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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번역] [번역] 수성의 마녀 소설 "요람의 별"

ㅇㅇ(59.16) 2022.10.12 21:14:19
조회 22849 추천 67 댓글 20
														

오프닝 테마 YOASOBI "축복" 원작 소설

"요람의 별"

원작 : 야타테 하지메, 토미노 요시유키

저자 : 오오코우치 이치로



수성궤도 기지 "베피 콜롬보 23"은 태양의 중력 탓에 불안정한 수성 주회 궤도를 미묘한 밸런스로 돌고 있다. (*역주 : 베피 콜롬보Bepicolombo는 JAXA와 ESA가 협력하여 수성을 관측하는 대형 미션의 명칭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수성은 태양으로부터 불과 5,791만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서, 직접 태양열을 받게 되면 즉시 혈액까지 증발해버리고 말 것이다.

반대로, 수성의 그림자엔 마이너스 100도를 넘는 극한이 도사린다.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더욱이, 태양으로부터 쏟아지는 강력한 하전입자는 단속적으로 시스템을 오작동시킨다. 사소한 에러가 죽음을 부르는 수성에서, 태양풍은 그야말로 죽음을 부르는 바람이다.

지지직, 하는 소리가 들리고 격납고의 조명이 검붉은 빛으로 바뀐다.

태양 플레어 발생에 의한 경보로, 기지 전체가 긴급 사태 모드로 이행한 것이다.

새카매진 기지 안에 슬레타가 찾아왔다. 아직 여섯 살의 슬레타는 검붉은 조명이 무섭다.

그럴 때 슬레타는 곧잘 내 안으로 들어온다.


"에어리얼, 들여보내줄래?"


에어리얼.

내 이름.

외부에는 비밀이지만 건담 타입 모빌 슈트다.

슬레타가 나에게 올 때는 엄마가 일 때문에 바쁠 때다.

지금 수성에는 슬레타 외의 아이는 없다.

그러니까 나만이 슬레타의 유일한 친구다.


"에어리얼, 게임 켜줘."


슬레타가 내 콘솔을 조작해 게임 화면을 표시한다.

오늘은 어떤 게임을 하려나.


"총 쏘는 거! 오늘이야말로 엄마한테 이길 거야."


슬레타의 엄마는 내 개발자로, 건담의 테스트 파일럿이기도 하다.

그 때문인가 엄마도 슬레타도 이 종류의 게임은 특기다.

처음으로 슬레타가 이 게임을 접한 건 4살 때였을까.

그로부터 2년. 슬레타의 실력은 엄마를 제하면 수성 제일이다.

스코어가 점점 올라간다. 또 한 단계 실력이 는 모양이다.


"에어리얼, 봐봐!"


하이스코어다. 기뻐하는 슬레타가 시트를 흔든다.

슬레타. 나의 자그마한 파일럿 씨.


*


어느 날, 9살의 슬레타가 울면서 내게 찾아왔다.

수성의 노인이 심술을 부렸다고 한다.

그러나 슬레타는 엄마에게는 상담하지 않는다. 어째서일까.


"걱정하니까"


엄마는 딸과 단 둘이서 수성으로 도망쳤다.

숨겨주기는 했지만 모두가 호의적인 것은 아니다. 성가신 일을 끌고 오지 말라며 추방을 주장하는 노인도 적지 않았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슬레타와 엄마에게는 '여기' 밖에 없다.

여기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있지, 에어리얼"


왜?


"지구는 어떤 곳이야?"


슬레타는 자아가 싹트고 난 뒤로 수성을 벗어난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라이브러리에 있는 지구권의 생활에 흥미진진이다.

학교나 거리, 친구나 아이…… 지구권에서는 당연한 것들이 여기엔 없다.

태양풍을 두려워하며 자원을 채굴하는 매일만이 있을 따름이다. 그런 생활을 이어가면 수성의 노인들도 성질이 곤두서는 것도 알만 했다.

라이브러리를 볼 거야? 그렇게 슬레타에게 메뉴를 표시하니 마음에 든 애니메이션을 골랐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소설, 거의 지구권이 무대인 작품이다. 그걸 보고 있는 동안은 슬레타는 수성을 잊을 수 있는 것이리라.

그로부터 30분.

마음에 든 애니메이션을 다 보더니 슬레타는 살며시 중얼였다.


"도망치면 하나, 나아가면 둘."


그건 슬레타가 엄마에게 전해 들은 말이다.

슬레타가 다섯 살 때, 엄마는 주사에서 도망치려던 슬레타에게 말했다.


"들어보렴, 슬레타. 주사에서 도망치면 주사는 안 맞아도 되겠지?"

"응."

"'아프지 않다'를 얻을 수 있는 거야."

"응."

"그럼, 주사를 맞으면 어떻게 될까?"

"병에 안 걸려."

"그치, 다른 건?"

"다른 거?"

"그래. 주사에서 도망치지 않으면 다른 걸 얻을 수 있단다. 예를 들면 엄마가 기뻐한다던가."

"으~응"

"수성 사람들도, 슬레타가 대단하다고 인정해줄 거야."

"그럴까?"

"슬레타의 레벨이 올라서 주사가 무서워지지 않게 돼."

"그래?"

"그렇단다. 그러니까, 어른은 주사를 무서워하지 않는 거야."

"그렇구나~"

"그치, 도망치지 않으면 도망칠 때보다도 훨씬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단다."

"그러니까 나아가면 둘이야?"

"그래. 둘 보다도 많이."


그 뒤로 그 말은 슬레타의 등을 밀어주는 주문이 됐다.

그 말은 분명 엄마에게도 같은 의미리라.

작은 슬레타를 끌어안고, 여자 혼자서 수성에서 싸워나가야만 하는 그녀 자신의 주문.


"도망치면 하나, 나아가면 둘"


다시 한 번 슬레타는 작게 되풀이한다. 뒤엉킨 실을 풀어내듯 차분하게.

나는 주문이 힘을 발휘할 때까지 기다린다. 슬레타의 몸에 용기가 스며들고, 두려움이라는 저주를 깨뜨릴 때까지.

괜찮아. 슬레타는 스스로 내 품에서 벗어날 것이다.

왜냐면 엄마의 말은 강하니까.


*


"에어리얼, 긴급 발진 준비. 수성 지표, 차오멩푸 채굴 기지 부근에서 사고 발생!" (*역주 : 차오멩푸Chao meng-fu 분화구. 실제로 존재하는 수성의 지명. 원대의 화가 조맹부의 이름에서 유래함.)


격납고에 긴박한 아나운스가 흐른다.

자원 채굴 중인 모빌 크래프트가 행방불명 된 것이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11살이 된 슬레타가 내 콕핏 안으로 뛰어든다.


"태양광, 활발. 고에너지의 양성자 현상을 관측. 그러나 지표 강하에는 문제 없음. 서둘러!"


수성은 인류가 생활하기에는 아직 위험한 곳이다.

때문에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우리가 나서게 된다.

왜냐면 우리는 수성 최고의 콤비니까.

여태까지 몇 번이나 노인들의 목숨을 구해냈다.

덕택에 엄마와 슬레타에게 감사를 표하는 사람이 늘고, 예전처럼 공격적으로 대하는 노인들은 줄어들게 됐다.


"강하 궤도상에 오브젝트 없음. 발진을 허가한다."

"확인. 에어리얼, 발진 후 즉시 지표 강하 메뉴버로 이행."


우리는 게이트를 지나 우주로 날아올랐다.

삽시간에 작열하는 태양이 기체를 덮친다.

슬레타는 즉시 크레이터의 그림자에 뛰어든다. 이로써 태양광을 직접 받는 것은 피할 수 있다.

우리는 그대로 크레이터의 그림자를 지나 사고 현장으로 서두른다.


"신호를 잃어버리고 나서 얼마나 지났어?"

"97분이야. 신호를 수신할 수 없으니까 현재 위치는 불명. 서둘러 줘, 슬레타."


작업 관제관을 맡은 멜리사 펠다가 애원하듯 말한다.

사고를 당한 것은 그녀의 남편, 에르고 펠다였던 것이다.

에르고는 아직도 슬레타에게 험상궃게 구는 노인들의 우두머리였다.

애초에 숨겨주는 것을 반대하고 있던 데에 더해, 요 전에 엄마가 출세한 것이 겹쳐 에르고는 엄마의 부하로 전락하고 말았다. 심정이야 알겠다만 그걸 핑계 삼아 슬레타에게 심술을 부려선 안 될 일이다. 어른스럽지 못한 노인이다.

그러나 슬레타는 즉시 대답했다.


"괜찮아요, 멜리사 씨. 맡겨 줘."


슬레타는 착한 아이다.




태양을 피하면서 우리는 현지를 향했다.

산맥, 계곡, 지구(地溝), 수성의 어떤 지형을 이용하는 것이 최단 거리인가, 어떤 루트가 기체에 가장 부담을 적게 주는가, 슬레타는 모두 잘 알고 있었다.

신호를 잡았다.

나는 모니터로 신호 데이터를 표시했다.


"찾았어. 지금 회수할게."

"슬레타, 부탁해."


멜리사의 부탁을 듣고, 우리는 지면의 틈새에서 날아올랐다.

삽시간에 태양에서 날아온 열과 고에너지 입자가 기체를 덮쳤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나라 해도 위험하다.

슬레타는 냉정하게 시야를 확보하고 즉시 모빌 크래프트를 발견한다. 굴삭 작업 중에 붕괴 사고가 발생한 모양이다.


"기체 쪽은 무리겠네."


모빌 크래프트는 붕괴한 퇴적물에 끼어 있다. 콕핏을 비틀어 파일럿만을 구조할 수 밖에 없다.

슬레타가 빔 사벨을 뽑았다.


"에어리얼, 출력은 내가 조정할게."


슬레타가 출력을 조인다. 자칫하면 파일럿 째로 절단나버릴 테니까.

빔 사벨을 살며시 기체에 갖다댄다.

그대로 신중하게 콕핏 부분을 갈라낸다. 마치 외과 의사 같이 신중하게 빔 사벨을 다룬다.

수성 기지의 관제로부터는 아무 말이 없다. 쓸데 없는 지시를 내리는 것보다 슬레타에게 맡기는 쪽이 정답이란 걸 아는 것이다.


"에르고 씨, 들려요? 구하러 왔어요."

"슬레타! 늦기는, 빨리 구해줘."


구조를 받는 입장인데도 잘나신 태도였다.

그러나 슬레타는 언짢아하는 기색도 없이, 에르고를 모빌 크래프트로부터 살포시 건져냈다.


"에르고 씨, 공기는 있어?"

"준비해둔 건 사고로 못 쓰게 됐다. 앞으로 7분 밖에 못 버텨. 죽어, 죽는다고."

"괜찮아. 4분 안에 돌아갈 테니까."

"허풍은, 여기가 기지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아냐!"


허풍이 아니다. 슬레타가 4분이라면 4분인 것이다.


"눈, 감고 계세요."


나는 에르고가 태양에 드러나지 않게 품에 안고, 크게 날았다. 에르고의 우주복에 이상은 없다. 이대로라면 4분은 버틸 것이다.

바느질 하는 것처럼 지면의 균열을 나아간다.

에르고의 비명이 들린다.

슬레타는 아무렇지 않게 해내고 있지만, 일반인이라면 공포를 느낄 스피드인 것이다.

그러나 비명이 들린다는 것은 공기가 바닥나지 않았단 소리다. 딱 좋은 생존 확인 수단이다.

슬레타가 빔 라이플로 절벽을 쏜다.

절벽이 무너지고, 그 앞에 또 다른 균열이 나타난다. 지름길이다.

차오멩푸 기지의 게이트가 보인다.

우리들을 받아들이고자 게이트가 느릿하게 열렸다.

뛰어든다. 3단으로 된 밀폐용 문을 빠져나와, 거주 구역까지 딱 4분. 슬레타가 말한대로다.

거주 구역의 게이트 안에는 기지 사람들이 모두 모여 기다리고 있었다.

슬레타는 공기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에르고를 내려놓았다.


"웃기는 년! 노인을 난폭하게 취급하다니. 내가 죽어도 상관 없다고 여겼겠지."


헬멧을 벗은 에르고가 역정을 낸다. 건강한 할아범이다.

그 자리에 멜리사가 뛰어들어와, 에르고를 끌어 안았다.


"돌아왔군요, 에르고."


부인에게 안겨진 에르고는 조용해졌다.


"다녀왔어."


마중 나와 있던 일동에게, 안심에 젖은 분위기가 흐른다.


"돌아왔구나, 슬레타."


모니터에 엄마의 얼굴이 비친다.


"엄마! 돌아와 있었어?"


엄마는 출세한 이후 더욱 바빠졌다. 지구권에 나가 있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

오랜만에 돌아왔더니 마침 딸의 활약이 보였던 모양이다.


"잘했구나, 슬레타. 엄마는 자랑스럽단다."

"엄마가 만든 에어리얼 덕분이야."

"에어리얼과 슬레타, 두 사람 모두 대단했어."


엄마가 웃으면 나도 기분이 좋다. 나는 기대에 부응한 것이다.


"엄마, 이번엔 얼마나 머무르는 거야?"

"네 생일까지는 있을 예정. 그러니까 올해는, 작년이랑 합쳐서 2년분 파티를 하자."

"신난다!"


슬레타가 튕겨 오르듯 이야기한다.

그러나 슬레타가 엄마와 생일을 맞은 것은, 이번 11살 때가 마지막이 되고 말았다.


*


슬레타는 15살이 됐다.

엄마는, 변함없이 바빠서 지구권과 수성을 왔다 갔다.

그 덕에 생일에도 딸인 슬레타와 함께할 수 없었다.


"저기, 에어리얼?"


외톨이 슬레타는 다시 내 안에 틀어박히는 날이 늘었다.


"학교는 어떤 곳이야?"


글쎄, 나도 가본 적이 없으니까.


"이 만화책 같은 곳일까."


그건 픽션이야. 그리고 그 만화책은 조금 낡은 작품이고.


"가보고 싶다, 학교"


15살이 된 슬레타의 흥미는 완전히 학교 뿐이다.

또래의 아이들이 잔뜩 있어서, 즐거워 보이고, 자극적인 매일. 만화책이나 영화에서 묘사되는 학교는 반짝반짝 빛나 보일 터였다.

하지만 슬레타.

우리는 지구권으론 돌아갈 수 없어.

너는 모르겠지만 저 쪽에서 엄마는 마녀라 불리우며 온 세계에서 소외시 당하고 있어.

나도, 건담이라는 게 밝혀지면 즉시 파기 당하겠지.

그러니까 네 꿈은 이루어지지 않아.

하지만, 괜찮아.

내가 언제까지나 네 옆에 있을 테니. 학교 같은 게 없어도, 친구 같은 게 없어도 내가 곁에 있을 테니까.


"있지, 에어리얼. 내가 학교에 가게 되면 말야."


슬레타는 비밀을 밝히는 것처럼 조심스레 말했다.


"같이 가자."


*


오랜만에 엄마가 수성에 돌아왔다.

슬레타는 몹시 기뻐했다.

엄마가 없는 동안 배운 것이나, 노력한 것을 알리면서.

이젠 16살이나 됐는데도, 어린 애처럼 빨리도 잠이 들고 말았다.

그 날 밤, 엄마는 혼자서 격납고에 찾아왔다. 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돌아오셨어요, 엄마. 둘만 있는 건 오랜만이네. 슬레타가 아주 좋아하던걸요.


"다녀왔어, 에어리얼. 기뻐해주렴. 문이 열렸단다."


문? 무슨 이야기야, 엄마.


"아스티카시아 고등전문학원에서 모빌 슈트 끼리 결투를 한대. 거기서 이긴 인간이 델링의 외동 딸과 결혼하게 된다더구나."


델링은 베네리트 그룹의 회장이다. 이 수성 기지 역시 베네리트 그룹의 소유물이었다.

그렇기에 수성 사람들은 우리를 받아들이길 주저했다. 마녀라는 낙인을 찍고 엄마와 동료들을 마녀 사냥했던 것은 델링 회장이었으니까.


"에어리얼, 너희는 학교에 가려무나."


너희?

나랑…… 설마, 슬레타?!


"내 최고 걸작. 네가 슬레타의 검이 되어주렴."


안 돼.

안 돼, 엄마.

나는 괜찮지만 슬레타는 안 돼. 그 아이는 너무나 착한 아이니까.

복수라면 우리 둘만으로 이루자. 슬레타를 끌어 들이지 마.

하지만, 엄마에게 내 목소리는 닿지 않는다.


"모두 지켜봐 줘. 우리의 딸이, 원수를 갚아줄 테니까!"


*


다음 날.

아무것도 모르는 슬레타가 희희낙락 보고하러 왔다.


"들어봐, 에어리얼. 나 학교에 갈 수 있어!"


알아. 어젯밤 엄마한테 들었으니까.


"엄마가, 입학 수속을 해줬어. 수성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공부하고 오라고. 나 노력할 거야. 아무도 안 죽는 수성을 만들 거야. 거리도 가게도 학교도 잔뜩 불러올 거야."


아아. 너는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사정을 알려주고 싶다. 엄마는 너를 복수의 도구로 삼고 있다고.

하지만 나는, 엄마에게 거스를 순 없다.

왜냐하면 그녀는, 나를 만든 엄마기도 하니까.


"하지만 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인간 친구 같은 건 있던 적도 없고, 공부도 엄청 못할지도"


라며, 슬레타의 불안이 흘러나온다.


"……무서워. 나, 수성말곤 몰라. 엄마도 함께는 가줄 수 없다 그랬고."


그래, 슬레타.

너 홀로, 이제부터 학교에 가는 건 무리야.

공부라면 수성에서도 할 수 있어. 네가 없어지면 수성에 있는 사람들도 곤란해 할 거야.

엄마의 도구가 될 일도 없어. 저주를 계승하지 않아도 돼.


"거절하는 게 좋으려나. 한 번 가면 실패는 할 수 없어. 입학금도 공짜가 아니고 엄마의 체면을 구기게 돼. 어떻게 하지."


괜찮아, 슬레타.

거절해도 돼. 도망쳐도 돼.


"어떻게 하지,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가는 게 좋겠지. 하지만……"


도망쳐, 슬레타.

도망쳐. 도망쳐. 도망쳐.

그렇게 뇌까리는 내 목소리가 들릴 리가 없는데도, 슬레타는 내 목소리에 대답하듯 말했다.


"……도망치면 하나"


!


"나아가면 둘. 이지? 에어리얼."


놀랐다.

슬레타는 도망치지 않는다고 했다.

어렸을 땐 울기만 하고, 내 품으로 도망쳐 왔던 슬레타가, 지금은 앞을 바라보고 있다.

엄마의 말을 자신의 힘으로 바꾸어서.

……그렇구나, 슬레타. 너는 성장한 거구나.

이제 내 안에 숨어 있던 작은 여자 아이가 아니구나.

계속 지켜 보고 있었는데도…… 나야말로 슬레타를 보고 깨달았어.


"있지, 에어리얼. 나아가면 분명 둘만이 아니라 더 많은 게 손에 들어올 거야. 공부도 물론 할 거고, 친구라던가, 선배라던가, 데이트 같은 것도 하고 말야."


좋구나, 슬레타.

잃어버릴 것을 세는 것보다 얻고 싶은 걸 세는 편이 훨씬 좋아.

학교에 가는 게 설령 엄마의 복수를 위해서라 해도.

용기를 준 것이 설령 엄마의 말이라 해도.

슬레타. 너는 그것보다도 더 많은 걸 얻어내면 돼.


"가자, 에어리얼. 함께라면 분명 괜찮을 거야."


그건 내가 슬레타에게 전하려 생각했던 말이다.

물론, 함께 갈 거야.

왜냐면 우리는 가족이니까.

나는 동의의 의미를 담아 모니터 표시를 두 번 깜빡였다.






이미 번역한 게 있는데 한 게 아까워서 올림

본편을 이해하는 데도 아주 중요한 소설인 거 같아 보는 사람들이 조금 더 많았으면 하고 번역했음

퍼가려면 여기저기 그냥 퍼가도 돼

오역 지적은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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