옅다. 기승위 첫경험이나 가슴따귀 같은 에피소드를 감안했을 때, 차라리 활발한 왈가닥이었다가 새디스트로 각성한 캐릭터라는 속성을 부여했으면 본인이 덮밥을 주도하는 등, 타 모녀덮밥 그룹과 차별화가 가능했을텐데 아쉽다.
또한 과거 장삼을 연모했던 히로인 같은 작중 설정을 좀 더 부각시킨 히로인을 등장시키는 것이 가능함에도 그러한 설정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전개 속도
작중 주인공의 활동 범위의 스케일이 작은 편이 아니나 과감한 생략과 적절한 완급 조절을 통해 지루하지 않은 내용 전개를 보여준다.
작가의 필력이 완숙되지 않은 북해빙궁편까지는 전투장면에서 늘어지는 모습이 자주 보였지만 후계 경합편에서 부터는 그러한 점이 줄어든다.
전체적으로 시원시원하게 내용이 전개되는 편이지만 빠른 전개로 인한 반대급부로 생략되는 디테일과 이로 인해 매력을 잃어버리는 히로인이 많아 아쉽다.
위에서 수차례 언급한 운가려는 물론이고, 옥령의 경지 상승과 장선우가 장삼임을 알게 된 이재원의 부인들 등 인물 관계에 재미를 더할 장면들이 대거 사라져버렸다.
캐릭터들의 매력이 중요한 떡협지에서, 매력을 다듬어줄 인물관계의 디테일을 소홀히 하는 점은 매우 안타깝다.
파워 밸런스
옹호의 여지가 없이 막장이다. 등장인물들이 너도나도 화경현경이기 때문에 파워 인플레이션이 심각하다.
게다가 작중 심검에 대한 설정 때문에 전투장면은 갈수록 무협소설이라기보다는 이능력 배틀물과 비슷한 느낌을 보여준다. 그나마 파워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는 것이 위안.
가장 무협소설다운 모습을 보여준 건, 북해빙궁편으로 폭주하는 내공을 컨트롤하여 환골탈태하는 모습과 깨달음을 얻어 경지가 올라가는 등 기존의 익숙한 무협소설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제는 주인공의 경지가 올라갈대로 올라가버렸고 주인공 외 인물의 성장에 그리 분량을 할애하는 소설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무인으로서 경지가 올라가는 재미를 보기는 포기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총평
이래저래 무협소설로는 아쉬운 점이 많지만 떡협지로는 적극 추천하는 소설. 작가의 필력이 뛰어나 103화까지의 진입장벽만 넘어가면 재미를 붙이고 읽을 수 있다. 특히 169화 주소양편부터 이 소설의 진가가 드러나기 때문에 재미를 붙이고 순식간에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103화까지가 진입장벽이라고는 하나 스킵하고 읽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데, 떡밥을 버리지 않고 잘 활용하는 소설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스킵해버리면 향후 등장하는 내용이 이해가 잘 안된다. 그리고 이 부분을 읽어야 474화부터 시작되는 카타르시스가 극대화되기 때문에 견디기 어렵더라도 가급적 읽어주기를 부탁한다.
P.S. 심.기가 처녀였던 히로인이 반로환동으로 체까지 처녀가 되면 심.기.체 처녀론에 맞는거냐? 아닌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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