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주시자가 전생자의 싸움을 바둑으로 묘사한 적도 있고 이번에 포석과 수순이란 말도 사실상 바둑 용어란걸 생각하면, 사실상 종말과 계시와 전생자 모든게 거대한 굴레의 바둑판에서 이뤄지는 수읽기 싸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음

그리고 포석이란 중후반의 전투를 대비하여 초반에 중요한 요소요소마다 돌을 배치하는 것을 말하고, 수순이란 착수, 그러니까 돌을 놓는 순서를 말함. 서로 사활이 걸린 수상전에서는 수순이 아주 중요하다고들 말함

포석은 정석적인 것으로는 화점을 먹어 집을 만들게 쉽게 하고, 차후에 있을 중앙의 전투에 쉽게 뻗어나가기 쉽게 하는건데 이런 면에서 황제의 포석은 하나하나가 아주 치밀하다고 할 수 있다. 삼황오제, 가면, 칠요, 칠요의 시련, 구천현녀, 응룡, 광성자, 창힐, 공손세가까지 전부 황제가 종말에 대비한 포석이라고 할 수 있음. 대표적인 예시가 비류가 강림했을 때 사공린을 보고 '황제여, 여기까지 인과율을 읽었는가?' 하며 경탄하는걸로 알 수 있음

수많은 옛 지배자가 주시하고 있는 바둑판 위에 황제의 수가 곳곳에 포진 되어 있고, 중요 국면마다 언제든지 황제가 개입 할 수 있는 수가 준비 되어 있음. 사실상 인과율을 읽고 누구보다 멀리 내다 볼 수 있는게 황제이기 때문에 포석에 집중하는건 아주 올바르다고 할 수 있음. 인과율을 계산해 중요한 순간을 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

수순은 돌을 놓는 순서인데 이 돌을 놓는 순서가 왜 중요한지는 바둑을 둬본 사람은 알거임. 일반적으로 1234의 위치에 순서대로 돌을 놓는다고 했을 때, 이걸 1324로 바꾸기만 해도 그게 악수가 되거나, 1423로 놓으니 기막힌 묘수가 되는 일들이 바둑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남. 즉, 흉신이 수순을 중요시 여긴다는건 자신의 수읽기와 사활을 읽는 능력에 절대적인 자신감이 있다는 소리임.

근데 개인적으로 이게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함. 보통 수순이란 수상전에서 중요하게 쓰이는데 수상전은 공배가 많은 사람, 즉, 활로가 더 많은 사람이 이김. 서로 공배가 똑같으면 먼저두는 사람이 이기게 되어 있음. 작중에서 여러번 언급된게 계시에서 가장 앞서 있는게 흉신이며, 실제로 흉신은 계시의 석판을 소유하기도 했고. 그걸 생각하면 흉신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가장 공배가 많은 사람, 혹은 먼저 수를 둘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해 수순에 집중하는거라 생각함.

그러니까 황제와 흉신의 싸움이란, 누구보다 멀리 보고 있기 때문에 중대국면의 포석을 먼저 선점하는 황제와 누구보다 유리한 입장에 있기 때문에 다가올 싸움의 수읽기와 싸움 그 자체에 집중하는게 흉신이라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