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시는 어차피 오래 걸릴 시험이니까 급하게 하지 말자.

혹시 이런 생각을 하고 계시다면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시험 공부를 꽤 오래 하게 되었는데, 장수의 바탕에는 저런 생각이 깔려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단기간에 합격하는 것이 어렵고 대부분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남들이 공부할 때 '어차피' 경제학은 몇 번 돌려야하고, 행정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핑계로,

컨디션 조절이 필요하다는 핑계로, 지금 부터 달리면 지칠테니 1순환 시작할때 쯤부터 열심히 해야지 하는 핑계로,

나는 아직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못쓰는 것이 당연하다는 핑계로,

나는 아직 어리니 시간이 많다는 핑계로,

그렇게 오늘 만족스럽지 않게 흘려보낸 시간들이 후회되는 날이 올 것입니다.

나는 올해 안에 합격권에 들겠다는 마음으로 독하게 공부하더라도 부족한 것이 시간입니다.

혹시 지금의 생활이 익숙해져 간다면, 이번 달에 친구를 만나 술도 한잔 하고, 스터디원과 카페도 한번 가고, 좋아하는 드라마도 꼬박꼬박 챙겨볼 수 있다면,

그렇다면 이러한 것들을 잠시 내려 놓고 다시 공부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놓지 않더라도 합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시간들이 합격에 닿는 시간을 늘린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동안 고통받는 것은 나를 믿어주는 부모님, 그보다 사실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자신입니다.

탈락 속에 무뎌져 가는 자존감과, 무거운 기대에 짖눌리는 내 어께와, 제대로 누리지도 못하고 흘러가는 청춘을 자각했을때의 한탄에 마음이 병들 것입니다.

부디, 그러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너는 급할 필요가 없다, 잘 하고 있다는 말은 적어도 스스로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