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복한 환경에서 나고 자랐다. 가톨릭 세례를 받았고 안락하고 호화로운 생활을 하며 성장했다. 아버지는 품격있는 분이셨다. 가난한 이를 착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버지는 다른 부자나 기득권보다 나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가난한 이를 돕지 않았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중립은 중립의 탈을 쓴 편향이다. 나는 복합적 이유로 출가해서 가난한 이들의 일상으로 뛰어들었다. 세상의 비정함과 잔혹함을 알게 되었다고 확신할때마다 더 비정한 이들과 더 비참한 희생자들을 알게 되었다. 나는 돈 이상의 것을 원했다. 그렇다고 현재의 좋은 명성을 얻겠다는 것도 아니었으니 내가 원한 것은 ‘해방자’로 역사에 기록되는 것이었다. 역사라는 열차의 폭주하며 후진하는 엔진에 균열을 내고 싶었다. 나는 그러한 바람에 이끌려 내 동생 라울과 나와 학생운동을 하던 대학 동기들 같은 나와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을 규합해 탐욕의 요새를 파괴하기로 결정했다. 그 요새의 이름은 ‘몬카다 병영’이었다.그러나 그 원대한 꿈은 꿈일 뿐이었고 우리의 저항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결국 우리의 최선을 다했음에도 승리하지 못했다. 나는 붙잡혔다. 임시적으로 작은 철창에 같혀 있는 동안 별 생각을 다 했다. 사형을 당할 것이므로 새로운 세상의 순국자가 된다는 것을 위안 삼으며 처분을 기다리던 그때 나의 형량이 15년 형으로 결정됬다고 귀띔을 받았다. 나를 진압한 몬카다 병영의 상위 관할 기관에서 내 재판을 처리할 사람이 내가 가톨릭 학교에 다니던 동안 높으신 분들의 자제들한테 괴롭림 당하던 외톨이였기 때문이다. 그는 그저 진보적인 성향을 지닌 선량한 학생이었다. 그는 바티스타 독재정부에서 서민들을 달래기 위해 고급 가톨릭 학교에 중산층의 자제도 입학 가능하게 한 정책으로 겨우겨우 학교를 다니던 학생이었고 늘 조롱의 대상이었다. 나는 반발심에 그 학생을 옹호했고 괴롭히는 학생들을 ’파시스트‘라고 비난했다. 그 피해자는 약했으나 공부를 열심히 했고 그로 인해 내 재판을 관할하는 판사의 자리에 오게 되었다. 그는 자신을 옹호한 나에게 사형을 선고하기를 원치 않았으며 최대한 티 안나는 선에서 형량을 낮추려고 노력하여 15년 형을 선고할 것이니까 자결하지 말라고 귀띔해두려고 사람을 보냈다. 재판정에 선 나는 나를 폭도라고 비난하며 사형을 구형하던 검사의 앞에서 담담하게 말했다. 

’역사가 나를 무죄로 하리라‘.        -피델 카스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