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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그런 거 보고 싶다

검은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3.03 01:23:03
조회 1287 추천 57 댓글 22
														



연상을 좋아하는 연하가 있는데, 연상은 연하의 마음을 눈치챘지만 모르는 체 하는 거야.
연하도 그걸 알고 있기에 몇년간 절절하게 짝사랑만 하는 거.


둘은 친한 선후배 사이, 그 이상의 관계를 유지하지만 결코 연인은 아니었던 대학 시절을 보냈어.


그러다가 연상이 대학 졸업을 하기 전날에, 가슴앓이만 하던 연하가 참다참다 못해 고백을 하려고 했어.
몇년간 계속 되었던 짝사랑이 힘들기도 하고, 연상의 졸업을 계기로 어떻게든 끝을 내고 싶었던 거지.
그런데 연상은 그 마음을 알고서도, 연하가 자기에게 잘해주는 게 좋고 또 친하게 지내는 후배인 연하를 잃고 싶지 않아서, 어렵사리 힘들게 진심을 꺼내는 연하의 말을 끊어버려.


연하는 울면서 저 고백도 해서 안 되는 거예요? 하며 눈물을 흘리는데, 주위의 이목이 쏠리자 난감해진 연상은 그저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서 자리를 떠났어.




그리고 다음날인 연상의 졸업식 때, 연하는 찾아오지 않아.


애가 속이 좀 상했구나, 싶은 연상은 나중에 보자는 톡을 남기지만 연하는 읽지 않지.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 졸업과 동시에 인턴으로 취직했던 연상은 매일이 바쁘고 정신없었기에, 결국 연하에게 연락하는 건 3개월 후의 일이었어. 그 때까지도 연하는 톡을 읽지 않은 상태였지.


이상하다 싶어서 전화해봤는데, 없는 전화번호라는 거야.
이게 뭔가 싶어서 연하의 친구에게 연락해봤는데, 세 달 전부터 계속 연락두절이래. 자취방도 비어있고, 대학은 휴학이고.


지방에서 올라와서 자취를 하던 연하였던지라 본가는 알 수가 없어서 애만 타는 동안에 시간은 흘렀지.


동아리도 여럿 들고, 활발하게 대학 생활을 즐기던 연하였기에 동기들은 물론 친하게 지내던 선후배들도 궁금해 했어. 연상은 더욱 그랬고. 자기가 졸업 전날에 그렇게 매몰차게 행동해버렸기 때문에 휴학을 해버린건가 싶기도 했지.


가끔씩 생각은 났지만 당장에 회사와 일이 있었기에 바쁘게 지내면서 연하에 대한 기억은 점점 사그러드는 것 같았어.


졸업하고 1년 뒤, 연하가 자살했다는 소문을 듣기 전까지는 말이야.


연하와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지방에 내려가는 김에 찾아가봤는데, 집은 비어있고 동네 사람이 말하기를 딸이 죽어서 가족이 이사를 갔다는 거야. 그 말을 전해들은 연상은 누군가 뒤통수를 망치로 내리치는 것 같았지.


그렇게 밝고 다정했던 아이가 자살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어. 게다가 그 이유가 자기 때문일 것 같아서 죄책감에 몸을 떨었지.


소꿉친구보다도 더 친하게 지냈고 아꼈던 후배, 그 후배가 어렵사리 꺼내들었던 진심 어린 고백을 온전히 내놓을 기회조차 주지 않고 외면해버렸던 자신. 연하가 했던 말, 행동, 다정한 눈빛 안에 차마 채 감춰지지 못했던 사랑의 조각 같은 것들이 떠오르고 사라지기를 반복했어.


연상이 너무 우울해하자, 친구들이 남자라도 만나면서 소개팅을 주선했어. 그런데 만나는 남자마다 모두 연하를 떠올리게 하는 거야.


사실 연상은 대학교 1학년 때 복학생 선배와 1년간 사귄 이후, 대학 졸업할 때까지 남친을 오래 사귄 적이 없었어. 소개팅이야 자주 했지만 길어봤자 한두달 연애에 그치고 말았고, 길게 사귀지는 않았지.


이유는 여럿 있었는데, 첫번째는 대학에서 사귀었던 복학생 전남친이 겉만 멀쩡하지 속은 똥차였다는 거고, 둘째는 신입생 환영회 때 알게 된 연하와 친해지고 나서는 심심할 틈도 없이 연하가 상대를 해줬기 때문이었어. 남친 만나는 것보다 한 살 어린 후배인 연하와 노는 게 더 즐거우니 굳이 남친을 사귈 필요가 없던 거지.


남친을 사귈 때마다 잘게 흔들리는 상처 입은 연하의 눈동자를 마주하기 싫었던 것도 있었고. 하지만 동성연애를 받아들이기에는 닥쳐올 차가운 사회적인 시선과 제약이 너무 무섭고 싫었던 거야.


어쨌든 연하는 이제 없고, 언제까지나 혼자 지낼 수는 없으니 남자를 만나보지만 사회인이 되어서 그런지, 만나는 사람마다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는 게 보이는 거야. 혹은 어떻게든 하룻밤 자보려는 속셈이 뻔히 보이거나.


그렇게 몇 년 동안 남자를 잠깐씩 사귀다가 헤어지기를 반복했지. 그러다가 속 깊고 다정한 남자를 만났어. 행동 이모저모에 연하를 떠올리게 하는 남자였지. 그렇게까지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적당한 훈남에, 무엇보다도 저를 바라보는 눈빛이 연하의 그것과 흡사했기에 마음이 갔어.


남자와 사귀기 시작하고 3년, 호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던 서른 셋의 나이가 된 연상에게 남친이 결혼 이야기를 꺼냈어.


딱히 거절할 명분도 없고, 결혼을 할 나이가 되기도 했기에 연상은 잠깐 고민하다가 그러자고 했지. 불현듯 연하에 대한 생각이 떠올라 죄책감을 느낌과 동시에 가슴이 아팠지만, 이미 죽고 없는 사람을 어떻게 해. 다만 마음이 심란해서, 바래다준다는 남친의 제안을 거절하고 혼자 호텔 루프탑바에서 술잔을 기울였지.


연하가 죽고 나서 10년, 그 동안 연상은 많은 후회를 했었어.
사회의 시선이 무섭더라도, 저 역시 연하가 싫지는 않았으니 한번 만나라도 볼걸. 그조차 힘들었다면 적어도 연하의 고백을 끝까지 들어는 줄걸. 생각해보면 제 서른셋의 삶에서, 부모님을 제외하고 그토록 순수하고 가슴벅찬 사랑을 느끼게 해줬던 사람은 없었는데.....


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한 연하의 얼굴을 떠올리며 자리에서 일어선 연상은 슬슬 집에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해서 엘리베이터를 향했어. 가슴 속에 맴도는 감정이 회한인지, 슬픔인지, 설렘인지 알 수 없는 채로 한숨을 푹 내쉬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지.


반짝이는 검은 힐이 가장 먼저 들어왔고, 쭉 뻗은 매끈한 다리가 그 뒤를 이었어. 그리고 무심코 고개를 든 연상의 눈에 들어온 것은, 분명 죽었음이 틀림없는, 10년만에 보는 연하의 얼굴이었지.














이런 식으로 6개월 후에 결혼하기로 한 연상 앞에, 10년만에 귀국한 연하가 뙇! 하고 나타나는 이야기가 보고 싶다.


연하는 마음에 상처를 입고 유학가서 취직했다가 한국 지사로 발령나서 귀국한 거고, 자살했다는 소문은 다른 동네를 잘못 찾아갔던 친구가 들은 헛소문인 거지.


10년 동안 연하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했지만 사회의 차가운 벽을 뛰어넘을 자신이 없는 연상을, 결혼 소식을 듣고 마찬가지로 지난 세월 동안 연상을 잊지 못하고 살아왔던 연하가 마구 흔드는 거 보고 싶음.


일적으로도 얽혀 있어서 얼굴은 매일같이 봐야하고, 처음에는 우연히 마주친 연상을 보고서 죽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연애세포가 불타올랐지만, 곧이어 결혼한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괜한 복수심이 가슴에 치받던 연하였지만 연상이 힘들어하는 거 보니까 제대로 가시조차 세울 수 없어서 번뇌하다가 결국 결혼 전에 붙잡으려고 막 흔드는 거야...






어우 졸려서 뒤는 못 쓰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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