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르라미만 봤을때 용기사의 장점은 미스터리한 분위기의 조성, 깊이있는 내면묘사, 캐릭터의 성격을 갈등을 일으키는 장치로서 잘 활용한다는 점임

반대로 존나게 못하는건 떡밥을 풀어나가는 과정임.
7챕까지는 플래시백이라는 치트키를 쓰긴 했지만 이야기 진행 중에 자연스럽게 떡밥이 풀리는 느낌이었다면 8챕은 조각엮기라는 개씹사기 치트키까지 쓰는데도 떡밥 푸는게 고봉밥이라서 목 막힐 지경임.

타카노 서사를 막챕와서 5시간이나 풀고도 해결이 안되서 조각엮기에서 또 풀고 있는건 앞선 챕터에서 풀었어도 되는 내용을 제대로 풀지
못했다는 뜻이고 명백한 비중조절 실패임. 막챕 절반은 쓰르라미 해설집이라 불러도 무방할 지경.
진짜 능력있는 작가라면 스토리 진행 사이사이에 이러한 떡밥을 자연스럽게 풀겠지만 뭐 이건 용기사의 한계니까 그렇다 침.
근데 챕터 절반을 해설집처럼 썻으면 핍진성이라도 챙겨야지 아무리 작품주제가 믿음과 기적이라지만 문제해결과정이 죄다 기적이면 이게 맞니 용기사야?

반대로 한정된 범위 내에서 떡밥푸는 능력은 용기사가 나쁘지 않음.
오히려 좋은 편임.
근데 인물의 시점 변경은 개같이 못 써먹음. 최악이 7챕에서 리카가 히나미자와 증후군 설명하는거 보면 알거임. 시점이 왔다갔다해서 자세히 안보면 화자가 리카인지 용기사인지 구분이 안감.
반면에 한 인물 시점으로만 이야기를 진행할때는 장점인 심리묘사가 빛을 발해서 몰입감이 커짐.

이게 극대화 된게 문제편이랑 메아카시임. 와타나가시랑 메아카시편에서는 용기사가 좋아하는 짝사랑, 애정결핍이 듬뿍 들어가서인지 필력도 좋을뿐더러 미시온의 캐릭터성이 갈등 장치로 잘 활용되고 성우의 열연까지 더해져서 독자의 몰입감은 최고조에 달함.
게다가 메아카시편은 쓰르라미라는 타이틀을 때고 보더라도 단편으로서의 서사가 완벽함. 시온이라는 인물이 피해의식과 주변환경에 의해 어떻게 살인귀가 되는지 공감은 못하지만 이해는 해볼 수 있음.
5챕이 인방탈때마다 논란이 되는 것 자체가 용기사의 감정지배가 성공한거고 시온을 입체적인 캐릭터로 잘 만들었다는 증거니까.

물론 6,7,8챕이 있었기에 쓰르라미가 지금같은 인기를 얻을수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용기사라는 작가의 장점이 점점 퇴색되는 느낌이라 아쉬움.
이후 작품들은 지나치게 긴 플레이타임, 대중성의 결여 등 단점이 더 커지는 느낌임. 플레이타임이 길수록 판을 짜고 마무리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한데 쓰르라미만 봤을때 용기사는 일정 범위 내에서는 그걸 잘하지만 그 범위를 벗어나면 자기 역량으로 커버할 수 없어서 과정을 결과에 끼어맞추는 느낌이었음.
스포 당하는게 별로 신경 안써서 괭갈 내용은 대충 아는데 괭갈이 욕먹은 이유도 이거랑 비슷한 거 같음.

그래도 나중에 괭갈은 한번 해보긴 할꺼같다. 울적에 시리즈 신작인 키코니아는 평이 좋던데 이건 잘 됬으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