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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선배가 유언으로 부탁했던 딸을 키우기로 했다. 2앱에서 작성

백붕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2 09:15:24
조회 314 추천 21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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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MT는 고기와 술판이 곧 생명이라고 볼 수 있었다.

다들 분주하게 테이블을 셋팅하고 역할을 나눠서 각자의 할일을 하고 있었다.

저녁 공기가 시원하고 캠프파이어가 설치되어 있어 나름 분위기 있는 장소

"내일 일어나면 해수욕장 갈래?"
"너 내일 일어날 생각을 하고 있구나?"
"미친년아! 첫 날부터 죽이면 다음 날 못 논다고!"

많은 학생들이 들 뜬 모양인지 웃는 얼굴이 사라지질 않았다.

약 4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모여있으니 연화는 아직 적응하지 못한 듯 애꿎은 휴대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 으휴 뚫리겠다 뚫리겠어. 그렇게 좋아?"
"어? ㅁ.. 무슨 소리야"
"너 계속 휴대폰만 보잖아 애인 아냐?"
".. 아 아니야 그런거.. 그냥.."

같이 사는 언니야.. 라고 말하며 말끝을 흐리는 연화의 모습에

연화를 바라보던 친구들은 왠지 짝사랑의 향기가 물씬 풍겨서 더욱 연화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뭐야? 우리 과 공식 여신 연화의 마음을 이렇게 애태우는 사람이 있다고?"
"ㄱ.. 그런 말 좀 하지마..! 뭐가 여신이야.."
"난 네 얼굴이었으면 이러고 안 살았어 진짜 세상 전부 꼬시고도 남았을텐데"
"오바는 진짜.."
"그래서 뭔데?? 같이 사는 언니라며 친언니야?"
".. 아니.."
".... 좋아해?"
"......"

연화가 얼굴이 붉어지며 말을 잇지 못하자 그런 반응을 본 친구들은 더욱 연화를 귀여워하기 시작했다.

"진짜 우리 학교 모든 남학생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우리 연화 마음은 이미 그곳에 있었거늘.."
"너 주변에 소개시켜달라고 했던 사람들 진~짜 많았는데 이제 거절할 거 생겨서 다행이다."
".. 날 왜?"
"... 너 너무 겸손한 것도 재수없는 거 알지?"
"ㄴ.. 나??"
"... 아니야.. 내가 너한테 무슨 말을 하겠냐.. 우리 순수한 연화한테"
"야 됐고. 그 언니 사진 좀 보여줘봐 있어?"
"아 응.. ㄱ.. 근데.."

연화는 자신에게 달라붙어 꼬치꼬치 캐묻는 친구들을 응시했다.

친구들은 연화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자 의아한 듯 물었다.

"왜?"
"..  보여주기.. 싫은데.."
".. ㅇ.. 왜? 어째서?"

'언니는 나만 볼 거야..'

라고 말은 안했지만 이미 표정에는 그렇게 다 드러난 연화를 보자 친구들은 더욱 흥분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야 그 정도야? 그렇게 좋아한다고!? 야 함만 보여줘 응? 한번만~~"
"너가 이렇게까지 숨기니까 더 궁금한데? 야 우리가 뭐 그 언니 뺏어먹냐? 우리가 잘 되게 도와줄게 어? 나 연애 많이 해봤다??"
".... 아.. 알았어"

연화는 하는 수 없다는 듯 갤러리에 들어가 홍의 사진을 찾아서 보여주었다.

친구들은 홍의 사진을 잠깐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살짝 멍해진 듯한 얼굴을 보였다.

".. 야.. .. 나 왜 여자인데도 반했는지 알 거 같음"
"잘생겼는데 예뻐 근데 예쁘면서 잘생겼어.. .. 뭐야 너?"

친구들의 눈에 가득했던 호기심은 불꽃이 된 듯 했다.

연화는 위기의식을 느끼자마자 휴대폰의 전원을 꺼버리고는 자신의 안주머니에 넣어버렸다.

"야! 뭐 치사하게 본다고 닳냐?"
"아니 너 어디서 아니아니 잠깐만 같이 산다며 어쩌다?"
"ㅇ.. 어릴 때부터 같이 지냈어"
"얼마나 어릴 때부터?"
".. 중학생?"
"너 그럼 그때부터 좋아한거야?"
"아니.. 그건 아닌데.."

어느 순간부터였는진 모르겠으나, 연화는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눈이 항상 홍을 쫓고 있었다는 걸 느꼈다.

홍이 자신을 보며 웃으면 좋았고, 목소리는 조금 낮아서 안정감을 주고 다정한 말투가 좋았다.

자신을 위해 요리를 배우는 것도 좋았고 비가 올 때 우산을 들고 데리러와주는 것이 좋았다.

추위를 잘 타는 제게 따뜻한 코코아를 타줄 때도 좋았고

감기에 걸렸을 때 옆에서 붙어 간호를 해줬을 때도 좋았다.

.. 그냥 홍이 해주는 모든 행동이 좋아서 그리고 미안해서 무언가를 바랐어도 바라지 않기로 노력했다.

하지만 홍은 언제나 자신만을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이 좋아서

언제부턴가 연화는 홍을 욕심내고 있었다.

그리고 홍이 홀로 맨몸 운동을 할 때 흐르는 땀과 살짝 보인 잔근육들, 그리고 굴곡 있는 몸매를 눈에 담았을 때는
그 날은 하루종일 얼굴이 뜨거워서 잠을 자지도 못했다.

"... 고백안했지?"
".... 응.."
"그 언니는 여자 좋아해?"
"연애하는 걸 못 봤어"

홍의 나이는 31살로 자기보단 11살이나 많지만 젊은 나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연화가 성인이 될 때까지 그녀를 돌봤던 홍은 그때 당시에는 20대였으나 항상 집에서 가사를 했던 그녀의 모습만 떠올랐다.

어딜 가도 홍은 연화와 함께 했으며, 따로 집을 비우거나 했던 적이 없었다.

하다못해 누군가 전화통화를 하는 모습도 본 적이 없었고 외롭다는 말이나 행동도 보인 적이 없었다.

... 그렇기에 지금 연화는 더 불안했었다.

홍이 연애에 완전히 관심이 없으면 어떡하나 싶었다.

하지만 지난 생일날 홍은 연화가 연애를 하고싶다고 말했던 그 순간

무언가 고심을 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생각이 많아질 때 홍의 미간은 살짝 찌푸려지는 습관이 있었다.

하지만 그 날 이후 홍은 평소대로 연화를 대해서 혹시 했던 기대감은 곧 실망으로 바뀌고 말았다.

"야 고기 다 됐다 먹어~~"
"... 야 가자!"
"휴대폰 그만 보고 와!"
"아 응.."
"연화 술 마셔?"
"마셔야지~~ 우리 한번을 못 마셨는데"
"나 술은 잘.."
"에이 언니가 잘 챙겨주께 알았찌?"


***


주먹이 공기 중을 가르며 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샌드백이 거침없이 사방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 펑!

수없이 날아오는 매서운 주먹질을 감당하지 못한 샌드백이 결국 자신의 내용물을 전부 공개해버리고 말았다.

펑 하고 터지는 소리에 놀란 중년의 남자가 헐레벌떡 창고에서 달려나왔다.

"야! 또 부숴먹었어??"
"미안해요 아저씨. 간만이라 힘조절이 좀 안되네?"
"요즘 화나는 일이라도 있어~? 오랜만에 와서 운동하는 건 좋은디.. 이거 다 가게 물건이여.."
"아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꺼내줘요 이번엔 안부숴먹을게요"
".. 뭣하러 운동 하나 몰라.."

홍은 예전에 알고 지냈던 동료이자 지금은 전역 후 동네에 허름한 복싱장을 운영하던 남자에게 찾아왔다.

가끔 휴가를 나왔을 때 이곳에 와서 남자에게 복싱을 배우고 여러 운동들을 배우곤 했다.

그 남자는 부대에서 모두에게 맨몸 기술을 가르치던 선생과도 같은 남자였고

특히 늦게 합류하게 된 홍에게 직접 붙어 그녀를 가르쳤던 사람이었다.

"이번에 부숴먹으면 3개째다? 쓰리아웃은 짤없어?"
"아이 알았다니까~"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한 남자는 마지막으로 미트를 달아주었다.

"안에 쇠라도 넣어놔야 안부숴먹나?"
"그래도 부술걸요? 맘 먹으면"
"너 부술 작정으로 때렸던 거 맞지?"
"오랜만이라 힘 조절 안된거라니까요~"

홍은 능청스럽게 말하며 글러브를 끼고는 다시 미트를 치기 시작했다.

한참 땀을 흘리고 나서야 조금 개운해진 홍은 남자가 건네는 음료를 받아서 벌컥벌컥 들이켰다.

"... 뭔 일 있나?"
"... 뭔 일은요.. 평화로워서 좋은걸요?"
"전역하니 뭐가 그리 좋든?"
"뭐.. 그냥 공기부터 다르잖아요? 제일 잘 아시면서"
"그 벽돌쪼가리 안먹어도 되는 게 젤 행복하더군.."
"잘만 드셨으면서 남에꺼까지 뺏어먹었잖아요"
"5일동안 거기 갇혀봐라 어? 그런거라도 먹어야 살지"
"저도 같이 갇혔거든요? 지만 특수부댄줄 알아.."

홍이 그렇게 말하자 피식 웃어보이던 남자는 홍이 웃는 모습을 보자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 아직 생각나냐?"
"... 어케 잊겠어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선배를.."
"..... 질리도록 들었겠지만.."
"제 잘못이 아니란 거요? 알아요 모두가 제게 그렇게 말하니까요"
"... 아직도 멀었나"
"제가 용서가 안되는 걸 어떡해요. 스스로가"

홍이 그렇게 말하며 괜히 음료를 한번 더 들이키자 남자는 혀를 차며 괜히 바닥을 쳐다보았다.

"... 그 애는 잘 컸나?"
"네 벌써 어른 되어서 지금 MT갔네요"
"그래선가?"
"뭐가요?"
".. 그렇게 화나보이던게 답답해보인다 해야하나?"
"관상도 배웠어요? 안 보던 사이에"
"우째 정확한가배?"
"전혀요. 복채는 받지 마세요"
"... 잘 컸재?"
".. 네 고맙게도"
"너만 고마운 게 아니다. 그 애만 잘 큰 것도 아니고"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터져버린 샌드백에 모래들을 치우며 중얼중얼거렸다.

".. 갈게요!"
"어 그려 수정이랑도 계속 연락해주고?"
"아저씨 딸은 아저씨가 챙겨요!"

홍은 그렇게 말하면서 신발을 갈아신었다.

"갈게요!!"
"가!!"

홍은 큰 목소리로 인사를 주고받았다.

밖에 나오자 어둑어둑해진 하늘과는 다르게 사방은 불빛이 번쩍 거리며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술냄새인지 담배냄새인지 아님 그 둘 다인지 사방이 술집이었다.

홍은 걸어서 지하철역까지 도착했고 들어가기 전 골목에서 벽을 기대고 서있었다.

".. 하나 필까.."

'언니 담배 안 피면 안돼요?'
'.. 냄새 나?'
'... 담배피면 빨리 죽는대요..'
'끊을까? 연화가 끊으라면 끊고'
'... 끊어요 언니.. 저랑 오래 살아요'

".. 약속했지 참.."

홍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역 안으로 들어섰다.


***


"야 연화 죽기 직전인데? 얼굴 너무 빨갛다"
"그만 맥여라 좀 딱 봐도 잘 마시지도 못하는 애한테"

연화는 얼굴이 완전히 달아오른 채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야 이러다가 머리박고 자겠다"
"바람이라도 쐬고 와 데려가서 요 앞에서 아이스크림이라도 사오던지"
"아 그럴까? 언니들!! 아이스크림 드실래요??"

연화를 데리러가기로 한 친구 두 명 중 한 명이 수요조사를 하는 동안 다른 한 명은 연화를 챙기고 있었다.

셋이서 펜션 근처 편의점까지 걸어가고 있었는데, 연화는 계속 휘청거리면서 걷고 있었다.

"너 어디가서 술은 먹지마라 진짜 큰일나겠다"
"우훕.. 우... 웅니.."
"진짜 찐사랑이야? 이 정신에 생각나나봐"
"야 너 여기서 잠깐 앉아있어? 고르고 올테니까? 어디가지마라?!"
".. 웅.."

친구들이 연화를 벤치에 앉혀놓고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 웅니.. 보고 시푸.. 후으.."
".... 술 많이 마셨어요?"
".... ㄴ.. 누구세요.."

키가 커보이고 흑발의 긴 생머리를 가진 여자가 연화에게 다가왔다.

어디서 나타났을지 모를 그녀는 대뜸 연화에게 살갑게 물었고

술에 취해 가드가 완전히 해제되어있는 연화는 경계심을 갖지 못했다.

"... 우.. 누구신데.."
"저요? 으음.. 그냥 누군가한테 부탁을 받아서 여기 있네요?"
".. 그렇구나.. 부탁을 들어주는 사람인가봐요.."
"그런 셈이죠"
".... 그럼 제 ㅂ. 부타학.. 도.. 들어줄 수 이써요?"
".. 뭔데요? 아니 뭔지 알 거 같아요"

그 여잔 그렇게 알 수 없는 소릴 하더니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어딘가로 전화를 걸고는 연화에게 내밀었고 연화는 자연스럽게 그 휴대폰을 건네받았다.

"... 여보세요?"

연화는 그 목소리가 누구의 목소리인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


".. ㅇ.. 언니..?"
".. 연화야?"
"......"
"연화 맞지?"

지하철에서 내리고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홍은 갑자기 걸려온 전화를 받았더니

대뜸 연화의 목소리가 들려서 당황했으나 그건 연화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 연화야~"
"ㅇ.. 언니.."
"응 언니 맞아"
"....."
".. 재밌어?"
"ㅅ.. 술 조금.. 많이 마셨.. 어요"
"그래? 괜찮아?"
".. 네에.. 우흡.. ㄱ.. 괜찮아요"
"잘 놀고있네? 다행이다."
".... 언니.."
"응. 듣고있어"
"....... 보고싶어요.."
".. 나도 보고 싶다. 연화야"
"ㅈ.. 진짜로.."
"언니도 진짜 보고 싶어"
"...."
"연화야?"
".... 언니 바보.."
".. 어?"
"ㄴ.. 내 맘도 모르는 바보!!!"

- 뚝.

".. 어?"

그렇게 통화가 끊겼다.


***


"... 으힝.... 난 바보야.. 말도 못하는 바보"
"많이 좋아하나봐요?"
"... 많이 좋아 해요.."

부탁을 들어주는 여자가 다시 연화에게 말을 걸었다.

"근데.. 언니는.. 날 그냥 애로만 보는 거 같아요.."
"몇 살차인데요?"
".. 11살.."
"... 근데도 좋아요?"

'그래서 더 좋은건가?'

연화에게 말을 걸던 여자는 그렇게 생각했다.

".. 제가 예전에~ 알고 지냈던 친구가 하나 있거든요? 그 친구도 연화 씨처럼 자기보다 한참 어른인 사람을 동경하고 좋아했어요"
"... 그랬는데요..? 지금은 아니래요?"
"뭐.. 지금은 전혀 사랑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려서"
"많이 힘들었대요..?"
"너무 힘들어했죠 죽고싶어할 만큼"
".. 잘 지내요..?"
"... 최근에는요?"

아직도 엄마의 기일이 찾아오면 자신보다 홍의 기분이 더욱 다운되어있다는 걸 느꼈었다.

".. 전 아직.. 연애할 시기는 아닌 것 같아요"
"왜요? 마음가는대로 하면 안되나요?"
".. 저만 좋다고 하는 건 너무 이기적이잖아요.."
"상대방이 받아줄 수도 있잖아요?"
"... 그래도 제 마음이 불편해요.."
".. 저기 친구들 나오네요. 조심히 들어가요?"

여자의 말대로 연화의 친구들이 편의점에서 산 간식봉투들을 양손에 하나씩 들고는 나오고 있었다.

여자는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졌으며 연화는 왜 낯선 이가 제게 말을 걸었는지 홍의 번호를 알고있는지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었는지를 인지하지 못했다.

술에 취해 날아갈 기억이 분명했다.

연화는 다시 꾸벅꾸벅 벤치에서 졸기 시작했고 그것을 발견한 친구들은 서둘러 뛰어와 연화를 일으켰다.

"야! 사람 하나만 보내! 짐이 너무 많아!!"
"연화 계속 자니까 겉옷도 좀 챙겨오라그래 슬슬 춥다"
"어어 야 겉옷도 암거나 하나만!"

친구들은 벤치에 아이스크림을 올려놓고는 전화를 걸어 지원군을 불렀다.

옆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에도 연화는 계속해서 졸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홍의 생각을 했다.



***


"... 여보세요?"
"유수정..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지켜보기만 하라 했을텐데?"
"아~ 난 그냥 지나가는 한 소녀의 애절한 사랑이 보고만 있기에는 안타까워서"
".. 오지랖이야. 연화한테 굳이 다가가지마"
"질투라도 해?"
"그런 말로 들려?"
"아이 뭐.. 너무 화내진 마. 술에 완전 꼴아서 자고 일어나면 기억도 못 할 거 같으니까"
"애 술 많이 먹었어?!"
"어. 딱 한 병 간신히 드시더라. 대장은 술 셌던 것 같은데 술은 유전이랑 상관없나?"
"선배는 주구장창 마셔왔으니까 는거지.. 연화는 이제 뗐고"
"... 어쩔거야?"
".. 뭘?"
"들었잖아. 그 애 마음"
".... 기억 못 할 거라며 그게 어떻게 들은거야?"
"알고 있었지?"
"...."

수정의 직설적인 말이 홍의 입을 다물게 하기 충분했다.

"너나 나나 전역한게 언젠데.. 슬슬 연애같은 거 하면서 편하게 살 때 되지않았냐?"
"조용히 해. 설령 그렇더라도 그게 연화는 아니야"
"왜? 별로야?"
"야."
"아니.. 뭐.. 대장도 너라면 오케이 했을걸?"
"말도 안되는 소리 마."
"야.. ..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람이고 평생을 감사해야할 사람인 건 맞지만.. 이미 떠난 사람 때문에 현실에 묶여있진 말자고"
"쓸데없는 소리야. 그만 해"
"아니면 너 아직도 대장을.."
"...... 그런 감정으로 이러는 거 아니야 이제 끊어 잘거니까"
".. 뭐 이제 나도 슬슬 복귀할 생각이야 차도 돌려주고"
"그러던지. 주차장에 놓고 가"
"매정하긴.."

홍과 수정의 통화는 그렇게 끊어졌다.

'마음가는 대로 하면 안되나요?'

"누가 누구한테 말하는 건지.."

수정은 담배를 하나 꺼내들어 입에 물고는 조용히 담배를 태웠다.


***


".. ㅇ. 으.. ㅁ.. 머리야..."

연화는 깨질 것 같은 머리를 간신히 부여잡고는 눈을 뜨며 몸을 일으켰다.

어제 언제부터 잠든 건지는 모르겠으나 자신의 몸은 곱게 침대에 모셔져있었는데, 주변에 언니들이나 친구들은 없었다.

".... 다들 아직도 드시나.."

연화는 일어나서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 헉.."

남자 선배 몇 명은 다른 방으로 가서 잠을 자는 듯 조금은 인원 수가 빠져있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넓은 거실에 널브러진채로 구겨져서 잠에 들어.. 아니 죽어있었다.

그 표현이 더 어울렸다.

바닥에 돌아다니는 초록색 병을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올라오는 듯 해서 연화는 서둘러 세수를 하러갔다.

간단하게 세면세족을 한 뒤 마당으로 나와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앉아있으니 왠지 기분이 좋았다.

그 기분은 오늘 꿈 속에서 홍이 나타난 영향도 물론 있을 것이다.

꿈에서라도 목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 언니 자려나.."

연화는 슬쩍 주변 눈치를 보고는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는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 여보세요?"
"ㅇ.. 언니!"
"일어났나보네? 잘 잤어?"
"네.. 언니는 잘 잤어요?"
"... 연화야 혹시 어제.. 언제 잠들었어?"
".. 네? 어.. 그게.. 실은 기억이 잘 안나요.. 어느 순간 잠든건지 일어나보니까 침대방이더라고요.."
"아 그래?"

연화는 자고 일어나자마자 혹시 본인이 술 김에 홍에게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진 않았나부터 확인했지만

다행히 그런 기록은 없어서 본인은 어제 얌전히 잠만 잔 줄 알았다.

"속은 괜찮니?'
"네 전 뭐 많이 안마셨어요"
"다행이네 재밌어?"
"언니랑 있는 게 더 재밌을거에요.."
"친구들한테 그런 이야기 하면 안된다?"

홍이 그렇게 말하며 살짝 웃자 연화는 자기도 모르게 바보같이 따라서 웃고 있었다.

"내일 보겠다 그치"
"네.. 내일이면.."
"... 얼른 내일이 왔음 좋겠네~"
"...... 네?"

홍이 쓸쓸하다는 듯한 느낌으로 한 말에 연화는 머리라도 한 대 맞은 듯 멍해져버렸다.

"연화 재밌게 놀구. 조심해서 내일 보자?"
"ㅇ.. 언니..!"
"밥 잘 챙겨먹구~ 언니도 이제 밥 먹을께?"
"아아 네 그.. 맛있게 드세요...!"

... -뚝-

전화가 끊기자 연화는 자신의 붉어진 얼굴을 양손으로 가린 채 홍이 제게 했던 말을 되새김질했다.

'얼른 내일이 왔음 좋겠네~'

그것은 완전

'보고싶다'와 똑같은 말이었다.

자신만 홍이 보고 싶던 게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 날은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다.

연화는 자기도 모르게 바보같이 웃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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