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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갤문학] [화갤문학] 시한부 천재가 살아가는 법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2.23 14:44:12
조회 3714 추천 138 댓글 48
														


“소협. 길이 양양에만 있지는 않네.”


종남파 장로 여일신이 소년에게 말했다. 륜을 쥔 혈염교 혈귀 하나와 패검종 무인 넷을 격살한 뒤부터 그녀는 그를 소협이라 칭했다.


제 어미를 잡아먹고 태어난 정가장의 셋째로써는 상상치도 못했을 귀한 대접. 상상 속의 신선에게 인정받았다는 기쁨에 얼굴을 들이미는 마음 속 아이를 억지로 밀어내며 소년은 고개를 기울였다.


“종남산에 함께 오르는 건 어떤가? 내 정중히 권하지.”


종남파의 명족 장로가 하는 말이었다. 그 무게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총관과 그의 둘째 형 정중산이 숨을 삼키는 것이 들렸지만 정작 소년은 멍하니 여일신을 바라보았다.


정가동공(鄭家動功)의 대성에 이름과 동시에 자신의 천명을 깨달은 직후였다. 자신의 천명을 극복하기 위하여, 친가가 자리 잡은 양양의 입황성으로 행해야겠다는 마음을 품은 뒤였다. 못해도 3년이 지나면 요절할 팔자. 어린 소년은 입황(入荒)을 제외한 다른 길을 알지 못했다.


그의 눈이 아래를 향했다.


시산혈해(屍山血海)였다. 그의 손에 죽은 다섯의 무인을 제외하고도 무수한 이들의 시체가 모여 지옥도를 일구고 있었다.


있는지 없는지 관심도 없어하던 가솔들, 언제나 그를 멸시하던 첫째 형과 그 아내, 자신을 증오하고 또 증오하던 아버지, 일면식 하나 없는 온갖 십삼천의 무인들까지…….


어린 대종사는 생각했다. 인생은 무상하구나.


고작 이렇게 죽기 위해 살아오던 삶이 아니었을 터였다. 주검 중 누구라도 마찬가지였다. 둘째 형 정중산이 종남파의 제자가 된다는 말에 기뻐하며 가문의 부흥을 기대하던 가족들도, 민초들을 수탈하기 위해 힘을 기른 사마외도 십삼천의 무인들도.


저들은 모두 그보다 우월한 자들이었다. 하루살이가 아니라는 점이 그랬다. 그런 이들조차 하루살이보다 오래 살지 못하는 곳이 강호였다.


만일 그가 천하목의 과실을 얻는다 하여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열매를 얻어 수명을 연장한다 한들 쥐도 새도 모르는 사이에 염라의 앞으로 떨어질 수 있는 것이 삶이었다.


어린 소년은 생각했다. 어머니에게 많은 것을 말하고 싶다고.


시도조차 하지 않은 일 때문에 그가 요절하더라도, 최소한 백옥경(白玉京)에 있을 어머니에게 자랑할 만한 이야기를 많이 들고 가고 싶다고.


소년의 마음 속 검이 황(荒)을 지워냈다. 가능했을지 모를 미래를 지워내며, 새로운 글자를 새겼다.


“장문 제자로 추천할 생각일세. 소협이라면…….”

“그리하겠습니다.”


조용하던 소년의 태도에 조바심을 낸 여일신의 말을 끊으며 소년의 목소리가 정가장의 장원을 채웠다. 대총관과 여일신의 얼굴에 기쁨이 차오르는 것을 바라보며 어린 소년은 생각했다.


죽는 날까지 즐거운 이야기를 많이 쌓아 가져가겠다고. 하늘에서 선녀들의 노랫소리를 들었을 어머니조차 즐거워할 삶의 이야기를 만들겠다고.


정연신(鄭煙燼). 타다 남은 연기라는 이름을 지닌 소년의 마음 속 검이 종남(終南)의 글귀를 그렸다.


정연신. 지학(志學).

종남산에 오르다.


**


절벽이 보이는 어느 봉우리. 소년의 검이 천천히 허공을 그었다.


아롱지는 햇살이 검신의 날을 타고 흘러내리고, 흘러내린 빛이 방울로 화하여 땅으로 흘러내린다.


유(柔)의 이치였다. 본래 삶의 시간에 쫓겨 쾌검을 이루었어야 할 소년의 검은 이제 촉박함이 없었다. 자신의 천명을 받아들이고, 그 시간을 가장 아름답게 살아가기로 결정한 소년의 무학은 이미 그 기질마저 벗어던지고 있었다.


검종의 절벽에서 반사된 자그마한 빛으로부터 시작된 검무(劍舞)는 방울이 지표에 떨어지며 산란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떨어진 방울이 그려내는 무수한 작은 입자들. 은하(銀河)를 하늘에서 때어 땅으로 끌어내린 것 같은 광경이었다.


소년이 종남의 글귀가 적힌 현판을 지나온 지 일 년이 지나지 않았건만 소년의 검은 이미 종남 무학의 근원이라는 우주(宇宙)를 온전히 담아내고 있었다.


그를 멀찍이 바라보던 종남검선(綜南劍仙) 종여일은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가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후기지수가 그려내는 검이 단순히 우주를 그리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색채를 그려나가고 있었다. 신검단주 용희명의 용환검이 연상되는 것은 종남의 태상장로로써 어쩔 수 없는 반사작용이었다.


소년의 뻥 뚫린 백회혈을 볼 때면 마음 한구석이 답답해지는 것을 어찌할 수는 없었지만, 소년이 삶을 저렇게 살아가기로 결심한 이상 어른인 그는 담담히 그를 지지해 줄 뿐이었다.


동시에, 그런 소년의 곁에서 묵묵히 검을 휘두르고 있는 여인이 보였다.


흑단처럼 늘어뜨린 머리칼 위에 독특한 깃 장식을 달고 있는 여인. 소년, 정연신이 종남산에 오르기 전까지는 종남제일기재라 불리우던 검룡 위지묘화였다.


한때 검종이 남겼다는 유산, 구양일식을 연마하는 위지묘화의 검끝은 심히 흔들리고 있었다. 검에 대하여 문외한인 이가 본들 심마에 들었음이 명백한 모습.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이 천하제일의 기재인줄 알았거늘 진정 여의주를 문 이무기를 만난 셈이니. 허나 종여일은 그런 위지묘화를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정연신에 대한 개인적인 호감과는 별개로 그는 종남파의 태상장로였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정연신에게 사죄를 되뇌이며 종여일은 위지묘화에게 입을 열었다.


**


소년이 종남산에 오른 이후로 네 번의 계절이 바뀌었다. 고작해야 일 년이었을 뿐이지만 이전과 이후의 소년은 명백히 다른 모습이었다.


정가장에서 핍박받던 셋째는 이제 종남파를 대표하는 후기지수 중 하나였다. 모든 종남파 무학을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스스로 새로운 무학을 창출해내는 그의 무공에는 하나의 이름표가 붙었다.


한중 무림맹회의 개파식에서 모습을 드러낸 어린 소년고수에게 붙은, 수많은 중견고수들을 검 한 자루로 농락하던 광오한 그의 자질로부터 기인한 별호가 그 선두에 있었다.


괴룡(怪龍) 무맥. 이제는 종남괴룡(終南怪龍)이라는 별호로 불리는 정연신이 종남산에서 일구어낸 무맥이었다.


용봉지회에서 청기린 남궁세진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장법 계운(溪雲)을 연마하던 정연신의 곁으로 홀연히 위지묘화가 다가왔다.

종남파 비전 신법 은하유영비(銀河遊影飛) 특유의 푸르른 경파가 빛의 조각들을 반사시켰다.


“사제. 뭐하고 있었어?”


일전, 종남검선 종여일이 그녀에게 자신의 천명을 알려준 뒤로 위지묘화는 언제나 정연신을 자신의 동생처럼 대했다. 아직 자신을 살갑게 대하는 사저의 모습이 익숙지 않은 정연신이었지만 그녀와 함께할 때면 알지 못했던 가족의 정을 느끼곤 했다.


비단 위지묘화 뿐만이 아니었다. 구양신, 여일신, 종여일, 단애검, 무령권, 심지어는 정중산과 조카 정혜. 정가장에서 느끼지 못했던 가족애를 그에게 비쳐주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정연신인 문파(門派)라는 이름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어머니.’


당신이 나를 어떤 마음으로 낳았고, 어떤 마음으로 떠났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당신이 준 삶을 충실히 살아 보겠다고. 이들과 함께하는 생활이, 당신에게 들려드릴 내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사제?”


넋을 놓고 있던 시간이 길었던 탓일까. 한걸음 더 다가온 위지묘화의 몸에서 여성 특유의 달콤한 체향이 풍겨옴과 동시에 무릎이 시큼거리기 시작했다. 나이를 먹음에 따라 제 손을 벗어난 육체의 작용에 눈살을 찌푸리기도 잠시, 어린 소년은 생각했다.


‘이건 어머니께 말씀드리지 말자.’


입황마가의 영애였던 어머니는 제 아들의 신체가 윗배분의 사저를 보며 반응했다는 말을 딱히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며. 정연신은 위지묘화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


[용두방 섬서지부 보고.

一. 서안.

-패검종주 출현.

-오랜 폐관을 깨고 나온 것으로 추정. 폐관 이전에 비해 기파가 변화.

-패검종의 정예 무인들이 종남산 근처로 밀집. 종남검선의 사후 처음 일어나는 방파대전.

-패검종주가 서천검공 구양신 격살.

-살아남은 종남파 문하의 제자들은 도주. 찬음쌍마를 비롯한 여령 휘하의 무인들 출현. 십삼천 둘의 협력.

-운중검룡 위지묘화와 종남괴룡 정연신의 행방이 묘연.


二. 동(東), 안휘.

-청기린 남궁세진 출두.

-용봉지회에서 만났던 종남괴룡 정연신과의 교분을, 그리고 정파로써의 협의를 말함.

-남궁세가 무인 수십이 자원. 임시 무력대 환룡대(喚龍隊) 결성.

-한중 무림맹회에서 괴룡과 교류한 선룡을 비롯한 후기지수들의 동조의 의사를 표명.

-목표는 종남괴룡 정연신을 비롯한 종남 제자들의 구출.


三. 사천.

-멸문한 사천당가의 용봉쌍독 출현. 아미파에 의탁.

-십삼천 십전문주가 휘하의 초고수 검갈마와 흉검을 이끌고 출진. 방향은 섬서.

-순마련주와 금시문주의 행방은 묘연.


四. 섬서 전역.

-한중 무림맹회의 검성이 환룡대에 참전 의사를 표명.

-화산파 장문인 성화검신 율하낭랑이 여령 섬서제일마 격살.

-화산파 천주진인이 매화검수들을 이끌고 출전. 방향은 종남산.

-검성과 성화검신이 패검종주와 십전문주를 격살할 수 있냐의 여부에 따라 차후 섬서의 행방이 정해질 것으로 추측.


五. 양양, 입황성.

-종남의 멸문임에도 큰 움직임이 없음. 마광익 전멸의 여파가 큰 것으로 짐작.

-원로원주 신벽의 사망. 흉수는 혈염교주와 멸문한 당가 태상가주 당태독.

-한중 무림맹의 발호로 인하여 영향력 축소.


**


종남산이 불타올랐다.


긴 폐관을 깨고 패검종주가 출두한 탓이었다. 제 수하들을 이끌고 종남의 현판을 짓밟은 패검종주는 순식간에 종남의 본당까지 밀고 들어왔다.


종남파를 지탱하던 절세고수 중 하나, 종남검선이 ‘문’을 베고 귀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었다. 장문인이던 서천검공 구양신의 목이 베였다. 대장로 여일신과 수많은 고수들 역시 쓰러졌다. 살아남은 종남파 문하의 제자들은 뿔뿔이 흩어지는 수밖에 없었다.


아직 삼화취정을 이루지 못한 정연신과 위지묘화로써는 검선의 제자인 정혜를 대리고 도주하는 수밖에 없었다.


-종남 검룡의 검이 제법 매섭다더니, 토끼처럼 내달리는 경공을 보지 못한 놈들이 많았던 게로군 검룡 말고 주룡이 옳았는데.

-괴룡은 어떠냐. 그 자질이 남궁의 청기린마저 꺾었다 하거늘 달리는 꼴밖에 볼 수 없지 않느냐? 아마 청기린이란 놈 역시 하찮기 그지없었겠지!


등 뒤에서 비웃는 목소리가 들렸다. 여령 고수 찬음쌍마(燦音雙魔)라 불리는 이들이었다. 본래의 군자 정연신이었다면 금세 광화검류의 검식으로 격살했을 테지만, 패검종주의 일격을 받아낸 지금은 달랐다.


전신 혈도에 패검종주의 경파가 쌓여 있었다. 고절한 내가중수법이었다. 전신을 감싸주는 어머니의 손길이 아니었다면 달리는 일조차 하지 못했을 터였다.


“사질님…….”

“괜찮을 거예요.”


위지묘화의 품에 안긴 정혜의 목소리였다. 자신과 더불어 벌써 두 번의 멸문지화를 겪은 조카. 다른 점은 정연신은 본인은 군자라 불러 마땅한 어른이었으나, 정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었다.


정연신은 이를 악물었다. 정가장의 멸문 이래로 처음 겪는 일이었다. 모든 일이 자신의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느낌. 천하제일의 무공을 만들어가던 대종사조차도 이런 일에는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마음속에서 울화가 피어올랐다. 가족으로 자리 잡은 이들이 죽어감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무력함. 어린 조카조차 다시금 겁화에 말려들게 했다는 죄책감. 악행을 서슴치 않고 저지르는 사마외도 십삼천에 대한 분노.


그 모든 것들이 한데 모여 녹아내렸다. 마음속의 용광로가 불을 뿜어내며 작동했다.


아름다운 음율은 아니었다. 사마외도와, 운명과, 하늘을 향한, 혹은 그 누구에게 향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분노가 정연신의 심장을 움직였다.


쿵- 쿵- 쿵-.


박동이 크게 들렸다. 술법무공으로 그들의 뇌에 목소리를 때려 박던 찬음쌍마의 소리조차 머릿속에서 지워낼 정도로.


오늘날 종남괴룡 정연신의 견문은 결코 좁지 않았다. 종남파 무학, 남궁세진의 제왕검형, 선룡의 회풍무궁선법, 검성의 검법, 패검종주의 파황일식, 당장 등 뒤에서 쫓아오고 있는 문승(蚊蠅; 모기와 파리)의 음공까지.


그것들이 일제히 담금물이 되어 용광로에 달궈진 철을 식혔다. 분노로 이루어진 철의 노래(歌)가 마음속에서 검(劍)을 이루었다.


우웅-! 정연신의 손에 쥐어진 검이 울렸다. 심장과 같은 소리로, 장엄하게.


그 순간, 대종사는 깨달았다. 천하에서 가장 비천한 하루살이인 자신이, 삶을 대가로 얻은 능력이란 고작 이런 것밖에 할 줄 모르는 것이라고.

그러나 저 사마외도 잡것들의 목숨을 추수하는데 있어선 달리 다른 재능이 필요하지 않다고.


신공비기.

검가(劍歌).


종남의 검으로부터 터져 나온 소리가 희끄무레한 파동을 남기며 숲 전체로 퍼져나갔다. 옆에서 달리고 있던 위지묘화와 정혜는 물론이고, 숲 밖에서 천라지망을 이루고 있던 여령 낭인들조차 들을 수밖에 없는 소리로.


지극한 살의의 울림이었다.


툭, 하는 소리가 두 번 울림과 동시에 그들의 뒤편으로부터 느껴지던 두 마인이 떨어져 내렸다.

정연신이 평가한 대로 모기와 파리보다 못한 꼴이었다.


“사제……?”

“괜찮습니다.”


위지묘화도 검가를 들었다. 오로지 사마외도를 죽이기 위한 검가였기에 피해를 입지 않은 그녀였지만, 그녀의 자질은 검가에 담긴 심상을 읽어내기에 충분했다.

걱정으로 가득 찬 그녀를 빈말로 안심시키며 정연신은 검을 들었다.


“종남으로, 돌아갑시다.”


대종사는 복수의 길을 택했다.


**


종남이 멸문한지 일년이 지났다.

동시에, 패검종주가 검성과 성화검신의 합격을 버텨내고 폐관에 들었던 지도 일년이 넘었다.


그 사이, 강호는 무수한 격변을 맞이하였다.


팔가주 대부분이 격살 당했다. 사마외도 십삼천이 여령주의 주도 아래 결집했다. 입황성이 멸문했으며, 신검단주 용희명과 패협 마연적이 죽었다. 신승 범허가 열반에 들었다.


무수한 정파의 별들이 떨어졌다. 허나, 격변은 비단 정파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혈염교주는 사천에서 완성된 도가 삼청력으로 이루어진 태을신수를 맞고 죽었다.


순마련주는 달마대사의 응신을 얻고도 대종사의 검을 이기지 못했다.


십전문주는 제 십팔반병기술에 팔다리가 끊어졌다.


금시문주는 둥지를 펼치고도 소년의 검을 견뎌내지 못했으며.


몽인월주는 소년이 내친 각법 한수에 등허리가 끊어져 귀천했다.


심무련주는 무공군세와 함께 불귀의 객이 되었다.


암야전주는 삼십 리 밖에서 쏘아지는 이기어검에 목울대가 꿰뚫렸다.


태모산성주와 천극문주는 교룡을 불러 내여 신승 범허를 격살했으나, 성화검신과 귀곡제강(鬼哭帝江)이라는 두 고수의 합격에 시체조차 남기지 못했다.


명교주 소천무적은 신강에서의 귀곡제강과 만남 이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요족의 첩자였던 여령주는 자신이 믿고 따르던 투신과 함께 북방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온 강호는 격변을 맞이했다. 천하제일인이라 불리던 입황성주도, 북방 강호의 절대자이던 투신도 죽었다. 칠십 년간 나라를 지켜오던 건릉제가 승하했고 모든 십삼천이 절멸했다.


일 년 사이에 뒤바뀐 강호. 그리고 그런 강호의 마지막 절대자들이 일 년 전 불타버린 종남산의 정상에서 만났다.


“너인가.”


패검광도, 달리 말해 패검종주의 입에서 철판을 긁는 듯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비인(非人)이었다. 어린 시절의 친우이던 율하낭랑의 단전을 폐한 장본인. 천하목의 밑동을 베어내며 입황성주의 명줄을 끊은 옛 대리국의 왕자가 자신의 묵공신검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 앞에 선 것은 한 청년이었다. 이미 멸문한, 그러나 위지묘화가 재건한 종남파의 푸른색 도포를 입고 있는 청년. 그 끝자락은 청년의 이름처럼 타다 남은 연기가 절로 피어오르고 있었다.


일 년 만에 천하제일쾌 혁련풍월을 제외한 모든 십삼천주를 격살하고, 북방으로 향하여 나라를 위협하던 투신의 심장을 뜯어낸 자.


한 때는 종남괴룡으로 불리었고, 이제는 귀곡제강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종남파의 장문인 정연신이 검을 들었다.


대리국 왕세자와 정가장 셋째.

패검광도와 귀곡제강.

패검종주와 종남파 장문인.

중원 강호 절대자의 숨통을 끊은 이와, 북방 강호 절대자의 목숨을 거둔 이.


물과 기름처럼, 결코 섞이려야 섞일 수 없는 둘이 서로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그래.”


서서히, 패검종주의 전신으로부터 기파가 피어올랐다. 천하목의 화신이던 입황성주를 베어내고 완성된 파황검법의 내공진기가 종남산 정상을 뒤흔들었다.


“한 때의 인연을 끝맺어보자.”


패검종주의 팔이 반월을 그리며 허리춤 기해혈(氣海穴) 옆으로 묵공신검의 위치를 옮겼다.


전신 혈도의 경락을 이용한, 강대한 패검을 내치기 위한 기수식. 몸 전체가 한 자루의 검이 된 것 같은 위압감. 천하제일인이던 입황성주의 명을 끊은 패검종주의 성명절기가 이 자리에서 현현했다.


“파황일식이다.”


하늘이 무너졌다.


**


“사제. 다 왔어.”


어느덧 들려오는 위지묘화의 목소리에 정연신은 눈을 떴다.


그날, 종남산의 정상에서 패검종주의 목을 벤 이후 정연신을 달리 검을 들지 않았다. 종남산의 ‘문’은 검선께서 베고 귀천하신지 오래였고, 괴력난신이 아닌 이상 천하제일인인 정연신으로 하여금 무공을 쓰게 할 존재는 없었던 까닭이다.


위지묘화와 정혜, 그리고 정연신을 태운 마차가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정연신의 가죽신이 사뿐히 땅 위로 내려앉았다.


완전히 불타버리고 만 거대한 성채. 한때 해자에 둘러싸여 천하제일문으로 불리우던 입황성이 있던 흔적이었다.


여령주 주도하의 사마외도 십삼천에 의해 짓밟혔던 양양 땅이었지만, 그로부터 시간이 흐른 지금은 민초들이 몰려들어 다시금 삶의 터전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정연신이 발을 디딘 양양은 비단 민초들만이 모인 곳이 아니었다.


남궁, 제갈, 사천당문의 이름이 적힌 마차가 정연신의 안법에 들어왔다. 화산파 매화검수들의 암향표에서 불어 닥치는 매화향이 콧가를 간질였다. 무당과 소림 등 다른 구파일방의 초고수들 역시 있었다. 무림맹에서 겪어봤던 검성의 기파가 피부를 타고 느껴졌고, 동시에 잠행술을 쓴 채 숨어있는 혁련풍월의 기운 역시 느낄 수 있었다.


정연신의 강호행에서 만난 인연들이었다. 시작이 어떠했든, 결국엔 이 자리에 모여준 이들.


정연신이 써내려간 이야기가 되어 주었기에 그 끝을 볼 자격이 있는 귀인들이었다.


한때, 마광익이라 불리던 입황성 신검단의 전각이 있었던 서쪽 성곽. 폐허가 된 그곳에 천천히 정연신의 가죽신이 맞닿았다.


무공을 쓰지 않은지 해가 지났음에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천하제일인 특유의 강대한 기파를 숨기지 않았다. 저마다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무림인들과 민초들의 시선이 일제히 몰렸다. 정연신은 멈추지 않았다.


청기린 남궁세진. 선룡 제갈현. 정심안 제갈청아. 용봉쌍독 당려려, 당여화. 소림승 각정과 원종. 화산파의 유현과 천주진인, 율하낭랑. 점창파의 검후 금선선과 소검후 취소옥. 청성파 청수진인. 아미파 백약사태. 공손세가 공손민, 검성 현소백. 그리고 그 밖의 무수한 인연들.


정연신은 생각했다. 이 정도면 잘 살지 않았나.


문뜩 자신의 소매를 부여잡는 힘이 느껴져 정연신은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돌아보니 위지묘화가 그의 팔을 잡고 있었다.


“사제.”


언제나 당당하던 여인이었다. 멸문지화를 입었음에도 정혜와 그를 이끌어주던, 내심 자신보다 장문인으로 어울린다 생각하던 사저였다. 그런 그녀의 얼굴에 울음기가 맺혀 있었다. 도교 정종 문파의 무공을 익혀 마음을 다스리는 일에 익숙할 그녀가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는 의미였다.


정연신이 그녀에게 품는 감정은 복합적인 것이었다. 자신과 달리 하루살이가 아니라는 것에 대한 질시, 협의심에 대한 존경, 사제로써 가진 가족애, 그를 지탱해 준 것에 대한 감사, 종남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 그리고 삶의 마지막이 돼서야 인정한-소년의 서투른 연모까지.


“사저.”


정연신은 위지묘화의 손을 맞잡았다.


피차 삼화취정의 경지를 이룬 초고수였다. 상단전이 발달한 둘 사이에는 많은 이야기가 필요 없었다. 하고 싶었던 말, 하지 못했던 말……. 아직은 어렸던 대종사의 서투른 감정이 그녀를 향해 전해졌다.


“감사했습니다.”


손을 놓았다. 그의 무력은 달라졌으나 죽음에 관한 생각은 최초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죽기 싫었다. 더 많은 삶을 누리고 싶었다. 중원의 온갖 명소를 돌아보고, 수많은 인연을 쌓아가고 싶었다. 정연신은 그 감정으로부터 눈을 돌리지 않았다. 죽기 싫은 자신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제는 떠날 시간이었다.


커질대로 커져 이제는 일말의 여과도 없이 천지의 기운을 상단전에 내리꽂는 백회혈. 순간순간을 넘어 짧은 호흡조차 무공으로 삼는 경지였다.


“……이 자리에 온, 천하귀인 친전(親傳).”


소년 대종사의 목소리에서 떨림이 느껴졌다. 삶의 끝자락이었다. 두렵지 않을 리 없었다.


동시에 그는 생각했다. 어머니에게 받은, 비천한 짧은 목숨. 이 자리에서 세상을 위해 돌려주겠다고.


“종남파 태상장문, 정연신.”


그걸로 끝이었다. 그 밖의 다른 말은 필요하지 않다는 듯, 소년의 유언은 그것으로 끝이 났다.


스릉,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허리춤에서 한 자루 검이 뽑혀 나왔다. 검선에 ‘문’을 베고 귀천한 이후부터 그의 강호행을 함께했던 검선의 유산. 손아귀에 쥔 검으로부터 그를 안심시키려는 것 같은 따스한 울림이 느껴졌다.


짧은 호흡. 숨을 내쉼과 함께 울리는 검명(劍鳴). 정연신으로 하여금 귀곡제강이라는 별호를 붙여주었던 검가가 이전과는 달리 따스한 울음소리로 퍼져나갔다.


검무(劍舞)가 시작되었다. 시작은 쾌검이었다. 무언가에 쫓기듯 급박함이 묻어나오는 검. 입황성 분류로 자색에 위계에 올랐을 고수들이 즐비한 이 순간의 양양 땅에서도 따라갈 수 있는 이가 적은 쾌검이었다.


그리고 순간 검이 전환되었다. 부드럽게 흐르는 검. 태양의 빛을 그대로 흘려보내는 여유로움이 드러나는 검이었다. 햇빛을 반사시킨 검의 끝에서 빛이 갈라지며 별무리가 되어 땅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별무리가 피어올랐다. 한낮의 아지랑이, 여름밤의 꿈을 꾸는 반딧불이처럼.


검룡(劍龍).


한 자루 검이 떠올랐다. 여인과 소년의 만남은 사저와 사제였다. 여인은 소년의 자질에 심마를 얻었고, 소년은 그런 여인에게 언제나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 마음은 마침내 돈독한 인연으로 맺어졌다.


기린(麒麟).


한 자루 검이 떠올랐다. 소년과 청년의 만남은 적이었다. 용봉지회의 결승에서 적수로 만났던 둘. 서로의 성명절기를 주고받으며 완성했던 장법 계운의 경파가 검에 실려 하늘로 올라갔다. 언제나 자유롭기를 바랬고, 결국엔 그렇게 된 남궁세진처럼.


낭랑(娘娘).


한 자루 검이 떠올랐다. 소년과 여인의 만남은 멸문한 문파의 생존자와 대문파의 장문인이었다. 날카롭게 신경을 세우던 둘은 많은 싸움을 거치며 인연이 되었고, 그녀의 단전을 앗아가며 회한이 되었던 패검종주를 정연신이 베며 은원을 청산했다.


그 밖의 무수한 검이 떠올랐다. 검성(劍星), 쌍독(雙毒), 금시(金翅), 견암(堅巖), 잠룡(潛龍), 십전(十全), 암야(暗夜), 선룡(扇龍), 신승(神僧), 천극(天剋), 골편(骨片), 여승(女僧), 무룡(武龍), 청운(靑雲), 적하(赤霞), 부친(父親), 태극(太極), 고검(古劍), 가애(嘉愛), 미후(獼猴), 투신(鬪神), 비인(非人).


좋은 인연이었던 검이 있었다. 적수였던 검이 있었다. 서먹했던 검이 있었고, 끝내 오해를 풀지 못한 검이 있었다.


모두가 정연신의 삶이었다. 그들이 정연신이라는 인물을 이루어주었고, 이야기가 되어주었다.


살아가며 자신이 익힌 모든 무공을 집대성하고 그를 세월로 담금질해 풀어내는 것을 공월무(共越武)라 하였다. 그랬기에 삶의 짧은 순간조차 무공으로 삼는 대종사는 공월무를 지금껏 이루지 못하였다.


이제는 아니었다. 살아가며 공월무를 이루지 못한다는 의미는, 바꿔 말하자면 삶의 끝자락에선 이룰 수 있다는 말이었다. 강호를 달려오며 얻은 무수한 견문의 그의 검이 되었고, 심상이 되었으며, 깨달음이 되어 한 수에 풀어졌다.


언젠가 항주의 하늘에서 보았던 천극문주의 천충검해처럼, 하늘을 아득히 채우며 퍼져나가는 수백수천 자루의 무형검.


지대무외(至大無外). 지극히 큰 것에는 밖이 없다 하였다. 뻥 뚫려 천지와 소통하게 된 정연신의 백회혈은 그 말처럼 밖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경지. 흔히 도교에서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 부르던, 어쩌면 생전의 입황성주만이 이루었을지 모를 경지에 정연신은 다다랐다.


끊어지지 않는 검무를 추며 자신의 삶을 풀어나가던 정연신의 품속에 있던 법보가 반응하였다. 한때 타락한 제갈가주를 베기 위해 걸음 했을 때, 그를 가로막았던 언화련이 주었던 법보. 타인과 자신을 잇는 신령한 힘이 정연신의 백회혈에 내리꽂혔다.


다음 순간, 그가 눈을 떴을 때 그곳에는 한 청년이 있었다. 지금의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듯한 청년. 노을빛으로 물든 장포와 정연신과는 다르게 길게 기른 장발 아래로 희미한 미소가 보였다.


그런 그의 주변에는 두 아이가 있었다. 아버지의 외모를 그대로 물려받은 듯 훗날 경국지색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붉은 홍옥 같은 눈을 지닌 남아와 여아가.


청년이 고개를 들었다. 정연신은 정연신과 눈을 마주했다.


언화련의 법보가 보여준 짧은 풍경. 이것은 어쩌면 소년이 마주했을지 모를 다른 미래의 모습이었다. 입황성에 입문해, 지금과는 다른 인연을 맺고, 다른 싸움을 거쳐…… 마침내, 수명을 극복하는.


[한 가지 여쭙고 싶습니다.]


정연신이 말했다.


이것은 수명을 극복한 그가, 자신과는 다른 선택을 한 정연신에게 보내는 전언이었다.


[정말로 마음의 검을 세울 수는 없는 겁니까? 심즉살의 심검 말입니다.]

[나와는 길이 다르니라.]


그가 입황성으로 향했다면 언젠가 입황성주와의 대담에서 들었을 말. 입황성주 위군혜로부터 입황성주 정연신으로, 그리고 연화나타 정연신으로부터 귀곡제강 정연신으로 이어지는 세계마저 초월한 가르침이었다.


[너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는.]


짧은 마지막 말. 마치 격려해주듯, 귓전을 울리는 영롱한 목소리와 함께 정연신의 의식은 부상했다.


검무의 막바지였다. 이미 그의 심중에 있던 견문의 검은 모조리 풀려나 하늘을 수놓은지 오래였다.


검선(劍仙).


마지막 검이 그의 심중에서 풀려났다. 그의 기억 속 가장 깊이 남은 검. 종남의 ‘문’을 베고 귀천한 종남검선 종여일의 마지막 심검(心劍).


순간 공월무의 이름을 지어야 한다는 생각이 정연신의 머리를 스쳤다. 훗날, 천하제일인의 공월무로 세상의 역사에 새겨질 의념.


[공월무.]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의 삶은 애초부터 이와 이어져 있었으며 이를 벗어나지 않았으니.


태어날 때부터 소년을 위협했으며, 소년이 받아들였고, 마침내 삶의 끝이 된 그 이름.

천하제일의 자리에 이름을 새긴 대종사의 마지막 의념이 양양 땅 위로 고요하게 울려 퍼졌다.


[우화등선(羽化登仙).]


서걱.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베이는 듯 한 기분이 들었고.


허공에 풀려 있던 수천 자루의 검이 제각각 전 중원으로 흩어졌다.


검선으로부터 얻은 마지막 깨달음. 천하와 소통하던 대종사가 최후의 삶을 불태워 일궈낸 회광반조, 심즉살의 신공절학.


공월무, 우화등선.


그날, 중원의 모든 ‘문’이 베어 떨어져 내렸다.


고금에 이름을 남긴 제일인의 검만을 땅 아래 남겨둔 채로.


종남괴룡, 귀곡제강, 개천검선(蓋天劍仙).

고금제일인 정연신.


온 강호가 보는 앞에서 문을 베었고, 등선하였다.


향년 십구 세였다.




**






쓰고보니 14000자를 넘겨서 이렇게 올림 디시 글제한 있는줄 몰랐다


정연신이 여일신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으로 시작한 if, 아마 칠사도가 없을테니 정실은 위지묘화 아닐까.....


쓰면서 새삼 느낀건데 자시소 존나 대단함 광야일멸 같은 별호는 어떻게 생각하는거냐


+ 읽기 편하라고 이미지에서 수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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