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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역전 - 뒤바뀐 주종관계 11화

1234(39.113) 2021.01.07 20:23:52
조회 216 추천 11 댓글 5
														

미키가 집으로 왔을 때는 자정이 넘긴 때였다. 만신창이가 된 몸은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고 움직일 때마다 관절은 고통을 노래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집에 가지 않을 수도 없었기에 미키는 억지로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그대로 울음을 터트렸다. 자신의 모습에 더 없는 절망감을 느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일단 씻고 와."


자지 않고 기다렸던 사야는 그렇게 말하며 미키를 욕실로 보냈다. 그곳에는 딱 좋은 온도로 물을 받아 놓은 상태였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던 미키는 다시금 울컥했지만 일단 사야의 호의를 받아들여 욕조에 몸을 담갔다.


뜨거운 물이 몸의 근육을 풀어주며 그녀에게 약간의 안정을 되찾아 주었다. 그 사이 사야가 미키의 옷을 정리하는 소리가 밖에서 들렸다.


미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저러는 것은 분명히 사야가 무언가를 알아차렸다는 이야기.


도대체 무엇을 할지 알 수 없기에 미키는 두려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말을 꺼낼 순 없었다.


단지 이렇게 사야가 챙겨주는 것이 얼마만이지 미키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탕 속에서 몸을 녹일 뿐이었다.


어느 정도 몸의 기운이 돌아오자 미키는 밖으로 나갔다. 상처가 이곳 저곳에 남아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미키의 몸은 아름다웠다.


"일단 좀 앉아봐."


역시 사야는 기다리고 있었다. 미키는 아무런 말없이 조용히 사야를 바라보았다.


"최근 무슨 일이 있는지 알고 있어."


사야는 조용히 말했다. 그 순간 미키는 속이 철렁 내려 앉았다. 허나 사야의 목소리는 부드러웠고 그녀를 탓하는 어조는 아니었다.


"힘들었지?"


사야는 그 한마디만 하고 미키를 조용히 끌어 안았다. 그 순간, 미키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알아. 당신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어. 그래서 알아본거야."


사야는 그렇게 말하며 최근 있었던 일들을 하나 둘 설명하였다. 거기에는 자신의 부정에 대한 것도 전혀 숨기지 않았다.


"치, 치사토가?"


울먹거리는 와중에 미키는 어이 없다는 듯 되물었다. 허나 사야는 그런 미키에게 미소지을 뿐이었다.


"불쌍한 아이더라. 당신이 좀더 챙겨줬다면 또 모르겠던데 말이야."


"...."


사야의 말에 미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여러가지로 이야기 하려면 못할 건 없지만 이미 사야의 손에 떨어진 자라면 어떻게 할 방법은 없으니까.


애초에 자신도 사야에 의해 조교된 여자 아니었던가?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모든 것은 사야의 손 아래에 있었다.


그런 만큼 그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이야기 할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자신을 위해서 사야 또한 희생을 했다는 것에 감격할 뿐.


허나 치사토의 일은 넘어간다 하더라도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유코의 일.


그녀는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유코의 뒤에 있는 힘은 그녀들이 상대하기에 너무나 버거웠다.


"업계에서 퇴출당한 주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쓸데없이 영향력이 강한 선배라는 건 참 불공정한 존재라니까?"


사야는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유코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에 대해 전혀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어쩔 수 없지. 아예 집안 자체가 다르잖아?"


미키는 그렇게 말하며 시무룩한 표정이 되었다. 그녀들에게 있어서 상대는 그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자에게 승리를 하기 위해서는 도대체 얼마 만큼이나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일까?


그것은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일단은 우리 서로에 대해서 더 이상 숨기지 말자고. 미키가 제대로 말도 안했을 때 나 얼마나 슬펐는지 알아?"


사야는 그렇게 말하며 미키에게 입맞춤을 했다. 미키는 긴 키스가 끝나고 조용히 사과했다.


"하지만, 말하는게 쉽지 않았어...."


그녀의 말에 사야는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자신 또한 미키에게 이야기를 제대로 못한 건 매한가지 였으니까.


"그렇긴 해. 치사토의 일도 그렇지만 서로 이야기 하기 어려운 것도 많으니까. 그래도 이제부터라도 그러지 말자."


사야는 그렇게 말하며 미키의 눈을 바라보았다. 얼마 전까지의 흐리멍텅한 눈빛이 아니라 원래 그녀가 좋아했던 선명한 눈으로 돌아와 있었다.


"일단 하나씩 무너뜨리자고. 우리는 살기 위해서 수단을 가릴게 아니니까. 그거 알지?"


"응."


사야의 말에 미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조금은 아이와 같은 모습일지 모르지만 그것만으로도 둘은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럼 말인데...."


사야는 조용히 입을 열며 자신의 생각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미키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불가능한 일이잖아? 유코의 약점을 찾는다는 것이 말이나 될 거 같아?"


미키는 어려운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사야는 그렇기에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어차피 유코는 결국 나까지 노릴걸? 그 여자는 학교 다닐 때도 날 가지고 싶어 했으니까."


".... 정말이야?"


미키는 사야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도대체 둘이 어떤 악연이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이전에도 그랬어. 내가 맘에 든다고 몇번이고 유혹했거든. 근데 난 거절했고 그 때 폭주하면서 학교도 퇴학했지."


사야는 질린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허나 미키는 그 말에 또 다시 충격을 먹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관계야...."


유코와 사야의 관계가 도대체 얼마나 꼬인 것인지 미키는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저 업계에서 쫓겨난 사람과 그 사람의 후배 정도의 관계가 아닌 모양이었다.


"별로 좋진 않은 이야기야."


사야는 그렇게 말하며 쓰게 웃었다. 그리고는 내일 일을 해야 하니 마시면 안된다고 하면서도 술병과 술잔을 들고 왔다.


"내일 일 못한다고 뭐라 하지마."


사야는 미키에게 그렇게 말하며 술잔에 술을 부었다. 독주의 향기가 피어오르며 둘의 코를 자극했다.


"꽤나 오래된 이야기도 아니지만 그래도 미키랑 만나기 전이니까 최근 이야기도 아니네."


그렇게 중얼거리며 사야는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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