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60화인 하남자의 탑 공략법.
문피아 역대 3위 유료 전환으로 잠깐 말이 나왔던 작품이다.
나는 유료전환 임박 때 봐서 43화까지 봄. 스포 좀 있음.
1. 설정
흔한 등반물+헌터물이다. 세계 곳곳에 탑이 생기고, 각성자가 생긴다.
탑을 깨면 보상이 나오고, 탑을 못 깨고 지체되면 탑이 붕괴하면서 국가멸망급 자연재해가 일어난다.
각 국가에서 각성자들을 관리하며 탑 등반 전문가들을 양성한다.
2. 주인공
집에서 라면 먹다가 소환사로 각성한다. 가챠로 SSR 암살자를 뽑아서 10층까지 S++ 기록을 경신한다.
기록 경신했으니 특전 받고, 특전으로 스킬 뽑고, 마석이랑 템 팔아서 돈 벌고, 돈 벌어서 외제차 사고 소고기 먹는다.
제목과 다르게 각성 직후 탑으로 달려가며, SSR 소환수가 말리는데도 무기 들고 직접 싸운다.
이유도 별거 없다. 걍 자기가 싸워 봐도 될 거 같아서. 상남자가 따로 없다.
특이한 점은, 소환수들은 지성 있는 인간이고, 주인공의 가챠 능력에 대해 잘 알며, 소환 해제 후 별점을 크게 신경 쓴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의 명령은 복종 3원칙이라면서 절대적으로 복종한다. 주인공이 죽으라고 하면 즉시 자결할 정도의 충성심을 보인다.
왜 그런지 아직까지 밝혀진 것은 없다. 주인공 외에 소환술사들이 있었고, 다른 세계들은 탑이 많이 무너져서 멸망했다는 것 정도.
3. 전개
탑에 간다->소환수들이 다 죽인다->S++ 기록으로 특전을 받는다->마석, 스킬, 아이템을 번다->관리청에서 "또 S++ 기록이라고...? 당장 주시해!!"라고 한다.
놀랍게도 20여층을 오르는 동안 이 패턴의 완벽한 반복이다.
보통 원패턴 전개라고 해도 조금씩 벗어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인데, 이건 자로 줄 긋듯이 완벽하게 이 패턴을 따라간다.
그러다 첫 LSSR 광마를 뽑고 탑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분위기가 약간 진지해지는데, 광마가 주인공을 위해 세계 정복을 하려 해서 당분간 봉인.
대신 채집꾼 역할의 R등급 햄스터를 뽑으면서 다시 원래 패턴으로 돌아간다.
여기까지가 작품을 안 읽고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설명이다. 43화 이후의 전개는 나도 묵히는 중이라 모름.
그러나 이 소설은 저 흔해빠진 설정들과 전개는 전혀 중요하지 않고, 아주 특이한 요소가 하나 있다.
이 소설은 마치 유튜브 쇼츠 같다. 적어도 7년차 누렁이인 내가 보기엔 그렇다.
이 소설엔 아무것도 신경쓸 게 없다. 대충 생각나는 것들을 나열해보자면
1. 불안해할 요소가 없다. 쓸데없이 흑막이니 마왕이니 비리헌터니 배신이니 복선이랍시고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가 전혀 없다.
2. 잡설정, 잡장면이 없다. 써먹지도 않을 잡설정, 맥거핀으로 남을 관계도, 복선인 척하는 의미심장한 시점의 장면 등등. '잡다한' 것이 없다.
3. 같잖은 개그, 밈이 없다. 본인의 개그 실력이 부족해서 아재 개그, 인터넷 밈을 소설에 넣는 일 따위 없다. 즉 등장인물만 재밌고 독자는 싸해지는 장면이 없다.
4. 전개에 막힘이 없다. 주인공이 뭘 하려고 하는데 그걸 막아서는 인물이나 설정이 없다. 그냥 해야겠다! 하면 다 하는 거다. 사소한 불편이나 희생조차 없다.
5. 생각할 거리가 없다. 아주 조금이라도 복잡한 설정이나 장면이 없다. 복선도 암시도 거의 없다. 눈으로 읽은 내용이 전부다.
그래서 이 소설은 뇌를 비우고 읽어도 된다. 심지어 대사만 읽으면서 넘겨도 모든 맥락이 이해가 된다.
내가 누렁이치고 글을 느리게 읽는 편이라 시달소 같은 건 한 편에 10~20분이 걸리는데, 이건 무료 임박 2시간 남기고 43화를 다 읽었다.
그렇다고 못 쓴 글이냐? 그건 아니다. 못 쓴 글은 오히려 읽는 시간이 늘어난다.
비문투성이에, 문단마다 설정이 충돌하고, 묘사 순서는 엉성하면서, 단어 수준이 일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그런 의미에서 필력이 좋다. 슥슥 읽어도 막히는 부분 없이 모든 문장이 읽히는 즉시 이해된다.
그냥 페이지를 슥슥 넘겨도 가챠로 동료는 늘어나고 스킬도 늘어나고 아이템도 늘어나고 레벨도 늘어난다.
그 미미한 도파민들만 전두엽에 전달하면 끝이다. 마치 슥슥 내리면서 대충대충 보는 유튜브 쇼츠와 같다.
내용 없다고 돌려까는 거 아니냐? 하면, 아니다. 사실 여기가 본론인데, 이 소설은 하꼬 행동이 없다.
하꼬 행동이란 누렁이 7년차에 접어들면서 '이런 장면이 나오면 무조건 거른다' 싶은 것들인데,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1. 글에 긴장감을 조성하겠답시고 소환수가 배신할 수도 있다는 암시 넣음
2. 국뽕 느끼게 하겠답시고 외국인 헌터가 주인공 인신공격하면서 졸렬하게 방해함
3. SSR로 뽑은 무녀가 주인공에게 초면부터 '서방님'이라고 하면서 달라붙음
등등.....
이 소설은 무지성 원패턴 클리셰 전개인데도 불구하고, 저런 류의 하꼬 행동이 없다.
유튜브로 치면 편집 깔끔하고, 밈 사운드 없고, 나레이션 속도 빠르고(TTS아니고), 정보 전달 명확하고, 딱 60초 재밌고 잊어버리기에 알맞다.
이 소설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내용이 없다. 탑 오른다. 이 네 글자의 반복이니까.
하지만 어제 밤에 본 재밌는 쇼츠 영상이 제대로 생각나는가? 아마 안 날 것이다.
똑같다. 지난 편 내용이 기억이 잘 안 나고, 그냥 오늘 100원 결제해서 슥슥 2분만에 읽고 잊어버리면 된다.
100원치 도파민은 챙겼으니까.
원패턴 클리셰 전개인데, 이 소설은 신기하게도 이게 된다.
내가 작가가 아니라서 하꼬 행동 이상의 분석은 못하겠지만, 적어도 누렁이 입장에서 이 소설은 100원 값을 한다.
정확히 말하면 100원치 도파민 값을 한다. 왜 똑같은 전개인데 계속 100원치 도파민이 자판기처럼 나올까?
아마 유튜브 쇼츠에서 비슷한 영상 무한으로 봐도 계속 쇼츠를 누르게 되는 원리와 비슷할 것이다.
별 내용은 없는데 휴대폰 액정 슥슥 내리고 도파민 챙기고 다음화 버튼.
숏폼의 시대에서 결국 웹소설마저 숏폼으로 성공했다고 본다. 아님 말고.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