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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체인지업!-20화앱에서 작성

커틀러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5.31 19:4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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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토리 카나는 기분이 좋았다. 첫째로 야구부 입부 이후로 다시 지급되기 시작한 용돈을 오늘 받았다. 둘째로 오늘따라 펜이 잘 굴러간다. 셋째로 내일은 휴일이다.

세가지 원인 덕분에 극락이 부럽지 않은 상태. 할 일을 다 마치고 여유롭게 침대를 뒹구는 중이었다.

“......”

그렇게 편안해지면 자연스럽게 한 가지 욕구가 수면 위로 솟구친다.

“아이나가 보고싶어.”

합숙 이후로는 연습 끝나고 카페 같은 곳에 들르거나 하는 일이 있었을 뿐 특별히 약속을 잡고 만난 적이 없다. 권유하지 못했다기 보다는 시간이 없었던 것.

생각난 김에 홈 버튼을 누르고 갤러리를 열어본다. 직후 제일 아래의 폴더를 향한다.

[아이나 ❤]

“하트는 뭐냐고 이 인간아...”

매번 얼굴을 붉히지만 바꿀 생각은 없다. 항상 솔직하지 않으면 중요할 때 솔직하지 못할 수가 있으니까.

폴더 안에 들어있는 것은 당연히 아이나와 찍은 사진들. 최근에는 장소가 장소다 보니 무언가를 마시거나 먹는 장면이 많다.

의외로 취향이 까다로워서 단 것에는 커피나 차와 같이 쓴 음료가 필수고, 그 향에도 민감하다. 단 정도도 너무 달아도 너무 부족해도 안되는데 적정 범위가 너무 좁다. 양념이나 시럽 같은 것이 손에 묻는 걸 싫어하고 형태에도 생각보다 신경쓴다.

그런 것을 하나하나 알게 된 과정을 회상하는 것만 같아서 사진으로도 행복하다.

참지 못하고 SNS에도 잔뜩 업로드하고 있다. 활동이 활발해지니까 사람도 많이 보인다.

또 하나 댓글이 달리는데.

[친구분이랑 정말 사이좋아 보이네요.]

평범하게 보면 완벽하게 평범한 말이건만, 어쩐지 거슬리는 발언이었다.

“친구...그리고 팀메이트...”

싫은 것은 아닌데.

“좀 더, 이를테면 아무 이유 없이 만날 수 있는 관계...”

마치 시간만 있으면 언제든지 만나려고 하는 신생 커플처럼.

거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죄 없는 이불을 걷어차는 카나였다.

“역시 보고싶어.”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이다. 살 것도 신경쓰이는 가게도 없지만 그냥 전화해보자. 그래서 곧바로 실행에 옮긴다.

수신음이 들리기를 30초.

[여보세요? 카나 양?]

카나로서는 ASMR 방송을 적극 권장하는 목소리에 불안이 형광등 앞의 어둠처럼 사라진다.

“응, 아이나.”

[무슨 일이세요?]

“그냥 시간이 많아서 대화가 하고 싶은데 다들 바쁜가봐.”

[후훗. 가끔 그럴때가 있죠.]

“그래서 내일은 그냥 생각없이 돌아다니고 싶은데 그것도 다들 시간이 안 맞나봐.”

[어쩔 수 없는 일이네요.]

이대로 듣기만 하면서 잠들고 싶다. 본능이 그걸 원하지만 참아낸다.

“그래서, 내일 같이 어딘가 놀러갈래?”

[죄송해요. 내일은 선약이 있어요.]

이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실망스럽지만 고개를 끄덕인다.

“선약은 뭐야?”

그래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즐거우니까. 밝게 물어본다.

[......]

“아이나?”

[그건, 조금...]

“응?”

[아, 안돼요. 일단 말 못해요.]

“아, 알았어. 그럼 끊을게.”

그리고 위축되며 말한다.

“......”

한순간에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가 이승에 와서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렇게 카나가 석화되기를 몇 분. 이번에는 카나 쪽에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아이하라선배.”

[왜 그래 무섭게. 무슨 일이길레 그렇게 힘이 없어?]

“별거아니에요그래서무슨용건이세요.”

[내일 나랑 유우키가 대회 대진표 뽑으러 가는데 내가 못 가게 됐어. 원래 주장 부주장이 가는게 보통인데 유우키가 처음 가는 곳은 지도를 잘 못 봐서 불안하단 말이지. 그래서 같이 가 줄 사람이 필요해.]

사실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무슨 일이든 나설 생각이 없는 상태니까.

“죄송해요. 내일은 좀...”

[그래. 뭐, 감독님이 정 안되면 자기 부르라고 하셨으니까.]

그러니까. 라며 말을 잇는 마야.

[유우키 일이랑은 별개. 빨리 말해. 팀원의 멘탈 캐어는 주장의 일이니까.]

결국 조초지종을 설명한다.

[아. 분명 내가 전화했을때도 선약에 대해서 물어보니까 급하게 끊더라.]

“그랬어요?”

이렇게 되면 추측 가능한 점이 생긴다. 예를 들면 두 사람의 공통점.

“부원들한테 들키기 싫은...그런 걸까요?”

[그렇겠지. 아니면 그냥 남한테 알려주기 싫거나.]

“남...”

아직 그 정도 취급인가. 그런 생각에 다시금 침울해진다.

[아이나는 뭔가 너무 단호한 말투였기는 하지만, 다들 그 정도 일은 있으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그런가요.”

그렇게 슬슬 마음이 정리되어가는 때였다.

마야로서는 10% 정도 진심, 90% 정도 농으로 말해본 것.

[혹시, 남자라던가?]

“네?”

[뭔가 당황해하는게 말이야, 연인이라던가 해서 부끄러웠던 거 아냐?]

“......”

[오오토리?]

“아. 잠시 어머니가 부르시네요.”

[응. 그럼 끊어야지.]

통화 종료음이 울리고, 침대 다리가 운다. 마야에게 했던 말은 물론 거짓말.

“그러면...아이나가, 내일, 데이트를?”

카나에게 더 이상 평소대로의 이성은 남아있지 않았다.

















자신의 이름을 안다. 유키는 그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선수 혹은 관계자인 것.

하지만 아는것도 한정되어 있었으니.

“...미안해요. 실력이 부족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공식전에서 본 기억은 없네요.”

근본적으로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는 편이 아니기에 인상 깊은 선수 외에는 기억하지 못한다.

키를 보아 아마 3학년인데, 참 아쉽다는 생각을 하는 유키였다.

“아, 아뇨. 모르는게 당연한걸요.”

이제 1학년이니까.

“그렇게 비관할 필요는 없어요.”

낮은 단계에서의 탈락도 부끄러운 게 아니니까.

“어, 어쨌든.”

대화의 엇나감을 수정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특별히 자존심이 강하거나 허세부리는 성격은 아닌 아이나다.

“아까 그분들은 무엇 때문에 사나다 씨를 쫒고 있던 거죠?”

휘말린 이상 들을 권리는 있다. 사정에 따라서는 목적지에 대려다 주거나 경찰서까지 가는 것 정도는 도울 것이다.

그래서 침을 삼키며 대답을 기다리는데.

“...지금 연습 시간인데.”

“네.”

“땡땡이쳤어요.”

“네?”

진짜 에이스의 스케일이라는 건가. 저지른 일과 추적의 급이 맞지 않아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땡땡이라는 말이 어쩐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덤.

“평소에 자체 휴식은 허락해 줬는데, 사전에 통보 없이 교문을 나간게 문제인지 어느새인가 포위되어 있더군요.”

변호가 불가능한 단계다. 연습에 나가지 않은 것은 어디까지나 야구부의 일이지만 기숙사생이 멋대로 나간 것은 문제니까.

“가죠.”

검은 양복 일행을 찾아가고자 유키의 손을 붙잡는 아이나.

“기다려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는데.

“그냥 넘어가준다면 원하는거 아무거나 사 주겠어요.”

“돈으로 해결?!”

그것도 뭔가 반짝반짝 거리는 카드마저 손에 들고 있으니까 진심이 느껴진다.

“네. 평소에 쓸 일이 없어서 오늘 하루종일 긁어도 한도가 안 될 거에요.”

“애, 액수를 걱정한 게 아니에요!”

물질적인 것을 받을 순 없다. 그렇게 선을 긋자 고개를 푹 숙이는 유키.

“그 대신...다른 팀 사이에 이런 게 될 지 모르겠지만.”

“응.”

“제 피칭을, 봐 주시지 않겠어요?”

그렇게 아이나와 유키는 다음날에 만나게 된다.






이런 저런 약속들이 성사되거나 깨지거나 하면서 어느새 길어진 태양도 떨어지는 시각.

날아온 방향 그대로. 각도는 이상적인 34도.

그리고 플라스틱 과녁의 비명이 뒤따른다.

“음.”

비거리 105m의 홈런. 오늘 나온 것 중에 가장 깔끔한 타구다. 과녁을 맞췄으니까 경품도 받을 수 있는 상황. 하지만 료의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그저 다음 공을 기다릴 뿐.

“시합에서 이런 타구가 나와야 하는데.”

연습시합 시즌의 홈런은 하나. 원래 스스로를 홈런 보다는 중장거리 타자로 인식하지만 전체적인 장타력이 줄어든 느낌인 것이다.

물론 긍정적인 점도 있다. 대표적으로는 유우키의 이론을 부분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정교함이 좋아진 것.

공에 자신의 리듬을 맞추다 보니 머리속에 없던 공에 대해서도 어떻게든 대처할 수 있게 되었고, 총 타율과 출루율이 올라갔다.

“다른 학교에 갔다면.”

비록 세이호가 아니더라도. 정통의 강호 류오 학원에 스포츠 특화가 진행중인 유라 고교 등에서도 스카웃 비슷한 것을 해 왔다. 선택지는 제법 있었던 것.

가령 세이호라고 하면, 시설도 시라사키를 조금 앞서고 사쿠타 감독과 같은 지도자가 잔뜩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타격을 중시하고 스탯주의라는 분위기 상 성장하지 못한 체 묻혔을 수도 있다.

“그 철저하면서 얼빠진 공받이를 지켜줄 수가 없으니까.”

무엇보다 이곳에 있기에 리에와 다시금 나란히 설 수 있다. 아이나라는 분점이 포수와 중견수 사이를 잇는 직선의 중계점이 되어준 것이다.

다만 물리적으로 본다면 둘 사이를 가로막는 위치에 서 있기도 한다.

"......"

그런 생각이 들자 다시금 짜증이 솟구친다.

야구 게임이었다면 '오버 파워'. 파워 게이지처럼 솟아오르는 분노에 맡긴 스윙은 여유로운 중견수 플라이가 된다.

료 자신이 저런 걸 놓쳤다간 자살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먹힌 타구였다.

"베팅장이라고 해도 그런 영웅 스윙은 좀 아니지."

"...!"

뒷담화 대상이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놀라 뒤돌아보는 료.

료가 받을 경품을 가져온 것인지 그녀의 응원팀의 마스코트 인형을 들고 온 리에가 있던 것.

"아무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나 보네, 료."

연습시합이 끝났다거나 잘 쉬라는 지시를 받은 걸로 순순히 늘어져있지 않는다. 그것이 긍지 높은 야구 바보들의 행동 심리인 것이다.

"뭐, 자율 훈련이라기 보다는 마음을 좀 진정시키고 싶어서."

마침 공도 다 떨어졌으니 베팅 케이지에서 나와 마주앉는다.

"그럼 그런 부분까지도 똑같네."

"리 짱 같은 바보도 고민을 해?"

그러자 얇은 노트 한 권을 펼치는 리에.

"투수진 기록을 쭉 살펴봤어. 아이나 말이지, 위력이 붙으면서 삼진이 잔뜩 늘어났지만 사사구도 늘어났어. 탄착군을 보면 도망친다거나 아예 영점이 안 잡히는 건 아니거든? 승부의 결과인데 본인은 많이 신경쓰는 것 같아서 걱정이야. 변화구에 대한 욕심도 있어보이고. 각 잡고 대화할 기회를 찾아야-"

사실 내용만 따지면 연습 시즌 내내 들은 말이다. 관심이 없기에 료는 고개를 돌린다.

"잠깐~. 듣는 척이라도 해주지?"

"결국 할 수 있는 베스트를 추구하는 수 밖에 없잖아? 멘탈적인 관리는 포수가 전문이고. 내가 보기엔 적어도 겁먹지는 않았어."

투수의 모든 재능은 용기를 수반했을 때 훨씬 좋은 모습으로 드러난다고 한다.

그걸 기준으로 보면 아이나는 적어도 자신의 1배 정도 성적을 내고 있다. 마이너스도 없고 플러스도 특별히 없는 상황. 건드릴 게 없다는 건 리에도 아는 바다.

평범한 여고생에게 120km/h란 직구조차도 마구. 하다못해 1회전 패전이라는 치욕을 겪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바보는 바보답게 웃고 있으라고."

"시험성적도 비슷하면서 바보바보 하기는."

굳이 보충하자면 리에는 은근히 이과에 강하고 료는 영어와 제 2외국어가 특기다. 카나는 중간-기말 모두 1등. 아이나는 문과에 의외의 역사 덕후. 방학에는 다양한 시대 배경의 대하 드라마를 몰아서 본다.

"결론은, 감독이 늘 말하듯이 휴식도 훈련. 의무다 이거야."

"...그렇지. 내일은 오랜만에 오후까지 자 볼까."

"아예 생활 리듬이 흐트러지면 곤란하지."

그러곤 헛기침. 인형을 끌어안아 입가를 가리며 말을 잇는다.

"그래서 말인데, 리 짱. '그거'는 내일로 괜찮을까?"

"그거?"

"............합숙 끝나고 단둘이 놀러가기로 한 거."

바쁜 학사 일정과 연습 때문에 5월 극 초반에 한 약속이 6월 말까지 미뤄진 것이다.

"아하."

리에가 반응할때마다 일그러지는 인형의 몸.

"너 내버려두면 여름에 티셔츠만 돌려입을 거잖아. 여름 옷 잔뜩 살 거니까 11시까지 튀어나와. 알겠지?"

"네, 네."

"'네'는 한 번!"

여름이 본격적으로 뜨거워지기 전.

오늘은 다시 한 번 관계와 심경의 변화를 맞을 발판이 깔리는 날이었다.







*
등교도 하고 요즘 듀얼에 빠져서 무려 13일이나 걸렸네. 앞으론 주말만 끄적일듯.

엔틱기어덱 스팀펑크풍 로망이 있어서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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